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무것도 판단하지 않는다.
감정을 부여하지 않는다.
모든 것이 파편으로 다가와,
파편인 채 그대로 흩어진다. 사라진다.
단어들이 좀더 몸에서 멀어진다.
거기 겹겹이 무거운 그림자처럼,
악취와 오심처럼,
끈적이는 감촉처럼 배어 있던 감정들이 떨어져나간다.
오래 침수돼 잡착력이 떨어진 타이들처럼.
자각없이 썩어간 살의 일부처럼. ”
『희랍어 시간』 p.102, 한강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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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슬입니다
잉크 위에 잉크가, 기억 위에 기억이, 핏자국 위에 핏자국이 덧씌워진다. 담담함 위에 담담함이, 미소 위에 미소가 짓눌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