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수건 한 장이 가장 느리게, 마지막으로 떨어졌다. 날개를 반쯤 접은 새처럼, 머뭇머뭇 내려앉을 데를 살피는 혼처럼
『흰 - 한강 소설』 p76,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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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피
무인양품의 아트디렉터 하라켄야가 2008년 쓴 "백"을 읽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백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하얗다고 느끼는 감수성이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백을 찾아서는 안 된다. 하얗다고 느끼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 백이라는 감수성을 찾음으로써 우리는 평범한 백보다도 더 하얀 백을 의식할 수 있다."
2016년 한강 작가의 "흰"을 구입했던건 "백"의 기억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눈 내리는 계절에 다시 "흰"을 읽어갈 수 있게 된 우연에 감사한 마음입니다.
달샤벳
눈에 대한 표현을 보며 작별하지 않는다에 인선의 흰 새가 떠 올랐어요~
향팔
그 사람을 다시 만나고 싶다면 꼭 그때.
젊음도 육체도 없이.
열망할 시간이 더 남지 않았을 때.
만남 다음으로는 단 하나, 몸을 잃음으로써 완전해질 결별만 남아 있을 때.
『흰 - 한강 소설』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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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라아비현
@모임 9일부터 12일까지는 1장 모든 휜을 같이 읽습니다 이부분을 읽고 인상깊은 문장과 느낀점을 적어주세요
은피
말 대신 우리 침묵이 저 연기 속으로 스미고 있으니, 쓴 약처럼, 쓴 차처럼 그걸 마셔주기를.
『흰 - 한강 소설』 p125,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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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팔
“ 부서져본 적 없는 사람의 걸음걸이를 흉내내어 여기까지 걸어왔다. 꿰매지 않은 자리마다 깨끗한 장막을 덧대 가렸다. 결별과 애도는 생략했다. 부서지지 않았다고 믿으면 더이상 부서지지 않을 거라고 믿었다. ”
『흰 - 한강 소설』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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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피
"넋이 존재한다면, 그 보이지 않는 움직임은 바로 그 나비를 닮았을 거라고 그녀는 생각해왔다." <흰> p109
원자력병원 입원실 커튼을 바라보며 어머니는 내게 나지막이 말했다. "지난밤 내내 머리가 아팠는데, 어디선가 고운 나비가 날아와 한참을 날아다니더라고..."
얼마 뒤 의사는 퇴원을 권유했고, 가족은 어머니를 떠나보냈다.
그 겨울 이후 나는 나비를 만나게 되면 찬찬히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어떤 기억들은 시간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는다. 고통도 마찬가지다. 그게 모든 걸 물들이고 망가뜨린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 <흰> p83
향팔
길었던 하루가 끝나면 침묵할 시간이 필요하다. 난롯불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하듯, 침묵의 미미한 온기를 향해 굳은 손을 뻗어 펼칠 시간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