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모임이 종료되기 전에 겨우겨우 책을 다 읽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방금 다 읽자마자 후다닥 그믐에 들어왔어요.
오프 모임 자세한 후기를 올려주신 분들께 넘 감사하네요. 저는 I 성향이 발동해서 오프 모임은 처음부터 신청하지 않았지만(골방의 독서가 컨셉?ㅋ) 후기로 잠시나마 그 자리에 가 앉은 기분을 느껴 봅니다.
디킨스를 제대로 읽은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과연 대중적 인기를 끌 만한 작가였다 싶어요. (@거북별85 님의 분석에 매우 공감!) 걸출한 입담이나 출생의 비밀이나 반전이라는 면에서 K아침드라마니즘에 버금가는 스토리, 생생한 캐릭터들이 넘쳐나는 것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당대의 평민, 빈민에 대한 그의 관심 그리고 영국 사회에 대한 통찰이 살아있어서 그런 게 아닌 싶습니다.
저는 세 편의 소설 중 '두 도시 이야기'가 가장 좋았어요. 그냥 로맨스 소설인 줄로만 알고 읽었는데 사실 로맨스는 그냥 별첨스프 정도이고, 피의 혁명을 불러온 앙시앵 레짐, 그리고 그 혁명이 어떻게 변질되는가를 생생하게 보여준 소설이어서 마음에 깊이 남았습니다. 포도주가 바닥에 쏟아진 장면으로 시작해서 같은 광장이 기요틴의 피로 물드는 후반부를 대비시킨 서술이라든지, 놀랍도록 신선한 비유와 묘사들... 디킨스의 표현력에 너무 감탄했구요. 주인공격인 루시 마네트나 찰스 다네이가 조금은 밋밋했지만 주변 인물들이 개성적이고 다채로워서 충분히 보완이 되었어요. 사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특정 인물이라기보다, 이야기 자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네트 박사가 겪은 상상을 초월하는 고초, 후작 집안의 파렴치하고 극악무도한 행태, 그럼에도 후작부인이나 찰스를 통해 인간성에 대한 신뢰를 살려내는 이야기 흐름이 압권이에요. 로맨스 드라마에는 주인공보다 매력적인 서브 남주가 종종 등장하는데 시드니 카턴은 그 중에서도 역대급이 아닌가 싶고요. (후반부의 비중이나 인상으로 치면 시드니 카턴이 비극적 남주인 듯도.)
루시 마네트의 매력에 대해서 몇 번 이야기가 나왔는데, 저에게도 루시 양이 눈부시게 매력적인 인물은 아니었지만(드파르주 부인이나 프로스 양처럼 개성이 넘치는 캐릭터들이 옆에 있으니 더욱 밋밋해 보일 수밖에요), 루시가 아버지의 고난이나 찰스의 재판 앞에서 보여주는 강인한 모습은 인상적이었어요. 제가 읽은 책의 역자 후기에서는(시공사 출판, 번역 권민정) 이렇게 설명하고 있어요. 공감이 가는 내용이라 조금만 인용해 봅니다.
'<두 도시 이야기>에서 온화하고 아름다운 루시 마네트는 빅토리아 시대의 이상적인 여인상이다. 오늘날의 시각으로 보면 연약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 그녀는 연민이라는 진정한 힘을 지닌 인물이다. 그녀는 기나긴 투옥 생활로 몸과 정신이 피폐해진 마네트 박사, 선대의 악행을 바로잡으려다 끊임없이 위험에 내몰리는 찰스 다네이, 무기력하고 메마른 삶을 이어가는 시드니 카턴을 진심으로 가엾게 여기고 도우려 한다. 그녀의 따뜻한 연민은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유한다.'
세 편 중 저에게는 (많은 분들이 제일 좋았다고 꼽아주신) '위대한 유산'이 조금 덜 인상적이었는데 문학적 성취는 '올리버 트위스트'보다 훨씬 높은데 요상하게 덜 매력적이었어요. 아마도 너무 대충 읽어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나중에 다시 읽어보고 싶어요.
이렇게 모임 내내 게으르게 참여하다가 뒤늦게 읽고 폭주해서 장문의 글을 올리며 저의 완독후기를 마쳐 봅니다.
그믐 모임 덕분에 세 권을 모두 읽을 수 있었어요. 모임 마련해주신 박산호 작가님, 감사합니다! 작가님의 디킨스 책 고대하겠습니다~
[박산호의 빅토리아 시대 읽기] 찰스 디킨스 ③ <두 도시 이야기>
D-29

