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와 애정 읽기

D-29
여성작가 16인의 엄마됨에 대한 이야기. 시대와 장소에 관계없이 엄마가 되는 것은 고되다.
마거릿 미드 하지만 나 자신을 아동기를 연구하는 전문가가 아닌 그저 한 명의 인간이라고 생각하면, 내 딸과 손녀가 어린이(그리고 세계)를 바라보는 나의 시각에 미친 영향은 상당히 달리 묘사되어야 한다. 나는 상쇄해야 할 편견이 아니라, 특별하고 아마도 언젠가는 사라질 민감함을 얻었다. 그건 마치 내가 더 많이 알고 있고 사랑이라는 특수성으로 매여 있는 한 아이에게 환한 빛이 비춰지고, 그 아이가 모든 어린이 집단에 후광을 일으키는 것과 같다. 바니가 있으면 나는 바니 주위에 있는 아이들을 훨씬 더 선명하게 바라본다. 바니가 없을 때도 나는 새로 알게 된 지식을 이용해 두 살배기(내가 아는 모든 두 살배기)들을 머릿속에 떠올린다. 아이들의 얼굴이 전보다 더 명확하게 보인다. 나는 아이들이 처음 말을 하는 방식을 다시 한 번, 또는 새롭게 이해한다. 찡그린 눈썹과 긴장한 손, 또는 혀를 살짝 튕기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온전히 파악한다. 사랑하는 나의 아이는 내가 모든 아이들을 더욱 잘 이해하도록, 이들에게 더욱 마음을 쓰도록 한다.
분노와 애정 - 여성 작가 16인의 엄마됨에 관한 이야기 도리스 레싱 외 지음, 모이라 데이비 엮음, 김하현 옮김
도리스 레싱 나는 유모차에 존을 태우고 몇 시간이나, 몇 시간이나 걸었다. 그런 느낌이었다. 총명한 젊은 여성이 하루 종일 작은 아이와 시간을 보내는 것만큼 지루한 일은 없다. 나는 유모차를 밀면서 머릿속으로 시를 썼다.
분노와 애정 - 여성 작가 16인의 엄마됨에 관한 이야기 도리스 레싱 외 지음, 모이라 데이비 엮음, 김하현 옮김
도리스 레싱은 1930~40년대 아프리카대륙의 남로디지아에서 두 아이를 키웠습니다. 끊임없이 우는 아이를 유모차에 태워 나가고 젊은 엄마들 모임에 나가고 경쟁적으로 아이를 갖고 둘째를 가졌습니다. 어째서 엄마들의 삶은 1930년대 남로디지아나 2020년대 대한민국이나 이토록 비슷한 걸까요. 도리스 레싱은 유모차를 밀며 시를 썼는데 그 시로 인해 남편과 시누에게 일부러 과장한 것같은 비난을 받았다고 썼습니다.
마거릿 미드는 할머니됨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나 자신의 행위가 아닌 일로 나에게 새로운 지위가 주어진 것이 충격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래도 할머니가 되는 것은 엄마가 되는 것보다 나아보입니다. 손녀를 통해, 손녀를 양육하는 딸을 통해 자신과 딸을 다시 한번 이해하게되었으며 엄마일 때는 경쟁적으로 받아들여 보지못했던 주변 어린이들까지 사랑하게 되었다고 씁니다.
마거릿 미드 캐서린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보기엔 엄마 아기보다 내 아기가 더 발랄하고 예쁘고 생기 넘치는 것 같아!”
분노와 애정 - 여성 작가 16인의 엄마됨에 관한 이야기 도리스 레싱 외 지음, 모이라 데이비 엮음, 김하현 옮김
각자 자기의 아기가 제일 예뻐보입니다. 마거릿은 자신의 딸인 캐서린이 더 예쁘고 캐서린은 바니라는 이름의 자기 딸이 더 예쁘겠죠. 김여사의 딸이고 임양의 엄마인 나 김사과.
이 눈은 울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시야는 번져서는 안 된다 눈물이 얼굴을 타고 흐를지라도 눈의 의도는 명료함에 있다 눈은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어떤 것도 에이드리언 리치, <감옥으로부터>, 《난파선 속으로 잠수하기》
분노와 애정 - 여성 작가 16인의 엄마됨에 관한 이야기 도리스 레싱 외 지음, 모이라 데이비 엮음, 김하현 옮김
에이드리언 리치- 하지만 여성이 자기 신체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에 대해 최종 결정권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에 극도의 공포를 느끼는 사람들은 언제나 있어왔고, 여전히 존재한다. 마치 엄마가 고통을 겪고 여성이 자신을 다른 무엇보다도 엄마로 인식하는 것이 인간 사회의 감정적 토대에 너무나도 필수적인 나머지 그러한 고통과 인식을 줄이거나 없애자는 제안은 가능한 모든 차원에서 반박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분노와 애정 - 여성 작가 16인의 엄마됨에 관한 이야기 도리스 레싱 외 지음, 모이라 데이비 엮음, 김하현 옮김
수전 그리핀- 이 주제(페미니즘과 엄마됨)에 관한 글은 거의 쓰인 적이 없다. 주저하며 어디에서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나의 말들은 좌절에서 나온다. 불쑥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일이 잦다. 그래도 그 말들을 기록하지 않는다. 튀어나온 말은 분명 아주 옳다. 죄책감이 나를 에워싼다. 나를 보살펴주지 않은 엄마에게 화가 난다. 자, 또 튀어나왔다. 이건 더 하기 힘든 말인데, 항상 나를 방해하는 딸에게 화가 난다. 대대손손 반복되는 똑같은 이야기다.
분노와 애정 - 여성 작가 16인의 엄마됨에 관한 이야기 도리스 레싱 외 지음, 모이라 데이비 엮음, 김하현 옮김
수전 그리핀- 전에는 꼭 잠을 오래 자야 했다. 이제는 딸이 세 시간마다 한 번씩 나를 깨운다. 전에는 대화를 좋아했다. 이제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어린 아기와 단 둘이 집에 머무른다. 외출은 언제나 아이와 남편과 함께였다(이들 없이 나는 존재하지 않았다). 내가 말을 잃었다는 걸 깨달았다. 내 생각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사람들이 나를 멍청하다고 생각하리라 믿었다. 멍했고, 바보가 된 것 같았다. 하지만 무언가 말하고 싶었던 게 있었다. 무언가 심오한 것. 나는 말하지 못하는 게 어떤 건지를 배웠다.
분노와 애정 - 여성 작가 16인의 엄마됨에 관한 이야기 도리스 레싱 외 지음, 모이라 데이비 엮음, 김하현 옮김
수전 그리핀- 미켈란젤로의 <피에타>가 훼손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를 기억한다. 나는 불쾌하지 않았다. 그 평화롭고, 주름 없는, 젊은 마돈나의 얼굴이 영영 사라지기를, 아니면 적어도 금이라도 가기를 어느 정도 바랐다. 그렇게 그녀가 쉽지 않은 삶을 살았다는 흔적이 드러나기를 바랐다. 왜냐하면, 엄마의 삶은 가난하지 않다 하더라도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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