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미실> 함께 읽기

D-29
미실의 외모에 대한 기록이 있나요? 조선왕조실록에는 미모를 인정한 인물이 장희빈 한 명이라고 하던데요.
화랑세기 필사본에 나오는 부분에 더해 고대 미녀들에 대한 정보+상상력으로 묘사했던 걸로 기억합니다.
원비의 자리를 얻고 전군 부인으로 행세를 하지만 미실의 마음은 그 자리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것을, 세종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세종은 껍데기일망정 그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위로로 삼았다. 그녀의 사랑이 없다 해도 자신의 사랑은 있다. 흔들릴 수 없는 바윗돌처럼 분명코 한결같은 자리에 머무르고 있다. 세종은 미실을 믿는 대신 자기 자신을 믿고자 했다.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180쪽, 김별아 지음
짝사랑을 한 적은 한두 번 있지만, 상대가 원치 않는데도 강요할 수 있을 정도의 권력이나 재력이 있어본 적이 없습니다. 어쩌면 그게 행운인지도 모르겠어요. ‘상대의 사랑이 없다 해도 나의 사랑은 있다’며 자신을 믿는 게 더 고통스러운 일 같습니다.
뭐 그거야 우리 모두(다른 분들은 다르려나?ㅎ) 없...ㅎ
저는 이제 짝사랑은 할 일이 없고 권력은 필요 없으니 재력을 위해 애쓰겠습니다. 엉엉... ㅠ.ㅠ
5장을 읽으며.. 예나 지금이나 권력이 개입된 욕정은 비탄과 재앙을 수반할 수 밖에 없음을 느끼며 뜨거운 이야기를 차분히 읽어 내렸습니다. 골품의 세상에서 색욕과 갈망들이 업보로 쌓여 언젠가 재앙으로 이어질 것임을 불편한 마음으로 예상 합니다.
형사학? 범죄심리학에 그런 말이 있어요. 살인 사건은 돈과 정액을 추적하명 된다(정확한 문장은 잊었지만). 어쩌면 그것이 인간의 본능인 듯합니다.
그래서는 안 되겠지요. 이대로 진골정통의 전횡을 두고만보아서는 대원신통의 앞날 또한 바람에 쏠리는 촛불의 꼴이될 것이 명약관화합니다." 미실이 사도와 마찬가지로 위기감을 느끼며 동의의 뜻을 표했다. 사도는 미실이 흔쾌히 친동을 하자. 더욱 대담하게 자신의 계락을 드러 냈다. "그래서 나는 대원신통으로 제통을 잇고자 하는 것이다. 미실, 나에게는 네가 필요하다. 나를 도와다오 !" 사도황후는 미실의 손을 덥석 마주 잡았다. 신국의 황후로 만인의 추앙을 받는 여인의 손은 싸늘히 메말라 있었다. "소녀가. 소녀가 어찌 황후를 돕는단 말입니까?" 미실의 목소리가 떨렸다. 사도는 들숨과 날숨의 가파른 변화가 느껴질 만큼 미실에게 바싹 다가와, 낮고 빠르게 속살거렸다. "나의 아이 동륜은 좋은 아이다. 네가 태자와 더불어 서로 정을 나누어 아들을 갖게 된다면, 나는 힘을 다하여 너를 (后)로 삼으리라. 대원신통으로 제통을 잇는 쾌거를 이루게 되리라!"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202~203p, 김별아 지음
초반부에서의 미실은 순수한 사랑의 감정을 지닌 여인으로 사다함과의 사랑 그리고 상실로 인해, 사랑만으로는 원하는 삶을 얻을 수 없다는 현실을 깨닫는 계기가 되어, 미실의 권력욕을 생기게 한 듯 보여집니다. 결국 대원신통으로 제통을 잇고자 하는 사도황후의 은근한 제안을 받음으로써 권력을 통해 자신도 지키고, 상처받은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으로 동륜 태자까지 유혹하는 모습은 사다함과의 순수한 사랑을 간직한 모습과는 대비가 되는 부분이라 느꼈습니다. 미실의 권력욕은 단순한 야망이 아니라, 사랑의 상실로부터 비롯된 생존과 복수의 감정이 섞인 복합적인 욕망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읽으신 듯합니다ㅎㅎ
사다함은 피안으로 사라지는 대신 정오의 그림자처럼 그녀의 발밑에 숨었다. 미실은 작열하는 햇빛 아래 꼿꼿이 서고자 했다. 쓰러지거나 휘청거리지 않을 것이다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김별아 지음
사다함의 사랑이 사라지지 않고 미실의 내면 속에 '정오의 그림자'처럼 박혀 미실이 삶을 꼿꼿하게 서서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의 바탕이 되어주는 것을 '정오의 그림자'로 표현한 것이 넘 인상적입니다.
1500년 전의 이야기다 보니 다른 묘사나 비유보다 자연에 대한 치중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인간은 변해도 자연은 여전히 자연이니까(물론 요즘은 기후위기 등으로 얼마간 다른 자연이라 할지라도).
그 표현 정말 인상깊게 읽은 문장이었어요.
화랑세기를 읽지 않았지만 미실과 사다함, 무관랑의 이야기는 조금 들어서 알고 있었는데 같은 줄거리인데도 소설 <미실>로 읽으니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인물들이 살아 있는 사람으로 다가옵니다. 무관랑의 절망감, 체념, 자기혐오, 그리고 무공을 올리면서도 모든 인간관계에서 실패해 속이 썩어 들어갔을 사다함의 심정을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화랑세기 필사본은 말그대로 풍월주의 일대기이고, 소설은 캐릭터를 통해 작가가 그리고픈 인간상이나 사상(?) 등을 드러내는 것이니... 저것도 30대 작가 김별아의 세계와 인간에 대한 이해, 였다고나 할까요 ㅎ
화제로 지정된 대화
26분이 모두 대화에 참여하지는 않으시니 진도를 잘 따라오고 계신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앞으로 나아가 봅니다. 오늘은 <붉은 연못>을 함께 읽겠습니다.
불쌍한 세종. 이번엔 형에게 사랑하는 여인을 빼앗기네요. 황태자의 아이를 갖은 채로 진황제에게 갈 정도의 배포를 가진 여인. 그녀가 만들어갈 이야기가 그래서 더 궁금해집니다.
미실은 점차로 권력이 어떤 것인지 알아갔다. 그것은 누군가를 제압하고 어떤 일을 도모할 수 있는 힘이다. 또한 그것은 누군가를 선택하고 싫어 꺼리는 어떤 일을 거부할 수 있는 가능성이다. 힘없는 여인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감당해야 했던 숱한 일들, 자신의 의지와 하등 상관없는 선택으로 운명 속에 내동댕이쳐져야 했던 기억이 그녀를 더욱 냉철한 권력가로 만들었다.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김별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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