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7. <노이즈>

D-29
기본적으로 병원에서 재는 혈압은 좀 높게 나오더라구요 두번째 재면 좀 낫고.. 환경과 정신의 영향을 받는데 이런 편차가 있어서 두번 재는거 같아요 전 삼체3권 보다 살짝 밀렸는데 따라가겠습니다
오, 혈압은 집에서 재는 것이군요! 얼마 전에 건강검진을 다녀왔던 터라, 더 반가운 주제네요. 근데 저는 늘 저혈압이에요(반전). 이번에도 수치가 낮아서 모든 검사가 끝나고 다시 재고 가라고 하셨는데, 다시 재도 역시나. 높게 나온 게 그 수치라면 저는... (이번에도 최고가 84, 최저가 50이었어요). 격한 운동이라도 하고 재야할까 봐요(흑흑).
@연해 혈압은 집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포즈로 일주일 정도를 재고 나서 그 평균치를 살피는 게 제일 정확하다는 얘기를 예전에 취재할 때 들은 적이 있어요. 예를 들어, 자고 일어나서 소변까지 보고 나서 5분 정도 지난 후에 연속으로 두 번 측정하고(하루 평균치), 그걸 일주일 반복해서 얻은 일주일 평균치로 혈압에 문제가 있는지 판정하는 게 최선이라는 식입니다. (혹시 의료계에 계신 분이 있다면 잘못된 대목은 정정해 주세요.)
@연해 님께 댓글 달다 갑자기 생각난 책이 있어요. 『숫자, 의학을 지배하다』(뿌리와이파리). 제레미 그린의 책인데 고혈압, 당뇨, 콜레스트롤 수치의 표준이 어떤 논쟁 과정에서 마련되었고, 그 과정에서 신약을 보유한 제약 업계의 이해관계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추적한 책입니다. 특히 고혈압의 기준이 왜 140/90mmHg이 되었는가, 같은 질문이 새삼 궁금한 분이라면 읽어볼 만한 책이에요. 재미있어요!
숫자, 의학을 지배하다 - 고혈압, 당뇨, 콜레스테롤과 제약산업의 사회사세 가지 ‘기적의 약’에 얽힌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약을 통한 예방’이라는 현대의학의 교의에 밑바탕이 된 마케팅과 의학의 융합을 탐구한다. 이 세 가지 이야기는 그 특성과 관계자가 서로 엮여 있으며, 지난 반세기 동안 치료 지식과 실천에서 일어난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와 일련의 구조적 발전을 설명한다.
매일 숫자와 싸우고(?) 있는 저에게 숫자의 책을 추천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이 더(?) 솟아오릅니다. 지난번 책도 그렇고, @YG 님이 추천해주시는 책은 기본이 400페이지가 넘네요(허허허). 저에게는 이마저도 벽돌책이라 말씀드리면, 이 방에 계신 분들이 슬며시 미소 지으실 것 같지만, 그래도 감사합니다. (책 추천은 언제나 기쁘지요. 미래의 제가 읽을 것이에요...)
오, 이렇게 정성스럽고 자세한 설명이라니! 감사합니다:) 같은 시간, 심지어 같은 포즈로...(하핫) 제가 저혈압이라, 갑자기 일어나거나 피가 부족할 때(이게 저혈압과 연결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어질어질 휘청휘청하는 편인데요. 아직은 살면서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는 못했던 터라(간헐적인 어지러움은 사실 좀 익숙해서), 좀 더 이 증상이 심해지면 @YG 님이 말씀해주신 방법으로 꼼꼼히 체크해보겠습니다.
잡음과 관련해 정신의학은 극단적인 경우다. 같은 기준으로 같은 환자에게 진단을 내릴 때, 정신과 전문의들은 곧잘 서로 다른 의견을 내놓는다. 이런 이유로 최소한 1940년대 이후 잡음 축소는 정신의학계가 우선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주요 과업이 됐다. 끊임없이 개선하고는 있지만, 가이드라인은 정신의학계에서 잡음을 줄이는 데 그렇게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22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하지만 진단을 내린 의사들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보다 정신의학에 잡음이 존재하는 이유는 ‘명명법의 부적합’이었다. 많은 정신과 전문의들은 정신의학적 명명법에 불만족스러웠다. 이런 배경에서 1980년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 편람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s》의 세 번째 개정판이 나왔다. 최초로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분명하고 자세한 기준이 제시된 것이다. 이것은 정신의학계에서 진단 가이드라인을 도입하는 첫 단계였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22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최고재무책임자나 연구책임자의 측정 가능한 성과란 도대체 무엇일까? 오늘날의 지식 노동자들은 다수의, 때때로 상충하는 목표들을 균형 있게 추구한다. 근무평정을 실시할 때 그중에 어느 한 가지만 집중적으로 살핀다면, 잘못된 평가로 이어지고 부정적인 영향을 유발하게 된다. 예를 들어 매일 의사 한 명이 진료하는 환자의 수는 병원 생산성의 주요 동인이다. 하지만 우리는 의사들이 오로지 그 요인에만 집중하길 원치 않고, 그들이 진료한 환자의 수를 기준으로 평가를 받고 보상이 제공되기를 바라지도 않는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23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무엇보다도 평정자들은 평가 이후에 피평정자들과의 불편한 대화를 피하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평점을 부풀릴 수도 있다. 또는 오랫동안 승진을 기다린 사람들에게 유리하도록 의도적으로 높은 점수를 주거나, 심지어 역설적이게도 업무 실적이 나쁜 사람에게 좋은 점수를 주기도 한다. 평점이 높아야 그 사람을 다른 부서로 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23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셋째, 존경과 존엄으로 대우받는다는 느낌을 사람들에게 주려면 어느 정도의 잡음은 감내해야 할지도 모른다. 잡음은 사람들이 결국 포용하게 된 불완전한 프로세스의 부산물일 수 있다. 왜냐하면 그 프로세스는 직원, 고객, 지원자, 학생, 범죄 피의자 등 모두에게 개별적으로 발언하고 재량을 행사할 기회를 제공하며, 자기 의견이 반영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자비는 규칙에 얽매여 있지 않기 때문에 잡음이 존재한다. 