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7. <노이즈>

D-29
사람들이 저마다 독특하고 끊임없이 흥미로운 것은 성격과 상황의 결합이 기계적으로 더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가령 덜한 공격성을 더 많이 혹은 더 적게 이끌어내는 상황이 모든 사람에게 같진 않다. 심지어 앤드루와 브래드가 평균적으로 비슷하게 공격적인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그들이 모든 상황에서 같은 수준의 공격성을 드러내는 건 아니다. 브래드의 공격성은 위아래를 가리지 않는 반면, 앤드루는 또래에겐 공격적이고 윗사람들에겐 유순할지도 모른다. 또 어쩌면 브래드는 비난을 받을 때 특히 공격적인 데 반해 신체적으로 위협을 받을 땐 평소와 달리 차분할 수도 있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16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상황에 대한 이런 독특한 반응 패턴은 시간이 흐르면서 꽤 안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 반응 패턴 자체는 사람의 폭넓은 특성을 기술하기에 적합하지 않지만, 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누군가의 성격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앤드루와 브래드는 공격성 테스트에서 같은 점수를 받았을지도 모르지만, 공격성을 드러내게끔 하는 계기와 맥락에 대해 각자 독특한 반응 패턴을 갖고 있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16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12장 읽다가 중간에 언급된 <취약 가정과 아동복지 연구>가 갑자기 궁금해져서 찾아 봤는데요, 완전 개미지옥 - 굴러 떨어져서 못 나올뻔 했습니다. <노이즈>보다 이 쪽이 더 흥미진진 ^^;; 14장 다 읽고 자려다가.. 줄리 GPA 질문이 대환장스러워서 ㅜㅜ 오늘 이만 후퇴합니다. 소중한 내 수면을 지키리라. “다음 질문은 매칭과 연관된 체계적인 판단 오류의 힘을 동시에 보여준다” —> 힘이 안 보여요. (1) 질문 자체가 너무 이상했음. 질문이 이상한데 어떻게 좋은 답변이 나올 수 있나요? 네 살때 글 술술 읽은 정보를 가지고 대학 졸업할 줄리 GPA를 어떻게 대답하나요? 그리고선 독자 머리 속에 떠오르는 숫자가 잘못된 매칭이라고 지레짐작 ㅠㅠ 앞에서도 저자들이 던진 질문이 독자에게 편향성 답변을 유도한다고 생각했는데, 줄리 GPA질문은 좀 짜증났어요. 독자에게 묻지 말고 그냥 쭉쭉 설명해주시지ㅠㅠ (2) 요즘 GPA는 번역하지 않고 그냥 저렇게 두는게 일반적인가요?
!! 저도 줄리의 GPA 질문 대환장스러웠어요. 사실 이전에 독자들에게 던진 질문 대부분을 보면서 고개를 갸우뚱했는데 이 질문에서 확신했네요. 같은 걸 느끼신 분이 있어서 반가워요. 질문 읽을 때부터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이랬을 것이다‘..라고 추측하며 설명하다가 마지막에는 ’터무니 없는 일이다‘..라고 쓰다니 아니, 우린 알고 있었다고요. 게다가 매칭을 주관적인 인상의 객관적 척도를 부여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과거의 일로 현재의 척도를 매칭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예시라고 할 수 있지 않나요?
@Nana @소피아 아, 두 분 의견을 원저자(한 분은 돌아가심)들한테 보내고 싶네요! (괜히 책 읽자고 제안한 제가 송구합니다.)
