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북클럽Xsam] 24. <작가란 무엇인가 3> 이어서 읽고 답해요

D-29
책을 끝내고 나면, 반응이 어떻든 간에 상상력이 어느 정도는 고갈되기 마련이에요. 정신이상이라고까지 표현하지는 않겠지만 소설을 끝내는 건 언제나 상당한 심리적 타격을 주지요. 그게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어하는 일이고, 그 일을 진지하게 여긴다면 더욱 그렇지요.
작가란 무엇인가 3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존 치버, 파리 리뷰 지음, 김율희 옮김
소설은 원래 실험이에요. 그걸 그만두면 소설이기를 포기하는 거죠. 문장을 써내려 갈 때 전에는 이런 방식으로 쓴 적이 없다는 생각, 문장의 내용마저도 이런 느낌은 처음 줄 거라는 생각이 반드시 들게 마련이에요. 모든 문장은 혁신이지요.
작가란 무엇인가 3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존 치버, 파리 리뷰 지음, 김율희 옮김
존 치버의 인터뷰도 굉장히 재미 있었습니다. 모든 작가가 그렇기는 하겠지만, 존 치버는 자기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무척 높아 보였어요. 그에 비해 살짝 겸손해 보이기도 하고요. 좋은 편집자의 정의에 "출판사와 은행의 목을 조르는 사람"이라는 표현에서 웃었습니다. 편집자의 손을 많이 탔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마지막 장면을 삭제 당할뻔한 일화는 좀 놀랍네요.
저도 같은 대목에서 웃었어요. 은행이 거기 왜 들어가는지는 정확히는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요. 한국 상황에서는 은행 대신 서점을 넣으면 말이 되려나 했습니다. ^^ (<뉴요커>는 참 강심장이네요.)
전 제 작품을 거의 읽지 않아요. 나르시시즘 중에서도 가장 모욕적인 형태 같아서 말이에요. 마치 자신의 대화가 녹음된 테이프를 다시 트는 것과 같죠. 어떤 길로 달려왔는지 보려고 뒤를 돌아보는 것과 같아요. 그게 바로 제가 헤엄치는 사람, 달리는 사람, 뛰는 사람의 이미지를 자주 쓰는 이유지요. 중요한 건 하던것을 끝마치고 다음으로 넘어가는 거예요.
작가란 무엇인가 3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존 치버, 파리 리뷰 지음, 김율희 옮김
1974년 4월에 캐나다 비행기를 탔는데, 미국에 가는 가장 저렴한 방법이었어요. 벤쿠버에 도착한 뒤 한밤중에 그레이하운드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었어요. 1달러로 하루를 버티며 3개월 동안 미국을 여행했죠. 당시에는 모두가 그런 낭만을 갖고 있었어요. 밤마다 공짜로 재워줄 곳을 찾아내야 했어요. 서부 해안을 따라 히치하이크를 하는 젊은이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어요.
작가란 무엇인가 3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파리 리뷰 지음, 김율희 옮김
글쓰기와 관련된 내용은 아니지만 언뜻 작가가 살던 시대의 풍경을 엿보는 것도 재미있네요. 이시구로의 인터뷰는 '경험'이라는 게 작가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더 잘 알게 해주는 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 책에서 한 단어도 바꾸지 않을 겁니다. 그게 당시의 저였으니까요. 그 책은 세월이 지나면서 자신의 자리를 찾은 것 같아요. 다른 작품들보다 그 책에 대한 질문을 더 많이 받거든요.
작가란 무엇인가 3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파리 리뷰 지음, 김율희 옮김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이 궁금해지네요. 평론가에게 난해하다는 평을 받았지만, 그걸 쓰게 된 과정을 보고 있으니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작가가 멋지게 느껴졌습니다. 자기에게 확신을 가지고 후회하지 않는 모습도 뭔가 대리 만족 같은 것도 느끼게 되고요. 그 자신감을 보고 있으면 천생 예술가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플라톤의 <대화편>을 보면, 이상주의적인 사람들은 두세 번 실망하면 대개 염세적으로 변한다고 소크라테스가 말하는 구절이 있어요. 플라톤은 선의 의미를 찾는 문제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암시하는 거예요. 퇴짜를 맞더라도 환멸에 빠져서는 안 돼요. 우린 그저 그 탐색이 어렵다는 걸 발견한 것뿐이고, 탐색을 계속할 의무가 있어요.
