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헤픈 여자가 좋다

D-29
한국사람은 안 된 사람에게 심하게 동정을 하다가도 그가 잘 되면 심하게 또 심통을 부린다. 이게 뭐냐?
권위주의는 사도마조히스틱한 심리다.
윗사람에게 약하고 아랫사람에게 강한 것이 관료주의적 성격이다.
마광수는 성욕의 대리배설을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모든 문제의 해결책으로 '문화적 대리배설'을 내세우고 있다.
전화하기 싫고 받기가 싫은 것도 나와 같다. 나는 잘 때나 글 읽거나 쓸 때는 아예 전화를 꺼놓는다.
일본 사람들이 남에게 폐 끼치는 것을 싫어하고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개인주의가 성행해 그렇게도 책을 좋아하는 것 같다.
나는 손을 씻은 후 책에 손에 댄다 나는 손을 잘 소독한다. 코로나가 이미 끝났는데도 나는 코로나 때 지급된 손 소독제를 아직도 버릇처럼 손에 발라 비빈다. 그리고 음식을 먹으면 이보다 손을 아주 철저하게 닦는다. 그것도 물에 닦는 것이 아니라 항상 비누로 닦는다. 나는 왜 그럴까? 아마도 책과 관련된 것 같다. 나는 책을 좋아한다. 흥분했다가 책으로 들어가면 평상시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평상시 마음이 아닌 것도 빨리 그리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 시간이 별로 기분 안 좋기 때문이다. 책을 읽을 때 손에 기름기가 있어 그게 책에 묻거나 PC 화면에 닿거나 그 냄새가 나면 책에 집중인 안 되면 얼른 닦아야지 하는 압박이 생겨 닦지 않고는 다시 책에 손이 가지 않는다. 그래 그걸 알아 손이 오염되면 아예 책 읽기를 포기하고 손부터 청결하게 한 후 독서를 시작한다. 나는 손의 청결과 독서는 거의 한 몸이다.
알고보면 여자를 밝하는 건데 이것을 적나라하게 표현하면 욕을 먹고 뭔가 있어 보이게 은밀히 표현하면 사람들이 헷갈려 뭐라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인간은 결국 동물이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동물 있고 사람 있는 건데 자기를 그대로 동물로 취급하면 안 좋아한다. 뭔가 자신은 동물이긴 한 것은 맞는데 동물보다 그 위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마도 자신감이 없거나 뭔가 그러면 의미가 없고 비참한 생각이 들어 그럴 것이다. 그렇게 인간은 힘이 없다. 자신감이 없고 뭔가에 의지하며 자신의 존재 자체보다 치장하면서 자신을 동물보다 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동물에 지나지 않는데도.
더럽고 보기 싫은 거라도 외면하거나 피하지 말고 현상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깊은 담론이 가능한 것이다.
음란물로 막는 건 결국 자기를 위한 것이다 내가 보기에 『채식주의자』를 음란하다고 막는, 사람들의 심리는 이런 것 같다. 자기는 괜찮지만 자기 자식만은 안 되는 것이다. 그것으로 성범죄가 더 만연할 거라는 건 핑계이고 자식은 평탄한 길만 가야하고, 부모 자신을 위해, 그런 것에 빠져 방황할 시간에-혹은 거기에 물들어 다른 애라도 잘못 건드려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 봐-자기가 요구하는 것에만 맞게 가야 하는 부모의 자식에 대한 맹목적 욕심이 너무나 거세서 그런 주장을 하기에 이른 것 같다. 결국 자식 걱정하는 것 같지만 자식의 사회적인 무난한 출세로 자기가 자식 덕, 아니 그냥 자기가 편안하게 살기를 바라서 그런 게 나온 것 같다. 자식은 사회가 요구하는 흐름을 잘 타, 무탈하게 커야만 자신이 자식 걱정에서 놓여나기 때문이다. 어디 가서 자식 자랑도 실컷 할 수 있고. 자기 목적에 –수준 있는 작품이고 나발이고-그게 반하니 반대부터 하고 보는 것이다. 그게 설사 노벨문학상을 받은 거라도, 그들의 이익 앞에선 맥을 못 추는 것이다.
법에 안 걸리게 아슬아슬하게 써야 한다. 일단 법에 걸리면 그 시간과 정신을 너무나 많이 빼앗기기 때문이다. 그 시간에 글 한 줄이라도 더 쓰는 게 낫다.