우선 @Nana 님께는 하이파이브 한 번 날리고 - @YG 님, 송구하다니요오오 - 저자들 명성때문에 기대한 거랑 달라서 당황스럽긴 하지만, 책 읽으면서 이리저리 까는 맛도 있는 거잖아요? (뒤돌아서 눙물 닦고 ㅎㅎ) 저 사실, 12장에 언급된 <취약 가정과 아동복지 연구> 되게 인상적이었어요. 이 책과는 무관한 지점이 인상적이라는 게 함정이지만^^;; 미국의 미혼 가정 아동이 (out-of-wedlock births) 60년대에는 불과 6퍼센트 정도였는데, 21세기 들어설 무렵 전체 출생의 1/3을 차지하게 되고 사회적인 문제로 확대되자 대대적인 연구에 돌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올해 모 배우때문에 혼외자의 문제가 대두되었지만, 미국에서는 십대 미혼모의 문제로 연구가 시작된 것 같아요. (그러나 연구 결과에선 미혼부의 문제점이 더 부각되었다는 반전) 클린턴 행정부에서부터 부시 행정부때까지 13년동안 프린스턴대와 콜럼비아대 연구진이 20개 대도시의 미혼 가정에서 출생한 5천명의 아동과 부모들을 (아동 나이 1세, 3세, 5세, 9세 때) 추적해가며 인터뷰한 방대한 규모의 연구였다고 합니다. 이 연구는 사회과학 분야의 한 획을 긋는 대장정이었는데, 어마어마한 데이터와 자료 분석이 모두 잘 정리되어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고 (현재는 “가정의 미래와 아동 복지 연구”로 이름이 바뀌어서 동일 아동의 15세, 22세 상황을 추적 조사하는 후속 연구 진행 중), 파생 연구와 저서들도 소개 되어 있습니다. 이런 노력들을 실현 가능하게 만드는 재원과 인적 자원을 20년 넘게 동원할 수 있다는 점, 연구 진행 과정과 결과를 공유하며 대책 마련을 위한 방법을 다각도로 모색하는 점, 오픈된 연구 데이터와 결과는 다른 학문으로도 파급되어 여러 분야에 학문적으로 또 사회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는 점, 9/11 사태, 이라크 파병, 금융위기 등의 전례없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도 이 연구는 끈질기게 이어져 왔다는 점 등등, 여러 포인트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드러나지 않아도 어디선가 사회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꾸준히 시도되고 있구나, 아주 느리게 진행되어서 그 결과나 영향을 내가 살아 있는 동안 볼 수 없다고 해도 이런 오랜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안도감이 드는 구석이 있었습니다. 올해 읽은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도 떠오르고..
가난한 아이들은 어떻게 어른이 되는가 - 빈곤과 청소년, 10년의 기록25년 경력의 교사이자 청소년 정책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빈곤가정에서 자란 여덟 명의 아이들과 10여 년간 만남을 지속하면서 가난한 청소년이 청년이 되면서 처하게 되는 문제, 우리 사회의 교육·노동·복지가 맞물리는 지점을 적극적으로 탐사한다.
아니 @YG 님이 송구하실 일은 아니죠.. 이렇게 투덜거리면서 같이 읽는 재미가 얼마나 좋은데요. ㅎㅎㅎ 다 YG님 덕분입니다.
마성의 유혹자 @YG 만세!!
저희 남편은 일부러 투덜대는 걸 좋아해서 그런 드라마를 (특히 막장이나 의학드라마) 골라 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야구 볼 때도 항상 욕 투성이인데..;; 그렇게 욕하면서 왜 보냐고 하면 그렇게 대답하더라구요. 또 욕하는 재미가 있다고;; 참고로 다른 팀을 욕하는 것보다 자기가 어릴적부터 꾸준히 응원하던 팀을 욕하는 경우가 많아요;;(이해 못하겠다는;;)
@소피아 @Nana 저는 일부러 독자에게 환장을 일으킬 생각으로 만든 예시로 이해했어요. 현실 세계에서는 배경 사연으로는 제대로 추정할 수 없는 것을 추정해야 하는데 그런 때 어떤 편향과 잡음이 주요하게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는 용도로서요. GPA는 학점으로 옮겼으면 더 나았을 거 같기는 합니다. ^^
아…‘ 알아차리지 못 하는 사이 우리는 말도 안되는 것을 추정하고 있다~ ‘라는 예시로 들은 것으로도 볼 수 있겠네요. 전 매칭을 설명하기 위한 예시라고 생각해서 좀 안 맞는다고 생각했거든요.
