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미실> 함께 읽기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올해도 딱 5일 남았습니다. 책은 딱 2장. 분량이 많지 않으니 끊어 읽기도 그렇고, 저는 오늘 집에 있는김에 마지막 2장을 모두 읽으려 합니다. <사랑의 종언>과 <홍진과 단애>를 함께읽고, 남은 시간 동안 전체 토론 등을 주고받는 게 어떨까 합니다^^
2005년 초판 인쇄는 사랑의 종언으로 끝이 나는데 개정판은 한 장이 더 있나 봅니다.
아, 그렇군요ㅎ 아마도 사랑의 종언을 둘로 나눈 듯합니다. 내용상 큰 차이는 없을 듯
“ 과연 사람은 얼마만큼이나 스스로 선택하여 살 수 있을까. 모든 일이 다만 이미 정해진 바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닐까. 기를 쓰고 거슬러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것마저도, 오직 자기의 의지로 선택했다고 믿는 것마저도 다만 정해진 운명, 정해진 선택은 아닐까. 운명과 선택, 운명의 선택, 그리고 선택의 운명…“ 물러나야할 때를 아는 미실의 모습에서 운명과 선택을 적절하게 받아들이고 만들며 살아낸 사람의 모습이 보였어요. 그에 반해 단 한 번의 운명적인 만남 후 항상 선택으로 그녀 곁을 머물던 세종이 떠나는 모습에 마치 피붙이를 떠나 보낸양 마음이 많이 안좋았습니다. 작가님 덕분에 오랜만에 책에 매달려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을 가졌습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오래전 썼던 마음을 돌이켜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418쪽, [똥기다] : (동사) 모르는 사실을 깨달아 알도록 암시를 주다. <미실>을 읽으며 우리 단어를 많이 배웁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전혀 들어본 적 없는 우리말 단어가 참 많네요.
네 맞아요. 의태어도 그렇고 독자들이 생소해할 만한 어휘들이 많이 쓰여서 작가님께 이런 말모이는 평소 어찌 하시는지 여쭙고 싶었습니다.
우리말을 의도적으로 많이 쓰려 했습니다. 그럼에도 모국어는 일일이 뜻을 찾아보지 않아도 문맥상 이해가 가능하니까 편히 읽으셔도 좋습니다^^
저는 덕분에 어휘가 늘어 더 좋습니다! ^^ 짐작하던 뜻이 맞는지 확인하는 재미도 쏠쏠하네요.
종장이 가까워서인지 어제는 댓글을 달고 나서도 여운이 남았습니다. '후회가 없다.'는 미실의 말이 걸리더군요. 동륜 태자를 참혹하게 죽게 하고, 진흥제의 벌은 피해가고, 사랑했던 진흥제와 오래된 친우인 사도황후가 시들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태자를 죽게 한 벌을 피할 수 있다면 누구인들 피하지 않겠는지. 할 수 있는 수단을 다 써서 벌을 피한 다음에 혼자서 눈물 흘리며 후회하고 뉘우쳐 본들 그 눈물에 어느 정도의 값어치가 있겠는지. 권력을 잡은 다음에는 사랑으로 다스렸지만, 해줄 수 있는 것, 내줄 수 있는 것은 세종과 황후를 붙여주는 정도의 일.. '후회는 없다.'는 것은 그 모든 것 위에서 쓰러지지 않기 위해 삶을 다잡는 미실의 다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종은 자기 사랑을 끝까지 했고, 미실은 세종이 원하는 유일한 연인으로서의 사랑을 줄 수는 없었지만 깊은 정이 없지 않았지요. "다시는 사람으로 나고 싶지 않다", 차라리 짐승이 좋아보인다는 미실의 말년이 그런 권력의 부침 없이 사랑을 하고 싶다는 뜻으로 들립니다. 오라면 오고, 가라면 가야 하는 먼지가 되기 싫어 권력의 정점까지 올랐지만, 방해되는 것을 내치면서 올라가는 길 역시 좋을 수는 없었겠지요.
욕망과 사랑에 매달려 살았으나 결국 죽음에 의해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30대 소설가 김별아는 그런 애늙은이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사랑의 종언] 소설의 시작점에 저는 21세기 어느 해 12월 겨울의 거실에 있었습니다. 그 시대를 살아 보지 않고, 이 시대의 감각과 관점으로 읽은 1,500년 전 대원신통의 사회는 핏줄과 근친간의 성애로 결합한 미개함 이었습니다.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이제 마무리 시점의 저는 어느새 인물들이 살아 내야 했던 시대의 주변에 서 있습니다. 그러니 5-6세기 그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젠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미 소설 속으로 들어가 있기 때문 입니다. “누가 말했더냐? 백 일 붉은 꽃이 없고 천 일 좋은 사람 없다고…설원이 나에게 남은 목숨을 주고 갔구나. 내가 정녕 이 선물을 받아야 옳단 말인가?" 라며 인생의 허무함 속에서 영원한 사랑을 깨닫는 장면은 모든 것들이 제 자리로 돌아 가는 듯한 반전으로 읽었습니다. 시대가 진화 한다 하여도 1,500년을 건너 뛰어도 인간이 추구하는 사랑과 힘은 변하지 않음을 꺠닫습니다. 설령 이 시대를 살아 본 제가 그 시절로 들어간다 하여도 말이지요. 그러나, 달라도 너무 달라진 이 시대를 살면서, 더 고른 세상을 위하여 질문하는 능력과, 이기심의 경계선을 넘어 주변 사람들의 편에 서 보려는 행동이야말로 1,500년 이후 인류가 더 건강하게 진화하게 만드는 힘이 되겠지요. 미실은 독자에게 삶과 사랑을 질문하고, 독자가 읽으며 답을 찾아 내도록 마음의 근력을 선사하는 황홀한 선물이군요. 작가님 덕분에, 상상력의 문장들이 표정 없는 역사에 생명을 불어 넣은 소설을 읽었습니다. 실은 이 소설이 처음 발간 되었을 때, <삼국사기+삼국유사+화랑세기> 시대를 읽을 요량이었으나 일에 찌들어 읽어 보지 못했습니다. 느지막이 미실을 맘 잡고 읽어서 감사하고 행복한 연말입니다. 해가 가기 전에, 미실의 시대 선량들에 못 미친 여의도의 모지리 군상들이 제 정신을 차리길 바라며 남은 마지막 장을 읽어 내려 갑니다. 감사합니다.
