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미실> 함께 읽기

D-29
사랑을 바라면 그의 입에서 사랑한다는 말이 새어 나오게 해야 한다. 원하는 것이 있으면 상대가 먼저 그것을 알아차리고 건네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상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그의 진정을 향해 다가가는 경로부터 밝혀내야 한다.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230쪽, 김별아 지음
이거 제가 아주 못합니다. 사랑뿐 아니라 협상에서도 그래야 한다는 걸 알지만 잘 안 됩니다. 이런 걸 자연스럽게 하시는 분들 보면 신기해요. 그 요령을 터득하는 건 나는 글렀구나, 생각하고 이후에는 협상할 때도 그냥 제가 가진 패 다 내놓고 원하는 거 직접적으로 이야기합니다(사랑은 더 하지 않아도 되고요). 유리하게, 교묘하게 협상할 수는 없지만 협상에 들이는 에너지는 절약할 수 있더라고요.
저도 못 한다능...😅
모든 문장에 감탄하고 흥미진진한 줄거리에 할 말을 잊고 숨죽이고 따라 가고 있습니다요.
동륜의 아이를 임신하고 제의 아이라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미실의 정략성이 보입니다. 그만큼 정치에 물이 들어 간다는 증거겠지요. 사도황후와 함께 내정을 휘어 잡고 아들 하종을 제의 양자로 등극하게 하며 마주하기 곤란한 동륜을 저멀리 외지로 내보내는 잔치까지 잘 치루었습니다. 계획하지 않은 일들이 계획 한 것 처럼 잘 풀려갑니다.
위기의 순간에 미실은 더욱 차갑고 굳건해졌다. 감미로운 목소리로 시를 읊고 속삭일 때에는 더없이 다정하고 순종적인 그녀가 어느 한때에는 소름이 돋도록 냉혈한 모습을 드러냈다.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김별아 지음
"그렇다면 신국의 황제인 내가 일개 신하의 눈치를 보아야 한단 말이냐?...도리와 처지를 따지기 이전에 네게 주어진 소명이 엄연히 따로 있거늘, 감히 어느 안전이라고 언짢은 마음을 함부로 드러내느냐?" ... "그러하옵니다. 소녀는 그토록 미천한 몸이옵니다. 그런데 어찌 사랑하려 하시옵니까? 마음대로 사랑할 수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없는 천인에게"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김별아 지음
마음대로 사랑할 수도 사랑하지 않을 수도 없는 처지가 싫어서 황제를 유혹하는 미실, 웃음으로 유혹하면서 마음을 주지 않는 '소름이 돋도록 냉혈한'.. 독한 다짐 - 이미 잃어버린 사랑이 없고서는 그렇게 독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진흥제는 미실을 한 번 두 번 거듭 사랑하고는 마침내 곁을 떠나지 못하게 할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 사랑이 가히 천하를 뒤집을 만하였다. 능통한 음사로 제를 사로잡은 미실은 날로 중해지는 총애에 바야흐로 황후궁의 전주(殿主)*로 발탁되기에 이르렀다. 황후궁의 전주는 그 지위가 곧 황후와 같이 높고 귀했다. 그때부터 황제의 지밀(至密)*에서 새로운 권력이 비롯되었다.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233p, 김별아 지음
'붉은 연못'에서는 미실이 어떻게 진흥제를 사로잡았는지와 단순한 후궁의 역할을 넘어서 황후궁의 전주라는 높은 지위에 오르면서 단순한 애정 관계가 아닌, 권력의 중심에 서게 된 것을 알 수 있었고, 미실이 자신의 매력과 지혜를 개인적인 이득에 사용했을 뿐 아니라, 황제의 지밀에서 권력을 형성하며 주체적으로 권력의 중심에 있기 위해 자신만의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과정을 보여준다고 생각됩니다.
"그리하여 소년이 세상에 났다. 할머니는 구리지와 통하여 서자 셋을 낳았고, 아버지는 구리지의 아내와 통하여 소년을 낳았다. 사다함은 소년의 형이자 삼촌이었다. 소년의 이름은 설원, 애초부터 은밀한 잠통의 관계로부터 태어나 자존의 의지를 품지 못한 채 자라난, 아름다워 더욱 서러운 목숨이었다." 이쯤 오니 윗분들이 왜 족보정리를 해가며 보시는지 알겠네요. @.@
화제로 지정된 대화
어제 송년회로 밤늦게 돌아와 메롱한 아침입니다. 다들 열심히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은 <몽중설몽>을 함께 읽겠습니다. 이 장이 아마도 작가가 역사적 사실을 넘어서 크게 개입한 부분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가끔은 이렇게 습격을 당한다. 끊어 내친 것이 아니라 잠시 참아 잊은 것인지도 모른다. 모든 중독의 속성처럼, 사랑은 사라지는 대신 피톨 속에 잠복할 뿐이다.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김별아 지음
사랑은 사라지는 대신 피톨 속에 잠복할 뿐이다는 표현이 사랑이 우리 몸 안에 계속 돌고 도는 혈액과 같은 의미로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소설이 고대 신라 시대 서사인 만큼 흔히 우리가 쓰는 어휘들 대신 고유어 고대어를 많이 쓰시려 노력한 반면 피톨이라는 외래어가 쓰여 좀 어색한 느낌이 없지 않아 듭니다. 북한에서는 피톨 대신 '피알'이라고 한다는군요.
앗, 피톨이 영어인 거 처음 알았습니다. 그냥 순우리말 같지 않나요?ㅎㅎ
네. 같이 피로 시작하는 데다가 톨도 왠지 토박이말 같아서. ㅎㅎㅎ
앗 죄송합니다!!! 제가 완전 실수를 했군요. 장맥주 님께서 정정해 주셨습니다.
혈구(血球)를 가리키는 순우리말 아닌지요...? 그래서 적혈구를 붉은피톨이라고 하는 거 아닌가요?
한자어 혈구보다는 피톨이 더 순우리말 어감이 있긴 해요. 찾아보니 phytol 영어와 같더라구요. 설마 우연의 일치이지는 않겠지요?
어... 우연의 일치 같습니다. ^^;;; 말씀하신 phytol은 엽록소의 구성 성분인 거 같네요. 분자량도 혈구보다 아주 작은 물질이고요. 혈구는 세포라서 단백질이고, phytol은 탄소, 수소, 산소로만 구성된 알코올의 일종입니다. 공교롭게 phytol도 유기화합물인 데다 한글 표기가 하필 피톨이어서(규범 표기는 확정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헷갈리기 쉽네요. 소설 <미실>에서 피톨은 ‘몸속을 흐르는 피톨’이나 ‘피톨 속에 잠복할 뿐이다’라는 표현으로 봐서 phytol이 아니라 표준국어대사전에 순우리말로 등재된 피톨이 맞는 거 같습니다. phytol도 화장품업계에서 착향제나 피부컨디셔닝제로 쓴다고는 합니다만 몸속을 흐른다는 비유가 어울리는 거 같지는 않네요. ^^;;; 참고 기사 링크 올립니다. https://www.donga.com/news/It/article/all/19991209/74912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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