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멸은 축복일까 저주일까. 밀란 쿤데라의 <불멸>을 읽습니다

D-29
밀란 쿤데라가 체코어로 쓴 마지막 소설 <불멸> 7일동안 읽습니다
그 미소와 손짓에는 매력이 가득했다. 그것은 매력 잃은 육신 속에 가라앉아 있던 한 몸짓의 매력이었다. 그 부인이라고 해서 자신이 이제 더는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모를 리 없을 테지만, 그녀는 그 순간만은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 이런식으로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일부를 통해서 시간을 초월하여 살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나이 없이 살면서, 어떤 이례적인 순간들에만 나이를 의식하는 것이리라 (1부 얼굴, 10쪽) 소설 주인공 "아녜스"가 탄생하는 순간
이 세상의 사람 수에 비해 몸짓 수가 비교도 안 될 만치 적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는 충격적인 결론으로 우리를 이끈다. 즉 몸짓이 개인보다 더 개인적인 것이다 이를 격언 형태로 얘기하면, 사람은 많되 몸짓은 별로 없다 (16쪽) 사람 수 보다 몸짓 수가 절대적으로 적다 몸짓들이 우리를 사용한다. 우리가 마치 몸짓의 도구처럼
어렸을 때 아녜스는 아버지와 함께 산책을 하는 도중에 아버지에게 신을 믿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다.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조물주의 컴퓨터를 믿는단다" 그런 대답은 아이가 이해하기엔 너무나 이상했다 (23쪽)
인간이라는 견본품에 있어 일련번호란 바로 독특하고 우연한 특징들의 조합인 얼굴이다 성격도, 영혼도, 우리가 자아라고 부르는 것도 이 조합에서는 드러나지 않는다 얼굴은 단지 어떤 견본품의 일련번호일 뿐이다 > 지금 내 얼굴이 내 얼굴이라는 우연! 어차피 우리가 지금 이 세상으로 보내진 이상, 우선 우리는 이 주사위 던지기, 신의 컴퓨터가 짜 둔 이 우연한 사건에 우리를 동화해야만 했다 (25쪽)
언젠가 추함의 습격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가 되는 날, 그녀는 꽃 장수에게서 물망초 한 가지를 살 것이다. 가는 줄기 끝에 작은 꽃이 달린 물망초 딱 한 가지만 사서, 얼굴 앞에 세우고 외출할 것이다 (38쪽) 물망초. 아녜스가 보존하고 싶은 최후의 이미지
시의 소명은 어떤 놀라운 관념으로 현혹하는데 있는게 아니라, 존재의 한 순간을 잊을 수 없는 것이 되게 하고, 견딜 수 없는 향수에 젖게 하는 데 있다 (46쪽)
그렇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무도 그녀를 쳐다보지 않는것이다. 고독, 그것은 시선들의 감미로운 부재였다 (49쪽) + 선글라스의 역할
아마 그때 처음으로 그런 이상한 관능을 느꼈던 것 같다. 남이 자신을 본다는 데서 느끼는, 내밀한 순간들에, 보지 못하게 하고 싶은 내밀한 순간들을 보이고 있다는 데서 느끼는, 그렇게 시간으로 범해지는 데서 사람들이 느끼는 기이한 쾌감 (53쪽)
그녀는 자기 삶의 한 순간이 다른 모든 순간들처럼 없어져 버리지 않고 세월의 흐름에서 뽑혀나와 어느날 어떤 빌어먹을 우연이 그것을 요구하는 날, 마치 서투르게 매장된 주검처럼 되살아나리라는 생각에서 오는 고뇌를 떨쳐 버릴 수가 없었다 (55쪽) 불멸하지 않기가 실현되지 않음의 불안
"그래, 정치나 다른 사람들의 이해에 무관심해질수록 사람들은 점점 더 자기 얼굴에만 홀려 있게 되지. 그것이 우리 시대의 개인주의야" (56쪽)
쿤데라는 불멸을 두 가지로 구분한다 작은 불멸, 큰 불멸 생전에 알고 지낸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어떤 인물에 대한 추억이 작은 불멸이라면 생전에 몰랐던 이들의 머릿속에도 남는 어떤 인물, 이를테면 예술가와 정치가에 대한 추억이 큰 불멸이다 (2부 불멸 82쪽)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코스모스, 이제는 읽을 때가 되었다!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코스모스> 읽고 미국 현지 NASA 탐방가요!
