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7. <노이즈>

D-29
셋째, 존경과 존엄으로 대우받는다는 느낌을 사람들에게 주려면 어느 정도의 잡음은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 잡음은 사람들이 결국 포용하게 된 불완전한 프로세스의 부산물일 수 있다. 왜냐하면 그 프로세스는 직원, 고객, 지원자, 학생, 범죄 피의자 등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발언하고 재량을 행사할 기회를 제공하며, 자기 의견이 반영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자비는 규칙에 얽매여 있지 않기 때문에 잡음이 존재한다. 그런데도 많은 상황과 조직에서 포샤처럼 자비를 간청할 수 있다. 그런 애원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직원은 승진을 바라고, 예비 집주인은 대출이 간절하고, 학생은 대학에 들어가고 싶다. 이럴 때 의사결정자는 어떤 잡음 축소 전략(특히 엄격한 규칙을 기초로 판단을 내리는 것)을 거부할 수도 있다. 포샤처럼 자비심이란 본질상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의사결정자는 개인의 처지를 고려하며 판단을 내릴 것이다. 그 의사결정자는 개인 사정을 고려하여 내린 판단에 잡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존중받았다는 느낌, 누군가 자신들에게 귀 기울여 주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 의사결정자는 자비를 베풀어 개인의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을 내릴지도 모른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27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요컨대 혹자는 잡음 있는 제도를 통해서 새로운 가치를 받아들일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치가 변하고 판사들이 재량을 행사할 수 있다면, 판사들은 가령 과거와 달리 마약 사범에게 더 낮은 형량을 선고하거나 강간범에게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하기 시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관대한 판사가 있고 그렇지 않은 판사가 있을 경우 부당한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다르게 처벌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로써 참신하거나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받아들일 기회가 생긴다면, 이러한 부당함은 용인될 것이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27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익숙한 사례는 세법이다. 조세제도에는 잡음이 존재해선 안 된다. 명확하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같은 납세자가 다르게 처리되어선 안 된다. 하지만 조세제도에서 잡음을 없앤다면, 똑똑한 납세자들은 필연적으로 세법 규정을 피할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세금 전문가들은 잡음을 없애서 명확한 규정을 두는 것이 최선인지 아니면 예측 불가능성을 허용하고 명확한 규정으로 인해서 기회주의적이거나 이기적인 행위가 발생할 위험을 줄이는 것이 최선인지에 대해서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27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일부 기업과 대학은 구체적인 정의 없이 조직 구성원들의 ‘위법 행위’를 금한다. 그래서 잡음이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이것은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매우 나쁜 것만은 아니다. 무엇이 위법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정의하면, 그 목록에서 빠진 끔찍한 행위는 결국에는 용인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27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유명한 변호사이자 사상가인 필립 하워드는 여러 저서에서 더 유연한 판단을 허용하는 것을 지지하는 비슷한 주장을 했다. 그는 잡음을 제거하는 규범적 규칙이 아니라 ‘타당하다’ ‘신중하게 행동하다’ ‘과도한 위험을 전가하지 않는다’ 등 일반적 원칙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워드의 관점에서 현대 정부 규제는 어불성설이다. 그냥 너무나 경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27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목표가 잡음을 줄이거나 잡음을 줄이는 방법을 결정하고 실행할지를 (그리고 어느 수준까지 실행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라면, 규칙과 기준이라는 두 가지 규제 행위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종류를 막론하고 조직은 잡음을 줄이기 위해서 규칙이나 기준 또는 둘을 적절히 결합하여 활용한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28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규칙은 적용 대상자의 재량을 없애고자 한다. 반면에 기준은 재량을 적용 대상자에게 부여한다. 규칙이 마련될 때마다, 잡음이 급격하게 줄어들게 된다. 운전자가 얼마나 빨리 달렸나? 노동자가 발암물질에 노출됐나? 약물에 경고가 필요했나? 규칙을 해석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28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번 주는 5부를 읽는 일정입니다. @장맥주 작가님 등 몇몇 분은 연말 일정 때문인지 먼저 읽고 계시는데요. 우리도 뒤따라 읽습니다. 오늘 12월 23일 월요일은 5부 18장 '좋은 판단자가 좋은 판단을 내린다'와 19장 '편향 제거와 결정 위생'을 읽습니다. 18장은 제목처럼 남보다 편향과 특히 잡음 없는 판단을 내리는 '좋은 판단자'의 조건을 따져보고(저자의 주장에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19장은 '결정 위생'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20장부터는 본격적으로 흥미진진한 사례가 뒤따르고요. (이번 주는 5부의 여덟 장을 평일 기준 두 장씩 읽는 일정입니다.)
