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미실> 함께 읽기

D-29
'붉은 연못'에서는 미실이 어떻게 진흥제를 사로잡았는지와 단순한 후궁의 역할을 넘어서 황후궁의 전주라는 높은 지위에 오르면서 단순한 애정 관계가 아닌,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을 알 수 있었고, 미실이 자신의 매력과 지혜를 개인적인 이득에 사용했을 뿐 아니라, 황제의 지밀에서 권력을 형성하며 주체적으로 권력의 중심에 있기 위해 자신만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과정을 보여준다고 생각됩니다.
"그리하여 소년이 세상에 났다. 할머니는 구리지와 통하여 서자 셋을 낳았고, 아버지는 구리지의 아내와 통하여 소년을 낳았다. 사다함은 소년의 형이자 삼촌이었다. 소년의 이름은 설원, 애초부터 은밀한 잠통의 관계로부터 태어나 자존의 의지를 품지 못한 채 자라난, 아름다워 더욱 서러운 목숨이었다." 이쯤 오니 윗분들이 왜 족보정리를 해가며 보시는지 알겠네요.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어제 송년회로 밤늦게 돌아와 메롱한 아침입니다. 다들 열심히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몽중설몽>을 함께 읽겠습니다. 이 장이 아마도 작가가 역사적 사실을 넘어서 크게 개입한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가끔은 이렇게 습격을 당한다. 끊어 내친 것이 아니라 잠시 참아 잊은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중독의 속성처럼, 사랑은 사라지는 대신 피톨 속에 잠복할 뿐이다.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김별아 지음
사랑은 사라지는 대신 피톨 속에 잠복할 뿐이다는 표현이 사랑이 우리 몸 안에 계속 돌고 도는 혈액과 같은 의미로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고대 신라 시대 서사인 만큼 흔히 우리가 쓰는 어휘들 대신 고유어 고대어를 많이 쓰시려 노력한 반면 피톨이라는 외래어가 쓰여 좀 어색한 느낌이 없지 않아 듭니다. 북한에서는 피톨 대신 '피알'이라고 한다는군요.
앗, 피톨이 영어인 거 처음 알았습니다. 그냥 순우리말 같지 않나요?ㅎㅎ
네. 같이 피로 시작하는 데다가 톨도 왠지 토박이말 같아서. ㅎㅎㅎ
앗 죄송합니다!!! 제가 완전 실수를 했군요. 장맥주 님께서 정정해 주셨습니다.
혈구(血球)를 가리키는 순우리말 아닌지요...? 그래서 적혈구를 붉은피톨이라고 하는 거 아닌가요?
한자어 혈구보다는 피톨이 더 순우리말 어감이 있긴 해요. 찾아보니 phytol 영어와 같더라구요. 설마 우연의 일치이지는 않겠지요?
어... 우연의 일치 같습니다. ^^;;; 말씀하신 phytol은 엽록소의 구성 성분인 거 같네요. 분자량도 혈구보다 아주 작은 물질이고요. 혈구는 세포라서 단백질이고, phytol은 탄소, 수소, 산소로만 구성된 알코올의 일종입니다. 공교롭게 phytol도 유기화합물인 데다 한글 표기가 하필 피톨이어서(규범 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헷갈리기 쉽네요. 소설 <미실>에서 피톨은 ‘몸속을 흐르는 피톨’이나 ‘피톨 속에 잠복할 뿐이다’라는 표현으로 봐서 phytol이 아니라 표준국어대사전에 순우리말로 등재된 피톨이 맞는 거 같습니다. phytol도 화장품업계에서 착향제나 피부컨디셔닝제로 쓴다고는 합니다만 몸속을 흐른다는 비유가 어울리는 거 같지는 않네요. ^^;;; 참고 기사 링크 올립니다. https://www.donga.com/news/It/article/all/19991209/7491234/1
장맥주 작가님. 제가 별아 작가님과 더불어 작품을 함께 읽고 계시는 분들께 큰 실례를 저지르고 말았군요. 정정해 주셔 너무 감사 드리고 다시 한 번 더 별아 작가님과 이 방에 계신 분들께 깊은 사죄 올립니다. 아무래도 제가 외국에 너무 오래 살았나 봅니다. 순우리말도 외래어로 착각을 하구. 피톨의 사전을 찾아 보구서 이런 실수를 저지르다니... 나이가 들다보니 집중력도 어휘력도 이리 떨어지나 봅니다.
장강명 작가님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정필정님 사과까지 하실 필요는 없어요 ㅎ 언어는 생명체 같아서 늘 나고 살고 죽는데, 우연의 일치가 재미있네요.
어우, 이게 뭐 깊은 사죄 올릴 일인가요. (그런 일이라면 저는 24시간 내내 사죄하고 다녀야 합니다. ^^;;;) 헷갈리기 쉬운 말이기도 했고, 저도 인터넷 검색하다가 이것저것 알게 되었습니다. 지나치기 쉬운 단어 끄집어내주신 덕분에 @소설가김별아 작가님이 얼마나 공들여 문장을 쓰시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해요!
박애란 위선이거나 몽매에 불과했다. 그녀가 아니더라도 이미 세상은 불공평했다. 나고 살고 죽는 모든 일에서 그러했다. 어쩌면 천지를 주관하는 신명까지도 아름답고 추하고 행복하고 불행한 일에 지극히 편벽되이 권력을 행사하기 마련이었다.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272쪽, 김별아 지음
미실도, 소설 <미실>도, 시대를 많이 앞섰던 거 같습니다.
운명에 끌려다니기보다 그 운명을 받아들이되 자기 방식으로 맞서는 여성 캐릭터를 좋아합니다ㅎ
"마음이 가고 몸이 머무르는 곳에 진실이 있으리라. 머리로는 아무리 해도 진정을 구할 수 없단다.. 어쩌면 인생은 몽중설몽, 꿈속에서 꿈 이야기를 하는 딱 그 만큼이거나 그만 하지도 못할 것이었다." <미실 p. 138> 인생만사 길흉화복이 몽중설몽 그 만큼을 벗어나지 못하는 걸까요? 권력의 최 정상에 앉아도 똥을 본다면 그보다 더 하진 못하는 걸까요? 민주화가 되었든 문명이 발전 했든 인간의 수준은 예나 지금이나 무엇이 다를까요? 그렇기 때문에 AI 휴머노이드가 넘치는 세상이 되면 뭔 일이 벌어질지 두렵기도 하고 가 볼 때 까지 가 봐야 할 것 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작가님께서 미래의 AI시대를 상상하는 소설을 쓰셔도 인생만사 새옹지마 일까요?.. (그걸 알면 이승에서 다 살았겠지만..)
인간이 존재하는 한 욕망과 번민은 여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AI도 그것까지 해결할 수는 없을 듯도..
어쩌면 인생은 몽중설몽, 꿈속에서 꿈 이야기를 하는 딱 그만큼이거나 그만하지도 못할 것이었다.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김별아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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