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미실> 함께 읽기

D-29
[채식주의자]에서 성교가 나온 부분만 돌려보면서 욕하던 분들이 [미실]보면 기절하시겠네요 ㅎㅎㅎ
'살아있는 귀신' 이 장은 지금 현재 계엄 내란이 일어났던 현재 상황과 비슷한 쿠데타가 일어난 스펙터클한 장이군요. 금륜의 변심으로 미실의 복수가 진행되는 가운데 나랏일을 하는 세종과 미실에 매혹되지 않고 이성적인 문노까지도, 그리고 자신의 아들을 퇴위시키는 데 동조하는 사도황후도 어미로서의 정보다도 미실의 내란 계략에 동조해 성공하는 걸 보면서 현재 한국에 일어난 정치 상황과 많이 오버랩됩니다. 특히 사도황후는 두 아들 동륜과 금륜의 죽음에 어머니로서의 사사로운 슬픔보다 대원신통의 권력을 이어가는 대의를 따르려는 것이 어떻게 보면 지금 여당이 뺏기지 않으려는 권력욕으로 비슷하게 해석이 됩니다(물론 결이 다른 권력이지만). 나랏일에 합리적 판단을 유지해야하는 세종과 문노의 내란 동조에는 적이 실망이 되면서 윤석렬의 내란을 공모한 현 시대의 공모자들은 과연 현 상황에 어찌 내란을 일으킬 생각을 했을지, 계엄을 통해 뭘 얻으려 한 것인지 ...... 소설보다도 더 이해가 안 되는 현실에 살고 있네요. 우리가.
그리고 이 장에서 세종의 인생에도 쿠데타가 일어나는군요. 오로지 미실만을 향한 순애보 사랑을 지키던 세종에게 사도황후와의 해속한 위로의 방식을 미실이 제안할 때 과연 받아들일까 조마조마했었는데... 미실과 사랑을 할 때와는 전혀 다른 자기 안의 또다른 에너지를 발산하며 사도황후와 사랑밤을 보내는 장면은 미실이 단지 사도황후만이 아니라 세종과 사도 둘 모두에게 색을 통한 위로를 서로 받기를 바람이었나 싶습니다. 세종의 순애보가 깨진 것이 아니라 이런 방식으로도 이어지는 걸로 봐야겠지요? 대원신통의 가문 출신이기에 색을 통해 어떤 잔정을 내비치는 것은 미생에게도 보입니다. 폐위된 금륜이 살아있는 송장으로 있는 것이 안쓰러워 마지막 도화 여인과 마지막 사랑을 탐닉하도록 하는 장면에서 말이지요. 이런 인물들의 인정은 아마도 작가님의 유전자에서 타고난 것이겠지요?
[만추] "의(義)는 정(情)에서 나오고 정은 지(志)에서 나오니, 이 세 가지는 서로 반대되거나 충돌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큰 정은 의가 되고 큰 사사로움은 공(公)이 된다고 했습니다." 이 문장을 읽고, 사사로운 정을 지(志)와 공(公)을 벗어나지 않도록 사용하면, 그것이야 말로 즐겁게 기꺼이 의(義)를 실현하는 정(情)의 길이 됨을 공감 합니다. 작금을 생각 합니다. 여야 간에 피 터지도록 정책으로 무장하여 서로 견제하고 경쟁하는 것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기 위한 의(義)의 길이겠지요. 그러나 이 불안의 시대 추위만큼 무서운 생활고에 시달리는 국민의 생계와 국가의 안위를 위한 큰 생각을 내팽겨치는 인간들.. 민심보다 당심이 먼저인 권력을 쟁취 하려는 이 시대 잡스러운 선량들이 의와 공의 역사를 천 오백년 전으로 되돌려 놓은 듯 2024년 연말을 조마조마하게 보냅니다. 사사로움이 진정성을 가진다면 의(義)를 이룬다는 미실의 정치철학에 허를 찔린 듯 합니다. 이 시대의 인물들과 그 집단들이 양극화에 시달리는 국민들에게 다시 표를 달라고 후안무치한, 여전히 그런 시대를 살고 있네요. 우리는 말입니다.
