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탐험단의 첫 번째 여정 [이야기의 탄생]

D-29
@시원한바람 감사합니다.
3장을 읽고 나서 뭘 정리하면 좋을까 생각하는 중인데 이기원 선생님의 해설을 읽고 나니, 3장 도입부에 적힌 조지프 캠벨의 말이 좀더 깊이 와 닿습니다. “한 인간을 진실로 전달하는 유일한 방법은 그 사람의 결함을 기술하는 것”
@쓸만치 저도 그 문장을 정말 좋아합니다.
현실에서든 이야기에서든 결함이 있는 인물은 대체로 내면의 목소리에 크게 현혹된다. 이 목소리는 주로 뇌의 좌반구에 위치한, 단어와 말을 만드는 회로에서 나오는데 신뢰가 가지 않는 목소리다. 믿을 만하지 않은 이유는 우리가 실제로 누구인지에 대한 진실에 닿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탄생 - 뇌과학으로 풀어내는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우리의 신경계는 언제나 이야기를 지어내는 '작화증' 기술을 발휘하는데, 그때마다 허구를 진실이라 믿으며 전달한다고 해요.
인간 조건에 관한 무섭고도 흥미로운 가설은 누구도 극적 질문의 답을 모른다는 점이다. 질문 자체가 우리 자신에게 속해 있기 때문이다. (...) 왜 우울한지 가설을 세우면서, 도덕적 신념을 정당화하면서, 음악이 감동을 주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이야기를 만든다. 우리의 자아 감각은 신뢰할 수 없는 화자에 의해 형성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완전히 통제한다고 믿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우리가 누구인지 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아니다.
이야기의 탄생 - 뇌과학으로 풀어내는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이야기에서 극적 질문이 그렇게 예기치 못한 방향으로 끊임없이 나오는 이유는 주인공이 답을 모르기 때문이다. 주인공이 시시각각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발견하는 사이에 극에 압력이 생기고, 플롯이 전환되는 사이에 주인공은 대개 의도치 않게 드러난 자신의 모습에 놀란다.
이야기의 탄생 - 뇌과학으로 풀어내는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극에 압력이 생긴다는 대목을 깊이 음미하려고 합니다.
우리가 세계에 대한 모형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모형도 가지고 있는데, 그 모형이 하나가 아니라서 시기와 상황에 따라 각기 다른 모형이 자기 주장을 한다고 해요. 인물이 평면적이지 않아야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것은 알지만 그 다면성을 구현하는 게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외계인 손 증후군'은 보자마자 저처럼 일본 만화 <기생수> 떠올린 분들이 많지 않을까 싶었어요. 상상력의 좋은 재료들을 많이 접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심리학자 제롬 브루너 Jerome Bruner 교수는 이야기가 “두 영역에서 작동한다”고 말하면서 “하나는 바깥 세계에서 벌어지는 행위의 풍경”이고 다른 하나는 “주인공의 생각과 감정과 비밀이 펼쳐지는 마음의 풍경”이라고 했다. 플롯에서 상위의 의식 차원에는 극히 가시적인 인과관계가 담겨 있고, 가시적인 경험 아래에는 이야기의 잠재의식 차원이 자리한다. 인물이 그 자신에게조차 다면적이고 모순되고 의외의 모습으로 보이는 상징과 분할의 차원이다.
이야기의 탄생 - 뇌과학으로 풀어내는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좋은 이야기에서는 극의 표면 세계와 인물의 잠재의식 세계 사이에서 끊임없이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상위 차원에서 벌어지는 요란한 사건이 하위 차원의 잠재의식에 거대한 파문을 일으킨다.
이야기의 탄생 - 뇌과학으로 풀어내는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살면서 불편하거나 불쾌한 일들을 쉽게 이해하고 넘어갈 때가 많지만 어떤 경우에는 뒤늦게 감정이 밀려오기도 하잖아요. 의식과 무의식 차원에서 처리하는 속도가 조금 다르구나, 생각하는 편인데 이 책에서 같은 맥락으로 짚어주고 있어서 또 생각해보게되었네요. 하지만 제 의식이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해도 픽션에 잘 녹여내는 건 별개의 문제라 참 어렵습니다.
자신이 누구인지를 세심하게 수정하는 과정이 잠재의식 차원에서 일어나는 동안 극적 질문의 답도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리고 인물이 대답을 바꾸면 이어서 극의 표면에 드러나는 행동도 달라지고, 두 차원 사이에 계속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이야기의 탄생 - 뇌과학으로 풀어내는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세계에 대한 모형에 균열이 생기고 깨지는 사이, 이전에는 억압됐던 의지와 생각과 자아가 표면으로 올라와 인물의 모든 것을 지배하게 된다. 뇌에서 환경을 통제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실험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야기의 탄생 - 뇌과학으로 풀어내는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우리는 극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을 통해 인물의 마음속에서 극적 질문이 싸우는 것을 볼 수 있다.(...) 조금씩, 장면마다, 인물과 플롯이 상호작용하면서 서로를 변형한다. (...) 의식 아래에서는 스스로에 대한 근본적인 극적 질문이 거듭된다. 나는 누구인가? 이 상황을 바로잡으려면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하는가?
이야기의 탄생 - 뇌과학으로 풀어내는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두 의식 차원의 갈등으로 플롯이 구성되는구나.... 한번 더 새겨보고요.
현대적인 이야기에서는 독자가 관객이 개입해 각자의 해석을 끼워넣을 여지가 커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원하는 것과 진짜 필요한 것> 챕터에서 영화 <아메리칸 뷰티>가 언급되는데, 오래 전에 본 영화였음에도 주인공의 일탈의 끝에 띵! 했던 기억이 떠오르더라고요. 삶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깨닫는 순간에 찾아온 것은...
흥미로운 대화의 비결은 압축이며, 대사를 통해 인물의 사회적 배경, 개성, 가치관, 지위에 대한 감각, 진정한 자아와 겉으로 드러난 거짓 사이의 긴장,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 서사를 전개시키는 은밀한 고뇌 등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해요.
현재 우리의 신경 구조가 석기시대로부터 형성되어 지금껏 유지되고 있으며, 부족이 유지되기 위해 규율로서 존재했던 '소문'의 기능에 대해서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어떤 나라에서 종종 들려오는 '명예살인' 뉴스에 마음 불편할 때가 많은데, 그 가해 남성들이 자신의 여자 가족을 살해할 때 작용하는 머릿속 모형은 언젠가는 바뀔 수 있을까요. 어제 트럼프를 호위하는 극우 세력들의 구호를 담은 뉴스를 보면서 '아...침팬지들이여..' 했네요. 지위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해 같은 종을 그렇게까지 피 튀기며 죽이는 행태는 인간과 침팬지만이 공유하는 특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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