흰벽

거북별85
와!! 흰벽님의 두도시 이야기의 설명에 탄복해서 댓글 올립니다😍
전 후반부에서 재미있었지 솔직히 초중반은 다른 두 작품들보다도 따라가기 힘들었거든요~
그런데 후반으로 갈수록 마네트 박사에 대한 전개가 너무 소름끼칠 정도로 극적이라서 몰입하며 읽었습니다 마네트 박사에 관해서는 오프라인 모임에서 박산호 번역가님도 감탄하며 읽었다고 언급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서브남주 시드니 카턴은 찰스 디킨즈가 자신을 빙의시켜 만든 인물이라고 하시더라구요~😅 뭐 이정도 위대한 작품을 집필한다면 자신이 창조한 세계에서 멋진 남주 한명 쯤은 나라고 생각하며 집필할 특권이 있으시겠죠^^;;
전 두번째로 두도시 이야기가 좋았는데 마네트 박사의 삶의 행보나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기요틴의 핏빛 칼날의 묘사와 이를 태연히 바라보는 대중들의 묘사가 섬뜩하고 인상깊었습니다~~
이번 비상계엄 사태때 피가 등장하지 않아서 어찌나 다행인지... 혹여라도 희생자가 발생했다면 두도시 이야기의 기요틴이 21세기 대한민국에 다시 등장하지 않았을까 조마조마 했습니다 그럼에도 희생자가 없었으니 비상계엄이 아니라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니 시민들이 잠깐 놀란 것은 이해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해대니 ... 아직도 갈 길이 머네요~~~😰

거북별85
두도시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번 비상계엄 사태까지 겪으니 생각이 깊어집니다
이번 여의도에서의 젊은 세대들의 탄핵 찬성 집회와 광화문에서 어르신들의 탄핵 반대 대규모 집회를 보니 음~~ 이런 생각이 들더라구요
항상 들은 이야기이지만 일제강점기 해방과 전쟁 후 최빈국에서 선진국까지 빠른 시간에 해낸 국가는 전세계에서 우리나라 밖에 없다고 하더라구요
보통 다른 나라들은 수백년에 걸쳐 걸리는 일을 한국은 거의 한 세대 안에 일어났잖아요 마치 200년 전 두도시 이야기의 마네트 박사나 드파르쥬 부인과 대한민국의 MZ세대가 함께 있는 기분~
그래서 다민족 국가가 아님에도 서로 지내온 세상이 너무 달라서 이해가 힘든거 같아요~ 그럼에도 부모세대이고 자식세대이니 서로 잘 의논하고 협력하며 나아갈 수 있겠죠~
2024년 12월 연말 힘들어도 한걸음씩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시간이 되어, 다음 한걸음을 내딛는 단단한 힘이 되길 바라게 됩니다~🙏🙏🙏

흰벽
오호~ 시드니 카턴이 디킨스 빙의일 줄이야 ㅎㅎ 뭐 디킨스에 대해 잘 모르긴 하지만요~ 여튼 카턴은 여러모로 비극적 인물이고 마지막에 카턴의 독백으로 끝맺는 걸 보면 비중이 만만치않다 싶었는데… 디킨스가 숨겨둔 찐주인공이 아닌가 싶네요ㅎ
비상계엄과 두 도시 이야기 독서가 시기적으로 겹치긴 했으나… 두 도시 이야기에 나오는 혁명은 너무도 핏빛이어서 저는 후반부로 가니까 오히려 두 세계를 겹쳐보지 않게 되더라고요… 피로 물든 기요틴의 묘사… 으으으
정말 이번 계엄이 이렇게 끝난 것은 시민의 힘이죠. 그렇게 생각하면 두 도시 이야기와 겹쳐지면서… 시민의 힘이 방향성을 잘 잡아야 한다는 생각도 들어요. 이번 광장은 구태의 정치를 다시 불러오고 또 다음 광장을 부르는 형국으로 끝나지 않길… 이제 늙어서 광장 나가기도 너무 힘듭니다 허허허

CTL
이 모임 덕분에 디킨즈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되어서 감사했습니다.
<두 도시 이야기>에서 거의 탈락해버렸는데요, 올리버 트위스트까지는 어찌어찌 속도를 맞추었는데, 두 두시 이야기는 첫 장 읽는데 엄청나게 시간이 걸려서.... 속독을 못하는 저에게는 버거웠네요.
디킨즈 말고도 또 다른 작가의 작품을 파고드는 이런 모임이 계속 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말씀 나눠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려요.

쭈ㅈ
오프 모임 후기들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역시 책은 혼자 읽는것도 좋지만 같이 읽고 나누는 매력이 큰 것 같아요. 적극적으로 참여는 못했지만, 올해 디킨스의 주요 작품들을 읽으며 느낀것과 새로 알게된 것들이 나중에라도 종종 생각날거라 확신합니다.
참여 제한 모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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