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서점] 문이영 <우울이라 쓰지 않고> 같이 읽기

D-29
겨울이 품은 소리와 냄새를 좋아하고, 그 소음 속에서 잠드는 밤을 좋아한다는 부분에서는 절반만 동의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겨울이 품은 소리는 '적막, 적요, 정적' 같은 단어들로 밖에 표현이 안됩니다. 아마도 유년 시절에 겪은 겨울의 소리 때문인 것 같습니다.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에 살았거든요. 이제는 그곳도 예전만큼 눈이 내리진 않는다지만. 한창 많이 내리던 시절에는 그 많은 눈이 소음을 덮어 웅웅대기만 했습니다. 그럴 때 산에 오르면은, 꼭대기로 갈수록 사위가 밝아지면서 잠적해져 방향감각을 잃어버릴 정도가 되지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당연한 얘기지만, 비밀이 많아지면 할 수 있는 말이 줄어든다. 말이 사라진 자리에 풍경들이 도착한다. 어떤 풍경은 금방 지나가고 어떤 풍경은 조금 오래 머물지만 영원히 머무는 법은 없다. (106p) 말 따위 필요 없이 기억에 오래 머문 풍경, 여름을 보내고 겨울을 기다리며 본 풍경 중 마음속에 오래 간직되었으면 하는 풍경이 있으신가요? @마토 님이 언급하신 것처럼 작가만의 앵글에 담긴 계절을 읽고 있자니, 각자의 앵글에 담겨있을 최신의 풍경이 궁금해졌습니다.
어제 새벽에는 <태양> 챕터를, 오늘은 <나무> 를 읽었어요. 밤낮이 완전히 바뀌어 새벽 5시가 다 된 시간에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접속 전까진 알림이 울리지 않아 새벽에도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있으니 ㅎㅎ 불편하다 느꼈던게 나름 좋게 느껴지는 순간이네요! 앞서 마토님은 눈 뜨자마자 하늘을 확인하신다고 하셨는데, 저는 반대로 하늘을 보고 살지 않았어요. 지난 2년 동안요. 자취방이 1층이기도 했고, 해가 중천에 떠 있을 때 자기 바빠 햇빛이 숙면에 방해가 됐거든요. 햇빛을 외면하다보니 오전 10시 취침 오후 7시 기상하는 아주 괴상한 생활을 했죠. 매일 찾아오는 새벽 감성을 피하지 못 하고 온몸으로 만끽하게 된 건 덤이고요. 그때가 예민함과 낮은 자존감의 절정이었던거 같아요. 지금은 다시 본가에 들어와 살고 있는데, 출근하지 않는 주말엔 일부러 커텐을 젖혀 환기를 시키며 바깥을 괜히 들여다보곤 해요. 제가 살아있다는 걸 느끼고 싶어서요! 건물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빌라단지여서 별 볼 일 없는 경치지만, 그 틈에 보이는 뒷산과 하늘은 매일 변하더라고요. <태양> 챕터에선 ’햇살은 텅 빈 집 여기저기를 조용히 파고들었다.‘ 라는 문장이 제일 좋았어요. 마침 저번 주베란다에 드는 그림자가 길어진 것을 보고 겨울이 왔을음 실감했는데, 그때 느꼈던 묘한 감정을 떠올리게 한 문장이어서요. 그 뒤에 이어진 문장들도 표현이 어찌나 기가 막힌지..!
'태양' 챕터의 그 문단, 저도 지나치게 구체적으로 상상하며 읽었습니다. 저는 '낮은 자세로 바닥을 밀고 들어와 어둠 속 먼지를 부드럽게 흔들어 깨웠다'는 표현에서 무릎을 쳤지요.(물론 이것도 상상으로) 햇볕이 공간 속에 들면 공기중에 떠다니는 미세한 무언가들이 보일때가 있잖아요. 묘하게 고요하고 정적인 장면을 이렇게 표현해 놓으니 새롭더라고요. '햇살 속에서 햇살을 찍으며 무언가를 자세히 보는 법을 배웠다'라는 말에서는 허를 찔린 기분이었어요. 그저 당연하게만 생각하고 있던 것을 새롭게 보고 아름다운 말로 기록하는 사람들이 세상엔 참 많은 것 같습니다. 계속 읽지 않을 수가 없어요.