하늘과 땅과 사람은 광대무변한 우주의 근원이다. 하늘과 땅과 사람은 하나이며, 또한 여럿일지니라. 땅이 없는 하늘이 없고 하늘이 없는 땅이 없으니, 하물며 사람이 있지 않고서야 하늘과 땅이 무슨 의미를 지니겠는가? 나 없이 우리가 없고 우리 없이 나 또한 없으니, 인간으로 태어난 자 하늘의 뜻을 받들어 음양의 조화를 꾀하고, 땅을 존숭하여 굳셈과 부드러움을 고루 갖추며, 사람을 다스릴 때에 어질고 의로워야 마땅하리라. 화랑도는 만대(萬代)에 이 원리를 잊지 말고 행할 것이다!" 이것이 미실이 그동안 오래 숙고해 온 삼재지법(三才之法)의 사상이었다. 미실은 어느덧 아름다운 만큼 현명해져있었다. 하루도 빼지 않고 서책을 들추고 꼼꼼히 수기를 지어 적으며 아름다움의 힘을 지혜로 지키는 일을 게을리 않은 덕택이었다. 몸으로 겪은 바를 마음으로 키워 상생과 박애의 경지를 깨달은 것이었다.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446~447p, 김별아 지음
'만추'부분에서는 미실이 철학적이면서 내적 성찰을 통해 상생과 박애의 경지에 이른 인물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나 없이 우리가 없고 우리 없이 나 또한 없다" 에서는 개인과 공동체, 자연과 인간 사이의 조화를 강조하는 모습과, 미실이 화랑도의 철학과 인간과 자연의 조화, 어짊과 의로움의 가치를 깨달은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올해도 딱 5일 남았습니다. 책은 딱 2장. 분량이 많지 않으니 끊어 읽기도 그렇고, 저는 오늘 집에 있는김에 마지막 2장을 모두 읽으려 합니다. <사랑의 종언>과 <홍진과 단애>를 함께읽고, 남은 시간 동안 전체 토론 등을 주고받는 게 어떨까 합니다^^
2005년 초판 인쇄는 사랑의 종언으로 끝이 나는데 개정판은 한 장이 더 있나 봅니다.
아, 그렇군요ㅎ 아마도 사랑의 종언을 둘로 나눈 듯합니다. 내용상 큰 차이는 없을 듯
“ 과연 사람은 얼마만큼이나 스스로 선택하여 살 수 있을까. 모든 일이 다만 이미 정해진 바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닐까. 기를 쓰고 거슬러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것마저도, 오직 자기의 의지로 선택했다고 믿는 것마저도 다만 정해진 운명, 정해진 선택은 아닐까. 운명과 선택, 운명의 선택, 그리고 선택의 운명…“ 물러나야할 때를 아는 미실의 모습에서 운명과 선택을 적절하게 받아들이고 만들며 살아낸 사람의 모습이 보였어요. 그에 반해 단 한 번의 운명적인 만남 후 항상 선택으로 그녀 곁을 머물던 세종이 떠나는 모습에 마치 피붙이를 떠나 보낸양 마음이 많이 안좋았습니다. 작가님 덕분에 오랜만에 책에 매달려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을 가졌습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오래전 썼던 마음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418쪽, [똥기다] : (동사) 모르는 사실을 깨달아 알도록 암시를 주다. <미실>을 읽으며 우리 단어를 많이 배웁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우리말 단어가 참 많네요.
네 맞아요. 의태어도 그렇고 독자들이 생소해할 만한 어휘들이 많이 쓰여서 작가님께 이런 말모이는 평소 어찌 하시는지 여쭙고 싶었습니다.
우리말을 의도적으로 많이 쓰려 했습니다. 그럼에도 모국어는 일일이 뜻을 찾아보지 않아도 문맥상 이해가 가능하니까 편히 읽으셔도 좋습니다^^
저는 덕분에 어휘가 늘어 더 좋습니다! ^^ 짐작하던 뜻이 맞는지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하네요.
