렉싱턴의 유령

D-29
또 하루키의 단편을 보자. 이제 전작주의다. 한국에서 출간된 그의 작품을 전부 섭렵하는 거다.
여행 가기 전에 더 설레고 어떤 사건이 일어날 때 그 사건보다는 그 전의 스릴이 사람을 더 서스펜스로 집어넣는다.
일본인은 자기 고유 역이 있고 남에게 간섭하지 않는 게 원칙이다.
멋있었던 두 여자 나는 언젠가 멋있는 여자 둘을 만났다. 내가 만난 여자 중에서 멋있는 여자이고 또 안 잊히는 여자 중 하나는 자기가 코로나19 때 죽었어야 했다고 말하던 여자였다. 그리고는 술을 있는 대로 마시고 담배를 사정없이 피워댔다. 그녀는 나와 노래를 부르며 춤까지 추었다. 또 한 여자는 같이 술을 마시는데 계속 쉬지 않고 마시면서도 절도 있고 박력 있게 마신 여자였다. 나에게 술을 계속 따라주고 자기도 연거푸 술을 따라 쉬지 않고 마시면서도 그 절도가 흐트러지지 않는 거다. 우린 이야기도 주거나 받거니 죽이 잘 맞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지금까지 같이 술을 마시던 여자 중에서 이 둘이 가장 멋있었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 생각이 들까? 하여간 이 두 여자들은 생각의 깊이가 깊을 것 같았다. 뭔가 깊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하나는 뭔가 안 풀려 이제 죽는 것밖에 없다는 거고, 하나는 뭔가를 향해 자기 고집을 잔뜩 세워 그런 것 같다. 이 여자들을 다시 만나고 싶다. 내게 멋있는 여자들로서 인상이 깊어 그들과 다시 대화를 나누고 싶다. 물론, 술을 같이 마시면서. 끝을 생각하면서, 아주 박력 있게. 내가 그들을 만나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한 여자에겐 분명 장점이 있어 내가 만나고 싶어하는 거지만 꼭 그 여자의 장점을 콕 집어 얘기해 주고 싶고, 한 여자에겐 ‘중꺽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도 지금은 꼭 필요하지만, 내가 호감이 있어 당신을 만나고 싶어하는 거니까 내게만큼은 그렇게 세게 할 필요 없이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한번 해보라고. “당신에 나에 대해 뭘 안다고, 그런 말을 해?”하겠지만 나는 말해 주고 싶다. 아니, 그런 게 아니더라도 대화를 하고 싶다고. 간섭하고 싶은 건 상대에 대해 호감이 있다는 표시니까. 사람 사이에선 무관심이 가장 무서운 법이니까. 나는 단지 내 호감 표시를 그 여자들에게 하고 싶을 뿐이다. 나는 당신과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고 싶다. 여기서 분명히 할 건 “나는 그래도 저 여자들보단 낫다.” 하고 안도하거나 그들을 마치 위에서 내려다보며 동정하거나 하는 게 절대 아니고 나도 저 여자들과 같은 부류라서 동병상련으로 그러는 거라는 거다. 이건 솔직한 내 진심이다. 나를 연민하면서 동시에 그들을 연민한다.
자기 늙은 걸 모르고 젊었을 때만 생각하고 그리고 흥분한 상태에서 족구나 축구를 전처럼 하면 허리가 나가든지 아니면 발목이 나간다.
문학은 꿈의 인간상을 다룬다 오직 한 가지 순수함만을 가지고 평생을 그 느낌과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 있을까. 이런 걸 문학은 다룬다. 현실에선 보기 드문 것을. 그에 대한 내 생각은 믿음과 순수 그것이었는데 정작 그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나머지 나는 그만 큰 상처를 입고 그 상처에서 놓여나지 못한 채 평생을 그 공허한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다. 체념 속에 어떤 표정도 없이. 내 눈은 어디의 응시도 없이 텅 비어 있다. 인간이 내는 모든 표정을 잃었다. 이걸 문학은 다룬다. 상대는 나중에 깨닫는다. 그도 그 사랑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 것이 아니었다. 다만 그때는 그것을 깨닫지 못했을 뿐이다. 자신에게 진정한 삶이 어떤 것인지를. 그는 삶의 알맹이를 상실하고 겉껍데기만 지낸 채 살아온 것이다. 실은 마음 깊은 곳에서는 둘은 진정으로 사랑하는데 운명이 그 둘의 사랑을 질투해서 그 시간을 틀리게 해 서로에게 깊은 상처만 남기고 그 멍을 지닌 채 의미를 상실한 채 살아가게 만든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엇갈릴 수밖에 없는 불행한 연인들. 나중에야 상대가 나 외에 그 어떤 사람과도 그런 사랑을 하지 않고 평생을 살아온 걸 깨닫지만 내가 그것을 알았을 때 상대는 이미 그렇게 할 수 없는 지경에 다다라 되돌릴 수 없게 되었다. 다 알차 챈 난 그 괴로움으로 몸부림친다. 이들이 시간의 뒤엉킴 없이 만났더라면 서로의 결락을 충족했을 것이다. 이러면 또 깊고도 슬픈 사랑은 존재하지 않겠지. 진정한 사랑은 고통을 수반한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과연 그런 사랑이 있을까. 아마도 문학이나 그 작가가 꿈꾸는 그런 인간상을 그에게 투사한 것이리라. 현실에서도 그런 사랑을 갈망하거나 그래야만 진짜로 사는 것처럼 살 수 있다고. 자기 삶에 충일하게. 그런데 결국 인간은 뭔가 결핍이 있고 불완전한 상태에서 상처를 주고받으며 사는 존재로 보인다. 인간의 한계이리라. 다만 도중에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뭔가, 하고 그걸 향해 잠시 갔던 것이리라. 그것이면 충분하다. 결핍은 생명이 존재하는 한 존재한다. “완벽함이란 인간이 지상에서는 결코 누릴 수 없는 ‘어떤 것’이다.” 그렇게 살 수밖에 없으면서도 다시 그 결핍을 채우기 위해 그리로 다시 향하려고 하는 게 인생 아닐까. 인간은 그게 다를지 몰라도 자신의 빈 곳을 채우려는 곳으로 각자 가려는 것 같다. 결핍이 있는 게 삶이라면서도 그것이 자꾸 용납이 안 되어 완벽함과 순수로 몸이 기운다. 그게 불안해 만족하지 못하는 나를 유혹한다. 그리하여 삶은 안주와 긴장을 반복한다. 이렇더라도 결국 완벽은 사막의 신기루에 불과하고, 힘을 빼지 말아야 할 것이, 삶은 이것 아니면 저것이 아니라 그 중간 지대에 존재하므로 여기선 안 되니 자기만의 가상이라도 만들어 완벽을 거기서나마 충족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삶은 회색 지대이고, 절대 명료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은 대개 자기와 성격이나 기질이 정 반대인 사람을 정말로 싫어한다.
하루키는 책에 주인공은 항상 책을 읽거나 레코드를 듣는다. 이건 거의 항상이다.
글을 읽는 게 이토록 위대한 것인지 몰랐다.
항상 좋지 않은 만약을 생각하고 염두에 둬야 한다.
민주노총이 진짜 노조지 올바른 그 사쿠라 노조는 없는 게 차라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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