현생에 치여 며칠 글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새롭게 글 남겨주신 분도 계시네요. @요니 님 반갑습니다. 무슨님께서 애타게 기다리고 계셨어요. 하하하하....
요 며칠 만에 부쩍 쌀쌀해진 기분입니다. 기분 탓이 아니라 그새 기온이 뚝 떨어진 것이겠지요? 오늘 읽은 부분은 '겨울' 과 '버스' 챕터 입니다. 전 날씨에 예민한 사람 맞는 것 같습니다. 춥다~하면서 '겨울'을 읽으니 앞으로 다가올 겨울 냉기의 매운 맛이 벌써 부터 매섭습니다. 저자의 여럿 기억들을 따라 읽다 보면, 문득 내가 뭘 읽고 있는지 헷갈립니다. 그때의 기억을 콜라주 처럼 엮은 글이라서 시작과 끝이 많이 다른 느낌이에요. 신기한 것은 읽다 보면 나는 무얼 기억 하나를 떠올린다는 점입니다. '겨울' 챕터에서 가장 좋았던 문장입니다. "겨울은 밤에 도착한다."(100쪽) 겨울에는 밤이 길어지죠. 기울어진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이유 때문이지만, 둘 이 오래 붙어 있다고 생각하니 뭔가 잘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겨울은 밤에 도착하는 것은 아닐까? 하고요. 말장난 같은 엉뚱한 생각이었습니다.
@마토 님 말씀처럼 저도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 가다보면 갑자기 다른 사색에 빠지고 공상하게 되는 듯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이런게 에세이의 묘미 같은 걸까요? 다른 사람의 시선, 시간을 따르는 것 같지만 결국엔 나의 시선, 시간, 생각을 쫓게 되는... 그나저나 저는 겨울은 밤이 기니까, 반대로 아침에 도착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는데요. 마토님 말씀을 들으니 그렇게도 생각할 수 있겠구나 싶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지난 목요일에 오지 못해서, 토요일에 왔습니다. '눈' 챕터까지 읽었고, 이제 세 챕터만 남겨두고 있어요. 모임 마지막 주는 모임 마지막 날 와서 이야기 마무리 할까 싶어요. 지난번 마토님 모임에 참여했을 때 모임 마지막 날 조금 늦게 접속했더니 이미 모임이 종료돼서 들을 남길 수가 없더라고요.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 못해 굉장히 아쉬웠던 적이 있기에... 이번엔 그렇게 안되기를 바라봅니다.
'버스' 챕터에서는 '진짜 이야기는 관자놀이에, 귓바퀴에, 머리칼 끝에 있다. 호흡에 따라 오르내리는 등의 움직임에, 불편감에 못 이겨 자꾸만 고쳐 앉는 자세 속에 있다. 진짜 이야기는 정면에서 보이지 않는다.(120p)' 는 문장에 공감했습니다. 요즘은 마스크 때문에 눈밖에 보이지 않지만, 그러지 않았던 시절에는 버스나 지하철에 타서 그런 각자의 진짜 이야기를 상상하곤 했었거든요. 그러면 아침 지옥철에서도 아량을 베풀 수 있게 되더라고요. '아, 이 사람은 지금 내가 뒤에 있는 걸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깊은 고민이 있는 것이다, 아침부터 상사에게 깨지고 있는 지도.' 뭐 이런...
카페의 바테이블을 스쿼시와 비교하고 그것을 상대와 대화하는 것이라 표현하며(124p) '당신이 흘리는 이야기를 붙잡기 위해 나를 잃어버린다'고 하는 부분에서는. 나는 나를 잃어버리면서까지 상대와 대화를 한 적이 있었나 그렇게 까지 대화를 하고 싶은 상대가 있었나 돌이켜보았습니다. 요즘은 사실 그 정도로 궁금증이 이는 사람이 없기도 하고요, 누군가와 대화를 할 때도 내가 중심이 되어 내 이야기를 어떻게든 더 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듯 합니다. 대화하며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 사람을 목격할 때마다 아,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했었는데. 나도 결국엔 그렇게 변하고 마는건가, 이유가 뭘까,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서로를 향해 가는 모험'의 의지가 점점 사라지고 있기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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