생각이 뚜렷해야 글이 산으로 안 간다 자기 생각이 확실치 않은 사람이 글을 쓰면 글이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른다. 자기 자신이 모르기 때문에 남도 당연히 그런 것이다. 자기의 주장이 항상 뚜렷하고 일관될 때 맘대로 쓰는 것 같지만 자기 생각이 항상 그리로 향하고 있게 되어 -항상 같은 방향이면-글에 뭔가 생기가 돌고 일관된 어떤 기운이 느껴져 사람들도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도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지 모르는데 어떻게 남이 자기 글을 이해하겠나. 그리고 쓸데없이 어렵기만 한 글은 심오한 글이 아니라, 그냥 생각이 없는 인간이 글을 써서 그런 것뿐이다. 그렇다고 안 만들어지는 자기 생각을 억지로 만들기보단 자기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것을, -지금 당장 하고 싶은 몽상도 좋다-생각하면서 쓰면 글이 산으로 가지 않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하고 싶은 것)을 쓰기 때문에 오히려 뭔가 글에 활력이 돌면서 읽는 사람도 얻을 게 많아지는 것이다. 그렇게 계속 쓰다 보면 뚜렷한 자기 생각과 철학도 만들어지는 것 아니겠나.
마광수는 이가 안 좋고 위가 안 좋다. 술도 좋아하고 주로 맥주를 마신다. 많이는 안 마신다. 그리고 담배를 많이 피운다. 운전은 못 한다.
결국 같은 말이라도 글의 내용이 무게 있어 보이면 감히 함부로 헐뜯지 못한다. 인간 세상이라는 게 항상 이렇다. 늘 상대적이다.
사회는 통하지 않는다. 자신이 아무리 옳아도 보통의 인간이 느끼는 것을 거스르면 처벌 받는다. 일단 이걸 알아야 한다. 그것에 뭔가 감정을 실으면 나만 손해다.
인간은 자기에게 쉽게 와닿는 것에 실은 더 욕심이 있다. 민족이나 국가 같은 먼 개념은 이것을 뛰어넘지 못한다. 후대의 사람들이 자기에게 유리하니까 그렇게 붙이는 것 뿐이다.
마광수는 소설에서도 외설적인 표현을 썼지만 거의 같은 내용을 수필로 써서 감옥에 간 것 같다. 소설보다는 수필이 진짜 작가가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더 야한 내용은 소설로 하는 게 사회에선 제재를 덜 받는다. 하여간 인간 사회는 믿을 게 못 된다. 거기에 말려들면 안 된다. 나만 피곤해진다.
유명해지기 싫어 유명해지면 글을 맘대로 쓰지 못한다. 절대 그럴 리는 없겠지만(나는 그걸 너무 잘 안다) 그래도, 그래서 나는 안 유명해지고 싶다. 글을 내 맘대로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당연히 그건 검열(Censorship) 때문이다. 안 유명해서 그게 한두 사람이면 그런대로 괜찮지만 여러 명이면 내 귀에 이런저런 소리가 들리기 시작해, 할 수 없이 자기 검열을 하게 되어 있다. 그렇게 되면 그 안에 갇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그 범위에서만 쓰게 되어 있다. 자기에게서만 나온 독창성이 가장 귀한 상상력인데 글에다가-검열 때문에-자기의 솔직한 고백을 못 하면 독자력은 곧 초상(初喪)을 치르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내 고유의 글이 안 나오고 어디서 많이 본 글이 되고 만다. 자기 글이 너무 나간다 싶으면 고쳐서 현실과 타협하고 마는, 양다리 걸치기 글이 되어 이것도 저것도 아닌 글이 되고 마는 것이다. 자기 글을 자신이 구별 못 하는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글쟁이로서 이보다 더한 불행이 또 어디 있겠나. 독자로서도 다양한 글을 접한 기회를 잃는다. 지금 절대 안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가장 치명적인 건 안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라 책을 맘대로, 글을 내 맘대로 쓰지 못하는 것이다. 이것 말고는 다 감내할 수 있다, 나는. 이렇게 해야만 더 깊이 생각할 수 있고 더 가까이 사물의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고 본다. 유명해진 나머지 자기 검열에 빠지면 이런 에너지가 분산되어 어림도 없는 일이다. 난 그러기 싫을 뿐이다. 글쟁이는 글만 생각해야지 다른 것에 신경 쓰기 시작하면 망하는 길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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