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세계문학선] #01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함께 읽기

D-29
저도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를 읽으면서 굴라크에 대해 자세히 찾아보게 되었는데 노동 착취를 위한 시설에 가깝다고 여겨지긴 하더라고요. 뭐 1940년엔 굴라크 수감자의 수가 무려 140만명에 달했고 추운 날씨와 고강도 노동으로 10%는 목숨을 잃었다고 하니.. 어디가 더 나은지 판단하는 것 자체가 무용하긴 하죠..
러시아 문학 입문을 이 책으로 할 수 있어 기쁜 하루하루였습니다! 술술 읽히는 이야기들이었어요ㅎㅎ 아직 120페이지까지 밖에 읽지 않았지만, 그래도 읽으면서 수용소 생활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이들의 이야기가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속세'에 있을 때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음식을 후회하며 이를테면 수용소 안에서 먹는 빵처럼 충분히 음미하며 먹었어야한다는 말이 기억에 남네요🥺 앞으로의 이야기도 너무 기대됩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독서 진도표] 12월 25일(수)~12월 31일(화) : p.244까지 진도표를 충실히 따라와주신 분들이라면 슈호프의 생활력(?)과 노련함(?)에 충분히 적응하셨으리라 예상되는데요. 슈호프의 시선과 생각을 쫓다보니 자연스럽게 '벌을 피하다니 행운이야', '저 수감자는 민폐인데?', '배가 불렀군' 등의 생각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생존에 유용하지 않은 것은 불필요하다 여기는 제 자신을 서늘하게 돌아보게 되고요. 솔제니친의 냉소적인 태도, 대담한 필체, 유머러스함이 오히려 독자들을 수용소 안으로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소설의 중~후반부엔 추위를 견디려 벽돌쌓기에 집중하는 슈호프, 수프 한 그릇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슈호프의 모습이 등장하는데요. 슈호프의 '운수 좋은 날'이 어떻게 마무리되는지 끝까지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늦었지만 메리크리스마스!
제목만 알고 있던 책이었는데 모임 덕분에 잘 읽었습니다.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인데 마치 주인공의 일대기를 본 느낌이 듭니다. 처음에는 하루 동안의 일을 어떻게 소설로 썼을까, 혹시 지루하지는 않을까 싶기도 했는데 지루하기는커녕 스릴러소설을 읽는 것처럼 빠져들어 읽었어요. 게다가 문예출판사님이 언급하신 대로 겨울이라는 배경이 지금 계절과 같아서 더 공감하면서 읽었습니다. 아무래도 작가가 실제로 강제 노동 수용소에서 8년이나 있었다니, 그곳에서 겪은 경험들이, 수용소나 죄수들의 생활 전반에 걸친 여러 묘사에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싶었어요. 수용소 안에서 펼쳐지는 여러 인간 군상들의 모습은 폐쇄된 곳에 갇혀있을 뿐이지 현실과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인공 슈호프가 절망하지 않고 나름대로의 원칙으로 수용소의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 아련하게 마음에 남네요. 제목으로 주인공의 이름을 쓴 것처럼 캐릭터의 힘이 느껴지는 소설이었어요.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가 지금도 어느 수용소에서 차가운 이 겨울을, 힘겹게 하루를 살아내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떻게 해서든지 2,3주일 입원해보았으면 하고 꿈을 꾸기까지 한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고 수술도 필요 없으나, 입원은 해야 하는 그런 편리한 병은 없을까? 3주일쯤 꼼짝 않고 드러누워 편히 쉴 수만 있다면, 건더기 하나 없는 멀건 채소국만으로도 만족할 것 같다. p.28 "하루 중에 추위가 제일 심한 건 해가 뜨기 직전이지." 부이놉스키가 불쑥 입을 열었다. "밤새껏 내려간 기온이 마지막 고비에 이르렀을 때니까." p.49 죄수들은 저녁에 200 그램짜리 빵 덩어리를 상여 급식으로 받게 된다. 요컨대 수용소 생활이란 200 그램의 빵이 모든 것을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p.82 가로채기는 여기서도, 수용소에서도, 그리고 그 이전의 창고에서도 공공연한 사실이 되어 있다. 더구나 이렇게 남의 몫을 가로채는 놈일수록 곡괭이하고는 인연이 먼 놈들이다. 약육강식이 철칙으로 통하는 세상이다. p.99 "우리 마을에서는 말일세, 하느님이 없어진 달로 별을 만드신다는 거야." p.154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동현 옮김
