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7. <노이즈>

D-29
저는 제 기사 댓글은 별로 보지 않았어요. 하지만 선동에 휩쓸린 한 덩어리 집단에 대한 환멸은 정말 여러 번 경험했네요. ^^;;;
동감해요. 저도 뉴스나 요즘은 유튜브? 등 SNS 댓글도 어떤 건 너무 몰아가는 게 보여서 댓글 보는 것을 피하게 되더라구요;;
네, 댓글이 아무래도 몰아가는 경향이 있죠.. @YG 님 마음 이해갑니다. 가끔은 기사나 뉴스를 보면서도 미묘한 워딩이 한쪽으로 사람들의 생각을 몰아간다고 생각될 때도 있습니다. 매스미디어의 영향이겠죠.
기술이 발전할수록 이 속도가 점점 빨라지는 것 같아요. 우르르 쏠리는 현상이랄까요. 자칫 잘못해서 발을 헛디디면 그대로 낭떠러지로 곤두박질칠 것 같은 느낌? 그 댓글이라는 게 그래서 더 무섭습니다. 사적 제재로 사람들이 너무 과열되어 간다 여겨져요.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느끼는 건데요. 인간에게는 잡음과 편향이 많고, 일관된 기준이 없다는 결론으로 가고 있는데, 그게 한편으로는 편안하면서(이랬다저랬다 하는 나는 정상이었군), 또 한편으로는 불안하기도 합니다. 기준이 없다 보니,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결국은 제 편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한 게 아닌가 싶어서요. 결국 사람들은 이성보다는 감정(그날의 컨디션과 기분에 따라 혹은 처음 마음이 끌리는대로)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이 책을 읽을수록 선명하게 와닿네요. 그래서 우리는 모두 한낱 인간에 불과하다는... 결국 이성적인 논리라는 것도,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해주기 위한 하나의 도구일 뿐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그들은 일곱 개의 예측 변수들에 대해 1만 세트의 무작위 가중치를 만들어냈고, 업무 실적을 예측하기 위해 이 1만의 무작위 공식을 적용했다. 그 결과, 선형 모델과 판단자가 같은 정보를 근거로 예측할 때 모든 선형 모델이 더 정확한 추정값을 내놨다. 이는 실로 충격적인 결과였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9장, 178p,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이건 저도 충격적인데요. 연구 결과를 더 자세하게 알아 보고 싶네요.
9장의 내용을 보니, 말콤 글래드웰의 옛날 책 블링크도 생각이 나고, 영화 '머니볼'도 생각이 나네요. 머니볼에서 스카우터들과 예일 대학 출신 통계 전문가가 서로 대립하던 장면이 기억 나요.
말콤 글래드웰이 나중에 가장 이불킥했을 책이 바로 『블링크』죠. 이 책 때문인지 글래드웰은 심리학자 사이에서 왜곡, 과장해서 조금 짜증 나는 아마추어 라이터 취급을 받기도 하나 봐요. (물론, 그 때문에 유명해진 심리학자는 또 다르겠지만요.) 실제로 2019년에 펴낸 『타인의 해석』에서 글래드웰은 『블링크』를 놓고서 약간 반성한다는 투의 얘기를 후주에서 살짝 하기도 합니다(기억 정확하지 않음. 확인해서 알려드릴게요.)
블링크 - 운명을 가르는 첫 2초의 비밀말콤 글래드웰을 세계적인 작가로 도약시킨 《블링크》가 새롭게 출간되었다. 첫 출간 후 15년이 지난 지금, 정보의 양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늘었고 데이터 분석은 의사결정에 있어 필수로 여겨진다. 빅데이터의 시대에 통찰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한가? 《블링크》는 이 질문에 다시 답한다.
타인의 해석 - 당신이 모르는 사람을 만났을 때《티핑포인트》 《블링크》 《아웃라이어》 《다윗과 골리앗》 등 발표한 책을 모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린 최고의 경영저술가 말콤 글래드웰이 신작을 들고 귀환했다. 출간 즉시 〈뉴욕타임스〉, 아마존 논픽션 분야, 〈선데이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는 동시에 〈블룸버그〉 〈파이낸셜타임스〉 〈시카고트리뷴〉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또 한 권의 역작이다.
