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임지기에 대해 -
저는 군에서 복무할 당시 가족에게 책을 요청해 소포로 받아 읽으면서 처음 SF를 접했습니다.
때마침 국내에서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가 개봉하면서 SF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던 시기였습니다.
저녁이면 당직사관의 허가를 받아 연등시간에 읽었던 아서 C. 클라크의 『유년기의 끝』과 필립 K. 딕의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을 꿈꾸는가?』는 비록 시간이 많이 흘러 이야기에 대한 기억이 가물가물함에도 그 소설들이 주던 심상과 느낌만은 기억이 납니다.
그 느낌을 좀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며 서로의 생각을 더 생생히, 더 풍부하게 키워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SF를 읽는 이유 -
SF는 과학과 기술, 외계를 소재로 다루지만 그 근원에는 존재가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과 좌절을 겪는지 이야기 한다는 점에서 우리를 돌아보는 장르입니다.
어떤 결과가 펼쳐지든 미래를 향하면서도 우리의 내면을 바라보는 것은 SF만이 줄 수 있는 재미입니다.
- 모임지기가 읽은 작가의 책 -
로버트 하인라인 작가의 소설 중에서는 이미 『스타쉽 트루퍼스』, 『여름으로 가는 문』,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 『우주복 있음, 출장 가능』을 읽었습니다. 누구나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을 쓴 하인라인의 작품은 SF를 처음 접하든, 익숙하든 상관없이 쉽게 고르기 좋은 작품이라 생각해 저의 첫 함께읽기 소설로 선택했어요.
- 소설 소개 -
『별을 위한 시간』은 인류가 새로운 행성으로 진출하기 위한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상호 텔레파시가 가능한 쌍둥이를 선별해 한 명을 우주로 보내는 이야기입니다. 지구를 벗어난 공간에서도 언제든 통신의 제약 없이 텔레파시로 교신할 수 있게 하기 위함입니다. 하지만 빛에 가까운 속도로, 우리의 인지를 넘어서는 머나먼 공간으로 나아가서도 텔레파시는 여전히 가능할까요?
- 함께읽기 일정 - (아작 출판, 336p)
* 11/06 ~ 11/13 : 책 준비 기간
1) 11/14 ~ 11/19 : 제1부
2) 11/20 ~ 11/25 : 제2부
3) 11/26 ~ 11/30 : 제3부
4) 12/01 ~ 12/05 : 제4부
5) 12/06 ~ 12/10 : 제5부
6) 12/11 ~ 12/12 : 읽고 난 후의 생각
- 함께읽기를 진행하며 -
11/14일에 모임을 정식으로 시작하겠습니다.
그때까지는 각자 도서를 구매하시거나, 도서관이나 전자책 등 편한 방법대로 준비하시면 됩니다.
일정을 구분해두긴 했지만 분량에 따라 임의로 나눈 일정으로
각자 편한 속도로 부담 없이 자유롭고 읽고 이야기해요.
책을 읽으면서 각자 인상 깊은 문장이나 문구를 올리셔도 되고
등장인물이나 사건, 문장에 대해 같이 생각을 나누거나,
어떤 내용인지 이해가 필요한 부분을 질문하거나,
읽다가 다른 소설이나 소재가 생각나는 내용을 같이 공유하는 등 자유롭게 이야기해요.
책 준비 기간 동안에는 SF외에도 각자 재미있게 읽은 책 얘기를 하셔도 좋고,
작가나 다른 SF 소설/영화를 공유하거나 본인의 독서 이야기를 나누는 이야기도 좋습니다.
모임 종료 당일과 하루 전에는 책을 읽고 본인의 느낀 점을
적는 시간을 가지려고 합니다.
모임지기인 저는 과학과 기술 또는 SF에 대한 깊은 이해도나 전문 지식은 없습니다.
하지만 SF를 좋아하는 사람 또는 관심이 있는 사람, 책이 좋은 사람끼리 모여서
함께 자유롭게 이야기한다는 분위기로 진행하고 싶어 모임을 개설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누구나 참여해주시면 됩니다!
[함께 읽는 SF소설] 01.별을 위한 시간
D-29

