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미실> 함께 읽기

D-29
어쨌거나 힘이 없으면 한없이 운명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었으니, 지지 않기 위해 이기는 법을 찾았다고나 할까요? 미실을 통햐 악녀/성녀, 요녀/어머니(모성)의 이분법을 깨고 싶긴 했습니다.
사다함과 무관랑의 아름다운 우정과 죽음. 무관랑의 죽음이 금실 때문이었다는 것이 끔찍하고 충격적이에요. 성이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 복잡하게 얽힙니다. 미실이 자유로운 성애를 하는 모습을 보다가 사다함과 무관랑의 고민을 보니 '어, 이게 뭐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미실에게는 별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 사다함과 무관랑에게는 큰 문제로 다가온 것 같았거든요. 사다함과 무관랑이 금실의 요구에 마음을 다친 것은 어떤 지점에서였을까요.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이것은 상급자의 성폭행인데, 그 시대에 그런 관념은 없었고.. 예민한 소년들의 감수성에 쾌락과 사랑 사이의 혼란은 왜 자살이라는 파국으로.. 어머니의 문란함에 대해 도덕적인 혼란과 갈등을 겪는 것을 보면서 신라인이 성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더 깊어지네요. 성을 둘러싼 마음의 끌림과 사회적 요구의 충돌, 사랑과 의무의 충돌은 현재와는 다른 모습이지만 그 시대에도 여전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미실과 무관랑은 한 사람에 대한 정절을 지킬 것을 요구 받는 대신, 자기 마음과 무관하게 의무로서 왕실 사람의 명령에 따라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섬길'것을 요구받게 되면서 자기 마음의 요구에 따라 정절을 지키고 싶은 상대에게 정절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괴로워하네요.
금실 아니고 금진. 문란 방만해 보이지만 그때도 일부일처제 등 제도는 있었고, 어떤 상황에서도 제도를 벗어나는 인간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다함과 무관랑은 또 다른 신라인이자 인간 원형의 하나.
앗, 금진이었군요. ^^;
그녀가 가지 않으면 그들 모두가 끝이다. 신령이 명한 색공지신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못한 책임으로 멸족시킨대도어쩔 수 없는 일이다. 미실은 미실이 아니다. 미실은 옥진과 묘도, 그리고 동생인 미생까지를 포함한 전부이다. 자기의사랑을 지키겠다고 집안의 공멸을 자청할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미실은 피눈물을 흘리며 화장을 하고 옷을 갖추어 입고 가마에 올랐다.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145p, 김별아 지음
미실이 가족과 집안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개인의 사랑과 행복을 포기하면서 색공지신으로서의 역할을 받아들이는 모습은 시대와 신분의 억압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감내해야 했던 고전판 ‘소녀가장’인 것같아 보여 마음이 짠해집니다. 미실이 피눈물 을 흘리며 사다함과 사랑을 포기하는 모습에서 슬픈 숙명이 느껴지네요.
아직 남아 있는 이야기에서 미실의 캐릭터가 변해 가는데, 전 장들에서 그 장치를 살금살금 하고 있는 거지요. 사실 미실 자체가 저한테도 버거워서 개연성 부분에 더 신경을 많이 썼던 것 같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은 5장 <갈망과 재앙>을 함께 읽습니다. 사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춘천에 있을 예정이라, 저는 어제 먼저 숙제를 했지요^^
세종의 아이를 낳았지만 여전히 사다함을 마음에 품고 있는 미실이 안타까웠고, 이모를 도와 어떤 일을 하게될지 궁금해지는 챕터였습니다. 태자의 아이를 낳게 되려나요?
저는 미실에서의 족보, 성서 속의 족보를 연상했습니다. 서두에 모계사회에서 어머니는 알지만 아버지가 누구인지는 모르는 ~으로 이해 해보렵니다.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가계도가 실제 인가 ~ 창작인가 ~질문이 생겼습니다
진위 논쟁이 있는 <화랑세기> 필사본을 기본으로 해서 삼국사기 삼국유사 등의 에피소드와 캐릭터를 함께 엮었습니다.
미실의 외모에 대한 기록이 있나요? 조선왕조실록에는 미모를 인정한 인물이 장희빈 한 명이라고 하던데요.
화랑세기 필사본에 나오는 부분에 더해 고대 미녀들에 대한 정보+상상력으로 묘사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원비의 자리를 얻고 전군 부인으로 행세를 하지만 미실의 마음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을, 세종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세종은 껍데기일망정 그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위로로 삼았다. 그녀의 사랑이 없다 해도 자신의 사랑은 있다. 흔들릴 수 없는 바윗돌처럼 분명코 한결같은 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세종은 미실을 믿는 대신 자기 자신을 믿고자 했다.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180쪽, 김별아 지음
짝사랑을 한 적은 한두 번 있지만, 상대가 원치 않는데도 강요할 수 있을 정도의 권력이나 재력이 있어본 적이 없습니다. 어쩌면 그게 행운인지도 모르겠어요. ‘상대의 사랑이 없다 해도 나의 사랑은 있다’며 자신을 믿는 게 더 고통스러운 일 같습니다.
뭐 그거야 우리 모두(다른 분들은 다르려나?ㅎ) 없...ㅎ
저는 이제 짝사랑은 할 일이 없고 권력은 필요 없으니 재력을 위해 애쓰겠습니다. 엉엉... ㅠ.ㅠ
5장을 읽으며.. 예나 지금이나 권력이 개입된 욕정은 비탄과 재앙을 수반할 수 밖에 없음을 느끼며 뜨거운 이야기를 차분히 읽어 내렸습니다. 골품의 세상에서 색욕과 갈망들이 업보로 쌓여 언젠가 재앙으로 이어질 것임을 불편한 마음으로 예상 합니다.
형사학? 범죄심리학에 그런 말이 있어요. 살인 사건은 돈과 정액을 추적하명 된다(정확한 문장은 잊었지만). 어쩌면 그것이 인간의 본능인 듯합니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요. 이대로 진골정통의 전횡을 두고만보아서는 대원신통의 앞날 또한 바람에 쏠리는 촛불의 꼴이될 것이 명약관화합니다." 미실이 사도와 마찬가지로 위기감을 느끼며 동의의 뜻을 표했다. 사도는 미실이 흔쾌히 친동을 하자. 더욱 대담하게 자신의 계락을 드러 냈다. "그래서 나는 대원신통으로 제통을 잇고자 하는 것이다. 미실, 나에게는 네가 필요하다. 나를 도와다오 !" 사도황후는 미실의 손을 덥석 마주 잡았다. 신국의 황후로 만인의 추앙을 받는 여인의 손은 싸늘히 메말라 있었다. "소녀가. 소녀가 어찌 황후를 돕는단 말입니까?" 미실의 목소리가 떨렸다. 사도는 들숨과 날숨의 가파른 변화가 느껴질 만큼 미실에게 바싹 다가와, 낮고 빠르게 속살거렸다. "나의 아이 동륜은 좋은 아이다. 네가 태자와 더불어 서로 정을 나누어 아들을 갖게 된다면, 나는 힘을 다하여 너를 (后)로 삼으리라. 대원신통으로 제통을 잇는 쾌거를 이루게 되리라!"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202~203p, 김별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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