책을 끝까지 읽었을 때 든 생각 중 하나는 팻의 톰에 대한 사랑이었습니다. 팻은 돌아온 톰을 위한 계획을 다 세워 놓았지만 그 계획에는 은근히 자신의 욕망이 섞여있죠. 1부에서의 팻과 톰의 관계가 겹쳐 보였어요. 전 톰에 대한 팻의 태도나 생각이 끝에 가서도 변한 것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팻은 여전히 톰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팻의 톰에 대한 감정은 과연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함께 읽는 SF소설] 01.별을 위한 시간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은화

oomoo
맞아요 팻은 변하지 않았지만 톰은 성장해서 이제는 팻의 뜻대로가 아닌 자신의 의지를 관철해 내죠,팻의 시간이 탐의 시간보다 길었는데도 탐의 변화가 크네요 선장과의 대립에서 배운것도 영향이 있으리라 보여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은화
오늘부터는 책에 대한 각자의 감상을 얘기하려고 해요. 책을 읽고 난 뒤의 느낀 점, 전체 내용 중 인상깊었던 대목,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생각 등을 써주시면 됩니다. 형식이나 분량의 제한은 없으니 편하게 작성해주세요.

은화
이 책에서는 상대성을 계속 강조합니다. 책의 소재인 상대성 이론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천문학적인 거리와 질량으로 무대가 옮겨가면 우리가 절대적이라고 여기던 시간과 공간마저도 변할 수 있으며, 관측자와 대상의 시공간이 다르게 흐를 수 있기에 시간과 공간은 결국 상대적이라는 내용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 경험을 우리는 겪을 일이 없기에 직관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렵죠. 그래서 작가는 어려울 수 있는 이 소재를 과학적인 논리와 이론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인간심리와 관계성이라는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봅니다.
우주와 지구의 시간이 다르게 흐름을 묘사할 때도, 물리적인 시간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시간도 존재함을 보여주죠. 톰은 우주선에서 처음 맞이하는 자신의 생일을 스스로도 체감하지 못합니다. 톰의 시간은 우주선의 근무표와 승무원들과 임무에 밀접히 엮여있는 반면, 팻의 시간은 가족이라는 영역에 둘러싸여 있죠. 생일이라는 똑같은 시간의 사건이 개인의 상황과 심리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 질 수 있다는 이 설명은 참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
작가는 시간만이 아니라 역할과 사회적 위치에 따른 상대성도 생각하게 하죠. 팻과 톰의 서로에 대한 감정, 승무원과 선장의 갈등이 그렇습니다. 동일한 사건을 두고 각자의 이해, 권한과 의무에 따라 입장이 갈리게 되죠.
이처럼 인간의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면 과연 우리가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을 게 있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하인라인은 상대성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고, 고민하여 결정하는 것 그리고 그 선택에 따른 결과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태도가 우리 삶의 이정표라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살면서 결정을 내리지만 때론 나 자신의 판단에 의해서가 아니라 주변상황이나 분위기 때문에, 나의 사회적 지위나 신분 때문에, 남이 나에게 갖는 기대 때문에 압박감을 느끼거나 다른 결정을 할 때가 있죠. 톰을 보면 톰은 우주에 나가기 전까지는 스스로 결정하고 고민하는 묘사가 많지 않았던 것 같아요. 톰은 자신이 뭘 원하는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고, 부모님이 가르친 훈육이나 팻이 정해놓은 역학관계의 틀 안에서만 움직였습니다. 하다못해 우주에 나가는 기회를 얻는 것도 자신의 노력이 아니라 팻이 스스로 사고를 일으켜 포기했기 때문에 팻의 양보(?)에 고마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우주에서 돌아온 톰은 더이상 팻이 정해놓은 판 안에서 움직이기를 거부하죠. 팻이 자신에게 마련해놓은 선택지를 좋아하거나 싫어하는 걸 넘어 자신만의 경험과 주관을 갖고 제3의 다른 길을 걷겠다고 결정하죠. 비로소 톰은 팻이 만들어낸 유약한 동생이라는 틀을 넘어 팻보다도 더 독립적인 인간이 됩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작가는 내 삶의 기준은 오직 '나'만이 정할 수 있으며 타인이나 사회적 인식, 규율을 벗어나 자신만의 사고로 결정하는 것만이 유일하게 절대적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oomoo
책을 읽고 막연하게 머리속에 떠다니던 생각들이 은화님 글 읽으니 한번에 정리가 되었어요 저는 생각을 문장으로 체화하는 능력이 많이 부족한것 같습니다
'사회적 시간'이라는 것도 인상 깊고 공감도 됩니다

