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엘보의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를 읽고 글쓰기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요

D-29
성인이 된 지 한 참 지난(?) 저도 최근에야 '감정 들여다보기'에 관해 다시 생각해보곤 합니다. 어릴 때부터 사람은 상처를 받지 않고 성장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이 상처와 고통이라는 것이 '몸'이라는 매개체가 없이는 발생할 수 없는 거였어요. 그런 의미에서 '감정을 돌보기'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 중입니다. 몸의 결핍과 필요만 돌보는 것이 아니라 감정도 돌보아주어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이 작업에, 김나은님께서 말씀해주신 것처럼 '무작정 글쓰기'를 활용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무작정 글쓰기'로 뱉어진 표현들이 감정들을 마주할 수 있는 거울이자 창이 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감정을 들여다보는 글쓰기 경험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시도해본 10분 무작정 글쓰기는, 오늘 있었던 일을 가능하면 판단하지 않고 계속 연필을 움직여보는 쓰기였습니다. 중간 중간 머뭇거리기도 하고 오늘 있었던 일의 나열이 되었다가, 잠깐 관련된 저의 생각으로 옆길로 빠지기도 하네요. 피터 엘보의 말대로 ‘진퇴양란’의 상황입니다. 다만 어떤 면에선 그날 있었던 일/경험했던 일에 대해 하루를 마무리 하며 10분 글쓰기를 활용해도 괜찮을 것 같단 생각을 해봅니다. 게다가 저는 아침형 인간이 아니기에, 모닝페이지를 시도해 볼 엄두는 나지 않고요. 대신 수십년 동안 쓰지 않던 일기를 다시 써보는 기분도 들었네요. 무작정 끄적거리기를 하려고 노력했는데, A4 반정도 분량 밖에 나오지 않네요.(물론 손글씨므로) 폰트10으로 입력하면 절반도 나오지 않겠군요. 제 글쓰기를 되돌아보면 아직 의식이 끊임없이 생각에 개입하고 글쓰기를 방해하는 역할도 하는 것 같구요. ‘무작정 글쓰기’를 ‘무의식적 글쓰기’(29p)라고도 한다는 것이 기억납니다. 좀 더 연습하면 이 의식이 개입하고 방해하는 빈도수가 줄어들지, 아니면 이것도 의식적으로 조절이 가능할지(이 말도 자기모순적이네요^^)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다른 분들 중에서 <아티스트웨이>를 읽으시고 모닝 페이지를 해오시는 참여자 분들의 경험은 어떠신지 궁금하네요~!!
10분 쓰기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보다도 교정을 보지 않고 쭉 써나가는 연습이 된다는 것이다. 이 연습에 단련되지 않으면 글쓰기가 어렵게만 느껴진다.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 p56, 피터 엘보 지음
글쓰기는 해결 불가능한 이런 진퇴양난에서 시작한다.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 p57, 피터 엘보 지음
우리는 글을 시작할 때와 전혀 다른 방향에서 글이 끝날 거라고 예상해야 한다.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 피터 엘보 지음
모든 생명 에너지는 당신이 무시하거나 망각하고 있는 경험의 어느 한 구석에 갇혀 있는 법이다.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 P.104, 피터 엘보 지음
재료가 더 뜨거운 온도에서 익는 요리,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지속적이고 신비롭고 미세하고 밀도 높게 변하는 요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 P.106, 피터 엘보 지음
모든 건 탈선에서 시작된다. 글의 전체 맥락과 안 맞아 괄호 친 한 문장에서 새 글이 시작될 수도 있는 것이다. 우리의 느낌과 본능에 기회를 주자.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 p59, 피터 엘보 지음
글을 쓴다는 것은 대야나 연못을 한 번 채우는 것이 아니라, 맑은 물이 나올 때까지 물을 계속 흘려 보내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 p60, 피터 엘보 지음
글쓰기 실력을 늘리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일단 쓰기 시작해서 무작정 내리 쓰는 거라면 먼저 체험하는 것은 혼돈과 방향 상실이다.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 p63, 피터 엘보 지음
생명체는 대부분의 과정을 시 간의 흐름과 함께 순환하고 발전하여 마지막에는 처음 시작할 때와 전혀 다른 형태를 취한 다.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 p.67, 피터 엘보 지음
글쓰기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고 날뛰는 말을 타는 것이고, 그 말은 붙잡고 있는 동안에도 계속 모습을 바꾸는 프로테우스다. 필사적으로 말을 붙잡아야 하겠지만, 너무 세게 붙잡으면 말은 스스로 변신하지 못하고 결국 글쓰기의 진실도 전해주지 못한다.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 p.56, 피터 엘보 지음
머릿속의 쓰레기를 종이 위에 토해내지 않는다면, 그것은 정말로 머릿속을 온통 감염시킬 것이다. 머릿속의 쓰레기는 우리에게 해롭지만, 종이 위에 쏟아낸 쓰레기는 안전하게 쓰레기통으로 들어갈 것이다.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 p.35, 피터 엘보 지음
최종 생산물의 세포 하나하나에 전체 설계도와 소우주(유전자)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 무작정 쓴 글이 천천히 공들여 쓴 글보다 더 나은 글이 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 P.107, 피터 엘보 지음
당신 안에서 글쓰기를 방해하는 원인이 무엇인지 들여다봐야 한다. 진짜 문제는 글쓰기가 아니라 당신 자신일 지도 모른다.