종장이 가까워서인지 어제는 댓글을 달고 나서도 여운이 남았습니다. '후회가 없다.'는 미실의 말이 걸리더군요. 동륜 태자를 참혹하게 죽게 하고, 진흥제의 벌은 피해가고, 사랑했던 진흥제와 오래된 친우인 사도황후가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태자를 죽게 한 벌을 피할 수 있다면 누구인들 피하지 않겠는지. 할 수 있는 수단을 다 써서 벌을 피한 다음에 혼자서 눈물 흘리며 후회하고 뉘우쳐 본들 그 눈물에 어느 정도의 값어치가 있겠는지. 권력을 잡은 다음에는 사랑으로 다스렸지만, 해줄 수 있는 것, 내줄 수 있는 것은 세종과 황후를 붙여주는 정도의 일.. '후회는 없다.'는 것은 그 모든 것 위에서 쓰러지지 않기 위해 삶을 다잡는 미실의 다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종은 자기 사랑을 끝까지 했고, 미실은 세종이 원하는 유일한 연인으로서의 사랑을 줄 수는 없었지만 깊은 정이 없지 않았지요. "다시는 사람으로 나고 싶지 않다", 차라리 짐승이 좋아보인다는 미실의 말년이 그런 권력의 부침 없이 사랑을 하고 싶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 하는 먼지가 되기 싫어 권력의 정점까지 올랐지만, 방해되는 것을 내치면서 올라가는 길 역시 좋을 수는 없었겠지요.
욕망과 사랑에 매달려 살았으나 결국 죽음에 의해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30대 소설가 김별아는 그런 애늙은이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사랑의 종언] 소설의 시작점에 저는 21세기 어느 해 12월 겨울의 거실에 있었습니다. 그 시대를 살아 보지 않고, 이 시대의 감각과 관점으로 읽은 1,500년 전 대원신통의 사회는 핏줄과 근친간의 성애로 결합한 미개함 이었습니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이제 마무리 시점의 저는 어느새 인물들이 살아 내야 했던 시대의 주변에 서 있습니다. 그러니 5-6세기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젠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미 소설 속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 입니다. “누가 말했더냐? 백 일 붉은 꽃이 없고 천 일 좋은 사람 없다고…설원이 나에게 남은 목숨을 주고 갔구나. 내가 정녕 이 선물을 받아야 옳단 말인가?" 라며 인생의 허무함 속에서 영원한 사랑을 깨닫는 장면은 모든 것들이 제 자리로 돌아 가는 듯한 반전으로 읽었습니다. 시대가 진화 한다 하여도 1,500년을 건너 뛰어도 인간이 추구하는 사랑과 힘은 변하지 않음을 꺠닫습니다. 설령 이 시대를 살아 본 제가 그 시절로 들어간다 하여도 말이지요. 그러나, 달라도 너무 달라진 이 시대를 살면서, 더 고른 세상을 위하여 질문하는 능력과, 이기심의 경계선을 넘어 주변 사람들의 편에 서 보려는 행동이야말로 1,500년 이후 인류가 더 건강하게 진화하게 만드는 힘이 되겠지요. 미실은 독자에게 삶과 사랑을 질문하고, 독자가 읽으며 답을 찾아 내도록 마음의 근력을 선사하는 황홀한 선물이군요. 작가님 덕분에, 상상력의 문장들이 표정 없는 역사에 생명을 불어 넣은 소설을 읽었습니다. 실은 이 소설이 처음 발간 되었을 때, <삼국사기+삼국유사+화랑세기> 시대를 읽을 요량이었으나 일에 찌들어 읽어 보지 못했습니다. 느지막이 미실을 맘 잡고 읽어서 감사하고 행복한 연말입니다. 해가 가기 전에, 미실의 시대 선량들에 못 미친 여의도의 모지리 군상들이 제 정신을 차리길 바라며 남은 마지막 장을 읽어 내려 갑니다. 감사합니다.
그 시대 속으로 들어가 보는 황홀한 경험, 신라인들은 진정 어떤 세계 속에서 살았을까 하는 질문이 간절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미실은 독자에게 삶과 사랑을 질문하고, 독자가 읽으며 답을 찾아 내도록 마음의 근력을 선사하는 황홀한 선물" 와, 표현이 정말 멋져요! 독자님들의 깊이 있는 감상을 공유하며 읽을 수 있어서 더 풍성한 경험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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