[인생 과학책] '코스모스'를 완독할 수 있을까?
같은 책, 다른 모임!
[2024 여름_빌게이츠 추천도서] 데이비드 부룩스, 《사람을 안다는 것》 읽기[웅진지식북클럽] 2. <사람을 안다는 것> 함께 읽어요[Re:Fresh] 2.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시 읽어요. [그믐밤] 4.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다시 읽기 @국자와주걱[책 증정] 텍스티와 함께 『편지 가게 글월』 함께 읽어요![편지 가게 글월] 서로 꿈을 이야기하며 안부를 전하는 글쓰기를 하고자 합니다.
쉽게 읽히는 환경책들
[그믐클래식 2025] 11월, 침묵의 봄 [책증정] <해냈어요, 멸망> 그믐에서 만나는 가장 편안한 멸망 이야기[그믐북클럽Xsam]19. <아마존 분홍돌고래를 만나다> 읽고 답해요 [창원 안온] <숨은 시스템> 함께 읽기무룡,한여름의 책읽기ㅡ지구를 위한다는 착각
책을 들어요! 👂
[밀리의서재로 듣기]오디오북 수요일엔 기타학원[그믐밤] 29. 소리 산책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
하드 SF 의 정석
[도서 증정] <탄젠트>(그렉 베어) 편집자, 마케터와 함께 읽어요![함께 읽는 SF소설] 01.별을 위한 시간
사이언스 북스의 책들
[사이언스북스/책 증정]진화의 눈으로 다시 읽는 세계, 『자연스럽다는 말』 함께 읽기 [서평단 모집] 음모론에 사로잡힌 한국 사회에 투여하는 치료제! 『숫자 한국』[책증정] 스티븐 핑커 신간, 『글쓰기의 감각』 읽어 봐요!
책 추천하는 그믐밤
[그믐밤] 41. 2026년, '웰다잉' 프로젝트 책을 함께 추천해요.[그믐밤] 39. 추석 연휴 동안 읽을 책, 읽어야 할 책 이야기해요. [그믐밤] 27. 2025년은 그림책의 해, 그림책 추천하고 이야기해요.
베오의 <마담 보바리>
절제는 감정의 부재가 아니라 투명함을 위한 것 읽는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Lego Ergo Sum 플로베르의 스타일에 관한 인용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에 나타난 보바리즘의 개념과 구현
내가 사는 '집' 🏠
[책 증정_삼프레스] 모두의 주거 여정 비추는 집 이야기 『스위트 홈』 저자와 함께 읽기[책방연희X그믐] <책 읽다 절교할 뻔> 번외편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 읽기<한국 소설이 좋아서 2>최양선 소설가와의 온라인 대화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AI 함께 읽어요
[AI는 인간을 먹고 자란다] 결과물과 가치중립성의 이면[도서 증정]《미래는 생성되지 않는다》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김영사/책증정] <AI 메이커스> 편집자와 함께 읽기 /제프리 힌턴 '노벨상' 수상 기념[도서 증정] <먼저 온 미래>(장강명) 저자,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AI 이후의 세계 함께 읽기 모임
독서 모임에서 유튜브 이야기도 할 수 있어요
[팟캐스트/유튜브] 《AI시대의 다가올 15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같이 듣기AI시대의 다가올 15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00:00 Intro – 인트로AI시대의 다가올 15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00:00 ~ 28:12AI시대의 다가올 15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28:13–53:09AI시대의 다가올 15년, 우리는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53:09-01:26:36
선과 악에 대하여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8. <왜 선한 지식인이 나쁜 정치를 할까>[다산북스/책 증정] 『악은 성실하다』를 저자 &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밀리의 서재로 📙 읽기] 14. 다윈 영의 악의 기원<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혼자 읽기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