그런데도 많은 상황과 조직에서 포샤처럼 자비를 간청할 수 있다. 그런 애원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직원은 승진을 바라고, 예비 집주인은 대출이 간절하고, 학생은 대학에 들어가고 싶다. 이럴 때 의사결정자는 어떤 잡음 축소 전략(특히 엄격한 규칙을 기초로 판단을 내리는 것)을 거부할 수도 있다. 포샤처럼 자비심이란 본질상 강요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의사결정자는 개인의 처지를 고려하며 판단을 내릴 것이다. 그 의사결정자는 개인 사정을 고려하여 내린 판단에 잡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존중받았다는 느낌, 누군가 자신들에게 귀 기울여 주었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면, 의사결정자는 자비를 베풀어 개인의 사정을 고려하여 판단을 내릴지도 모른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27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요컨대 혹자는 잡음 있는 제도를 통해서 새로운 가치를 받아들일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가치가 변하고 판사들이 재량을 행사할 수 있다면, 판사들은 가령 과거와 달리 마약 사범에게 더 낮은 형량을 선고하거나 강간범에게 더 높은 형량을 선고하기 시작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관대한 판사가 있고 그렇지 않은 판사가 있을 경우 부당한 판결이 내려질 가능성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이 다르게 처벌받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로써 참신하거나 새로운 사회적 가치를 받아들일 기회가 생긴다면, 이러한 부당함은 용인될 것이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27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익숙한 사례는 세법이다. 조세제도에는 잡음이 존재해선 안 된다. 명확하고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같은 납세자가 다르게 처리되어선 안 된다. 하지만 조세제도에서 잡음을 없앤다면, 똑똑한 납세자들은 필연적으로 세법 규정을 피할 방법을 찾게 될 것이다. 세금 전문가들은 잡음을 없애서 명확한 규정을 두는 것이 최선인지 아니면 예측 불가능성을 허용하고 명확한 규정으로 인해서 기회주의적이거나 이기적인 행위가 발생할 위험을 줄이는 것이 최선인지에 대해서 활발히 논의하고 있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27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일부 기업과 대학은 구체적인 정의 없이 조직 구성원들의 ‘위법 행위’를 금한다. 그래서 잡음이 불가피하게 발생한다. 이것은 좋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매우 나쁜 것만은 아니다. 무엇이 위법 행위에 해당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정의하면, 그 목록에서 빠진 끔찍한 행위는 결국에는 용인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27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유명한 변호사이자 사상가인 필립 하워드는 여러 저서에서 더 유연한 판단을 허용하는 것을 지지하는 비슷한 주장을 했다. 그는 잡음을 제거하는 규범적 규칙이 아니라 ‘타당하다’ ‘신중하게 행동하다’ ‘과도한 위험을 전가하지 않는다’ 등 일반적 원칙으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워드의 관점에서 현대 정부 규제는 어불성설이다. 그냥 너무나 경직되어 있기 때문이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27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목표가 잡음을 줄이거나 잡음을 줄이는 방법을 결정하고 실행할지를 (그리고 어느 수준까지 실행할지를) 결정하는 것이라면, 규칙과 기준이라는 두 가지 규제 행위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 종류를 막론하고 조직은 잡음을 줄이기 위해서 규칙이나 기준 또는 둘을 적절히 결합하여 활용한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28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규칙은 적용 대상자의 재량을 없애고자 한다. 반면에 기준은 재량을 적용 대상자에게 부여한다. 규칙이 마련될 때마다, 잡음이 급격하게 줄어들게 된다. 운전자가 얼마나 빨리 달렸나? 노동자가 발암물질에 노출됐나? 약물에 경고가 필요했나? 규칙을 해석하는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28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번 주는 5부를 읽는 일정입니다. @장맥주 작가님 등 몇몇 분은 연말 일정 때문인지 먼저 읽고 계시는데요. 우리도 뒤따라 읽습니다. 오늘 12월 23일 월요일은 5부 18장 '좋은 판단자가 좋은 판단을 내린다'와 19장 '편향 제거와 결정 위생'을 읽습니다. 18장은 제목처럼 남보다 편향과 특히 잡음 없는 판단을 내리는 '좋은 판단자'의 조건을 따져보고(저자의 주장에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19장은 '결정 위생'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20장부터는 본격적으로 흥미진진한 사례가 뒤따르고요. (이번 주는 5부의 여덟 장을 평일 기준 두 장씩 읽는 일정입니다.)
저는 이제 22장까지 읽었는데, 다른 분들 의견을 읽다 보니 제가 놓친 부분(잡음 없이 저자의 논리를 있는 그대로 다 받아들인 것 같기도...)이 많은 것 같아, 다시 복습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장작가님의 독주(?)에 슬며시 미소 짓게 되기도 하고요. 이번 주에도 열심히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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