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도 아닌 인생이

D-29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이글의 제목(‘글을 쓴다는 것’)과 같은 수필을 쓰고 학교 때 교과서에도 실린 수필을 쓴 김태길의 교수의 말마따나 자기 생각을 정리하려고 글을 쓰는 것 같다. 글을 왜 쓰는지는 명확하진 않아도 아마 그래서 쓰는 것 같다고 말할 수 있다. 자기 생각을 정리하려고.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글을 읽고 생각하면서 정리가 안 되는 게 있다. 그래 그것을 정리하려고 쓰는 것 같다. 혼란스러운 생각을 정리하려고. 뭔가 글로 써놓으면 정확하게는 표현 못 해도 좀 더 생각이 명료해지면서 정리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쓰는 것 같다. 외부와 내부로부터 자기를 살피고 그 생각과 느낌을 적는 것이다. 그러면 아무래도 그 느낌이 정리되고 객관화되는 것 같다. 어느 작가가 글은 자신의 카타르시스를 위해 쓴다고 했는데 맞다. 결국 생각을 정리해 나 좋자고 편하자고 쓰는 것이다. 인생은 사실 허무한 것 같다. 인생은 짧고 사실 별것도 아닌 것이라고 생각하면 한없이 덧없고 사막의 한 줌 모래알 같고 헛되고 무의미한 것처럼 느껴져 외로움에 포박당한다. 인간의 자손 번식 본능도 그 허무함을 달래기 위해 생긴 게 아닌가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 생각이 결집된 책을 남기고 싶어 실은 글을 쓰는 것 같다. 육체는 썩어 이 세상에 없지만, 영혼이 떠돌 듯이 내 영혼이 담긴 글을 남기고 싶은 것이다. 후세에 누가 안 읽어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글자로나마 내 생각을 거기에 기록해 허무, 외로움, 의미 없음을 위로받고 싶은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나도 내 유전자를 갖고 있다.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타고난 것이다. 운명이고 팔자라고 할 수 있다. 타고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걸 탓해봐야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것밖에 없다. 내가 바래서 이렇게 태어난 것도 아니다. 그냥 운으로 이 세상에 툭 던져진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잘 사는 방법은 자기에게 운명적으로 주어진 이것을 실현하는 게 -아, 이 허무한 세상에 그나마-잘사는 것이라고, 행복한 것이라고 어쩌면 결론은 내린 것 같다. 내 기질은 혼자 하는 것에 최적화돼 있다. 그것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글에 빠지는 것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하는 것. 남들과 어울리는 걸 즐기는 기질로 태어났다면 이런 것과 오히려 안 맞을 것이다. 혼자 하는, 가장 좋은 점 중 하나가 글을 쓰는 거라고 본다. 팔자인지 쓰다 보니까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나와 찰떡궁합이다. 나는 혼자가 좋고 그것과 콤비를 이루는 것은 글을 쓰는 것이고, 그래야 행복하고 그것은 운명인 내 기질과 가장 잘 맞는 것 같다. 그게 내겐 가장 잘 사는 비결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다시 정리하면, 내 생각을 글에 집어넣어 내 생각을 정리하고 나를 객관화하려고 쓰는 것 같고, 이 세상이 실은 너무나 별것도 아니라는, 그 허무 때문에 그걸 극복하고 달래려고 내게 있어 그 방법인 내 생각을 남기려고 글을 쓰는 것 같고, 타고나길 혼자 하는 걸 좋아해 그것에 가장 적합한 게 글쓰기라 그런 것 같고, 하다 보니 무척 행복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것은 또 덤인 것 같아, 이 세 가지 이유로 나는 오늘도 이렇게 글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 같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 혼란스러운 내 생각을 정리하려고 ● 생각을 글로 남겨 허무를 달래려고 ● 타고난 기질이 글쓰기와 가장 맞고 행복해서
자신이 비뚤어져 있음을 인정하라 자신의 상태를 모르거나 알고도 인정 안 하는 게 더 나쁘고-자신에게도 남에게도-오히려 인생을 더 어렵고 꼬이게 만들 수도 있다. 어떤 성격이나 환경으로 자신의 마음이 충분히 비뚤어질 수 있고 이미 그런 것 같다고 아주 솔직하게 인정한 상태에서 생활하면 오히려 더 인생이 좀 더 쉽고, 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에 대한 기대도 너무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나는 그게 아니라고 우기면 자신도, 곁에 있는 남도 더 힘들어지는 것이다.
