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미실> 함께 읽기

D-29
이 장은 유독 공감을 불러내는 문장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아이돌에 환호하는 요즘 젊은 여성들 (저의 딸들기준)은 남자의 외모가 전부더라고요. 저는 이 기준이 못마땅 하지만요. 내면을 볼수있는 눈을 길렀으면 좋겠는데 ~ 시각 미디어로 길들여져 눈에 보여 지는 것이 판단 기준이 된 것이 아닌가 추측해봅니다
내면을 보려면 일단 외면을 뚫고 들어가야...😅 농담이지만 아주 농담만은 아닙니다.
아름다움은 마치 높고 날카로운 삶의 비명과 같다. 아름다운 것들은 처음부터 조용히 자신을 묻고 숨어 살 수 없다. 늠름하게 잘생긴 소나무, 난연하게 활짝 핀 꽃, 깃털이 다채롭고 울음소리 고운 새, 미모의 남녀가 모두 그러하다. 따라서 사람들이 그들에게 끌려 축원을 바치고 신명을 찬양함은 배워 익혀 그리된 것이 아니다. 사람이 아름다움을 염원하고 추구하는 것은 단 한 가지 이유 때문이다. 아름다움 그 자체. 설명할 수도 없고 이해할 필요도 없이 그저 받아들이기에 족한 절대의 가치.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369쪽, 김별아 지음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문장들이 아름답습니다.
아름다움이라는 게 현대에 들어서 과거보다 훨씬 흔해졌을 거라는 생각을 해요. 사람의 경우에는 화장술과 성형수술도 있고, 사람을 포함해 많은 사물들이 스튜디오에서 찍히고 보정된 이미지로 저희한테 제공되니까요. 고대인들에게는 아름다움이 정말 귀한 가치였고 저희보다 그 앞에서 더 강렬한 감흥을 느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옛사람들은 외양이 아름답거나 특이한 것을 종교적으로 신앙하기도 했지요. 그만큼 아름다움이 희귀했으리라는 해석도 일리 있습니다.
요즘도 몇몇 연예인을 우상(idol)이라고 부르며 떠받드는 거 보면 그게 인간 본성인가 싶기도 합니다. 아이돌 무대도 가끔 종교 집회처럼 보일 때가 있고요.
저도 이 문장에 밑줄 그었네요.
미실은 은밀히 세종을 불렀다. 이 해속한 위무의 방식을 이해하고용납할 사람이라곤 세종뿐이었다.다른 누구도 아닌 세종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전군이 도와주시오. 색을 통하여 왕후를 위로하고 삶을 누리도록 이끌어주시오." 미실의 말에 세종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펄쩍 뛰었다. "도,도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것이 어찌 가당키나 한 일이옵니까?" 《미실 ,무삭제 개정판 381-382 쪽 김별아 지음》 너무 잔인하옵니다. 도대체 저에게 왜 이러시옵니까? 왜 !!! 세종이 안쓰러워 독자의 가슴이 미어 집니다.
은근히 세종전군을 안타까워하는 독자들이 많았다는...ㅎ 순정파들이십니다.
"성애 자체가 하나의 완전한 세상이었다...세상에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보다 미리 정해진 것이 훨씬 많지요. 애초에 신명은 공평하지 않아요.” 왕족 주변의 골품의 세계가 문벌귀족의 가문과는 달리, 근친간의 성애야 말로 그들에게 허락된 정당한 쾌락이자 종족보존의 변종 수단임을 알게 해 주는 문장이네요. 동서양을 통틀어 절대군주의 세상에서 무엇이 패륜이고 무엇이 도덕인지, 구분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그 안에서 조차 기울어진 위계에 갇힌 귀족들의 삶이 기상천외하고 딱하기만 합니다.
도덕과 제도도 배가 부르고 나서야 생겼지요. 생산력이 낮았던 고대에는 동서양 막론 근친혼이 많았고 특히 왕족 등 지배층에게는 권력 강화의 수단으로 장려되었으니까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앞으로 3장 남았습니다. 오늘은 <만추>를 함께 읽겠습니다.
문노의 변화가 눈에 띄는 장이었고, 미실의 끝이 멍지 않았음도 보여서 아쉬워하며 읽었습니다. “세월이 흐른다는 것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시간이 스친 냉정한 흔적은 백발과 주름살로 남았지만, 포개어 쌓인 경험과 연륜이야말로 팽팽한 피부와 흑발과도 바꿀 수 없는 재산이었다.“ 이 문장이 기억에 남두요. 다만, 과연 현대인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사나 싶기는 합니다. 다들 하루라도 젊게 보이려고 벼라별걸 다 하고, 먹잖아요?
