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미실> 함께 읽기

D-29
바람의 반대 방향으로 말을 몰았다. 비단옷이 바람을 얼싸안고 부풀어 올라 펄럭이었다. 왜 밀면 미는 대로 가지 못하고 맞받아 달려 오느냐고, 노한 바람이 철벅철벅 뺨을 갈겼다. 머릿결이 사납게 흩어져 눈을 가지고 모래가 입 안에서 자박자박 씹협다. 그래도 고삐를 돌려 등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쫓기는 듯 도망치듯 바람이 부는 대로 가고 싶지 않았다. 바람을 안고 달리면 눈물이 흘러 떨어지는 대신 뒤로 날아가 흩어졌다. 축축한 볼이 어느새 바람에 씻겨 감쪽 같았다. 애초에 울지 않은 것 같았다. 71쪽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별아 지음
떠밀리는 삶이 아니라 결코 순응하며 살고 싶지 않은 미실의 심리를 바람의 역방향으로 말을 몰며 달리는 모습으로 묘사를 너무 잘한 부분인 거 같습니다. 2장을 읽고 겨우 워워하며 멈췄지만 3장에선 결코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이미 20년 전에 읽은 소설이지만 그때도 한번에 정독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군요.
저도 20년(정확히는 개정판 낸 후) 만에 읽으니 감회가 새롭네요. 생각보다 더 야하기도 하고(용감했다 김별아 ㅎ)
ㅎㅎㅎ네 저도 놀라운 부분이 몇 장면. 마교수님 소설 창작론 영향일까요?
아니, 선생님이 그런 말씀 하시면 어떻게 합니까. ㅎㅎㅎ (참 야하기는 야합니다.)
책 읽고 있을 때 남편이 지나가면 괜시리.. 머쓱... ㅋㅋㅋㅋ
미진부와 마주친 묘도처럼...ㅎㅎ
와, 미실이 바람을 맞으며 말을 달리는 장면에 그런 뜻이 함의되어 있었군요. 눈물이 흐르는 것이 아니라 방울져 뒤로 날아가버리는 것도 미실이 슬픔을 대하는 태도와 관련이 있는 묘사겠네요.
근데, 작가님.. 궁궐 안의 법도와 당시의 관습.. 그리고 물론 여성들의 권세가 높기는 하나 어딘가 모르게 조금은 위태위태한 시국 등 이런 모든 자료를 다 조사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들었을 것 같아요. 또 확인을 위해 현장답사도 하셨을 거 같고.. 어떤 자료들을 사용하셨는지 매우 궁금하옵니다~
애 기르고 살림하기 바빠서ㅠ 현장 답사는 잘 안(못)했고, 주로 공부를 했어요. 화랑세기 필사본을 중심에 놓고, 삼국사기 삼국유사, 그리고 중국의 사서들에서 한국의 고대 부분을 계속 찾아 읽었죠. 다른 한편으로 복식사 음식문화사 등 통사에서 그 시대를 추출했습니다.
작가님의 족보는 4차원을 넘어 8차원까지.. 그건 미실의 삶이 8차원적인 삶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그걸 소설로 엮어 낸다는 게 참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상상력을 총동원해서 최대한 섹시해 보았습니다 ㅎㅎㅎ
14세의 미실, 16세의 사다함, 12세의 황후, 그 근처일 세종과 융명. 생물학적으로 사춘기인 인물들과 봄처럼 화사한 전경 묘사가 어우러져 판타지 읽듯이 읽고 있습니다. 말 달리는 초원과 전장과 궁궐의 환상적인 세상입니다. 각자의 실연의 아픔도, 출생에 얽힌 고민도 창창한 미래의 가능성이 있어 봄빛이네요. [탄실]을 읽은 기억으로, 미실도 나이 들어 늙고, 이 화사한 봄 뒤에 여름과 가을과.. 마침내 겨울까지 펼쳐질 것에 마음의 대비를 합니다. ㅎㅎㅎ
남녀칠세 부동석이라는 옛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닌 듯 합니다. 요즘 애들이 까진 게 아니라... 원래 그 나이가 눈을 뜰 나이라는 ....ㅎㅎㅎㅎ
그러게요^^ 아름답고 위험한~~~ 청소년기의 사랑이네요.
"미실은 분명히 알게 되었다. 사다함은 미실을 죽였다. 진정한 사랑은 지나온 과거와 기억을 죽였다. 슬픈 것에서부터 기쁜 것까지, 나쁜 것뿐만 아니라 좋은 것마저도 마땅히 죽어 묻혔다. 하지만 미련이나 회한 따위는 없었다. 한없이 어리석고 유치하고 치졸해져도 좋았다. 태어나 처음 느낀 사랑 앞에서 미실은 순진무구한 어린 소녀이면서 세상의 풍파를 모두 겪은 노파 같았다. <미실, page 60 >, 이 문장을 읽으니, 남녀의 진정한 사랑과 상열지사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할까요? 사랑의 감정에 서툴기만 한데 다 알아 버린것도 같은 열정의 감정표현을 읽으며.. 청년시절로 소환되어 전염이 된 듯 전율이 옵니다. 사실적이면서 매혹적인 시적 표현에 심장이 펌핑 됩니다. 유치해도 치졸해도 상관 없는 사랑의 역사는 인간에서 인간으로, 시대에서 시대로, 인간의 역사와 함께 영원히 흘러 가겠지요..
사랑이 사랑이지 다른 무엇일까 싶습니다. 가장 귀하고 가장 천한 그 모든 것.
작가님의 "사랑.. 가장 귀하고 가장 천한 그 모든 것" 이보다 적확한 사랑의 정의는 없을 거예요!
그래서 참 어처구니가 없기도 하지요 ㅎㅎ
미실은 지금껏 궁에서 내쳐진 일을 오직 자기의 모욕으로 생각했을 뿐, 남의 시선과 입을 의식한 적이 없었다. 옥진은미실에게 스스로 하나의 온전한 세계를 축조할 것을 요구했다. 타인에 의해 변해서는 안 된다고, 한순간도 자신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불모지에 머물다>110p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김별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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