현실엔 움직이지 않는 게 없다 인간 세상은 끝없이 변하는 게 유일한 답이다. 뭔가 꽉 붙들고 있을 만한 게 없다. 그래 현실이 아닌 곳에 이런 움직이지 않는 고정된 것을 만들어 놓고 인간은 그걸 붙들고 살려고 한다. 차라리 이렇게 고정된 것을 현실이 아닌 허공에 만들어 놓고 붙잡고 사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현실은 고정된, 움직이지 않는 게 도저히 없기 때문이다. 현실엔 꼭 믿고 영원히 의지할 만한 게 실은 없다. 그래 허망하고 덧없는 것이다.
세상을 잘 모르겠으면 인간의 마음을 잘 모르겠으면 자기 마음을 살피면 된다. 거의 같다. 왜냐면 나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같은 종자다. 그리고 노자인가 누가 자기는 안방에 앉아서도 세상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그건 바로 자기를 알면 세상을 아는 것하고 같다는 말이다.
책에 미쳐 내가 할 것 좆도 아닌 인간들이 자기 인생이 그렇지 않으니까 내가 책에 미치는 것에 대해 맘껏 중상모략할 것이다. 그게 자기 길이면 당연히 안 그런다. 그러니까 나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그들이 안 알아준다. 틀림없다. 오히려 헐뜯는다. 이유는 자기와 감히 다른 길을 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취할 것은 바로 하면서 ‘희열’을 맘껏 느끼는 것이고, 하나는 인간 세상에서-별 의미는 없지만-하나의 내 ‘치적’을 쌓는 것이다.
이 글에서 한그루를 그래도 같은 작가로서 가장 아끼는 것 같다. 그의 말을 통해 작가의 고충을 전달하고 있다.
어중이떠중이 같이 비하나 차별어를 조심해서 쓰라고 했는데 언어엔 거친 말도 있어야 하는데 나중에 아주 바람직하고 건조한 말만 남을 것 같아 그것도 걱정이다.
인생은 결론이 없으니 글을 이런 식으로 쓰면 되게 자연스럽고 현실감이 더 느껴지는 것 같다. 어떤 결론을 내놓고 이런 식으로 써야지 하면서 쓰는 게 아니라 (짧은 글이면 모를까 긴 글은 실은 그게 가능하지도 않을 것 같다.) 그때그때 이는 감정을 그대로 옮겨 적는 것이다. 인생은 결론이 없고 수시로 변한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듯이
지금을 살면 힘들다. 어렵고 복잡한 것 같다. 그리나 그 인생을 놓고 보면 그냥 한 인간을 산 것 뿐이다. 그리고 여러 사람 중 하나 우주적으로 보면 진짜 별 것도 아닌 것이다. 그러나 사는 동안에 왜 그렇게 마음이 왔다갔다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 편안한 잠에 들 때 이대로 생을 끝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이렇게 편안하게 그냥 이 세상을 하직하고 싶은 것이다. 현재의 어렵고 복잡함을 빨리 끝내고 싶은 것이다. 그리고 겪은 후 나중에 생각하면 좋은 것과 싫은 것으로 그냥 단순히 나뉜다.
인간들은 내가 생각하는 것을 잘 생각하지 못한다. 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저 나 한 개인도 자기 경험을 토대로 간주해 버리고 만다. 인간들은 이렇게 일반적으로 단순히 흐르는 정서가 있다. 그냥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할 게 아니라 내 특수한 개인을 이해하긴 어렵다고 생각해 버리면 그만이다. 그들은 그게 한계인 것이다. 그들이 자꾸 그것으로 귀찮게 굴면 그냥 거기에 맞춰주는 것처럼 하면 된다. 안 그러면 내 소중한 에너지가 달아나 내 소중한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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