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로스 - 울분,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 다른 이유로 느끼는 울분이라는 감정

D-29
저는 사실 어느정도의 부조리는 있고, 내맘에 다 들겠나 싶은 사람이라서 마르크가 좀 예민했다 보여요. 갈등이 있을땐 그 매듭을 풀어나가는 연습이 하나도 안되어 있다고 보여요. 그건 부모님의 양육관에도 원인이 있겠죠.
마르크는 타인의 기대와 압력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자존심이 강해 작은 도전이나 비판에도 강렬한 반응을 보여요. 특히 대학에서의 사건들(학업, 인간관계, 그리고 여자친구 올리비아와의 복잡한 관계)에서 상황을 지나치게 분석하며, 그 과정에서 더욱 고립되고 폭발적인 감정을 마구 드러내고 있어요.
그런데 주변의 환경이 인간이 되게 예민할 수 있는 부분만 건드는 것같기도 했어요ㅋㅋ 거기에 쐐기를 박은 게 '남들은 가만히 있는데 왜 너만 그러냐'는 분위기였지요. 남들이 정말 무디고 관심이 없어서 가만히 있었을까 싶더라구요. 괜한 마찰을 일으켜 피곤하고 싶지 않아 참는 것일 수도 있는데 가해 학생들은 그걸 모르는 것 같더라구요. 물론 마커스의 대처도 조금 잘못되긴 했지요. 소통하는 방법을 충분히 배우며 자랐다면, 서로간의 문제가 생겼을 때 좀 더 부드럽게 해결할 수 있었을 테니까요.
피해자적인 관점도 있죠. 마커스는 아버지의 과잉 보호와 통제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어요. 아버지의 지나친 관심과 간섭은 그에게 심리적 부담이 되고, 이러한 환경은 그가 스스로를 억압받는 피해자로 느끼게 만들었을테죠. 대학 생활 중에도 유대인 정체성과 미국 사회의 문화적 갈등 속에서 소외감을 느끼며, 결국 마커스의 피해자 의식이 더더 커진듯해요.
맞아요. 스스로가 스스로를 더 피해자로 몰아가는 게 보이긴 했어요. 작은 소란으로 끝날 일을 매번 크게 키워 자신은 심각한 피해자임을 증명해보이려 하는 모습이 간간이 나왔었어요.
룸메이트 이야기가 나와서 잠시 여담을 해보자면 요즘 아이들(대학생을 포함하여)은 룸메이트 자체를 꺼려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성격이 맞고 안맞고를 떠나서 타인과 한 공간에 있는 것 자체를 싫어한다고 하더군요. 기숙, 하숙 같이 배려가 필요한 공간 생활을 피하려는 경향이 많이 두드러졌다고 합니다. 외동이 많아지면서 혼자의 생활에 익숙해진 것, 부모의 부족함 없는 캐어에 사적 공간을 타인과 공유하는 것에 대한 불만 등이 원인이지 않을까 싶어요. 마커스의 경우에도 요즘 아이들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내가 조금이라도 불편한 건 못 참는다! 라는 부분에서요. 룸메이트의 행동이 과하긴 했지만요. 가정사로 인해 단독으로 생활할 수 있는 기회조차 가질 수 없었다는 게 마커스의 울분을 더욱 고립시키고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저도 마커스가 좀 예민한게 아닌가... 그렇게 생각이 들더라구요 ~ 물론 이게 양육의 방식 때문에 불편한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 이 떨어진다고 생각이 들수도 있지만 타고난 성향 같더라구요. 좀 답답했어요 이해가 살짝 가려고 하다가도 왜 이렇게 까지 할까? 하는 생각도 했네요
이게 제 3자의 입장에서보면 뭐 저리 예민해? 라고 생각이 들다가도, 내가 저 상황에 처하게 되면 또 예민하게 굴어질 수도 있더라구요ㅋㅋ 피해자의 위치에 서면 사소한 것도 나를 향한 공격처럼 느껴질 수 있으니까요.
나는 그것도 좋았다.내가 어른이 되던 시점에서는, 갑자기 모든 것이 그렇개 까다로워지기 전에는, 나는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데 큰 재눙을 보이던 사람이었다
울분 P.26,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아버지고 내가 피를 좋아하도록 가르치지믐 못했다. 아니, 니는 피 앞에서 무심해지지도 못했다
울분 P.47,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앗~저도 이 부분~!!
나는 아버지나 룸메이트들과 전투를 벌일 배짱이 없었듯 학생과장과 전투를 벌일 배짱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럼에도, 그런 약한 사람임에도 나는 전투를 하고 말았다
울분 P.121,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다들 끝까지 읽으셨겠지만, 이 부분이 결말의 비극으로 이어지는 점이 너무 슬펐어요. 어떤 것에도 제대로 저항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바깥으로 나와버린 성인의 모습이랄까요.
저도 초년생때가 떠오르더라고요 자다가 이불킥을 하던 시절 😭 대화 중 강압적인 학생과장 때문에 답답했습니다 “나는 알 수 없는 것에 대비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처음 20대가 되어 성인이 되었을 땐 누구나 다 그런 의욕가다는 있었던 것 같아요ㅋㅋ 꼭 마커스같은 모습은 아니더라도 뭐든 더 잘해야겠다(노는 것도 포함하여), 더 많이 해야겠다는 의욕만 가득가득했던 기억이 저도 있네요. 매사 틀어지는 것이 두려워 늘 다음 플랜을 머릿속에 구상하고 있고요ㅋㅋ
정말요 ㅋㅋ 다 해보고 싶어 조급하죠 열정만수르 시절 ~
마커스는 자신의 인생을 통제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운명처럼 보이는 결과에 직면하게되는 게 안타까웠어요. 요즘 여러 책속에서 자주드러나는 개인이 운명을 얼마나 통제할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인 질문도 하게되네요.
스토너와는 달리, 운명에서 벗어나려 최선을 다해 발버둥 친 결과가 비극이어서 더 감정적으로 동조되었던 것 같아요. 저는 개인적으로 스토너의 이야기는 별로더라구요. 큰 저항없이 흘러가는대로 살다보니 여기까지 왔다, 라는 게... 어떻게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어떤 극적인 노력이나 극적인 반전을 경험하는 인생을 살지 못하기에 스토너의 삶이 더 공감될지는 모르겠으나, 소설에서만큼은 조금 더 극적인 어떤 것을 추구하고 그로 인한 결과가 평범한 것이든 비범한 것이든 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기더라구요.
조금 전까지 나는 무척 행복했다. 단지 올리비아가 웃음을 터뜨려주어서가 아니라 과거의 아버지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울분 P152,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자라명서 나는 내 친구나 급우들이나 가족의 친구들 가운데 부모가 이혼을 하거나 술꾼인 집, 또 개를 소유힌 집은 한 집도 보지 못했다. 나는 이 세가지 모두 역겨운 것으로 여겼다
울분 P.164,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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