(2) 학점이라고 그냥 번역해도 될 것 같은데..;;
드디어 데블스 애드버킷으로 활동을 시작해 보자면 ^^ 소피아 님에 대한 반론은 아니구, 저자 편에서 변호를 좀 해 보자면요, 평소 객관적인 사고를 많이 하시는 분들이시라서 질문이 너무 빤하다, 내가 생각하는 답변은 저자가 예상하는 답변과 다르다 이렇게 느끼시는 게 아닌가 합니다. 소피아 님은 질문을 접하고서 4살 때 독해 능력 갖고 대학 졸업 시 성적을 예상할 수 없다고 생각하신 것 같지만, 많은 사람들은 저자의 예상대로 좀 높은 등급의 성적을 예상했을 것 같습니다. 단,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이미 앞에서 해온 이야기들의 맥락을 아니까 저자의 의도를 예상하고 더 신중한 답변을 했겠죠. 그러니까, 그런 짐작을 일부러 잊어버리고 내가 별 맥락 없이 다른 상황에서 질문을 받았으면 어떻게 답변했을까 하고 상상해 봐야 하는데 그게 쉽지는 않아서 저자의 기대만큼 체험학습 효과가 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그런데 좀 재미있는 이야기라고는 생각했어요. 어떤 소설에서 줄리가 어릴 때 동년배도다 책을 잘 읽는 모습을 묘사했다면, 줄리가 지적인 사람으로 성장하는 모습이 그려질 것으로 기대하는 건 자연스럽고 맞을 확률도 높을 것 같습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복선들은 그에 걸맞는 결과들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 소설의 법칙이죠. 그런데 현실세계는 그와 다른 데도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소설 같은 이야기들의 관점으로 세상을 해석하고 예측한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전 그게 전문적인 직업의 세계에서는 문제이겠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피할 수도 없고 지나치게 피해서도 안되는 일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오류와 잡음을 너무 두려워하다 보면 대부분의 일에 판단유보 상태로 있게 될텐데, 거기엔 장단점이 있을 것 같아요. 우리는 행동 하나를 갖고 한 사람의 인격 전부를 평가하기도 하고, 표정 하나로 그 사람의 감정을 짐작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듬성듬성 주어진 정보의 단편들을 꿰어 맞춰 그럴 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하구요. 우리가 바라보는 세상은 그런 노이즈를 잔뜩 품은 일종의 환상 같은 세계가 아닐까 합니다. 그런데 그런 환상들을 완벽하게 다 제거하면 남는 것은 얼마 되지 않지 않을까. 예를 들어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그 의도도 알 수 없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나는 알 수 없다고 해 버리면 일종의 무관심만 남게 됩니다. 하지만 그 행동의 의미를 여러 방식으로 상상하다 보면 당연히 오류가 따르겠지만 일단 더 재미있어지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중요한 뭔가를 포착하게 될 수도 있구요. 그러니, 제 제안은, 노이즈를 감수하고 수용하면서 이야기들을 발견하고 만들어내되, 노이즈가 존재한다는 것과 내 믿음은 일종의 이야기라는 것을 잊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뻔하다고 하지만 실제로도 우리가 애들 키울 때 애들이 일찍 글자를 익히거나 숫자를 세면 엄머나 우리 아이 천잰가봐! 하버드 가는 거 아냐?하고 김치국이지만 그래도 마음 속으로 희망회로를 돌리곤 하죠..^^;; 심지어 유전자와 환경의 기여도가 각각 비슷한데도 '부모가 둘다 똑똑하니 아이도 똑똑하겠지 내가 수포자여서 우리 애가 수학을 못하나봐.. 어떡해..' 등 판단 오류는 많이 있죠. 저만 그랬을까요? ㅎㅎㅎ 인간들이 바보같은 실수를 많이 하지만 그중 최고봉은 부모들(그리고 조부모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전 데블스 애드버킷 성향이라 빨리 진도 나가서 저자 편들어 주고 싶네요 ^^ 그 줄리 GPA란 게 뭔지 궁금합니다.
ㅋㅋㅋㅋ 오도니안님이 밸런스감 있게 맞춰주셔서 아주 이~븐하게 토론을 달궈주는 군요. (흑백요리사 심사같은 기분)
포스에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
@오도니안 @borumis 벽돌책 모임에서 책의 저자나 내용을 깔때, 내 개인적인 생각이 다른 분들 읽으시는 데 부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살짝 걱정되기도 하는데요, 오도니안 님이 저자들 편들어 주실꺼니까 여기서는 맘놓고 까도 되겠다 싶네요? ㅎ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그래도 책은 읽습니다. 오늘 목요일 12월 19일은 4부의 14장 '매칭 과정' 15장 '척도'를 읽습니다. 제가 4부 들어가면서 말씀드렸듯이, 책 전체에서 4부가 제일 어수선해 보이는 부분이었어요. @Nana @소피아 님께서 이미 지적하셨듯이. 서로 납득 안 가는 부분 욕도 하고 의견도 나누면서 마저 읽겠습니다. :)
“그래도 책은 읽습니다. 그래도 책은 읽습니다. 그래도 책은 읽습니다. 그래도 책은 읽습니다. 그래도 책은 읽습니다.” —> 이 말 왜이리 웃기죠? 풀 먹이려 모아둔 양떼 무리에서 내빼려는 망나니 양들 단속하시는 거 같아요 ㅎㅎ 벽돌책 모임장은 되게 힘든 직책이군요. 무단 횡단 단속도 해야하고, 중도 이탈자도 잡아다가 무리 속으로 다시 몰아넣어야 하고 ㅠㅠㅠㅠ 기강 잡느라 고군분투하는 @YG 님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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