그 시대 속으로 들어가 보는 황홀한 경험, 신라인들은 진정 어떤 세계 속에서 살았을까 하는 질문이 간절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미실은 독자에게 삶과 사랑을 질문하고, 독자가 읽으며 답을 찾아 내도록 마음의 근력을 선사하는 황홀한 선물" 와, 표현이 정말 멋져요! 독자님들의 깊이 있는 감상을 공유하며 읽을 수 있어서 더 풍성한 경험이었습니다.
<미실> 이후로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여럿 썼는데, 가장 힘을 기울였던 것이 단 한순간이라도 독자가 그 시대를 사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딱 우리 시대밖에 살지 못하는데, 그것만이라면 삶이 너무 얄팍하게 느껴져서요.
미실의 '사랑'은 무엇이었을까요? '궁주는 과연 색을 나눈 모든 사내를 사랑하였소?' 라는 어린 진평제의 질문에 미실은 그렇다고 대답합니다. 색을 나눈 모든 사내를 사랑했다는 미실의 대답이 거짓이 아니라면, 그 말은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미실의 사랑은 세종이나 사다함 같은 사랑은 아니었습니다. 이후로 만난 사내를 사다함을 사랑하듯 사랑하지도 않았겠지요. 미실의 사랑은 자기 자신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을까요. 사다함의 죽음 앞에서 나는 그렇게 죽지는 않겠다는 각오를 보이고, 진흥왕이 무너질 때 오히려 꼿꼿하게 일어서는 정신. 출산을 하면서 어미가 되는 기쁨을 받아들이고, 늙어가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흐르는 세월이 때에 맞추어 안겨주는 즐거움을 살필 수 있는 사랑. 자기 즐거움을 살필 수 있기에, 다른 사람도 보살필 수 있는 사랑. 색을 나눈 모든 사내도 그런 의미에서 사랑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 안에 상대를 이용하고자 하는 계산이 없지 않았지만, 잠자리를 나눌 때만큼은 다른 생각 없이, 거짓 없이 서로의 즐거움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초롱같이 정면을 응시하면서 지금, 여기에서 주어지는 즐거움을 받아들이는 사랑. 자기 죄에 무너지지 않고 그 죄 속에서 내 삶에 있는 진정 좋은 것을 볼 수 있고 긍정할 수 있는 것도 겸손함이고 생에 대한 진실한 감사의 표현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제가 겨우 이해한 미실의 삶과 욕망은 '자유의지'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미실의 자유의지는 마음껏 펼쳐졌던 것 같은데 역으로 역사적 테두리 안에서만이었을까요...
그녀의 몸에는 더 이상 붉은 꽃이 피지 않았다.꽃을 잃은 가지는 급격히 쇠락했다. 미실은 한번 꺾인 기신을 다시 곧추세우지 못한 채 밤마다 열이 끓는 몸으로 이불이 젖도록 땀을 흘리며 불면에 시달리곤 하였다. 더 이상 여자가 아니라면 무엇이 되어야 하나,이대로 오도카니 남겨진채 시시각각 다가오는 사마의 방문을 기다려야 한단 말인가. 《미실 .무삭제 개정판 478 쪽 》 김별아 지음 한 시대가 그렇게 저물었다.그 순간 가장 아름다웠던 사람들을 따라 시대가 갔다.미실은 마침내 결심을 굳혔다. 그녀 역시 왕성을 떠나 영흥사로 가기로 한 것이다.아무것도 거치적거릴 것이 없었다. 하종,옥종,애송,반야,난야,수종,보종,보화...... 여덟 아이들은 애초부터 그녀의 소유가 아니었다.휘둘러 조종하려 움켜쥔 적 없으니 풀어 돌려 놓을 바도 없었다. 《미실,무삭제 개정판 480 쪽》 김별아지음 육체의 아름다움이 무기였던 여인에게 그 아름다움이 사라 짐에 연연해 하지않고 자식 에게 조차도 집착 하지않는 미실의 통큰 강단이 소설 내내 보여준 미실의 성품을 완성시키는 듯 합니다. 외적인 것이 사라진 곳에 내적인 것을 채우려 영흥사로 들어가는 결말이 독자에게 까지 죽음으로 가는 공허함보다는 충만함으로 채워 주었습니다. 소설 미실을 읽는 동안 이시대를 사는 여성에게 주어진 구조적 억압으로 부터 해방되는 느낌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고대는 지금처럼 도덕과 제도가 지배할 수 없는, 더 자유로워서라기보다 생산력이 낮아서, 시대였던 것 같습니다. 인간성에 대한 질문은 다시 해봐야겠지만, 그것으로부터 해방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글타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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