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 디펜스(구판)으로 논검하실 분?

D-29
-라피스 라줄리에 대하여. 라피스 라줄리의 출생은 비천하다. 마족 중에서도 가장 천하게 여겨지는 하프 서큐버스. 그 태생으로 세상에서 미움받았고 라피스는 그 어려움에 맞서 강인해졌다. 단탈리안의 가신 중에서 유일하게 동격으로 인정받았으며 라피스가 있기에 단탈리안이 성공할 수 있었다. 단탈리안에게 가장 많은 가르침을 준 인물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마지막까지도 단탈리안이 없는 세상에 남지 않고 자결을 택한 충신이자 연인. 개인적인 평가는 꽤 나락이다. 라피스는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하였는가? 단탈리안을 이해해주고 있지 않았던가. 화형을 택하는 것도 단탈리안 나름의 선행이었음을 눈치채고 있다. 그가 나름의 도덕을 가지고 있음을 인정해주고 있었다. 허나 라피스가 한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라우라와 데이지의 갈등을 수습하지 못했고 이는 단탈리안의 파멸로 이어진다. 데이지가 반역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라우라를 설득하지 않았으며 자신의 권력을 강화할 수단으로 삼았다. 이 갈등을 풀어줄 수 있는건 라피스밖에 없었는데 말이다. 단탈리안은 데이지를 자살 도구로 키웠으며 라우라는 보이는 그대로로 데이지를 관찰할 뿐이다. 오로지 라피스만이 라우라를 설득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하지만 라피스는 방관했다. 데이지가 처형식에서 바르바토스를 데리고 도망쳤을 때, 라피스는 단탈리안에게 진실을 고했다. 데이지가 반역자가 아니며 오히려 당신을 사랑하고 있었다는 말을. 진실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한 것이겠지만 너무 늦었잖아. 처형식 이전이나 라우라에게 귀띔을 해주어도 좋았을 일을 너무 늦추었다. 데이지의 연극을 엉망으로 만든 것도 과연 옳은 일이었을지... 데이지에 대한 동정심으로 판을 무너뜨린건가. 단탈리안만 망가뜨린게 아니라 데이지도 절망시켜버리는 결정이었는데. 네가 한게 뭐냐? 아, 하고 있던게 있었지. 마누라처럼 잔소리나 퍼부으며 자신의 권위를 세우던거? 그리고서는 결정한 최후가 마왕성과 함께 자살이라니. 그걸 책임이라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도피 아닌가. 이바르처럼 고통스러운 삶을 연명하는게 마땅한 도리일 터. 단탈리안과 대등한 관계로 있었다고는 하지만 막상 단탈리안의 파멸을 막아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무능 그 자체다. 자신의 위치에서 가장 필요했던 순간에 쓸모가 없던 인물.
-바르바토스와 파이몬에 대하여 둘 다 이상주의자다. 심지어 같은 이상을 꿈꾸었다. 마인을 위한 사회. 그러니 2차 월맹군까지는 같이 선두를 맡았었지. 허나 그 마인을 위한 세상을 정의하는 방식에 차이가 생겨버렸다. 바르바토스는 마인을 마인 그 자체로 존중했기에 인류를 없애고 마인에게 땅을 주려했다. 파이몬은 마인도 인간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들에겐 똑같이 이성이 있다는 걸 깨달은 뒤부터 마인과 인간을 구분하는 것이 마왕임을 알게 되었다. 따라서 파이몬은 모든 마왕이 없어지는 세상이 올바르다는 것을. 바르바토스는 쓰레기 마왕들이 없어지고 마인 사회를 건설해야 한다는 결론에 달한다. 둘 다 똑같으나 차이가 하나 있다. 바르바토스에게 이성이란 쓰레기. 동물과 사람을 별 다르게 보지 않았다. 그게 대단한 것인 양 떠받드는건 정신병적이다. 파이몬에게는 이성이 고귀했다. 이성이 있기에 동물과 구별되며 마인과 인간도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인간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내 평가는? 바르바토스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딱히 신이 인류를 창조한 특별성이 없다면 인간과 동물은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저 힘 센 동물이 약한 동물을 잡아먹는 이치처럼, 우리는 지성을 타고났고 그걸로 생태계 피라미드의 꼭대기에 올라선거다. 그걸 위대한 것처럼 떠받들 원초성은 없다. 파이몬처럼 우리가 가져다 붙인 것이지. 그러니 행동 그 자체에서는 동물을 죽이는 것도 사람을 죽이는 행위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마음껏 먹고 즐기는 모든 행위가 살육. 여기에는 채식조차도 면죄부를 얻을 수 없다. 그런데 그게 뭐? 동물 좀 죽이는게 뭐 어때서? 지금껏 잘만 해오던 짓거리다. 그딴거에 죄책감을 찾을 필요는 없으며 즐기던대로 살면 된다. 바르바토스도 아마 이런 생각에 도달했을 것이다. 사람과 동물에 별 차이는 없다. 그건 진실이다. 그러니 인류를 멸종시키는 것에 별 죄책감을 느낄 이유가 없지. 이성이란 것에 특별성은 없으니까. 파이몬은 이걸 이해 못하고 정신병적인 아집에 휩싸였다. 이성따위가 존재를 구분한다고 여겼으며 동물과 사람을 구분한다. 이거야말로 차별주의자 아닌가. 위선적이고 이기적이며 독선적인 사상이다. 이런 파이몬을 고귀하다고 평가한 단탈리안도 제정신이라고 볼 수 없다. 파이몬은 거짓투성이이고 진실은 바르바토스다. 정신병적인 사상에 휩싸여서 인류와 마인의 협력을 꿈꾼 반역자. 그 사정을 뭐라 포장하든 파이몬이 저지른 행위는 마인에 대한 반역이었다. 자신의 집단을 보존하고 타인의 집단을 멸종시키는 것이 종을 이끄는 자로서 마땅히 짊어져야 할 책무가 아닐까. 그렇지 않으면 같은 생각을 하는 타종에 의해 멸종할 뿐이다. 이건 도덕적인 옳고 그름을 떠난 사실일 것이다. 물론 현실 인류에 적용할 예시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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