벌써 '이상, 끝' 이로구나. … 슈호프는 더없이 만족한 기분으로 잠을 청했다. 오늘 하루 동안 그에게는 좋은 일이 많이 있었다. 재수가 썩 좋은 하루였다. … 이렇게 하루가, 우울하고 불쾌한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거의 행복하기까지 한 하루가 지나갔다. 이런 날들이 그의 형기가 시작되는 날부터 끝나는 날까지 만10년이나, 3653일이나 계속되었다. 사흘이 더해진 것은 그사이에 윤년이 끼었기 때문이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P.마지막장,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동현 옮김
작품 말미의 늬앙스로 봐서 슈호프는 형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 갔을 것으로 보인다. 혹, 돌아가지 못하더라도 그는 끝까지 주어진 삶을 꼬박꼬박 살아냈을 것이다. 어느 작가가 말했둣이 ‘나는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매일 매일 조금씩 씁니다‘ 처럼 슈호프와 동료들은 헛된 희망도 쓸데없는 절망도 없이 하루하루를 오롯이 살아나갈 것이다. 위 대목을 쓰면서 괴테의 <파우스트>에서 지혜가 희망과 두려움(절망)을 두고 말하는 문구가 생각 났다. [인간의 가장 큰 적 두 가지, 두려움과 희망을 사슬에 묶어 사람들에게 멀리 떼어 놓으리라. 비켜라! 너희들은 구원받았노라.] 미래의 희망과 현실의 두려움(절망)을 떨쳐 냄으로써 비로서 우리는 지혜에 이른다. 그리스 신화 속 ‘판도라의 상자’에 마지막으로 남은 것 또한 희망 즉, 헛된 희망이었다. 여기서 슈호프는 지옥같은 삶을 살만한 삶, 그러니깐 희망이나 기대 너머의 미래의 삶이 아닌 절망을 떨쳐낸 현재의 삶을 자신의 삶으로 받아들임으로써 지옥같은 10년을 만족스럽게 보낼 수 있었다. 과한 기대와 희망도 니힐리즘적 절망도 내려 놓고 온전한 삶을 살아낼 때 도둑처럼 운은 따라온다. 그런 의미에서 슈호프가 보여준 삶을 대하는 자세는 21세기를 살아가고 있는 ‘자기착취의 세대’에도 충분히 귀감이 된다. 모두 편안한 연말 보내시고,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이상 이반 데니소비치의 운수 좋은 하루였습니다!!
이렇게 하루가. 우울하고 불쾌한 일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거의 행복하기까지 한 하루가 지나갔다. 이런 날들이 그의 형기가 시작되는 날부터 끝나는 날까지 만 10년이나, 3653일이나 계속되었다. 사흘이 더해진 것은 그사이에 윤년이 끼었기 때문이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p.239,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지음, 이동현 옮김
쩐내, 구린내, 쇳내와 물비린내가 뒤섞여 도합 형기 수백년 어치의 쿰쿰하고 깨질 것같은 추위에 몇 번을 죽다 살아난 것만 같은 경험이었어요. 몸이 있다는 것, 극한의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살아내며 가진 건 자기 몸 하나, 그마저도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몸을 갖고 있는 존재라는 건 어떤 의미일지 오래오래 생각해보았습니다. 고함이 아니고서야 작게 말해지는, 작아져야 하는, 말소되는 인간성의 극치를 보았다, 는 감상을 남기고 싶습니다. 여러 의미로서의 비참을 동정이나 경멸이 아닌 연민과 공감, 날카로운 비판 의식으로 마주할 수 있었어요. 감사를 전합니다.
@모임 이 책을 읽는 사이 참 많은 일이 있었네요 ^^;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를 통해 억압과 자유를 빼앗기는 두려움과 고통을 견디는 자세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았어요. 빵, 수프, 노동, 가족, 종교, 희망. 무엇이든 힘껏 손에 쥐고 힘든 시간을 잘 이겨내셨으면 좋겠습니다. 힘이 닿는 대로 다른 사람에게도 위로의 말 한마디를 건네는 하루를 보내셨음 좋겠고요. 2주 동안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 만나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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