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미실> 함께 읽기

D-29
평범한 여자를 사랑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너무 아름답거나 추하지도, 너무 지혜롭거나 어리석지도. 너무 품은 뜻이크거나 경망하지도 않은 여인을 만나 너무 행복하거나 불행 하지도. 너무 살갑거나 뜨악하지도 않게 살았어야 좋았을 것이다. 어머니와 누이에게 순응하여 법속한 생애를 이러구러 살아내면 좋았을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부질없는 뒷생각일 뿐. 그는 애초부터 자신의 사랑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없 었다. 과연 사람은 얼마만큼이나 스스로 선택하여 살 수 있을까.모든 일이 다만 이미 정해진 바대로 홀러가는 것은 아닐까. 기를 쓰고 거슬러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것마저도, 오직 자기의 의지로 선택했다고 믿는 것마저도 다만 정해진 운명, 정해진 선택은 아닐까. 운명과 선택, 운명의 선택, 그리고 선택의 운명......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471~472p, 김별아 지음
평범한 여자라면 눈길이 가지도 않았을 거 같아요....^&^;;
세종이 자신이 평범한 삶을 선택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와 회한, 그리고 그마저도 불가능했던 이유에 대해 운명론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과 삶의 선택지가 애초부터 없었다는 인식은 인간이 스스로의 의지로 삶을 만들어갈 수 있는가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운명과 선택, 운명의 선택, 그리고 선택의 운명" 부분은운명과 선택 사이에서 두 개념이 서로 얽히고 교차하는 복잡한 생각을 나타낸 문장인 듯 보입니다. 운명을 거스를 수 없다고 체념하며, 그 체념 조차 운명에 포함된 것이지 않을까 싶고, 인간의 삶과 사랑, 그리고 자신의 선택이 진정한 자유인지, 아니면 이미 정해진 길을 따라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주제어를 정확히 짚으셨네요. 사랑(삶)과 죽음이라는 테마를 관통하는, 운명은 영원한 질문거리지요.
만추 사랑은 그런 때에 온다. 별것 있겠느냐 빈손을 내보이며 능청을 떨 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는다며 풀 죽은 시늉을 할 때 삶의 목덜미를 왁살스레 물어뜯으며 사랑이 온다. 아무 때나 어떤 길에서나 복병처럼 느닷없이 나타난다. 그러니까 사랑은 살아가는 한 언제고 온다.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314쪽, 김별아 지음
아마도 우린 사랑은 아주 특별하게 특별한 순간에 올 거란 착각을 하고 살아왔지만 지금 제 옆의 옆지기와의 사랑도 이렇게 모든 걸 포기하고 풀 죽은 시늉을 하며 한 고백으로 사랑이 시작되고 이리 먼 칠레까지 오게 되었네요. 그렇게 아무 때나 오는 사랑을 우린 특별한 때라고 착각을 하는 것일 수도......
아, 칠레... 정말 먼 곳에서 사랑을 가꾸고 계시군요. 번개모임에서 뵐 수는 없어도 이렇게 함께한 시간을 갖게 되어 반갑습니다^^
시차가 12시간이 나서 진도 맞춰 글올리기가 늘 한 템포 늦기도 했어요. 그래도 한 분 한 분의 글을 읽은 후 의미를 되새기며 그 장을 다시 읽는 재미도 솔솔했습니다. 제 평생 복습까지 해 가며 정독한 소설책은 처음이네요. ㅎㅎㅎ
풀 죽은 얼굴로 한 고백에 칠레까지.. 어쩜 소설 대목과 딱 맞는 상황이네요. 예기치 않게 시작된 특별한 사랑이네요 ❤️
이름 앞뒤로 정인 데다가 정까지 많아서 그만 저의 모성애가 가슴팍을 확 제끼고 발동했나봐요. 예기치 않게 ㅎㅎㅎ
과연 사람은 얼마만큼이나 스스로 선택하여 살 수 있을까, 모든 일이 다만 이미 정해진 바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닐까,기를 쓰고 거슬러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것마져도,오직 자기 의지로선택했다고 믿는 것마저도 다만 정해진 운명,정해진 선택은 아닐까,운명과 선택,운명의 선택 ,그리고 선택의 운명..... 《미실, 무삭제 개정판 472쪽 》 김별아지음 천주교 신자인 저는 " 운명"을 하느님의 계획이야 라고 이 계획을 어떻게 알아차리지, 미리 알수는 없을까? 알아보려는 것조차도 의지가 개입된 거네요. 한 해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해야 하는 이 싯점에서 2025년 나의 운명은? 하느님의 계획은 뭘까 기대되면서도 두렵기도 합니다.
