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서점] 문이영 <우울이라 쓰지 않고> 같이 읽기

D-29
걸으며 본 풍경들을 '우울이라는 장소의 지형'이라고 표현하다니, 어떻게 이런 말을 만들어 낼 수 있었을까요. 모두가 같은 하늘을 보고 같은 바람을 맞아도 각자 느끼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들에서 '특별하고 불가해한 기쁨'을 느끼며, 그 기쁨을 글로 표현할 수 있다는 건 참 특별한 능력인 것 같습니다.
'인간인 내가 인간 아닌 이 땅의 수많은 존재들, 가령 한 그루의 나무보다 특별할 이유는 조금도 없는 것이다. 기쁨에 종류가 있다면 이런 깨달음이 선사하는 기쁨은 내 존재를 부풀리고 과시하면서 얻는 기쁨과는 분명 다른 기쁨, 말하자면 차갑고 고요한 기쁨일 것이다.'(34p)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읽어 나갈수록 느끼는 것이지만, 걸을수록 아는 것이 줄고 모르는 것이 늘어난다는 말은 '참'입니다. 모르는 것을 발견하고 그것을 다시 알아가는 기쁨. 그 기쁨을 통해 나를 알아가는 또 다른 기쁨. 이것을 반복하고 이 기쁨에 집중하면 오늘 내가 그린 우울의 지형은 저절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매일 똑같은 길 위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마음의 눈'으로 오늘 하루 일과를 바라보고 새로운 기쁨을 찾아보아야겠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늘은 퇴근하며 좀 걸어야겠다는 생각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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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은 오늘까지 읽으시며 어떤 문장에 마음이 꽂히셨는지 궁금합니다. 오늘 얻은 기쁨은 무엇이 있었는지도!
오늘 '파란대문'까지 읽었습니다. 마지막 문단의 첫 문장 '아이가 자신의 장난감을 기억하듯 그 동네를 기억한다.' 이 문장이 참 인상 깊네요. 어린 시절 잠깐 외할머니 살았던 때가 떠오르기도 하고요. 파란대문은 아니었고, 요즘 식으로 설명하면 상가 건물 2층에 살았는데 좁은 입구의 대문은 낡고 오래된 알루미늄 문에 무늬가 있는 유리 창이 있었던 게 기억납니다.
오늘은 '옥상' 과 '여름' 챕터를 읽었습니다. 에세이 중반까지 읽으면서 느낀 건 각각 한 편의 에세이 속에서 여럿 사진들을 보는 것 같아요. 장소든 시간이든 그때 작가 눈에 포착된 순간들을 앵글로 담아서 글로 쓴 느낌입니다. 읽으면서 차분해지는 효과도 얻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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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급해 '파란대문' 챕터까지 읽고 그믐에 접속했습니다. 참여를 신청한 나머지 세분.... 어디 계시나요?ㅠㅠ 그믐 사이트가 푸시 알림이 없어서 설마 신청한 걸 잊으신 건 아니겠지요. 저희 서점에서 책 구입하신 분도 계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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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를 보면 아득하게 느껴지는 그곳은 눈을 감으면 외려 선명해진다.(...) 몸으로 익힌 장소라서 그렇다.(61p) '파란 대문' 챕터 초반에 등장하는 글입니다. '몸으로 익힌 장소' 이 부분을 읽으며 나에겐 그런 장소가 있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여러분은 있나요? 눈을 감아도 선명한 장소.
저는 꿈에 자주 등장하는 장소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 살던 강원도의 작고 허름한 동네, 그 동네를 가로지르던 작은 언덕배기입니다. 그 언덕은 집에서 초등학교 정문으로 이어지는 등굣길이었습니다. 언덕 위에는 교회가 우뚝 있어서 교회 대문 앞에 다다르면 '이제 반은 왔구나', 했던 길이지요. 언덕 오르막길엔 자그마한 상점들이 늘어서 있어 아침마다 아이들 뒤통수로 북새통이었고요. 내리막길엔 널찍한 계단이 피아노 건반 마냥 펼쳐져 있고, 그 옆으로는 커다란 담벼락이 꼿꼿하게 버티고 있었습니다. 친구들과 가위바위보 하며 한 칸 한 칸 내려가다 보면 어느샌가 학교 정문이 나타났습니다. 지금도 귓가엔 가위바위보 하는 소리가 생생합니다. 티격태격하며 내려오던 친구의 얼굴은 잊었는데 그 길의 풍경만은 선명합니다. 언덕을 지나던 자동차가 뒤꽁무니로 풀풀 일으키던 먼지바람의 모양까지도요. 꿈에 계속 나오는 이유라면 역시 '몸으로 익힌 장소'인 탓 아닐까요. 남은 기억이 거의 없는 어린 시절부터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오르락 내리락하던 곳이었으니까요. 다 자라서 그곳에 갔을 땐 언덕은 오랜 기억보다 더 야트막해서 놀랐습니다. 열심히 뛰어오르던 계단이며 무시무시했던 담벼락은 세련된 무언가로 바뀌어 예전의 모습이라곤 온데간데없어 슬펐고요. 그래도 여전히 꿈엔 그때 그 장소가 나옵니다. 꿈속의 나는 다 자라있는데.