블링크가 논란이 있는 건 알았지만 그 정도 수준이었나요? ^^ 말콤 글래드웰의 책들은 하나의 주제를 갖고 조금씩 다른 이야기들을 옴니버스처럼 묶어 놓는 것이 좋더라구요. 블링크도 전문성과 직관에 대해 결이 다른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었는데, 지금까지 인상적으로 기억나는 이야기는 전문가들은 부부가 서로 대화를 하는 모습을 보면 이 커플이 이혼을 하게 될지 안할지 높은 적중률로 예측을 한다고 하더라구요. 그런데 그게 노이즈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하고 미묘한 정보를 종합한 것이 아니라, 서로 대화할 때 상대에게 경멸의 감정을 표현하는지 여부로 판별할 수 있다고. 설령 서로 농담을 하면서 잘 지내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그 농담들에 진지한 경멸이 담겨 있으면 이혼 확률이 높다는 거죠. 전문성이 오히려 한두 가지 핵심 요령으로 요약될 수 있다는 점에서 블링크에 나오는 다른 이야기와 주제도 좀 다르고 노이즈 9장에 나오는 이야기와도 좀 연관이 되어 보였습니다.
실제로 알고리즘이 이러한 차별을 영속시킨 사례가 여러 번 보고됐다. 이것이 알고리즘의 의사결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7장에서 ‘군중의 지혜 효과’에 관심 있는 분들께는 이 책 추천합니다. 이그노벨상을 수상하기도 한 글 잘 쓰시는 유쾌한 물리학자의 책입니다.
보이지 않는 지능 - 최상의 해답은 대중 속에 있다현대의 복잡성 과학이 대자연에서 발견한 규칙들을 다중지성 혹은 집단지성이라는 측면에서 살펴보고, 그 규칙들을 활용하여 생활 속에서 빈번히 발생하는 복잡한 상황에서 최선의 의사결정을 만들어낼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그룹 구성원들이 서로서로 의견을 듣는다면, 그들의 생각은 그룹의 지배적인 경향 쪽으로 기울게 된다. 그 결과 그 그룹의 결속력은 강화되고, 자신감은 높아지며, 극단주의는 심화된다. 그리고 사람들이 그룹 내 자신의 평판에 신경을 쓴다면, 그들의 생각 역시 그룹의 우세한 경향 쪽으로 움직이게 될 것이다. 여기서 집단 극화가 일어난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8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1974년 도스는 예측 과제를 단순화함으로써 돌파구를 마련했다. 그의 아이디어는 놀라웠고, 거의 이단에 가까웠다. 그는 각 예측 변수의 정확한 가중치를 결정하기 위해서 다중회귀를 사용하는 대신, 모든 예측 변수에 같은 가중치를 줄 것을 제안했다. 도스는 동일 가중치 공식을 부적절 선형 모델improper linear model이라 불렀다. 그의 놀라운 발견은 동일 가중치 모델은 ‘적절한proper’ 회귀 모델만큼이나 정확하고 임상적 판단보다 훨씬 우월하다는 것이었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10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책이랑 또 다른 이야기를 해서 죄송한데, 사실 이런 문제에 관심 가진 분들을 만나기가 쉽지 않아서요. 네이글이 이야기한 박쥐의 의식 문제랑, 메리의 빨간 색 주제에 대해서 제 견해를 간단하게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이 문제에 관심 없으신 분들은 스킵하셔도 되요~ 보면 이런 논제들이 주장하고 싶은 것은 물리적인 세계에 대한 연구만으로 알 수 없는 주관적 의식의 세계가 있다라는 것인데, 제 생각에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부터 명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안다'는 것이 원인과 결과를 이해하는 것이라면 인간의 의식은 그 인과관계를 낱낱이 밝혀 예측하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렇지 않을 이유는 특별히 없죠. 그런데 '안다'는 것을 일종의 경험이라고 보면, 빨간색을 알기 위해서는 빨간색을 실제로 경험해 봐야죠. 경험한다는 것은 우리 뇌 안에 특정의 방식으로 전기신호가 흘러간다는 것이고, 빨간색을 안다는 것은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빨간색에 해당하는 뇌세포가 자극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빨간색을 보지 않고 빨간색에 대한 모든 것을 안다는 것은 불가능하죠. 그렇지만 객관적인 인과관계를 연구하면 빨간색을 보았을 때 일어날 객관적 현상들을 미리 다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할 이유가 없습니다. 즉 경험으로서의 '앎'과 예측 능력으로서의 '앎'을 구분하지 않는 것에서 혼란이 생기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메리는 빨간색을 접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기가 빨간 색을 처음 보면 일어나 5분 동안 춤을 출 거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자기가 춤을 출 거라는 것을 예측하는 것과 실제로 춤을 추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건 다른 일이라고 하겠죠. 마찬가지로 우리는 박쥐의 의식이 어떤 것인지는 주관적으로 경험할 수 없지만, 그 객관적인 인과관계를 밝히거나 박쥐의 의식과 비슷한 어떤 인공지능을 만들어내는 것은 가능할 것입니다. 사실 우리가 인간으로서 같은 종에 속하긴 하지만 우리 뇌가 다 다르게 생겼기 때문에 타인의 경험이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지만 비슷한 점도 있으니까 노이즈를 품은 채로 타인의 경험을 부정확하게나마 상상하고 공감하는 것이겠죠. 그와 마찬가지로 박쥐의 의식에 대해서도 부분적인 공감이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렇게 파생되는 이야기 나누는 게 독서 모임의 재미죠! 전혀 미안해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게다가 지금 <노이즈> 10장을 읽고 있는데 그렇게 썩 재미있지는 않아서... ^^;;;;;; (이 부분이 재미가 없는 걸까요? <생각에 관한 생각>은 엄청 재미있었는데...) 이런 이야기 너무 좋습니다. 제 생각은 좀 이따가 적어볼게요.
