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님의 <소년이 온다> 다시 한번 읽어볼게요.

D-29
이 책을 다 읽었는데, 엔딩이 가장 인상적이었어요. 순서대로 인상 깊은 문장을 메모하고 있는데 추후에 남기려고 합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유는 소년이 잘 느껴져서, 그래서 너무 슬펐어서... 입니다.
작품 중 가장 공감이 가는 캐릭터는 누구입니까?
출판사에서 일하는 은숙언니가 제일 공감이 갔어요. 아무래도 같은 성별에 같은 나이대로 보이니 그 실루엣에 저를 더 담기 쉬웠던 것 같습니다.
작품 중 가장 공감이 가지 않는 캐릭터는 누구입니까?
작품 내에서 공감 가지 않는 캐릭터는 없었어요. 도청에 끝까지 남은 아이, 죽은 가족을 찾아 시체를 확인하는 사람들, 검열 받은 원고를 챙긴 출판사 직원... 각자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이 책이 실제 역사를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보니, 제가 자꾸 소설 바깥에서 이 일을 자행한 사람, 이 일을 폭동, 반란이라고 말하는 사람에 대해서 생각해봤어요. 내가 이 소설에서 느끼는 슬픔이 그 분들께는 무엇인 걸까. 나에게 당연하게 이해되는 부분이 누군가에게는 아니라는 걸 나는 어떻게 감당하고 입장을 정돈할 수 있을까... 고민 되고 혼란스러웠어요.
이 책에서 처음 만난 단어나 완전히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나요?
이 질문을 지정할 때 즈음엔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이 책을 완독하고 온라인 독서모임도 하고 난 이후라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일단 문장 수집을 하다가 발견하면 남겨볼게요. <소년이 온다>를 읽고,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었는데요.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우듬지'라는 단어를 처음 만났던 건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듬지: 나무의 꼭대기 줄기.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른 다른 책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한강 작가님의 다른 책들이 떠올랐어요. 읽어야지 읽어야지 했지만 아직 못 읽은 책들.
디 에센셜 한강 (무선 보급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작가의 핵심 작품들을 큐레이팅하여 한 권으로 엮은 스페셜 에디션 ‘디 에센셜The essential’. 문학동네에서 출시하는 디 에센셜 한국작가 편은 ‘센세이션’이라는 키워드 아래, 독자들에게 강렬한 독서 경험을 선사하며 한국문학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작가를 선정한다. 첫번째 작가는 한강이다.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문학과지성 시인선' 438권. 인간 삶의 고독과 비애,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맞닥뜨리는 어떤 진실과 본질적인 정서들을 특유의 단단하고 시정 어린 문체로 새겨온 한강의 첫 시집. 틈틈이 쓰고 발표한 시들 가운데 60편을 추려 이번 시집을 묶었다.
키가 자라고 싶었지. 팔굽혀펴기를 마흔번 연달아 하고 싶었지. 언젠가 여자를 안아보고 싶었지. 나에게 처음으로 허락될 여자, 얼굴을 모르는 그 여자의 심장 언저리에 떨리는 손을 얹고 싶었지.
소년이 온다 (특별한정판, 양장) P.57, 한강 지음
그가 손을 쳐들었을 때, 설마 때리는 건가, 생각하며 앉아 있었던 그녀 자신을. 목뼈가 어긋난 것 같았던 첫 충격을.
소년이 온다 (특별한정판, 양장) P.70, 한강 지음
얼굴은 어떻게 내면을 숨기는가, 그녀는 생각한다. 어떻게 무감각을, 잔인성을, 살인을 숨기는가.
소년이 온다 (특별한정판, 양장) P.77, 한강 지음
그녀는 책을 덮고 기다렸다. 창밖이 더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 그녀는 인간을 믿지 않았다. 어떤 표정, 어떤 진실, 어떤 유려한 문장도 완전하게 신뢰하지 않았다. 오로지 끈질긴 의심과 차가운 질문들 속에서 살아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소년이 온다 (특별한정판, 양장) P.95-96, 한강 지음
한달 전 그의 부고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바로 그 눈이었습니다. 멀건 콩나물국에서 콩나물을 골라 먹다 말고 멈칫 나를 보던 눈. 그가 콩나물을 다 먹어버릴까봐 긴장하고 있던 나를, 우물거리는 그의 입술을 혐오하며 쏘아보고 있던 나를 묵묵히 마주 바라보던, 나와 똑같은 짐승이었던 그의 차갑고 공허한 두 눈.
소년이 온다 (특별한정판, 양장) P.107, 한강 지음
김진수의 생각에 대해선 알지 못합니다. 그는 자신이 죽으리라고 예상하면서도 도청 밖까지 나갔다가 되돌아왔던 걸까요. 아니면 나처럼, 죽을 수도 있지만 살 수도 있다는 생각, 어쩌면 도청을 지킬 수 있을 것이고, 그렇다면 평생 동안 부끄러움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거란 막연한 낙관에 몸을 실었던 걸까요.
소년이 온다 (특별한정판, 양장) P.113, 한강 지음
아니요, 쏘지 않았습니다. 누구도 죽이지 않았습니다. 계단을 올라온 군인들이 어둠속에서 다가오는 것을 보면서도, 우리 조의 누구도 방아쇠를 당기지 않았습니다. 방아쇠를 당기면 사람이 죽는다는 걸 알면서 그렇게 할 수가 없었습니다. 우린 쏠 수 없는 총을 나눠 가진 아이들이었던 겁니다.
소년이 온다 (특별한정판, 양장) P.117, 한강 지음
우, 우리는······ 주, 죽을, 가, 각오를 했었잖아요. 김진수의 공허한 눈이 내 눈과 마주친 것은 그때였습니다. 순간 깨달았습니다. 그들이 원한 게 무엇이었는지. 우리를 굶기고 고문하면서 그들이 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이었는지. 너희들이 태극기를 흔들고 애국가를 부른 게 얼마나 웃기는 일이었는지, 우리가 깨닫게 해주겠다. 냄새를 풍기는 더러운 몸, 상처가 문드러지는 몸, 굶주린 짐승 같은 몸뚱어리들이 너희들이라는 걸, 우리가 증명해주겠다.
소년이 온다 (특별한정판, 양장) P.119, 한강 지음
해쉬태그나 키워드 3개를 이 책에 붙인다면?
소년, 태극기, 먹는 일
이 책의 시작과 끝을 장식하는 소년, 동호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나서 '소년'을 뽑았고요. 관에 태극기를 두른 부분도 인상적이었고, 결국 한 나라 안에서 벌어지는 일이기에 더 기묘하고 슬픈 역사적 사건이라고 생각이 들어서 '태극기',도 짚었습니다. 그 다음은 '먹는 일'을 뽑았는데요. 먹는 데는 치욕스러운 데가 있다고 책에서 나왔던 것 같은데 그 말이 와닿아서 뽑았어요. 결국 살아남으려는 사람들, 삶의 어떤 것들을 더 가지려는 마음, 그걸 지키려는 욕망 등등... 그런 욕망들 중 가장 익숙한 욕망으로 식욕이 있는 것 같은데 그걸 갖고 사람들을 싸우게 만들고 고문 하니.. 그게 너무 끔찍하고 생생해서 기억에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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