안녕하세요, 서점에서 책 산 사람 .. 아마 저인거같네요 하하 / 갑작스러운 출장에 책을 챙기지 못했습니다. 이제서야 틈이 생겨 책장을 넘기고 그믐에 들려보네요. 직장으로 인해 우울한 저에게 ’우울이라 쓰지 않고‘라는 제목이 역설적으로 다가와 호기심에 모임을 신청하게 되었어요. 아주 늦은 인사를 드리며 내일 이어서 책 이야기를 나누도록 할게요!
오! 잘 오셨습니다~! 기다리고 있었어요. 반쯤은 약간의 포기도 있었지만ㅎㅎ 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은 분량이 길지 않고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금방 읽힐 듯합니다. 남은 기간 동안 같이 읽어봅시다.
저는 오늘 겨울 챕터까지 읽었습니다. 여름과 겨울 챕터가 연이어 있어서 계절의 냄새를 더 또렷하게 느꼈습니다. 여름은 견디는 것이고 겨울은 기다리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 저는 큰 공감을 하면서요. 저도 두 계절을 항상 그렇게 맞이합니다. 작가는 겨울을 팔월부터 기다린다고 하는데, 저는 더 일찍부터 기다리곤 합니다. 그러다 추석이 오면 그해에 올 크리스마스를 기대하는 식이죠. 그런 마음을 고수하다 보면 어느 틈엔가 한 계절이 끝장나있더라고요.
겨울이 품은 소리와 냄새를 좋아하고, 그 소음 속에서 잠드는 밤을 좋아한다는 부분에서는 절반만 동의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겨울이 품은 소리는 '적막, 적요, 정적' 같은 단어들로 밖에 표현이 안됩니다. 아마도 유년 시절에 겪은 겨울의 소리 때문인 것 같습니다.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 살았거든요. 이제는 그곳도 예전만큼 눈이 내리진 않는다지만. 한창 많이 내리던 시절에는 그 많은 눈이 소음을 덮어 웅웅대기만 했습니다. 그럴 때 산에 오르면은, 꼭대기로 갈수록 사위가 밝아지면서 잠적해져 방향감각을 잃어버릴 정도가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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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얘기지만, 비밀이 많아지면 할 수 있는 말이 줄어든다. 말이 사라진 자리에 풍경들이 도착한다. 어떤 풍경은 금방 지나가고 어떤 풍경은 조금 오래 머물지만 영원히 머무는 법은 없다. (106p) 말 따위 필요 없이 기억에 오래 머문 풍경, 여름을 보내고 겨울을 기다리며 본 풍경 중 마음속에 오래 간직되었으면 하는 풍경이 있으신가요? @마토 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작가만의 앵글에 담긴 계절을 읽고 있자니, 각자의 앵글에 담겨있을 최신의 풍경이 궁금해졌습니다.
어제 새벽에는 <태양> 챕터를, 오늘은 <나무> 를 읽었어요. 밤낮이 완전히 바뀌어 새벽 5시가 다 된 시간에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접속 전까진 알림이 울리지 않아 새벽에도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으니 ㅎㅎ 불편하다 느꼈던게 나름 좋게 느껴지는 순간이네요! 앞서 마토님은 눈 뜨자마자 하늘을 확인하신다고 하셨는데, 저는 반대로 하늘을 보고 살지 않았어요. 지난 2년 동안요. 자취방이 1층이기도 했고,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자기 바빠 햇빛이 숙면에 방해가 됐거든요. 햇빛을 외면하다보니 오전 10시 취침 오후 7시 기상하는 아주 괴상한 생활을 했죠. 매일 찾아오는 새벽 감성을 피하지 못 하고 온몸으로 만끽하게 된 건 덤이고요. 그때가 예민함과 낮은 자존감의 절정이었던거 같아요. 지금은 다시 본가에 들어와 살고 있는데, 출근하지 않는 주말엔 일부러 커텐을 젖혀 환기를 시키며 바깥을 괜히 들여다보곤 해요. 제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고 싶어서요!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빌라단지여서 별 볼 일 없는 경치지만, 그 틈에 보이는 뒷산과 하늘은 매일 변하더라고요. <태양> 챕터에선 ’햇살은 텅 빈 집 여기저기를 조용히 파고들었다.‘ 라는 문장이 제일 좋았어요. 마침 저번 주베란다에 드는 그림자가 길어진 것을 보고 겨울이 왔을음 실감했는데, 그때 느꼈던 묘한 감정을 떠올리게 한 문장이어서요. 그 뒤에 이어진 문장들도 표현이 어찌나 기가 막힌지..!
