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한강 작가 작품 읽기

D-29
챕터 0 나는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은다. 혀끝으로 아랫입술을 축인다. 가슴 앞에 모은 두 손이 조용히. 빠르게 뒤치럭거린다. 두 눈꺼풀이 떨린다. 곤충들이 세차게 맞비비는 겹날개처럼. 금세 다시 말라버린 입술을 연다. 끈질기게. 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내쉰다. 마침내 첫 음절을 발음하는 순간. 힘주어 눈을 감았다 뜬다. 눈을 뜨면 모든 것이 사라져 있을 것을 각오하듯이. p213 희랍어 시간에서 '나'는 희랍어 남자 강사입니다. '당신'은 독일에서 그가 사랑했던 벙어리 외국 여성. 마지막 챕터에서 '나'는 실어증 걸린 여수강생으로 바뀌어요. 전생이 존재한다면 '나'는 희랍어 남자 강사이자 실어증 걸린 여수강생입니다. 평론가가 말했던 동그란 '환' 개념. 보르헤스가 말한 남녀 사이 서슬퍼런 장검을 해제하려면 전생이라는 장치가 있어야.
나의 자책, 나의 후회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은 당신의 얼굴입니다. 눈물에 온통 젖어 번들거렸던 그 얼굴. 내 얼굴을 후려친. 수년간 억센 나무를 다뤄 사내보다 단단했던 주먹. 나를 용서하겠습니까. p41
시종일관 남자의 목소리를 사용하던 1인칭 화자는 마지막 장 ‘0’에서 오직 한 번 여자의 목소리로 발화한다. 현전하는 이 말씀, 로고스는 음성도 문자도 아니다. 그것은 그 무엇도 파괴하고 밀어내지 않는 언어, 촉각으로 전해지는 파동의 말씀이다. 남자와 여자는, 우리는, 그리고 인간은 영원히 어긋나는 방식으로 영원히 함께할 수 있다. 결국, 구원의 반증은 ‘우리’라는 단어다. 그래서 소설은 ‘0’의 끝에서 다시 ‘1’로 돌아간다. (만질 수 없음을 만지는 언어: 촉각의 소노그래피/전승민)
심장에 장전된 차디찬 폭약을 향해 타들어가던 불꽃은 없다
희랍어 시간 22쪽, 한강 지음
왠지 공감이 되는 문장이에요. 최근 제게 일어난 일에 엄청 분노해서 후속 대처를 해야하는데 점점 지쳐서 의욕이 사그라지고 있거든요.
완전한 어둠 속으로 내가 걸어들어갈 때, 이 끈질긴 고통 없이 당신을 기억해도 괜찮겠습니까.
희랍어 시간 p49, 한강 지음
매일 밤 내가 절망하지 않은 채 불을 끈다는 걸. 동이 트기 전에 새로 눈을 떠야 하니까.
희랍어 시간 p83, 한강 지음
아름다운것은 아름다운것이다. 아름다운것은 어려운 것이다. 아름다운것은 고결한 것이다. 칼레파 타 칼라
희랍어 시간 69쪽 8 , 한강 지음
새벽 어스름 속을 걸어본적 있니 사람의 육체가 얼마나 따뜻하고 연약한것인지 실감하며 차가운 공기속으로 발을 내딛는 새벽. 모든 사물의 몸에서 파르스름한 빛이 세어나와. 방금 잠이 씻긴 두 눈속으로기적처럼 스며들어오는 새벽
희랍어 시간 72쪽 9 어스름, 한강 지음
새벽을 더듬는한 작가의 글과 인물들의 묘사에 막연하던것들이 들리고 느껴집니다 시보다 아름다운표현들에 저절로 필사하게 되네요 배우고 컨닝하고 싶을만큼요.
계집애 같은 오빠와 사내애 같은 여동생. 친척들은 늘 우릴 그렇게 비교했지. 넌 그런 말을 죽기보다 싫어했지. 나처럼 서랍을 정리하라는 말. 나처럼 책가방을 미리 챙겨두라는 말. 나처럼 글씨를 반듯하게 쓰라는 말. 나처럼 공손하게 어른의 얼굴을 올려다보라는 말. 기차화통 같은 목소리로 너는 엄마에게 소리지르곤했지. 그만 좀 해요. 열이 나서 못 살겠어. 냉장고에라두 뛰어들고 싶을 지경이라구. 요즘도 그러니 . 란아. 냉장고에 뛰어들고 싶도록 화나는 일이 있니. p84~85
내란아 국민 염통에 불지르지 말고 감옥 가자
꿈속의 나는 잘못 올라탄 버스에서 당장 내리고 싶었지만, 버스에서 내린다 해도 어느 버스로 갈아타야 할지, 어떤 길을 건너 다른 정류장으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처음의 목적지가 어디였는지 기억해낼 수 없다는 것이었다. p79
그녀는 너무 오래 이를 닦거나, 냉장고 문을 열고 너무 오래 서 있거나, 정차중인 승용차의 앞범퍼에 다리를 부딪치거나 , 가게 선반에 진열된 물건들을 부주의하게 어깨로 쳐서 떨어뜨렸다. p72
삶의 행선지를 잃어 버린 희랍어 남자 강사의 버스 꿈. 그리고 정신줄 놓아 버린 이혼녀 수강생. 꿈속의 나를 그녀로 바꾸고 그녀를 나를 바꿔도 전혀 이상하지 않는 전개.
우리처럼 인생과 언어와 문화가 두동강나본 적 없는 사람들만 가질 수 있을 어떤 확고함 같은 것이.
희랍어 시간 p76, 한강 지음
가끔 생각해. 혈육이란 얼마나 이상한 것인지. 얼마나 이상한 방식으로 서글픈 것인지.
희랍어 시간 p80, 한강 지음
읽으면 읽을 수록 한 강 작가님 특유의 문향이 묻어 나옴을 느껴본다. 바라보는 시선을 나에서 다른 나, 그리고 같은 나와 비슷한 나.. 아직도 목마른 사슴마냥 작가의 깊은 갈증은 다 해소 되지 않은 듯한 아쉬움.... 읽어 가다보면 모든게 밑줄이다 모자란 내 모습을 들키기라도 한 듯...
읽어 가다보면 모든게 밑줄이다. 너무 공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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