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Xsam] 24. <작가란 무엇인가 3> 이어서 읽고 답해요

D-29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늘 발견하는 사실은, 형식에 맞춰 작업한 시인이라면 누구나 동의하는 것처럼, 그 형식이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유도한다는 거예요. 놀랍고 신기하지요. 소설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는 것 같아요. 장르는 어떤 의미로는 형식이고, 분야를 정하지 않고 작업하고 있었다면 떠오르지 않았을 생각으로 이끌어주지요.
작가란 무엇인가 3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어슐러 K. 르 귄, 파리 리뷰 지음, 김율희 옮김
「태워줘서 고마워」에서는 다소 냉담한 도시 소년의 관점으로 글을 쓰셨어요. 가난한 소녀를 태워주고 그녀와 하룻밤을 보낸 뒤, 그녀의 삶에 끌렸다가 반감을 갖게 되는 소년 말이에요. 생활이 안정되고 순조롭던 때에 이 이야기를 쓰신 점이 놀라워요. 먼로 첫째 딸을 임신하고 있을 때 남편의 친구가 여름휴가를 맞아 우리 집에 와서 한 달쯤 머물렀어요. 국립영화위원회에서 일했는데, 많은 이야기를 들려줬어요. 우린 살면서 겪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어요. 지금 우리가 얘기를 나누는 것처럼. 그는 가난한 시골 소녀와 데이트한 이야기를 들려줬죠. <작가란 무엇인가 3>, 파리 리뷰 - 밀리의 서재
작가란 무엇인가 3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파리 리뷰 지음, 김율희 옮김
물론 예술가들은 일상을 희생해요. 정치가도, 치즈 제조업자도, 부모도 마찬가지죠. 하지만 예술은 삶에서 나옵니다. 일상적인 삶에 끊임없이 몸을 담그지 않고서 어떻게 예술가가 존속할 수 있을까요? 문제는 얼마나 깊이 담그느냐는 거죠.
작가란 무엇인가 3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줄리언 반스, 파리 리뷰 지음, 김율희 옮김
제가 두려운 건 글쓰기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글을 쓰게 만드는 이 모든 설레는 느낌을 포기하는 거지요.
작가란 무엇인가 3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파리 리뷰 지음, 김율희 옮김
삶을 채우기 위해 제가 갖고 있었던 것은 오직 글쓰기 뿐이었어요
앨리슨 먼로가 매일 정해진 시간에 글을 쓰고 매일 키로미터를 걷고 정말 자기관리에 철저한 것 같아 오늘 저의 하루가 부끄러워지네요. 정말 작가는 끊임없는 자기자신과의 싸움인것 같습니다
직장인에게는 상사가, 사업에게는 고객이 일을 시키는데 작가는 스스로 동기를 가져야 가능하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더 어렵다고 해야할지 더 쉽다고 해야할지는 모르겠어요.
이 책에서 제가 아는 작가가 잭 케루악과 수전 손택이고 두 작가의 작품을 감명깊게 읽어서 기대가 되는 파트인데 이제 잭 케루악 인터뷰 읽기 시작해요.
잭 케루악 인터뷰 내용이 중반부 부터 너무 난해해 져서 번역이 잘 된 건가 싶어 영어버전을 찾아봤어요. 원문내용도 행간을 읽어야 이해가 되는 데 그걸 번역해 놓으니 정말 이해가 안되게 되었네요. 예를 들어 인터뷰에 나온 이 즉흥시를 보면, 이른바 행복한 사람들은 위선자다—이 말은 행복의 주파수가 불가피한 속임수 없이 어떤 책략과 거짓말과 은폐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는 뜻 위선과 속임수, 인디언의 것은 아니다. 웃을 일은 아니다 Happy people so called are hypocrites--it means the happiness wavelength can't work without necessary deceit, without certain scheming and lies and hiding. Hypocrisy and deceit, no Indians. No smiling. 영어버전에서 no Indians. No smiling를 한국어 번역에선 인디언의 것은 아니다. 웃을 일은 아니다, 이라고 번역했어요. 그런데 여기서 Indians는 위선과 속임수와 대조되는 즉 진정성이 있는 것의 메타포예요. 이걸 인디언의 것은 아니다, 라고 번역했어요. 영어버전을 읽고 나서 보면 이 번역도 말이 되기도 하지만 그냥 한글 번역만 읽어서는 그 뜻을 짐작하기가 어려워요. No Smiling은 진짜 기뻐서 웃는 것은 아니라는 뜻인데 ‘웃을 일은 아니다’라고 번역을 해서 그 원래 의미를 전혀 알 수가 없어요. 인터뷰어가 "인디언의 것이 아니라니요?"라고 그 뜻을 묻자 케루악이 "자네가 나에게 숨겨진 적대감을 갖고 있는 이유는, 프렌치 인디언 전쟁• 때문이지."라고 마치 동문서답이나 선문답하듯이 말해요. 이건 알고 보니 케루악의 조상이 프렌치 인디언 전쟁에서 원주민(인디언)을 침략한 프랑스인인데, 인터뷰어가 반문하는 것에 대해 농담조로 대담한 거예요. 케루악은 내가 인디언들을 괴롭힌 사람들의 후손이라 그 구절로 시비를 거는거냐, 라고 농담을 치는 거죠. 케루악의 인터뷰(한글번역판)는 케루악이 의식의 흐름대로 작업하고 정제되지 않은 작업을 좋아한다는 것은 여전히 드러내고는 있지만 원문의 내용을 그 행간까지 살려서 번역하지는 못하고 있어서 아쉬워요. 그렇다고 영어버전 전체를 공들여 읽고 싶은 의지도 없고요.