이 주제에 대한 생각 정리해 주실거죠? ^^
어... 사실은 정리가 안 돼서 그냥 넘어가고 싶었는데... ^^;;; 떠오른 생각들 숫자 붙여서 적어 봅니다. 내년에 쓰려는 동물권 에세이에서 이 이야기를 다시 활용하게 될 거 같아요. 생각할 기회 주셔서 감사해요. ‘메리의 방’은 흥미로운 사고실험이고, 파고들다 보면 물론 앎이나 의식에 대해 깨달을 수 있는 통찰도 있습니다. 제 관심사는 ‘인간은 다른 존재의 고통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예요. 동물권뿐 아니라 다른 윤리의 확장 문제, 예를 들어 정체성 정치 이슈에도 ‘메리의 방’이 꽤 유용한 사고 도구인 것 같습니다. 1. 어떤 현상의 인과관계를 낱낱이 밝히면 예측도 가능해질까? 이 말씀은 좀 순진한 결정론 아닐까요? 어떤 현상의 인과관계를 낱낱이 밝힐 수 없거나, 밝힌다 해도 예측할 수 없는 일은 많습니다. 동전을 하늘로 던지면(원인) 떨어져서 앞면 혹은 뒷면이 나오고(결과) 그 인과관계는 명확합니다. 하지만 앞면이 나올지 뒷면이 나올지는 예측할 수 없죠. 이 운동과 관련한 모든 입자의 정보를 알면 가능하지 않겠느냐고요? 동전이 공중에 떠 있는 동안 그 동전 속 구리원자 중 몇 개가 방사성 붕괴할지 알 수 없습니다(양자역학). 회전하는 동전 주변 공기 분자들의 불규칙한 운동을 파악할 수도 없습니다(복잡계 이론). 태양, 지구, 달뿐 아니라 은하계의 수많은 별들의 중력이 이 동전에 작용할 텐데, 고작 세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도 예측할 수 없음이 증명되어 있습니다(삼체문제). 생명체의 의식을 복잡계로 보려는 학자들이 있고, 심지어 양자역학과 연결시키려는 시도도 있지요(로저 펜로즈).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적어도 제 생각에 의식 활동은 동전 던지기보다는 더 복잡한 거 같습니다. 그래서 박쥐의 의식과 동일한 인공의식을 만들어내는 게 가능할지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리고 말장난 같은 이야기입니다만 박쥐와 동일한 인공의식을 만든다면 그 인공의식은 저희와 소통을 할 수 없겠지요. 세상에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박쥐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저희와 소통할 수 있는 인공의식을 만든다면 그 의식은 박쥐의 것과 동일하지 않겠지요. 마찬가지로 세상에 인간과 소통할 수 있는 박쥐는 없으니까요. 갑각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2. 뇌에 대한 외부 관찰은 의식세계 내부와 얼마나 일치할까? 3. 부분적인 공감은 윤리의 기반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신뢰할 수 있을까? 제가 지금 나가봐야 해서 2, 3번은 내일 올릴게요. 죄송합니다~. ^^;;;
너무 감사드리고, 2번 3번도 기대됩니다. ^^ 약간 오해를 피하기 위해 말씀드리자면, 예측 가능성은 이론적 가능성으로 말씀드린 것이지 현실적 가능성과는 좀 다를 것 같습니다. 비유하자면, 라플라스의 악마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마 제가 아래에 링크한 책에서 본 내용인 것 같긴 한데, 결정론이 주장하고 싶은 것은 본질적으로는 유물론이라는 이야기를 본 적이 있습니다. 즉, 다 완벽하게 결정되어 있다는 주장에 대해 불확정성의 원리라든지 여러 논거로 그렇지 않다고 반박을 받더라도 음, 내가 말하려는 본질은 그건 아니었던 거 같은데 하고 생각해 보면, 실제 주장하고 싶었던 건 주관적 의식은 물리적인 원인들에 의해 파생되는 현상이지 그것 자체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것 같습니다. 존재한다는 건 뭐냐 하는 식으로 들어가자면 제 능력이 되지 않고 그냥 느낌 정도 공유하는 걸로 ^^ 박쥐 문제로 돌아간다면, 현실적인 기술과 지식의 한계 때문에 어디까지 가능할지는 몰라도 박쥐를 연구하고 박쥐와 유사한 행태를 보이는 인공지능을 만들어내는 것은 '이론적으로'(이 말도 뜻이 애매하군요) 가능할 것 같습니다. 굳이 박쥐 이야기를 하지 않더라도 인간과 구분할 수 없는 튜링머신이 구현되었을 때 이 기계가 고통이나 다른 감정들을 느낄 것인지를 판단해 볼 수 있겠죠.