글쓰기를 배우지 않기 P.118, 피터 엘보 지음
안녕하세요. 지난 며칠 간 놀라기도 하고 걱정도 되어 진도를 잠시 잊었습니다. 네 번째 진도를 공지합니다. [참고용 읽기 진도] 12/05(목)-12/08(일)까지, 4장 교사 없는 글쓰기 모임 (~170p)까지 입니다. 이제 '무작정 쓰기'와 '글쓰기 과정'에 대한 안내를 지나 글쓰기 모임에 대한 읽기입니다. 저자가 요구하는 모임에 대한 요건이 다소 까다로운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독서 모임 문화를 고려할 때 바로 적용하기 쉽지 않아 보이는 점도 있는 것 같구요. 독서 모임/글쓰기 모임에 경험이 있는 분들의 참여를 기대합니다. 이어서 네 번째 질문은, 독서 모임/글쓰기 모임 경험 중에서 좋았던 점이나 아쉬웠던 점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함께 읽기 이후에 모임을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텐데요, 저자가 언급한 부분에 대한 논평이나 비판도 좋겠습니다. '문장 수집'은 각자의 페이스에 맞춰서 계속 해주시면 됩니다.
해당 챕터를 절반으로 나눠서, 이틀 전에 앞부분을, 나머지는 오늘 읽었습니다. 앞부분을 읽으며 독서 모임을 만들고 싶은 욕구가 일었고, 기어이 구체적인 상상으로까지 번졌어요. 함께 일하는 동료분들 중 7명을 모아 “창조적 시선”과 같은 벽돌 책을 3개월에 걸쳐 함께 독파하는 내용이었죠. 그런데, 오늘 나머지 절반을 다 읽고 나니 그 마음이 사라졌음을 확인했어요. 저자의 사려 깊은 가이드를 읽을 때 조금 지치는 기분이 들었는데, 생각 이상으로 고려할 것이 많아서 그런 걸까요? 아니면 시작부터 벽돌책을 골라서 그런 걸까요? 다른 분들은 어떠셨는지 궁금하네요. 해당 챕터를 읽고, 만들고 싶거나 참여하고 싶은 마음이 드셨나요? 아뿔싸... 다쓰고 나니, 완벽한 논점 이탈이었네요. 글쓰기 모임을 독서 모임으로 착각하다니..
글쓰기 모임에 대한 부분에서는 피터 엘보가 언급하는 '모임의 요건'에 대한 기준이 꽤나 까다롭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자 자신도 여러 모임에 참여했고, 숱하게 '실패'한 모임을 경험했다고 말하고 있어서, 어디나 쉽지는 않구나 싶었습니다. 한편으로 모임 참여자가 이런 모임의 일반적인 모습들(우왕좌왕하거나 삐걱대는?)이 함께 나아가는 과정이라고 인식한다면 또 다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보구요. 물론 이것도 쉽지 않은 문제긴 하네요. 모든 모임이 흡족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런 경험을 통해서 무언가를 알게 되거나, 부족함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다면 부정적인 경험만은 아닐 수 있겠다는 정도로 생각해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토론 거리 (feat. 아티스트 웨이 경험담) 82쪽 뭔가를 글로 쓰는 것이 성장을 자극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뭔가를 쓸 때, 과도하게 몰두해서 쓰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우리는 글의 대상을 한 걸음 떨어져서 생각할 수 있다. ... 글로 풀어 쓴 생각이나 인식의 한계가 더 잘 보이고 그로 인해 새로운 생각이나 인식을 받아들이게 된다. 94쪽 일기의 역할은 종이 위의 기호(단어나 문장)와 나 사이에 상호작용을 일으키는 것이다. 격한 감정을 품고 있다가 그것을 거침없이 쏟아 놓으면, 거리감과 통제력이 생기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감정을 더 깊이 느끼게 된다. 무력감에 빠지거나 휘말리지만 않는다면 때로은 어떤 감정을 더 강하게 느끼는 것은 좋다. 이 두 문단은 모순됩니다. 과도한 몰두를 전제하지 않는다가 그렇게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인데, 실제로는 그 감정을 더 강하게 느끼게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모닝페이지를 오래 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글쓰기를 통해서 강한 감정을 느낀 후 그것에서 빠져나와 적절한 자기통제력을 얻기 위한 글쓰기 방법은 무엇일까요?
말씀해주신대로 저자가 어떤 조건적인 상황을 염두에 두는 상황 같긴 한데요, 모닝페이지를 꾸준히 안해봐서 감정의 변화에 주목해보면 좀 더 이해할 수 있을까 싶네요. 이 부분은 무작정 글쓰기 방식을 어느 기간 이상 해보신 분들의 경험이 궁금해집니다. 무작정 글쓰기를 하면서 '의식적'으로 감정의 깊이를 조절하기도 쉽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혹시나 이런 경우, 그저 물을 흘려보내듯이 내보내다보면 진정이 되는 과정을 맞을 수 있지 않을까 짐작만 해봅니다. 아니면 정말 당시의 감정에 푹 젖듯이 마주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올 수 있는 것일까요? 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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