'태양' 챕터의 그 문단, 저도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읽었습니다. 저는 '낮은 자세로 바닥을 밀고 들어와 어둠 속 먼지를 부드럽게 흔들어 깨웠다'는 표현에서 무릎을 쳤지요.(물론 이것도 상상으로) 햇볕이 공간 속에 들면 공기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무언가들이 보일때가 있잖아요. 묘하게 고요하고 정적인 장면을 이렇게 표현해 놓으니 새롭더라고요. '햇살 속에서 햇살을 찍으며 무언가를 자세히 보는 법을 배웠다'라는 말에서는 허를 찔린 기분이었어요. 그저 당연하게만 생각하고 있던 것을 새롭게 보고 아름다운 말로 기록하는 사람들이 세상엔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계속 읽지 않을 수가 없어요.
현생에 치여 며칠 글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새롭게 글 남겨주신 분도 계시네요. @요니 님 반갑습니다. 무슨님께서 애타게 기다리고 계셨어요. 하하하하....
요 며칠 만에 부쩍 쌀쌀해진 기분입니다. 기분 탓이 아니라 그새 기온이 뚝 떨어진 것이겠지요? 오늘 읽은 부분은 '겨울' 과 '버스' 챕터 입니다. 전 날씨에 예민한 사람 맞는 것 같습니다. 춥다~하면서 '겨울'을 읽으니 앞으로 다가올 겨울 냉기의 매운 맛이 벌써 부터 매섭습니다. 저자의 여럿 기억들을 따라 읽다 보면, 문득 내가 뭘 읽고 있는지 헷갈립니다. 그때의 기억을 콜라주 처럼 엮은 글이라서 시작과 끝이 많이 다른 느낌이에요. 신기한 것은 읽다 보면 나는 무얼 기억 하나를 떠올린다는 점입니다. '겨울' 챕터에서 가장 좋았던 문장입니다. "겨울은 밤에 도착한다."(100쪽) 겨울에는 밤이 길어지죠. 기울어진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이유 때문이지만, 둘 이 오래 붙어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겨울은 밤에 도착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요. 말장난 같은 엉뚱한 생각이었습니다.
@마토 님 말씀처럼 저도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갑자기 다른 사색에 빠지고 공상하게 되는 듯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이런게 에세이의 묘미 같은 걸까요? 다른 사람의 시선, 시간을 따르는 것 같지만 결국엔 나의 시선, 시간, 생각을 쫓게 되는... 그나저나 저는 겨울은 밤이 기니까, 반대로 아침에 도착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마토님 말씀을 들으니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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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목요일에 오지 못해서, 토요일에 왔습니다. '눈' 챕터까지 읽었고, 이제 세 챕터만 남겨두고 있어요. 모임 마지막 주는 모임 마지막 날 와서 이야기 마무리 할까 싶어요. 지난번 마토님 모임에 참여했을 때 모임 마지막 날 조금 늦게 접속했더니 이미 모임이 종료돼서 들을 남길 수가 없더라고요.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해 굉장히 아쉬웠던 적이 있기에... 이번엔 그렇게 안되기를 바라봅니다.
'버스' 챕터에서는 '진짜 이야기는 관자놀이에, 귓바퀴에, 머리칼 끝에 있다. 호흡에 따라 오르내리는 등의 움직임에, 불편감에 못 이겨 자꾸만 고쳐 앉는 자세 속에 있다. 진짜 이야기는 정면에서 보이지 않는다.(120p)' 는 문장에 공감했습니다. 요즘은 마스크 때문에 눈밖에 보이지 않지만, 그러지 않았던 시절에는 버스나 지하철에 타서 그런 각자의 진짜 이야기를 상상하곤 했었거든요. 그러면 아침 지옥철에서도 아량을 베풀 수 있게 되더라고요. '아, 이 사람은 지금 내가 뒤에 있는 걸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깊은 고민이 있는 것이다, 아침부터 상사에게 깨지고 있는 지도.' 뭐 이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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