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유, 이야기에 살이 붙고 있네요. ^^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17. <노이즈>
D-29

장맥주

연해
엇, 저는 소화기능이 느려진다기보다는 식욕이 사라지는 느낌이었어요. 결과적으로는 @borumis 님과 같았네요. 살이 더 빠졌습니다(허허). 제가 먹었던 건 항우울제, 항불안제 등이었는데요. 항불안제의 경우 먹고 나면 뭐랄까, 되게 차분해져요. 생각이 느릿하게 흘러가고, 식욕도 뚝 떨어지고, 총명함(있긴 했었니...)이 사라진 느낌? 덕분에 불안함은 많이 사라졌죠. 근데 저는 기질적으로 생각도 많고, 생각도 많고, 생각도 많... (죄송합니다) 아무튼 그런 편인데, 이 약을 먹으면 그 생각들이 촥 가라앉는 느낌이었어요. 몽롱하고, 감정에도 무뎌지고요.
그리고 말씀하신 것처럼, 저도 정신과를 갈 때는 주로 혼자 갔고, 주변에도 숨겼던 것 같아요(가족들에게는 특히 더요). 오래된 기억이지만, 당시에 만났던 남자친구가 저 몰래 병원에 찾아와서 기다려준 적이 있었는데요. 고맙다기보다는 좀 싫더라고요. 정신 질환 자체를 제가 부끄럽다고 생각했던 건지, 아직도 명확한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그때와 생각이 달라졌거든요. 현대인들이 다 한번씩 정신과를 가보지 않은 게 오히려 놀라워요. 몸의 질환처럼, 정신 질환이 다들 있지 않나... 흠. 병원 한 번 안 가본 사람은 없는 것처럼요.
물론 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오도니안
다시 감사드리면서 제 생각을 보태 보겠습니다.
현재의 지식 수준이 우리의 정신세계에 대해 이해하고 예측하는 데 한계가 많다고 할 수 있겠지만, 뇌과학에 관한 책 몇 권을 읽어본 느낌으로는 연구결과가 누적되면서 상당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가능성도 상당히 열려 있구요.
의식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도 객관적 검증이 가능한 가설과 근거들이 나오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제가 좀 자세히 접해 본 건 '의식이라는 꿈'(제목이 저자의 입장을 잘 표현해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이라는 책에서 올해 작고한 인지과학자 데니얼 대닛이 제시한 '다중원고모델'인데 꽤 그럴듯하게 느껴졌습니다. 이에 따르면 우리 뇌는 하나의 작업을 통일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부문이 각자 독립적으로 저마다의 작업을 처리하는데, 의식이란 이 여러 작업 중 어디에 더 주의를 기울이고 후속 작업을 일으킬 것인지 선택하는 메커니즘이라고 합니다.
알듯 말듯 하지만, 진화론을 바탕에 깔고 뇌의 작동 방식은 생존에 도움이 되는 계산 메커니즘이라는 관점으로 가설과 검증을 반복해 나가면서 인간의 의식을 비롯해 여러 정신활동들의 원리를 밝혀나갈 수는 있을 듯 합니다.
3번에서 말씀해 주신 내용은 대부분 저의 생각과도 비슷하다고 이해가 됩니다.
우리는 충분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도 판단과 선택을 해야 하기 때문에 우리의 윤리적 판단은 엄밀하게 증명되지 않은 근거에도 일부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자면, 우리가 갖고 있는 메커니즘은 진화의 앞단계에서 발명된 도구들을 재활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구요. 그렇게 보면 고통에 대한 감각은 생물의 가장 원초적인 생존 도구(나를 보존하기 위해 내게 해가 되는 자극을 피해야 한다)이기 때문에 동물들 간에 상당한 유사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젖을 먹이는 자식이나 동료에 대한 애착 같은 감정들은 포유류적인 특성이고 진화의 더 나중 단계에 나타났을 것 같은데, 고통과 쾌락은 그보다 훨씬 역사가 길 것 같아요.
이런 건 엄밀성을 갖추지 못한 어설픈 믿음이라고 할 수 있지만, 그런 맥락에서 어류나 갑각류도 분명 일종의 고통을 느끼긴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웃 인간의 고통에도 관심이 적고 육식도 즐기는 처지에 어류와 갑각류에 대한 고통에 대한 믿음이 얼마나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일단은, 바퀴벌레를 일격에 죽이는 정도의 실천일 뿐이죠.

의식이라는 꿈이 시대 가장 독창적인 사상가, 심리철학, 인지과학, 생물철학의 선구자로서 마음·종교·인공지능 연구에 심대한 영향을 끼친 철학자이지 인지과학자 데니얼 데닛이 신비로운 의식의 껍질을 벗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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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rumis
@오도니안 님, 딴 얘긴데 밑에 있는 철학논쟁은 책인가요? 링크가 도중에 끊긴 건지 다 보이지가 않아서..

borumis
오오 정성스러운 덧글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이 글을
함께 읽는 모임에서 비슷한 얘기들이 나오면서 우리의
앎의 한계에 대해 토론하게 되었는데 이 책과 기타 심리학 분야와도 밀접한 것 같아요.

YG
@오도니안 님은 저랑 같이 내년에 아래 책들을 함께 읽으면서 얘기를 나누셔야겠어요. :) 『행동』은 1~3월 가운데 (현재로서는 1월이나 2월 유력!) 읽을 예정입니다. 새폴스키의 또 다른 책 Determined: A Science of Life without Free Will은 지금 번역본 출간 준비 중으로 알고 있어서 역시 내년 중에 읽으려고요.

