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쩌면 나는, 승패가 기울어지기도 전에, 너무 이른 시점에 나도 모르게 탭 아웃을 했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포기 의사를 직간접적으로 수차례 밝혔음에도, 경기를 중단시켜 줄 심판이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 내겐 비극이었다. 오랫동안, 그게 비극이라는 것조차 알지 못한 건, 더 큰 비극이었다. ”
『쇼는 없다 - 제12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73p, 이릉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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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로 지정된 대화
김하율
<쇼는 없다> 정식 모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오늘부터 1-13챕터까지 함께 읽어볼텐데요. 좋은 문장 수집해주시고요. 함께 생각해 볼 질문도 한 가지 던지겠습니다. 제가 생각한 질문입니다. 저는 이 소설이 갖고 있는 외형성이랄까요, 구조에 집중했는데요. 구조가 내용을 돋보이게 하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세요?
이 소설은 1980~90년대를 풍미했던 미국 프로레슬링에 대한 정보를 많이 담고 있는데 각주처리로 그 팩트를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정보를 전달하며 의미를 싣는 소설의 계보로서 앞선 작품들을 찾아보자면 박민규의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현욱의 <아내가 결혼했다> 조금 끼어보자면 제 작품 김하율의 <나를 구독해줘> 등을 들 수 있는데요.
이 작품들은 야구, 축구, 화장품으로 실제 소재를 가져와서 주제를 확장시키는 스타일의 소설들입니다. 이런 류의 소설이 더 있을까요? 이런 작품들을 뭐라고 호명 하면 좋을까요? 논문 소설? 기획 소설? 장르 이름을 지어주세요
stella15
뭐 그냥 간단히 말해 '각주 소설'하면 되는 거 아닐까요? 너무 쉽게 얘기하나요? ㅋ
근데 (이건 약간 딴 얘기 같기는 한데) 저도 그런 소설을 종종 접하기는 하고, 특히 번역 소설도 그렇고, 솔직히 작가(혹은 번역자)의 입장에선 정성이 느껴지기는 하는데, 보는 독자의 입장에선 좀 흐름을 방해하는 일면도 있더군요. 각주는 필요한 것 같긴하고 쓸 경우 보통 해당 페이지 끝에 쓰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건 책 뒤에 별책 부록처럼 넣는 경우도 있죠. 저 개인적으론 그게 가장 최악이란 생각이 듭니다. 거의 안 보는 경우 도 많거든요. 그냥 과감하게 해당 단어 바로 옆에 괄호글로 써 보는 건 어떨까? 그런 생각도 해 봅니다. 기억은 안 나는데 언젠가 그런 책을 읽었던 것 같은데 읽는데 편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린
예전에 민음사의 김혜진 편집자님이랑 다른분이랑 하는 유튜브에서.각주에 대해 말한게 기억나네요.
이해시키려면 써야 하는데 구구절절 같은 느낌이 들거라는 생각에서 강약조절을 어떻게 해야 할지..고민이 많다고요..
stella15
그렇군요. 하긴 책에 관해서는 제작진들이 고민이 더 많으시겠죠.
요즘엔 드라마도 각주를 많이 쓰잖아요. 사실 각주가 나쁘다는 건 아니죠. 몰랐던 토막 상식도 많이 알게되고,무엇보다 있어 보이잖아요. 전 불편하다고 했지 싫다고는 하지 않았습니다. ㅎㅎ
김하율
저는 개인적으로 소설 책을 읽더라도 모르는 분야를 알게 되고 자투리 상식이라도 새로운 지식을 얻게 되면 기분이 좋더라고요. 그게 우리가 책을 읽는 효용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얼마 전 최강록 셰프의 에세이를 읽으며 우리 체내 혈액의 염분 농도보다 높은 것을 먹을 때 짜다라는 느낌을 받는다는 사실을 읽고, 재밌다고 생각했어요. 지적 충족감을 받을 때 인간은 고도의 행복감을 느끼는거 같습니다. ㅎㅎ
김혜나
만일 '각주 소설'이라 이름 붙인다면, 단편소설이긴 하지만 정이현 소설가의 <낭만적 사랑과 사회>도 빼놓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작품은 본문도 본문이지만 각주 내용이 참 독특해서 잊히질 않았어요!
stella15
오, 그렇군요. 한번 읽어보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새벽서가
‘어른’과 ‘훗날’이 전혀 인과관계가 없는 단어라는 것을, 동의어나 유의어보다 오히려 반대말에 가깝다는 것을, 엄마 말을 듣지 않던 어린 날의 나는 알지 못했다.
『쇼는 없다 - 제12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이릉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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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묭
장르 이름이라니... 생각해보니 이런 종류의 소설을 지칭하는 이름이 따로 생각나지 않네요...!
이런 장르는 주로 역사를 바탕으로 한 소설들에서 자주 보이는 것 같아요.
장맥주
“ 공중에서 풀럭거리는 이불을 바라보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참으로 멍청하게 살았구나, 싶었다. 멍청해서 멍청하게 살았겠지만, 멍청하게 살아서 좀 더 멍청해진 것 같기도 했다. 공중에 떴다가 가라앉은 이불에 몸이 깔렸는데, 이불은 풀럭거리기 전보다 조금 더 무거워져 있었다. ”
『쇼는 없다 - 제12회 수림문학상 수상작』 60쪽, 이릉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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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맥주
@이릉 작가님께 한 가지 질문을 드려도 될까요? 이 소설에는 문장에 쉼표가 상당히 많이 나오는데, 어떤 효과를 의도하신 것인지, 그냥 작가님의 스타일인지 궁금합니다.
이릉
네, 질문 감사합니다.
이번 소설을 쓰면서, 어떤 톤으로 서술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밝고 경쾌하게 가자'고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런 큰 틀에서의 결정에 따라, 문장은 간결체보단 만연체, 단문보단 중문과 복문 구사 비율을 높였습니다. 그게 이 소설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을까 판단을 했고요.
아무래도 문장이 길게 늘어지다 보니, 가독성이나 의미 전달의 명료성 등 여러 측면에서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고민하다가 '쉼표로 리듬감을 만들어내면 어떨까' 하는 의도로 이번엔 쉼표를 많이 넣게 되었습니다. (소설가 중 이기호 작가님이 쉼표를 많이 쓰기로 유명하죠. 이 작가님 소설들을 좋아하긴 합니다. 그렇다고 이 작품을 쓰며 문체를 참조하거나 그런 적은 없습니다.) 쉼표를 즐겨 사용하는 편이긴 한데, 이번엔 의도적으로 더 넣긴 했습니다 ^^
Henry
처음의 어리둥절함(?)을 잘 지나고 나니 재미의 맥을 찾아냈습니다.
쉼표의 느낌, 저에게는 잘 닿았고요^^
꽃의요정
“ 언젠가 더 큰 각도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내 몸이 내려갈 수 있는 바닥의 끝이 어디인지, 나도 궁금했다. 바닥에 닿았다고 생각할 때마다 늘 내겐 더 깊은 바닥이 있었고, 허리를 더 굽힐 때마다 바닥은 조금씩 더 깊어졌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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