덕분에 겨우 따라가겠네요. 감사합니다. (근데 케루악처럼 말하는 사람 젠 체하는 거 같아 싫습니다. ^^;;;)
이 책에 워낙 잘난 것을 숨기지 않는 작가들이 많아서 케루악이 젠 체하는 느낌은 받지 못했는데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네요 :)
자기가 모른다는 걸 애써 숨기고 실제 모습보다 대단하게 보이려 한다는 느낌이었어요. 그게 또 너무 투명하게 드러나서, 인터뷰 읽고 니서 오히려 더 싫어졌네요. ^^;;;
말씀하신 것에 공감하는 면이 있어요. 비트 beat 세대라고 일컬어지는 작가들이 그런 태도가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 그 사람들이 또 추구하는 바이기도 해요. 내가 못난 것도 없으니 고로 잘난 것이다, 이런 인상이 있어요. :) 케루악의 소설 『길 위에서』를 읽어 보셨어요? 이 소설에 비하면 이 인터뷰 내용은 약과예요. 자기가 뭘 모르는지도 모르는 한 젊은이의 방랑이 그려지는데 그야말로 이 우주에 혼자사는 것과 같은 태도예요. 예전에 저도 그런 때가 있어서 그 혈기가 부럽기도 하고 거부감이 들기도 했어요.
난 청년기를 보내는 내내 고쳐쓰기를 하며 천천히 글을 쓴 뒤 숙고에 숙고를 거듭하면서 내용을 삭제하기도 했지. 그래서 하루에 한 문장만 썼는데, 도대체 그 문장에 ‘느낌’이 전혀 없었단 말씀이야. 제기랄, ‘느낌’은 내가 예술에서 제일 좋아하는 부분인데 말야. ‘기교’를 부리며 감정을 숨기는 게 아니라.
작가란 무엇인가 3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잭 케루악, 파리 리뷰 지음, 김율희 옮김
지적 에너지와 호기심이겠죠. 이런 저런 일을 하면서,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다양하고 대안적인 방법에 대한 타고난 관심 말이에요. 그게 저를 현실적인 세계보다 있을 수도 있는 세계에 대해 더 많이 쓰도록 이끈 요소일지 몰라요. 그리고 더 깊은 의미에서는 제가 소설을 쓰도록 이끌었을 수도 있고요. 소설가는 늘 '시험 삼아' 다른 사람이 되어보곤 하니까요. p. 81/262 소설은 오직 인간만이, 특정한 상황에서만 쓰는 것이죠. 어떤 목적 때문에 써왔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목적 중 하나는, 우리가 전에 알지 못했던 것을 인식하도록 이끌어준다는 거죠. p. 91/262 <어슐러 K. 르 귄>
작가란 무엇인가 3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파리 리뷰 지음, 김율희 옮김
기차가 움직일 때는 절대 뛰어내리지 마, 죽을 테니까. 누군가 열차에 올라타려고 하면 그냥 떨쳐버려. 그 사람들이 죽을 수 있다는 생각도 하지 마. 그들은 뭔가를 훔치려 할 테고, 기차가 멈출 때까지 함께 있어야 돼. 네가 잠을 자러 가면, 너한테 50달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쫒아내 버릴 거야. p. 234/262 대부분의 사람은 중대한 결정이 내려지는 자리에 있지 않아요. 우린 그저 우리가 맡은 일을 하고, 그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우리의 작은 기여가 제대로 활용되기만을 바라죠. p. 240/ 262 <가즈오 이시구로>
작가란 무엇인가 3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파리 리뷰 지음, 김율희 옮김
그는 저에게 말했습니다. “기억해. 전쟁 중에는 신발이 먼저고, 그다음이 음식이야. 너한테 신발이 있으면 달려가서 도둑질이라도 할 수 있으니까.” 저는 알겠다고 대답했어요. “옳은 말씀이에요. 하지만 이제 전쟁은 끝났어요.” 그러자 그 사람은 나에게 “구에라 에스 시엠프레.”Guerra es siempre.라고 말했어요. “전쟁은 늘 진행 중이야.”라고.
작가란 무엇인가 3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프리모 레비, 파리 리뷰 지음, 김율희 옮김
Q. 학문적인 삶과 창의적인 작가의 삶이 양립할 수 없다고 느낀 탓이었나요? A. 손택: 맞아요. 양립할 수 없는 정도가 아니었죠. 학구적인 삶이 제가 속한 세대의 훌륭한 작가들을 망가뜨리는 모습을 봐왔으니까요.
작가란 무엇인가 3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수전 손택, 파리 리뷰 지음, 김율희 옮김
전쟁이 끝난 뒤 시카고 대학에 갔을 때, 제 입학 면접 담당관이 드레스덴 폭격 현장에 있었던 사람이었죠. 그는 제가 살아온 이야기 가운데 그 부분을 듣고는 말했죠. "사실 우린 그 일을 하기가 몹시도 싫었습니다." 그 말이 제 머릿속에 박혀 있어요.
작가란 무엇인가 3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파리 리뷰 지음, 김율희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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