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말을 몰았다. 비단옷이 바람을 얼싸안고 부풀어 올라 펄럭이었다. 왜 밀면 미는 대로 가지 못하고 맞받아 달려 오느냐고, 노한 바람이 철벅철벅 뺨을 갈겼다. 머릿결이 사납게 흩어져 눈을 가지고 모래가 입 안에서 자박자박 씹협다. 그래도 고삐를 돌려 등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쫓기는 듯 도망치듯 바람이 부는 대로 가고 싶지 않았다. 바람을 안고 달리면 눈물이 흘러 떨어지는 대신 뒤로 날아가 흩어졌다. 축축한 볼이 어느새 바람에 씻겨 감쪽 같았다. 애초에 울지 않은 것 같았다. 71쪽 ”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별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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