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우리 스스로 느끼는 고통과 감정들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우리가 고통을 느낀다고 스스로 판단하는 기계라고 한다면, 우리가 느끼는 고통이 진짜 고통인지 아닌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철학 논쟁두 철학자의 실제 논쟁을 담은 책. 대니얼 데닛과 그레그 카루소가 자유의지, 처벌, 응분의 대가를 주제로 벌인 격론이 가감 없이 담겼다. ‘논쟁’은 TV 토론, 인터넷 게시판, 서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대화의 한 형식이다. 하지만 특정 분야의 전문가들이 제한 없이 끝장 논쟁을 벌이는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다. TV 토론의 참여자들은 시청자를 의식하며 말하고,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학회의 토론장에서도 짧은 시간 내에 정해진 이야기
아... 말씀하시려는 내용은 결정론이라기보다는 심신일원론인 것 같습니다. 물질세계와 따로 떨어진 영혼의 존재나 정신의 세계는 없으며, 모든 의식 활동은 물질 활동에서 비롯된다는 관점입니다. 심신일원론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생명체의 정신과 다르지 않은 인공의식을 만들 수 있지요. 오늘날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아마도 결정론에는 찬성하지 않으면서 심신일원론에는 찬성할 텐데, 저도 그렇습니다. 심신일원론의 최대 장점은 반대편에 있는 심신이원론이 증거가 없어 보인다는 점입니다. 영혼의 존재를 아무도 입증하지 못했지요. 심신일원론의 최대 약점은 ‘그래서 물질세계에서 의식이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정보를 처리하는 네트워크가 충분히 복잡해질 때 의식이 어느 순간 떠오른다(창발한다)는 말은 따지고 보면 신비주의적 주장과 그리 멀지 않은 거 같습니다.
제가 원래 쓰려고 했던 이야기와도 이어지는 내용이라서, 글타래로 엮어서 적어봅니다. 2. 뇌에 대한 외부 관찰은 의식세계 내부와 얼마나 일치할까? 물질세계와 정신세계가 분리되어 있다고 보는 심신이원론을 믿는다면 ‘뇌를 아무리 관찰해도 의식세계 내부는 알 수 없다’는 주장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심신일원론을 믿는다 해도 반드시 그 반대의(뇌를 관찰하면 의식세계 내부를 알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는 건 아닙니다. 물질적으로 분명히 존재하지만 관측할 수 없는 대상도 많습니다. 아예 물리학적 한계가 있는 경우도 있지요. 미시세계가 그렇고 620억 광년 바깥 우주, 사건의 지평선 너머에 있는 블랙홀 안쪽 등이 그러합니다. 의식에 대한 정밀 관찰이 그런 물리적 한계에 부딪힐 수도 있겠지요. 그런데 의식 관찰에 대한 물리적 한계를 논하기 전에 지금의 기술적 수준이 처참할 정도로 낮은 거 같습니다. 달의 뒷면보다 의식에 대해서 더 관측을 못하는 거 같습니다. 예를 들어 우울증은 분명히 뇌 안에 어딘가가 잘못되어서 생기는 질병이고, 증세도 흔하디흔한데 환자의 자기보고에 진단을 의존해야 합니다. 환자는 굉장한 통증을 호소하지만 외부에서는 아무리 관찰해도 알 수 없어서 꾀병 아니냐는 의심을 사는 질병도 많습니다. 현재의 뇌스캔 기술 같은 건 ‘7층에 밤늦게 불이 켜져 있는 걸 보니 인사팀이 요즘 일이 많은가 보다’ 하고 추측하는 수준도 못되는 거 같습니다. 인사팀이 일이 많은 걸 수도 있지만 청소업체가 야간 청소 중인 걸 수도 있고 그냥 불 끄는 걸 잊었을지도 모르죠. 박쥐나 갑각류의 의식에 대해서라면 불이 켜진 곳이 과연 7층이 맞는지, 거기에 인사팀이 있는 건지도 확신할 수 없는 거 같고요. 그리고 약간 딴 얘기지만 저는 생명체의 의식을 외부 관찰로 다 파악할 수 있는 미래 기술이 그리 반갑지는 않습니다. 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아 맞출 수 있는 독심술 기계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잖아요? 그러면 사상의 자유가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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