저도 같은 문장을 옮겼습니다. 운명의 선택과 선택의 운명에 대해 생각해보는데 어떤 생각들이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네요.
종교인들이라면 절대자의 명령이나 계획으로 운명을 이해할 수도 있겠네요. 저는 종교가 없지만, 이마만큼 살다 보니 무언가 정해진 것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스로 선택하는 것까지 정해진, 그것을 운명이라고 불러 봅니다.
순우리말은 아니지만 이 단어도 좋네요. 많이 배워서 감사한 기분입니다. 여원여모(如怨如慕) : 원망하는 것 같기도 하고 사모하는 것 같기도 함.
과연 사람은 얼마만큼이나 스스로 선택하여 살 수 있을까. 모든 일이 다만 이미 정해진 바대로 흘러가는 것은 아닐까. 기를 쓰고 거슬러보겠다고 발버둥치는 것마저도, 오직 자기의 의지로 선택했다고 믿는 것마저도 다만 정해진 운명, 정해진 선택은 아닐까. 운명과 선택, 운명의 선택, 그리고 선택의 운명…….
미실 - 2005년 제1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무삭제 개정판 472쪽, 김별아 지음
화제로 지정된 대화
저는 어제 마지막 장을 덮었는데, 다른 분들은 어떠신지 모르겠네요. 환란과 혼돈의 시기, 그래도 책을 펴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어 다행입니다. 20년 전의 저는 <미실>을 통해 도덕과 제도 이전의 욕망과 인간성, 성녀와 악녀의 이분법을 뛰어넘는 여성상을 이야기하고 싶었나 봐요. 독자분들은 어떻게 읽으셨은지, 아직 남은 사흘과 이후 오프모임을 통해 이야기 나누면 좋겠습니다.
바쁜 연말의 공직 일정이심에도 불구하고, 모임을 안내해 주시고 답글까지 주셔서 감동 스럽게 완독할 수 있었습니다. 패친의 인연이지만, 이 책을 읽고 독자층으로 승격된 것에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특별히, 독서 동반자 선생님들의 풍부한 독후감들을 읽으며, 인문학적 통찰과 다양한 시선을 읽은 것은 보너스이며 감동이 꽤 오래 갈 것입니다. 책을 완독 하고 나면, 눈을 감고 저만의 느낌을 감각 하곤 합니다. 첫 장을 시작하면서, '역사 판타지 장르의 소설'의 한 종류라는 개념으로 시작 했지만, 책장을 덮고 나서 "인간은 무엇으로 살아 가는가?" 톨스토이의 질문이 생각 났습니다. 성골과 진골 남성중심의 대원신통 복잡계 세계에 뛰어 든 약자이자 여성으로서, 초의지로 부귀의 정점에 도달한 얘기로 마무리 되었다면 제 예상대로, 역사판타지 소설로 끝이 났겠지요. 마지막 두 개의 장에서 미실은 여성을 넘어 하나의 인간이 되었습니다. 홀연히 이승의 희노애락 페르소나를 벗어 던지고 내면과 해탈의 세계로 건너간 발심과 용기는 보편적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 것인가? 질문한 톨스토이의 인생 질문을 생각나게 했습니다. 소설 [미실]은 근친간의 성애로 가득찬 군주시대 미실의 얘기로 시작 하여, 여성의 이야기도 전개 되다가, 종국에는 시대를 초월하여, 내 삶을 되돌아 보고 깨닫는 보편적 인간의 이야기임을 말입니다. 1,500년전 한 여인의 이야기는 지금, 도덕과 제도가 완전히 다른 민주주의 2024년의 관점으로, 고대시대 그녀의 생을 설렘과 흥분으로 바라 본 한 독자의 스스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내 남은 생의 시간을 어떻게 살 것인가?" 라구요. 김별아 작가님, 그리고 동행 선생님 여러분, 2025년 새 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IJ 올림
부족한 글을 살뜰히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미실이라는 인물의 생애를 통해 삶과 죽음, 욕망과 상실을 이야기하려 했던 작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그리고 경험적 진실로 읽어내신 데 대해 경의를 표합니다. 짧은 인연이었지만 가능하다면 오프에서도 이어지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뒤숭숭한 세밑이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빕니다.
마침, 미실이 살던 1,000년 신라의 [월성을 걷는 시간]을 찾아서 읽고 뵈면 더욱 좋겠다 싶습니다. 답글 주셔서 무척 감사드립니다.
제가 정체성을 '신라인'으로 주장하는 만큼ㅎ, 졸작 <월성을 걷는 시간>은 즐겁게 쓴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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