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나는 잘못 올라탄 버스에서 당장 내리고 싶었지만, 버스에서 내린다 해도 어느 버스로 갈아타야 할지, 어떤 길을 건너 다른 정류장으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처음의 목적지가 어디였는지 기억해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p79
노벨문학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D-29

힘글

힘글
그녀는 너무 오래 이를 닦거나, 냉장고 문을 열고 너무 오래 서 있거나, 정차중인 승용차의 앞범퍼에 다리를 부딪치거나 , 가게 선반에 진열된 물건들을 부주의하게 어깨로 쳐서 떨어뜨렸다. p72

힘글
삶의 행선지를 잃어 버린 희랍어 남자 강사의 버스 꿈. 그리고 정신줄 놓아 버린 이혼녀 수강생.
꿈속의 나를 그녀로 바꾸고 그녀를 나를 바꿔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전개.

이종순시인작가
우리처럼 인생과 언어와 문화가 두동강나본 적 없는 사람들만 가질 수 있을 어떤 확고함 같은 것이.
『희랍어 시간』 p76,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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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순시인작가
가끔 생각해.
혈육이란 얼마나 이상한 것인지.
얼마나 이상한 방식으로 서글픈 것인지.
『희랍어 시간』 p80,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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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순시인작가
읽으면 읽을 수록 한 강 작가님 특유의 문향이 묻어 나옴을 느껴본다.
바라보는 시선을 나에서 다른 나, 그리고 같은 나와 비슷한 나..
아직도 목마른 사슴마냥 작가의 깊은 갈증은 다 해소 되지 않은 듯한
아쉬움....
읽어 가다보면 모든게 밑줄이다
모자란 내 모습을 들키기라도 한 듯...

바실리사
읽어 가다보면 모든게 밑줄이다. 너무 공감합니다.

바실리사
아무리 하찮은 하나의 문장도 완전함과 불완전함, 진실과 거짓, 아름다움과 추함을 얼음처럼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희랍어 시간』 p.15,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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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과
ㅅ-ㅜ-ㅍ이라고 발음할 때 먼저 입술이 오므라들고, 그다음으로 바람이 천천히, 조심스럽게 새어나오는 느낌을 그녀는 좋아했다. 그리고는 닫히는 입술. 침묵으로 완성되는 말.
『희랍어 시간』 17p.,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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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과
다른 어떤 단어와도 결합되어 구사되기를 기다리지 않는, 극도로 자족적인 언어.
돌이킬 수 없이 인과와 태도를 결정한 뒤에야 마침내 입술을 뗄 수 있는 언어.
『희랍어 시간』 24p.,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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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과
컨텍트라는 영화에 나온 외계인의 언어가 떠올랐습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함께 말하는 언어로 주인공의 인생을 이끌어갑니다.
극도로 자족적이고 인과와 태도를 결정짓는다는 희랍어는 이 주인공을 어떤 운명으로 이끌고 갈지 궁금합니다.

김사과
'세상은 환이고, 산다는 것은 꿈꾸는 것입니다.'…
그 꿈이 어떻게 이토록 생생한가. 피가 흐르고 뜨거운 눈물이 솟는가.
『희랍어 시간』 30p.,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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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과
남자는 여동생이 가슴에 불을 품고산다고 하지만 그 자신도 그런 사람인 것 같아요. 생생하게 피가 흐르고 뜨거운 눈물이 흐른다고 말하니까요.

김사과
하지만 믿을 수 있겠니. 매일 밤 내가 절망하지 않은 채 불을 끈다는 걸. 동이 트기 전에 새로 눈을 떠야 하니까.
『희랍어 시간』 94p.,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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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꿈샘
“ 어둠의 피륙이 낱낱의 파르스름한 실이 되어 내 몸을, 이 도시를 휘감는 광경을 볼 테니까. 안경을 닦아 쓰고, 두 눈을 부릅뜨고 그 짧은 파란 빛에 얼굴을 담글 테니까. 믿을 수 있겠니. 그 생각만으로 나는 가슴이 떨려. ”
『희랍어 시간』 p.84,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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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꿈샘
“ 새벽 어스름 속을 걸어본 적 있니.
사람의 육 체가 얼마나 따뜻하고 연약한 것인지 실감하며 차가운 공기 속으로 발을 내딛는 새벽. 모든 사물의 몸에서 파르스름한 빛이 새어나와, 방금 잠이 씻긴 두 눈 속으로 기적처럼 스며들어오는 새벽. ”
『희랍어 시간』 p.72,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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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사과
새벽. 특히 지금같은 겨울의 새벽 느낌이 훅 느껴져서 이 문장도 너무 좋았습니다. 위에 계속 줄치며 읽는다고 하신 대화에 동감이에요. 하나하나 곱씹게되어요.
천천히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는다.
감정을 부여하지 않는다.
『희랍어 시간』 p102,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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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끗한나무
저와 같은 문장픽~^^ 반가워요 이어서 제가 더 필사하께요~♡

깨끗한나무
“ 모든것이 파편으로 다가와 파편인채 그대로 흩어진다. 사라진다.
단어들이 좀 더 옴에서 멀어진다.
거기 겹겹이 무거운 그림자처럼. 악취와 오심처럼.
끈적이는 감촉처럼 배어있던 감정들이 떨어져 나간다.
오래 침수돼 접착력이 떨어진 타인들처럼.
자각없이 썩어갈 살의 일부처럼.
”
『희랍어 시간』 102쪽 11,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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