행동 - 인간의 최선의 행동과 최악의 행동에 관한 모든 것“인간 본성에 대한 탁월한 안내자”라 칭하고 “우리 시대 최고의 과학 저술가”라 평한, 세계 최고의 신경과학자 로버트 M. 새폴스키의 저서로 ‘인간 행동의 과학을 개괄하려는 눈부신 시도’이자 ‘인간 본성의 복잡다단한 세계로 안내하는 명쾌한 가이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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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니안
넵. 내년 예약입니다~~

소피아
뒤늦게 주말에 읽기 시작하려고 하는데요.. 벌써 10장? 1장부터 읽으면 저 따라 갈 수 있을까요? 그냥 3부 9장부터 읽기 시작해도 괜찮을까요? ( @YG 님이 무단횡단 엄청 싫어하시긴 하지만..) 요즘 집중력이 가출한 연말이라 우왕좌왕 ㅠㅠ (feat. 도둑맞은 내 집중력) 책은 고사하고 위에 줄줄이 달린 댓글 읽기도 힘드네요 ㅎㅎ

오도니안
저도 늦게 시작했는데 한 장의 분량이 적고 내용이 많이 어렵진 않아서 금방 따라잡으실 수 있을 거에요~

borumis
각 장의 분량이 적어서 읽을 만해요^^ 소피아님이라면 충분히!!

장맥주
“ 머신러닝 모델은 부러진 다리와 같은 예외적 변수를 감지해낼 수 있다.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훨씬 많이 포착할 수 있다. 이것이 머신러닝 모델이 매우 정확한 추정값을 도출해낼 수 있는 이유 중에 하나다. 방대한 사례에 대한 거대한 데이터를 고려하면, 가령 영화 관람자들의 행동을 추적하고 분석하는 모델은 실제로 영화를 보러가는 날 병원을 방문한 사람들은 그날 저녁에 영화를 보러 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찾아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흔치 않은 사건에 대한 예측의 정확도가 개선되면, 우리가 머신러닝 모델을 감독해야 할 필요성은 줄어들 것이다. ”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10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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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 머신러닝으로 설계된 이 예측 모델은 같은 정보를 사용했던 선형 모델보다도 훨씬 더 성공적이었다. 그 이유가 흥미롭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변수들의 조합에서 다른 예측 모델로는 감지할 수 없는 중요한 신호를 찾아낸다.” 16 다른 예측 모델로는 쉽게 파악할 수 없는 패턴을 포착하는 머신러닝 알고리즘의 능력은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피고들에게서 특히나 명확해진다. 다시 말해서 데이터의 일부 패턴은, 비록 드물게 나타나는 패턴일지라도, 고위험군을 정확하게 예측해낸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드물지만 결정적인 패턴을 찾아내는 능력은 부러진 다리 변수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 ”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10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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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도니안
아직 읽어보지 못한 부분이지만 선형 회귀분석, 심지어 가중치를 두지 않은 단순 모델조차 전문가들보다 노이즈 적은 결과를 낸다는 판에 머신러닝이 우수한 성과를 낸다는 건 거의 동어반복적인 결론이군요 ㅎ

장맥주
“ 원칙적으로 이렇게 차별적인 예측 결과가 나오는 것은 분명히 위험 요인이다. 하지만 알고리즘이 판사보다 인종적으로 덜 편향된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중요한 사실이다. 위험 허용치가 판사들과 같은 수준의 범죄율을 획득하도록 설정된다면, 머신러닝 알고리즘이 보석 불허 결정을 내리는 유색인종은 41퍼센트 하락한다. 이와 유사한 결과가 다른 시나리오에서도 관측됐다. 정확도의 향상이 반드시 인종차별의 악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연구진이 보여줬듯이, 머신러닝 알고리즘은 인종차별을 줄이는 쪽으로 쉽게 학습될 수 있다. ”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10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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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AI의 편향성 관련해서 막연히 알고 있던 바와 정반대 내용이라 좀 놀랐습니다.

장맥주
“ 어떤 면에서는 이런 반응이 합리적인 듯하다. 믿을 수 없는 알고리즘을 신경 쓸 이유가 어디 있겠나? 사람은 실수를 한다. 우리 모두 이 사실을 너무나도 잘 안다. 실수하는 것은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만이 실수할 수 있다. 우리는 기계가 완벽하길 기대한다. 이런 기대가 깨지면, 우리는 기계를 과감히 폐기한다. ”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10장,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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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briel
방금 말한 잡음의 일반적인 속성은 이 책이 추구하는 바에서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내리는 많은 결론은 정답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판단을 근거로 하기 때문이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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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briel
“ 사람들에겐 어느 때건 자기를 둘러싼 세상에 대한 단 하나의 해석만이 존재한다. 그리고 보통 그것을 대체할 그럴듯한 해석을 내놓는 데 조금도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 하나의 해석이면 충분하고, 실제로 사람들은 그렇게 세상을 경험한다.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인생을 살아가진 않는 것이다. ”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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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briel
“ 전문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업인 사람은 항상 최대한 옳은 판단을 내리려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판단이란 개념 자체가 어떤 판단이 옳고 그른지를 확신할 수 없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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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abriel
많은 전문적인 판단이 검증 불가능하다.
『노이즈 : 생각의 잡음 - 판단을 조종하는 생각의 함정』 대니얼 카너먼 외 지음, 장진영 옮김, 안서원 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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