작가란 무엇인가 3 (헤밍웨이 탄생 123주년 기념 리커버) - 소설가들의 소설가를 인터뷰하다 파리 리뷰 지음, 김율희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 마무리 ■■■■ 24기 그믐북클럽,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36명의 작가를 만나며 문학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작가의 삶을 엿볼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특히 연말연시 바쁜 와중에도 책을 꾸준히 읽고, 모임에 참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함께 나눈 다양한 해석과 감상을 통해 책 읽는 즐거움을 더욱 깊이 느꼈어요. 바쁜 일상 속에서도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주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모임의 공간은 앞으로 약 일주일 정도 더 열려 있을 예정이니, 아직 책을 다 읽지 못한 분들은 천천히 읽고 감상을 나누어 주세요. 다음 모임에서 또 다른 작품으로 함께 만나기를 기대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
벌써 한참 전에 읽은 듯이 아련한 기분이 드는데요, 작가들의 인터뷰를 읽으며 아래와 같은 생각들을 해봤습니다. 장장 세 권의 두꺼운 책을 함께하는 독서 즐거웠습니다. 1. 쓰지 않으면 못 견디는 작가들이 많다. 2. 자신의 작품에 대한 비평은 보통 잘 안 읽고 신경 안쓰려 노력한다. 3. 대부분은 엄청 탈고한다(SF계의 거장이라는 로버트 하인라인이 자신은 전혀 탈고하지 않는다고 당당히 말했다는 일화가 생각났습니다). 4. 작가들은 예민할수밖에 없다. 5. 의외로 일상에서 규칙적인 루틴을 지키는 작가들이 대다수이다. 6. 좋은 글 쓰기는 어렵다. 7. 에코의 책을 대다수 읽었다는 생각은 나의 착각이었다. <장미의 이름> 포함 세 권 정도만 읽었음을 깨달았고 <푸코의 진자>는 이번에도 다시 읽다가 2권에서 포기했다. 8. 역시 커트 보니것 인터뷰가 최고였다. 9. 작가를 포함해서 이 세상을 순탄하게 살아가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작가란 무엇인가] 3권 덕분에 연말의 마무리와 한해의 시작에 많은 힘을 얻을 수 있었어요. 36명의 작가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읽어낸 작가보다 아직 읽지 않은 작가의 수가 적어짐에 저도 모르게 점점 속도를 늦춰 아껴 읽게 되네요. 이미 안다고 생각했던 작가들에 대한 재발견, 읽으려고 생각만 하고 있는 작품들의 작가들과 이 책을 통하지 않았으면 앞으로도 모르고 살았을 다양한 작가들을 [작가란 무엇인가]를 통해 알게 됐어요. 여러 인터뷰를 탐독하면서 독서 생활의 지평이 넓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ㅎㅎ 이런 보석 같은 책을 만날 수 있어 즐거웠어요. 끝으로 함께 읽고 생각 나눠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 드리며,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초반에 열심히 참여해 보겠다고 했는데 끝까지 성실하지 못 했네요. 죄송합니다. 나중에 책 읽으면서 참고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어떤 사실은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보다 이야기로 만들어졌을 때 더욱 명징해진다는 것을, 그래서 그 필요와 가치가 더 잘 전달된다는 것을. 그러니 보이는 것과 보고 싶은 것만 보려는 세태에도 아랑곳 않고, 보아야 할 것을 보여주는 일에 성실하게 복무하는 이들ㅡ우리의 작가들!ㅡ은 얼마나 소중한가.
소설, 한국을 말하다 '기획의 말' 중에서, 장강명 외 지음
소설, 한국을 말하다2023년 가을부터 2024년 봄까지, 기사가 아닌 ‘이야기’를 통해 한국 사회를 들여다보자는 취지로 연재되었던 문화일보 기획 시리즈 《소설, 한국을 말하다》가 앤솔러지 형태로 은행나무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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