저는 이제 22장까지 읽었는데, 다른 분들 의견을 읽다 보니 제가 놓친 부분(잡음 없이 저자의 논리를 있는 그대로 다 받아들인 것 같기도...)이 많은 것 같아, 다시 복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장작가님의 독주(?)에 슬며시 미소 짓게 되기도 하고요. 이번 주에도 열심히 읽겠습니다:)
제가 독주를 했다는 것은 그만큼 제가 원고를 쓰는 게 싫었다는 의미입니다. 쿨럭... ㅠ.ㅠ
하핫, 솔직한 고백 감사합니다. 작가님:) 문장 수집하신 거 하나하나 읽다가 23장이 등장하길래, '앗, 나도 얼른 따라잡아야지(?)'했는데, 27장에 이어 28장이 등장하는 순간 마음을 차분히 내려놓았습니다(숙연).
저는 또 『노이즈』 다음에 1월부터 읽을 벽돌 책을 고민 중입니다. 몇 차례 예고해 드렸던 로버트 새폴스키의 『행동』(문학동네)도 후보이고요. 『행동』은 『노이즈』보다 재미있지만, 또 밀도가 상당한 책이라서 연초부터 함께 읽을 만할지 고민이 되고요. 지금 만지작거리는 또 다른 선택지 중 하나는 배리 로페즈의 『호라이즌』(북하우스)입니다. 배리 로페즈는 1945년생으로 2020년 만 75세로 세상을 뜬 미국의 여행 작가입니다. 사실, 저는 여행 에세이, 생태 에세이를 그렇게 즐겨서 읽지 않아요. (환경 기자라고 꼭 생태 에세이를 좋아하는 건 아니랍니다.) 그런데 로페즈의 1986년작 『북극을 꿈꾸다』를 읽고서는 '이건 최고다!'라고 탄성을 질렀던 기억이 납니다. 『북극을 꿈꾸다』는 1980년대 중반과 비교했을 때, 북극을 둘러싼 모든 환경이 많이 바뀐 지금도 여전히 널리 읽히는 북극에 대한 여행 에세이이고, 국내에도 번역돼 나왔어요. 『호라이즌』은 로페즈가 북극부터 시작해서 남극, 북태평양, 남태평양, 아프리카, 호주 등 자기 평생 여행을 다녔던 오지 가운데 임팩트가 있었던 곳들을 여섯 개로 묶은 다음에 여행가와 여행 작가로서 자신의 삶을 엮어서 서술한 일종의 여행기이자 회고록입니다. 2020년에 그가 죽기 전에 나온 마지막 작품이기도 하고요. 20세기의 가장 걸출한 여행 작가의 회고록이기도 하고, 여행기이기도 하고, 또 기후 위기에 대해서 뭐라도 써보려고 하는 작가들이 제일 먼저 참고하는 리스트이기도 해서 손이 가는 책입니다. (정말 연말에 나온 책이라서 저도 지금 앞에 5분의 1 정도만 읽고 있는 참입니다.)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인간 본성에 대한 탁월한 안내자”라 칭하고 “우리 시대 최고의 과학 저술가”라 평한, 세계 최고의 신경과학자 로버트 M. 새폴스키의 저서로 ‘인간 행동의 과학을 개괄하려는 눈부신 시도’이자 ‘인간 본성의 복잡다단한 세계로 안내하는 명쾌한 가이드’이다.
호라이즌전미 도서상 수상 작가 배리 로페즈가 생전에 마지막으로 발표한 역작 『호라이즌』이 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은 배리 로페즈가 자신의 여행 경험을 집대성한 책으로, 그가 선보인 글 중 가장 방대하면서도 장소와 사유를 옹골차게 엮은 논픽션이다.
북극을 꿈꾸다 - 우리의 삶에서 상상력이 사라졌을 때‘우리 시대 가장 중요한 자연주의자’ 배리 로페즈의 대표작이자 전미도서상 수상작인 『북극을 꿈꾸다Arctic Dreams』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북극의 진면모를 펼쳐내며 생태학의 고전이 되었다.
<행동>과 <호라이즌>에 한 표씩 던집니다. 이유는 다른 거 없고 700쪽이 넘어서입니다. <북극을 꿈꾸다>는 656쪽이네요. ㅎㅎㅎ
<호라이즌> 이미 저의 장바구니에 있어요. 근데 900쪽 넘는 책이 전자책 안나오면 어쩌라고 ㅠㅠ 올해는 이상하게 일년 내내 사고 싶은 책 별로 안나오다가 갑자기 연말에 몰아 나오는 듯합니다. ㅠㅠ
@소피아 아, 원래 배리 로페즈에 관심이 있으셨나요?
아니요, 처음 듣는 이름 ^^;;
@소피아 연말에 눈에 띄는 다른 책도 방출해 주세요! :)
네? 이건 마치 전혀 다른 패션 취향을 가진 사람이 나에게 옷장 구경 좀 하자는 거 같은데요? 옷장 열어 제치자마자, “뭐 이런 걸?” “도대체 왜 이런 걸?” x 100가지 지적질 날아 올 거 같은 기분이 드네요?? ㅎㅎ. 마지막엔 “정리 좀 하시라”는 지적질로 마무리 될 듯 ㅎㅎㅎㅎ
헛. <호라이즌> 전자책 없나요? 그러면 저는 마음이 식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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