김사과
“ 그러나 손해를 보는 쪽이 되더라도 쌍둥이가 되는 게 무조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낯선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면 겁이 나고 기가 죽지만, 1미터 안에 쌍둥이가 있다면 더 이상 외롭지 않다 ”
『별을 위한 시간』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최세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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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과
전자책 반납을 두 시간 남기고 다시 처음 부분을 읽었습니다. 다시 읽으니 처음엔 안 보였던 부분들이 보이는데요. 톰은 팻에 대해 이런저런 불평을 하면서도 쌍둥이라서 좋다고하네요. 탐험이 진행될수록 외로웠을 것 같아요.

김사과
“ 그 는 토치선의 선장이었다. 지금까지 존재했던 가장 전문적인 직업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더 이상 토치선이 존재하지 않는다. 마치 콜럼버스가 첫 항해에서 돌아왔더니, 범선의 시대가 끝나고 증기선밖에 없는 상황과 비슷했다. ”
『별을 위한 시간』 로버트 A. 하인라인 지음, 최세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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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과
긴 우주여행과 그 여행의 끝에 기다린 건 내가 간 거리를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새로운 기술. <삼체>가 생각났어요. 지구를 침략하기 위해 400년을 항해해 온 삼체 함대...
우주로 나간 사람 과 지구에 머물러있는 사람의 시간의 비대칭성이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쌍둥이라서 두 사람의 시간이 다르게 흘러간 것이 더 극단적으로 드러났고요.
팻은 팻 나름대로 지구에서의 시간을 잘 살았고, 톰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봐도 되겠죠. 누구나 자기만의 삶의 속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마지막에 팻이 여든아홉이라는데 다 큰 증손녀가 있고 거동도 잘 못하는 노인으로 묘사되어서 이 작품이 쓰여질 때쯤엔 여든아홉은 거의 죽을 나이였나 싶었고.
증손녀랑 이어지는게 유교적 사고방식으로는 살짝 충격이었어요.
톰이 팻을 원망하면서도 따르고 의지하던 관계에서 완전히 홀로 설 수 있는 어른이 되었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남습니다.

은화
저도 비 록 자신의 직계 손주는 아니지만 형제의 손자인 종손녀와 결혼하겠다는 걸 보고 놀랐어요. 생물학적으로는 톰이 아직 20대 초반의 몸과 정신을 갖고 있다지만... 음... 묘했습니다. ㅎㅎ
다만 톰이 돌아와서 본 지구는 언어도, 관습도 너무 많이 변한 곳이라 자신에게 과거의 지구에 대한 기억을 이어줄 끈이 필요해서 그런것 아닐까 싶었어요.

달콤한유자씨
팻은 가족이자 쌍둥이로서 톰을 사랑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지의 우주로 떠나는 모험을 무의식적으로 거절했단 점에서 이기적인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이기적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으로 생각되지는 않아요.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게 되어 있고, 결국 지구에 남은 팻은 결혼과 사업 모두 성공 적으로 이끌어갔기에 자기자신을 위해 옳은 선택을 했다고 생각해요.