은화모임지기의 말

은화
안녕하세요, 모임지기 은화입니다. 한 주의 바쁜 평일이 마무리 되는 금요일이네요.
아직 모임 공식 시작일까지는 시간이 많이 남았지만 참여해주신 분들이 있어 시작일 전까지 간단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질 겸 먼저 글을 써봅니다.
본인이 지금 현재 읽고 있는 책, 또는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이 어떤 건지 공유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해요.
저는 현재 옥타비아 E. 버틀러의 '와일드 시드'를 읽고 있습니다. 아직 읽는 중이지만 주말이면 결말을 볼 것 같네요. 옥타비아 버틀러의 작품들은 우주나 시간여행이 소재로 등장하기는 하지만 SF적인 묘사는 굉장히 절제하는 편이라고 생각해요. 오히려 작가는 우리 역사와 인간사회에 SF의 소재들처럼 얼마나 이질적인 시대와 사회상이 존재했는가를 알리려고 노력한 것 같습니다.
와일드 시드는 초능력자들이 나오는 소설입니다. 초능력자라고 하니 최근 유행한 슈퍼히어로물이 떠오를 수도 있지만 이 소설의 배경은 1690년의 아프리카 대륙에서 시작합니다. 소설 내에서 초능력자들은 과거에는 신성한 존재로서 인간사회에 어울려 살아갔지만 인류의 문명과 이성, 과학이 발전해가면서 차츰 '마녀'로 취급받게 됩니다. 그들은 점점 사회에서 배척되거나 심하면 죽임을 당하기도 합니다.
소설은 아프리카 부족 마을에 섞여 살던 초능력자 여성 '아냥우'가 초능력자들을 노예로 끌고 가 자신의 아메리카 정착지로 데려가는 이방인 남자 '도로'를 만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아냥우는 선택의 기로에 놓입니다. 자신을 마녀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사는 고향에 자유인으로 남아 머무를지, 초능력자만이 모여 사는 낯선 땅으로 건너가 노예가 될지.
소설은 초능력자, 소유욕, 통제와 자유, 노예제, 문명과 야만, 가족의 결속력, 사랑이라는 여러 주제들을 오갑니다.
인간이 인간을 소유하고자 할 때 소유욕이 어느 순간부터 통제하려는 욕구로 바뀌는지,
문명이 인간을 모아 사회를 만들고 상호결속과 균일화를 통해 소속감을 주지만 그것이 얼마나 배타적일 수 있는지,
그로 인해 문명과 야만을 나누는 기준은 과연 우리의 안에 있는지 밖에 있는지,
누군가와 머물며 사랑하고 사랑받고 싶으면서도 한편으론 그 결속을 벗어나고 싶은지를 생각해보게 합니다.
옥타비아 E. 버틀러의 소설은 사회의 억압, 흑인문화와 역사, 노예에 대해 자주 다루는데
나중에는 이쪽 테마들에 대한 책들도 찾아 읽어보고 싶네요.

