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미실> 함께 읽기

D-29
그 표현 정말 인상깊게 읽은 문장이었어요.
화랑세기를 읽지 않았지만 미실과 사다함, 무관랑의 이야기는 조금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같은 줄거리인데도 소설 <미실>로 읽으니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인물들이 살아 있는 사람으로 다가옵니다. 무관랑의 절망감, 체념, 자기혐오, 그리고 무공을 올리면서도 모든 인간관계에서 실패해 속이 썩어 들어갔을 사다함의 심정을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화랑세기 필사본은 말그대로 풍월주의 일대기이고, 소설은 캐릭터를 통해 작가가 그리고픈 인간상이나 사상(?) 등을 드러내는 것이니... 저것도 30대 작가 김별아의 세계와 인간에 대한 이해, 였다고나 할까요 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26분이 모두 대화에 참여하지는 않으시니 진도를 잘 따라오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앞으로 나아가 봅니다. 오늘은 <붉은 연못>을 함께 읽겠습니다.
불쌍한 세종. 이번엔 형에게 사랑하는 여인을 빼앗기네요. 황태자의 아이를 갖은 채로 진황제에게 갈 정도의 배포를 가진 여인. 그녀가 만들어갈 이야기가 그래서 더 궁금해집니다.
미실은 점차로 권력이 어떤 것인지 알아갔다. 그것은 누군가를 제압하고 어떤 일을 도모할 수 있는 힘이다. 또한 그것은 누군가를 선택하고 싫어 꺼리는 어떤 일을 거부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힘없는 여인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했던 숱한 일들, 자신의 의지와 하등 상관없는 선택으로 운명 속에 내동댕이쳐져야 했던 기억이 그녀를 더욱 냉철한 권력가로 만들었다.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김별아 지음
사랑을 바라면 그의 입에서 사랑한다는 말이 새어 나오게 해야 한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상대가 먼저 그것을 알아차리고 건네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의 진정을 향해 다가가는 경로부터 밝혀내야 한다.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230쪽, 김별아 지음
이거 제가 아주 못합니다. 사랑뿐 아니라 협상에서도 그래야 한다는 걸 알지만 잘 안 됩니다. 이런 걸 자연스럽게 하시는 분들 보면 신기해요. 그 요령을 터득하는 건 나는 글렀구나, 생각하고 이후에는 협상할 때도 그냥 제가 가진 패 다 내놓고 원하는 거 직접적으로 이야기합니다(사랑은 더 하지 않아도 되고요). 유리하게, 교묘하게 협상할 수는 없지만 협상에 들이는 에너지는 절약할 수 있더라고요.
저도 못 한다능...😅
모든 문장에 감탄하고 흥미진진한 줄거리에 할 말을 잊고 숨죽이고 따라 가고 있습니다요.
동륜의 아이를 임신하고 제의 아이라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미실의 정략성이 보입니다. 그만큼 정치에 물이 들어 간다는 증거겠지요. 사도황후와 함께 내정을 휘어 잡고 아들 하종을 제의 양자로 등극하게 하며 마주하기 곤란한 동륜을 저멀리 외지로 내보내는 잔치까지 잘 치루었습니다. 계획하지 않은 일들이 계획 한 것 처럼 잘 풀려갑니다.
위기의 순간에 미실은 더욱 차갑고 굳건해졌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시를 읊고 속삭일 때에는 더없이 다정하고 순종적인 그녀가 어느 한때에는 소름이 돋도록 냉혈한 모습을 드러냈다.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김별아 지음
"그렇다면 신국의 황제인 내가 일개 신하의 눈치를 보아야 한단 말이냐?...도리와 처지를 따지기 이전에 네게 주어진 소명이 엄연히 따로 있거늘,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언짢은 마음을 함부로 드러내느냐?" ... "그러하옵니다. 소녀는 그토록 미천한 몸이옵니다. 그런데 어찌 사랑하려 하시옵니까? 마음대로 사랑할 수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없는 천인에게"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김별아 지음
마음대로 사랑할 수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없는 처지가 싫어서 황제를 유혹하는 미실, 웃음으로 유혹하면서 마음을 주지 않는 '소름이 돋도록 냉혈한'.. 독한 다짐 - 이미 잃어버린 사랑이 없고서는 그렇게 독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진흥제는 미실을 한 번 두 번 거듭 사랑하고는 마침내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할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 사랑이 가히 천하를 뒤집을 만하였다. 능통한 음사로 제를 사로잡은 미실은 날로 중해지는 총애에 바야흐로 황후궁의 전주(殿主)*로 발탁되기에 이르렀다. 황후궁의 전주는 그 지위가 곧 황후와 같이 높고 귀했다. 그때부터 황제의 지밀(至密)*에서 새로운 권력이 비롯되었다.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233p, 김별아 지음
'붉은 연못'에서는 미실이 어떻게 진흥제를 사로잡았는지와 단순한 후궁의 역할을 넘어서 황후궁의 전주라는 높은 지위에 오르면서 단순한 애정 관계가 아닌,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을 알 수 있었고, 미실이 자신의 매력과 지혜를 개인적인 이득에 사용했을 뿐 아니라, 황제의 지밀에서 권력을 형성하며 주체적으로 권력의 중심에 있기 위해 자신만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과정을 보여준다고 생각됩니다.
"그리하여 소년이 세상에 났다. 할머니는 구리지와 통하여 서자 셋을 낳았고, 아버지는 구리지의 아내와 통하여 소년을 낳았다. 사다함은 소년의 형이자 삼촌이었다. 소년의 이름은 설원, 애초부터 은밀한 잠통의 관계로부터 태어나 자존의 의지를 품지 못한 채 자라난, 아름다워 더욱 서러운 목숨이었다." 이쯤 오니 윗분들이 왜 족보정리를 해가며 보시는지 알겠네요.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어제 송년회로 밤늦게 돌아와 메롱한 아침입니다. 다들 열심히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몽중설몽>을 함께 읽겠습니다. 이 장이 아마도 작가가 역사적 사실을 넘어서 크게 개입한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가끔은 이렇게 습격을 당한다. 끊어 내친 것이 아니라 잠시 참아 잊은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중독의 속성처럼, 사랑은 사라지는 대신 피톨 속에 잠복할 뿐이다.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김별아 지음
사랑은 사라지는 대신 피톨 속에 잠복할 뿐이다는 표현이 사랑이 우리 몸 안에 계속 돌고 도는 혈액과 같은 의미로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고대 신라 시대 서사인 만큼 흔히 우리가 쓰는 어휘들 대신 고유어 고대어를 많이 쓰시려 노력한 반면 피톨이라는 외래어가 쓰여 좀 어색한 느낌이 없지 않아 듭니다. 북한에서는 피톨 대신 '피알'이라고 한다는군요.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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