달콤한유자씨
우주여행으로 인해 느끼는 시간의 상대성은 엄청난 외로움을 동반합니다. 지구에서 가족들과 생일파티를 즐기는 팻과 달리 자신의 생일을 자각하지 못하는 톰의 모습을 보며 두 사람이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멀어져간다고 느껴졌어요.
우주선의 선원들과 점점 관계를 넓혀가며 탐사 생활에 적응해가는 톰이지만 삼촌의 역할이 무엇보다 컸다고 생각해요. 새 행성을 발견할 때마다 모험에 대한 호기심과 미지의 환경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며 톰은 팻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시간을 보내며 성장하게 되었고, 이 덕분에 지구에 돌아와서 정해진 미래를 강요하는 팻에게 자신의 생 각을 명확하게 피력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장을 읽을 땐 저도 모르게 뿌듯한 마음이 들더라구요ㅎㅎ
사실 어릴 적부터 쌍둥이인 친구들이 굉장히 부러웠어요. 태어날 때부터 내 옆에 있는 베스트 프렌드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이번 책의 주인공 톰도 쌍둥이라는 정체성이 그에게 큰 영향을 끼치고 있어 더욱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달콤한유자씨
모임에 참여하며 다른 분들의 감상을 읽는 것도 정말 즐거웠습니다!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고, 다양한 의견을 읽으면서 더욱 즐겁게 책을 읽을 수 있었어요☺️
책읽을맛
저는 펫이 너무 자기식으로 톰을 좋아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방식은 별로 좋아하지않아요. 정말 좋아한다면 상대방이 원하는 방식으로 해야하지않을까요?
은화님 덕분에 책을 깊이 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저 혼자 읽었더라면 SF라는 이유로 기술적인 부분에 맞춰서 읽었을 것 같아요. 오래전 처음 읽었을 때 텔레파시가 나와서 이건 sf가 아니야 하고 던져 버렸던 것처럼요.( 아주 엄밀하게 장르를 구별하던 젊은시절이요...)
이런 저런 부분을 찔러서 던져주신 질문 덕분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은화
팻과 톰의 형제애는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 같아요. 작가 본인도 독자들에게 판단의 여지를 남기기 위해서인지 이 둘의 관계에 대해 마지막 장에 가기 전까지 톰의 입을 빌려 담담하게 사실 위주로만 서술하고요.
정확한 문장은 기억이 안 나지만 팻이 자신처럼 강한 사람들만이 지구에 남을 자격이 있다고 표현하는 묘사가 있었는데 이 부분을 볼 때 톰이 자신의 이기심을 포장하고 합리화한다고 느꼈습니다. 우주여행을 포기한 이유가 지구에서 머물며 재물과 사회적 성공,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 하고 싶어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데브루 박사의 암시는 이미 앞에 나왔었죠. 그러면서도 톰에게는 자신이 양보했다는 듯 행동하는 걸 보고 팻이 입체적인 인물이라고 느꼈어요.
이기적이고 탐욕스러운 자신만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톰의 태도가 과연 사랑인가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공감이 안 되더라고요. 톰이 그간 가스라이팅을 당해온 게 아닌가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톰이 한편으로는 팻을 싫어하는 마음이 있었고, 그걸 스스로 인정한 뒤부터 내면의 갈등이 사라진 걸 보면 둘의 관계는 일반적인 모습의 사랑이라기 보다는, 텔레파시 쌍둥이이기에 가능했던 다른 형태의 사랑이 아닐까 싶어요.

은화
작가가 텔레파시와 상대성 이론이라는 전혀 다른 영역의 두 소재를 과학적으로 엮어서 설명하는 부분들도 재밌었어요. 처음에는 텔레파시의 속도가 빛보다 빠른지를 두고 과학자들이 논쟁을 하다가, 이후에는 빛보다 빠른 건 인정하지만 정확히 '얼마나' 빠른지 측정하려고 하고, 더 지나서는 텔레파시가 두 사람 사이에 동시에 발생한다는 방향으로 얘기가 발전하죠.
그런데 텔레파시가 빛보다 빠르거나 시공간의 제약 없이 동시에 일어난다면 왜 우주선이 빛의 속도에 가까워질 때 통신이 방해 받는지 의문이 생기는데, 인간의 몸이라는 그릇이 물리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에 통신이 느려진다고 설명하는 부분이 그럴싸하다고 느꼈어요. SF는 불가능한 것들을 단지 마법이나 신비한 힘 또는 우연이라고 넘기지 않고 기술적/과학적 논리에 상상력을 더하여 독자를 설득하고 납득시켜야 하는데 그 지점을 짚고 넘어가는 설명이라고 생각했어요.

은화
그믐에 가입한 지도 얼마 안 되었고, 독서모임 자체를 처음 열어보는 거라
사람들이 와주실까 걱정도 많았는데 참여해주셔서 재밌고 감사했습니다.
책을 다시 읽는 일이 거의 없었는데 모임을 통해 생각을 하고 정리하면서
작품을 한 번 더 읽어보니 안보이던 것들이 보이기도 하고,
다른 분들의 감상을 보며 다양한 해석을 하는 즐거움을 느꼈어요.
다음에 여는 모임에서는 레이 브래드버리 작가의 '민들레 와인'을 읽어보려고 합니다.
제목이 눈길을 사로잡더군요.

민들레 와인아서 C. 클라크, 아이작 아시모프 등과 함께 SF 문학의 거장으로 손꼽히는 레이 브래드버리의 반자전적 성장 소설로 작가가 어린 시절을 보낸 일리노이 주 워키건이 모델인 상상의 도시 '그린타운'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작가 레이 브래드버리는 실제 경험과 독특한 상상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소년 시절을 재창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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