와일드 시드초능력자들을 교배시켜 불사의 존재를 만들려는 남자 도로와 그에게 저항하는 여자 아냥우의 이야기를 그렸다. 버틀러는 초능력자를 흑인 노예에 빗대 인종차별과 성차별의 역사를 폭로한다. 환상적인 이야기는 실제로 벌어졌던 역사적 사건과 교차되며 비현실적일 만큼 폭력적인 현실을 절묘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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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
안녕하세요. 함께 읽는 SF 소설 모임에 참가하게 된 영원입니다.
책을 연달아 읽어서 현재는 읽기를 쉬고 있습니다. 대신 최근에 읽었던 책을 공유하자면 총 두 권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제 7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입니다. 수상작들인 만큼 모든 챕터가 좋았지만 저는 그중 존벅 작가님의 '피폭'을 매우 추천합니다. 압도적이고 강렬한 표현, 숨막히는 묘사 등 디스토피아를 제대로 보여준 작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이 뒤집혀도 굳건한 신분제 배경인 것을 보면서 인간이라는 무리는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동시에 또 인간을 사랑하고 위로하는 건, 우리가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건 바로 내 옆의 사람 덕분이라는 사실이 인상 깊었습니다. 과연 인간이라는 생물은 무엇일까요.
이 외에도 로봇, 우주 등 다양한 소재의 소설이 모여 있고 지식의 깊이도 깊어서 더욱 재밌었습니다.
두 번째는 김초엽 작가님의 '방금 떠나온 세계'입니다.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읽은 분들이라면 모를 수 없는 작가님일 것 같은데요. SF 소설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여전히 재밌긴 하지만 뭐랄까요, 조금 비슷 비슷한 느낌이라 당분간 이런 책은 피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큰 울림이나 와닿음은 없었던 것 같아요.
공상과학 소설도 여러 가지를 접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별을 위한 시간'이 더욱 기대가 됩니다.
지기님이 흑인 문화, 노예, 사회적 억압과 관련된 타이틀에 관심이 있다고 하셔서 개인적으로 원제는 'Heart of Darkness'이며, 한국에서는 '암흑의 핵심' 또는 '어둠의 심연'으로 번역되고 있는 조셉 콘래드의 책이 떠올랐습니다. 영미문학을 전공으로 했던 제가 가장 심도 있게 배우고 읽었던 책인데 몇 년이 지나도 기억에 오래 남고 또 충격적인 작품인 것 같습니다.
문명화라는 이름 아래로 인간이 인간에게 어떠한 행위를 서슴없이 했는지, 야만과 문명, 둘 중 더 잔인하고 포악한 것은 무엇인지. 어렵지만 여러 주제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2024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작품집신인류로의 진화, 외계 접촉, 인공지능 특이점, 세계 종말, 시공간 왜곡…. 시대의 공포와 불안을 읽고 독자적 세계를 창조하는 다섯 작가.

어둠의 심장폴란드 태생이지만 영문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의 반열에 오른 조지프 콘래드의 대표작. 시인이자 현재 가장 주목받는 영문학 번역가인 황유원이 ‘어둠의 심장’이란 좀 더 자연스러운 제목을 붙였고, 또한 오늘날의 독자들이 깊고 짙은 콘래드 문체의 숲을 부드럽게 통과할 수 있도록 새롭게 번역했다.

[큰글자도서] 방금 떠나온 세계‘나’와 ‘세계’를 사랑하고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쓴 경이롭고 아름다운 7편의 소설을 담았다. 이번 소설집에서 작가는 섬세한 문장과 꿋꿋한 서사, 그리고 타자에 대한 깊은 사유에 더해 세심한 관찰자로서 낯선 우주 저편의 이야기를 김초엽만의 세계 안에 온전히 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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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화
@영원 안녕하세요 영원님! 디스토피아는 영화든, 소설이든, 게임이든 어떤 형태로 만나더라도 확실히 매력적이 소재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성이 결여된 세상에서 여전히 어떻게든 인간성을 회복하고 유지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가장 극적으로 묘사해내기 좋아서 같습니다.
저는 현재까지 읽은 디스토피아 소설들 중에서는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씨451』이 인상 깊었어요. 보통 디스토피아 하면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이 사회를 억압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비해 화씨451에서는 사람들이 자극적인 현대문명에 점점 중독될수록 인간성에 관심을 잃어가고 시민들 스스로가 디스토피아를 초래하여 정부는 그걸 뒤에서 이용할 뿐이라는 설정이 흥미로웠거든요.
『어둠의 심연』은 이전에 읽은 책들에서도 두 번 언급된 걸 본 기억이 있어서 훗날 노예제에 대한 책들을 읽을 때 꼭 골라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또 언급이 되네요! 『회계는 어떻게 역사를 지배해왔는가』라는 경제사 책을 읽었는데 '회계의 역할이 인간의 범죄와 고통을 숨기는 것'이라고 언급하더군요. 아직 읽어보진 못했지만 소설의 등장인물 중에 회계사 직업을 가진 인물이 나온다고 하는데 이미 그 자체로 흑인을 인간이 아닌 수치화 된 재산으로 보는 당시의 시각을 비판하는 의도가 담겨있었나 봅니다.

화씨 451미국 국립 도서 재단으로부터 미국 문학 공헌 훈장을 받은 환상 문학의 거장 레이 브래드버리의 대표작. <화성 연대기>와 함께 브래드버리의 대표작으로 평가받는 <화씨 451>은 과학 기술 발달 이면의 퇴색해 가는 정신문화를 되살리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룬 디스토피아적 미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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