<남자의 사랑> “글쎄 말입니다……. 궁에서 내쳐진 것이 벌써 두 번째인데 충격과 상심만큼은 익숙해지지 않는 게 이상합니다. 마음을 다쳤지요. 세상 무엇에도 비끄러매고 버팅기기 힘들 만큼 마음이 무너졌지요. 하지만 그렇다 하여 어찌하겠습니까? 저승의 거룻배가 아직 도착하지 않았으니 어쨌든 기다리며 견뎌야 하지 않겠습니까?” 염세증을 앓는 듯 허허로운 표정을 지어 보이는 미실을 보자 세종의 마음도 더불어 무너졌다. 기실 미실이야말로 생에 대한 미련과 집착이 누구보다 질기고 강한 여인이었다. 저승의 거룻배가 강두에 닿는대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떠날 채비를 차릴 때까진 타고 나설 수 없다 앙버틸 성질이었다. 그럼에도 미실은 진실처럼 거짓에 도취하여 지껄이었고, 세종은 감쪽같이 그것에 속아 넘어갔다. -가슴이 답답해지는 구절입니다. "궁에서 두 번 내쳐졌다"며 과거사와 엮어서 세종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미실이 좀 얄밉고, 미실이 그저 안돼 보이기만 하는 세종이 안타깝습니다. 그간의 사정을 다 모르기 때문일 것이고, 그냥 모르는 편이 좋을 거라는 생각도 드네요. ^^,,
세종전군에 감정 이입해서 미실을 미워하시는 분들도 꽤 있었습니다ㅎ
<살아있는 귀신> 미실은 세상의 동정을 받지 못하는 이 외로운 여인을 위로하고 싶었다. 아무도 용서치 않을 그녀의 내밀한 가난을 보상해 주고 싶었다. 물론 사도황후야말로 미실이 앞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데 가장 강력한 후원자가 될 것이 분명하였다. 하지만 그 사실을 넘어서 전생과 현생, 후생의 삼생을 하나같이 살고자 약속한 벗으로서 당장의 간난(艱難)을 두고 볼 수 없었다. 미실은 은밀히 세종을 불렀다. 이 해속(駭俗)한 위무의 방식을 이해하고 용납할 사람이라곤 세종뿐이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세종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전군이 도와주시오. 색을 통하여 황후를 위로하고 삶의 기쁨을 누리도록 이끌어주시오.” - 인상적인 대목입니다. 세종만이 이해하고 용납할 것이어서 그에게 부탁을 한 것이기도 하지만, 또한 사도황후와 세종이 서로 닮은 데가 있다는 것을 미실은 알아보았을까요. 미실이 세종과의 정사에서 기교 없이 범부처럼 수동적인 태도를 취했던 것과 세종이 사도황후와의 정사를 짐승같이 치른 것도 선명한 대비를 이루네요. 세종이 미실 앞에서 꺼내 보일 수 없었던 모습 ㅡ
사랑도 사람도 상대적인 것 같습니다^^
<만추> “사랑? 사랑이라! 궁주는 과연 색을 나눈 모든 사내를 사랑하였소?” 진평제의 물음에 미실은 잠시도 멈칫거리지 않고 답했다. “마땅히 그러하옵니다. 소녀는 뭇별들처럼 수많은 사랑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그 사랑을 후회해 본 적 없사옵니다…….” <몽중설몽>을 읽으면서는 미실이 권력에 집착하면서 그저 살아남는 데 급급해 간사하고 편벽되기만 할까 걱정했는데, <만추>에서 멋지게 무르익은 모습을 보아서 즐겁습니다. 그대로 옮겨 적고 싶은 문장이 많은 장이었어요. 문노의 청렴결백함과 추상같은 공정함이 사사로운 남녀간의 사랑보다 고차원의 것이 아니라 사랑을 모르는 불완전한 것이었다는 설명도 인상적이었어요. 진평제에게 성교육을 하는 장면이 옥진의 가르침을 받던 미실의 유년시절과 겹치는 장면도 무척 아름답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세상의 모든 걸 맛보렴. 만져보고, 맡아보렴. 머뭇대지 말고, 아가, 깨물어 터뜨리길 두려워하지 말고.” - " 숱한 싸움, 더 많은 눈물과 좌절과 이별이 그들 몫으로 놓여 있으리라. 그러나 싸움은 반드시 즐거워야 한다. 즐겁게 싸우는 자만이 이길 수 있다. 적진을 향해 달려 나가 초개(草芥)처럼 스러질 수 있는 용기도 그로부터 비롯된다. 비겁한 자에겐 삶도 죽음도 정면으로 오지 않는다. 옆구리를 푹 찔리고 뒤통수를 맞으면서야 살아 있었나 혹은 죽어가나 흐리마리 느낄 뿐, 오직 삶의 즐거움을 맛본 자만이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그때부터 지금까지 미실에게 변함없이 진실된 순간이 있었다는 것, 후회하지 않는다는 것.. 색은 아름답고 위험한 것, 동륜과 금륜이 모두 제정신이 아닌 채로 요절할 만큼 위험한 것이지만, 미실은 색에 정신을 잃지 않습니다. 성교에 있어서 사랑이 우선이라는 그 가르침이 미실에게 마음을 끄는 핵심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보게 해서 그저 색에 휘둘리지 않도록 붙잡아 주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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