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것도 아닌 인생이

D-29
오염이 아예 안 된 시골의 소나무와 참나무 숲을 거닌지가 얼마인가.
중요한 말을 내 머리에 각인하기 위해 나는 글을 읽고 그것을 따로 글로 적는다.
마광수는 모순되게 여자의 인공미를 찬양하면서도 몸은 자연 속에 묻혀 살기를 강렬히 바란다. 그저 모순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추구하기 때문인 것 같다.
오세훈은 윤석열과 반대로만 가면 성공한다는 입장인 것처럼 아주 유연하게 정치하고 있다. 이런 것들을 더 조심해야 한다. 이런 것들은 하층민들의 숨통을 아주 서서히 조여오기 때문이다. 내가 왜 죽는지도 모르게 죽인다.
인간이 본능에 해당하는 것은 사라지지 않는다. 의식주가 그렇고 색도 그렇다.
질투나 그런 못된 생각을 안 하고 순수한 사람을 착하다고도 말한다.
그럴 수 있는데도 남에게 해를 안 끼치는 사람이 착한 사람이다.
문학인은 자기들 작품을 <>, 이나 ''으로 감싸지 않고 『』으로 감싼다. 가재는 게 편인 것이다.
막한수는 말이 많은 아줌마 스타일을 싫어한다.
다른 여자가 이미 있어도 새롭게 생긴 호기심이 동하는 여자만 생각하는 게 남자다. 그건 여자도 마찬가지 아닌가.
교수도 그렇고 자기 수업에 대한 내용은 글에 잘 안 싣고 뒤풀이나 어디 놀러 간 것 같은 것만 잘 싣는다. 그게 더 에피소드로서 더 좋아 그럴 것이다.
생활환경이 다르고 이상적인 여자보다 자기 맘에 드는 외모와 성격을 가졌고 자기와 같은 생활환경을 가진 여자 중 누가 더 남자를 끌리게 하나.
자신이 비뚤어져 있음을 인정하라 자신의 상태를 모르거나 알고도 인정 안 하는 게 더 나쁘고(자신에게도 남에게도) 오히려 인생을 더 어렵고 꼬이게 만들 수도 있다. 어떤 성격이나 환경으로 자신의 마음이 충분히 비뚤어질 수 있고 이미 그런 것 같다고 아주 솔직하게 인정한 상태에서 생활하면 오히려 더 인생이 좀 더 쉽고 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에 대한 기대도 너무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아니라고 우기면 자신도, 곁에 있는 남도 더 힘들어지는 것이다.
일반적인 말도 사람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여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마광수가 여자에 대해 깊이 폭넓게 생각하고 있는 것만은 확실하다. 아주 집요하게 파고 있다. 아마 호기심이 줄지 않아 그럴 것이다.
더로운 민원에 시달리다가 다른 민원인이 뭘 요구하면 대개는 그것은 좀 전의 그 더러운 민원과는 아무 상관없는 게 대부분이다. 이렇게 인간은 다 자기 것을 먼저 봐다랄고 떼를 쓴다.
인간 세상은 변하는 게 유일한 답이다. 뭔가 꽉 붙들고 있을만한 것은 없다. 그래 현실이 아닌 곳에 이런 움직이지 않는 고정된 것을 만들어 놓고 인간은 그걸 붙들고 살려고 한다. 차라리 이렇게 고정된 것을 현실이 아닌 허공에 만들어 놓고 붙잡고 사는 게 나을 수도 있다. 현실은 고정된 움직이지 않는 게 도저히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마음을 잘 모르겠으면 자기 마음을 살피면 된다. 거의 같다. 왜냐면 나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같은 종자다. 그리고 노자인가 누가 자기는 안방에 앉아서도 세상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그건 바로 자기를 알면 그것은 세상을 아는 것하고 같다는 말이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이글의 제목(‘글을 쓴다는 것’)과 같은 수필을 쓰고 학교 때 교과서에도 실린 수필을 쓴 김태길의 교수의 말마따나 자기 생각을 정리하려고 글을 쓰는 것 같다. 글을 왜 쓰는지는 명확하진 않아도 아마 그래서 쓰는 것 같다고 말할 수 있다. 자기 생각을 정리하려고. 살아오면서 경험하고 글을 읽고 생각하면서 정리가 안 되는 게 있다. 그래 그것을 정리하려고 쓰는 것 같다. 혼란스러운 생각을 정리하려고. 뭔가 글로 써놓으면 정확하게는 표현 못 해도 좀 더 생각이 명료해지면서 정리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쓰는 것 같다. 외부와 내부로부터 자기를 살피고 그 생각과 느낌을 적는 것이다. 그러면 아무래도 그 느낌이 정리되고 객관화되는 것 같다. 어느 작가가 글은 자신의 카타르시스를 위해 쓴다고 했는데 맞다. 결국 생각을 정리해 나 좋자고 편하자고 쓰는 것이다. 인생은 사실 허무한 것 같다. 인생은 짧고 사실 별것도 아닌 것이라고 생각하면 한없이 덧없고 사막의 한 줌 모래알 같고 헛되고 무의미한 것처럼 느껴져 외로움에 포박당한다. 인간의 자손 번식 본능도 그 허무함을 달래기 위해 생긴 게 아닌가 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내 생각이 결집된 책을 남기고 싶어 실은 글을 쓰는 것 같다. 육체는 썩어 이 세상에 없지만, 영혼이 떠돌 듯이 내 영혼이 담긴 글을 남기고 싶은 것이다. 후세에 누가 안 읽어도 할 수 없지만 그래도 글자로나마 내 생각을 거기에 기록해 허무, 외로움, 의미 없음을 위로받고 싶은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이 나도 내 유전자를 갖고 있다.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타고난 것이다. 운명이고 팔자라고 할 수 있다. 타고난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걸 탓해봐야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것밖에 없다. 내가 바래서 이렇게 태어난 것도 아니다. 그냥 운으로 이 세상에 툭 던져진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가장 잘 사는 방법은 자기에게 운명적으로 주어진 이것을 실현하는 게 -아, 이 허무한 세상에 그나마-잘사는 것이라고, 행복한 것이라고 어쩌면 결론은 내린 것 같다. 내 기질은 혼자 하는 것에 최적화돼 있다. 그것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글에 빠지는 것이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하는 것. 남들과 어울리는 걸 즐기는 기질로 태어났다면 이런 것과 오히려 안 맞을 것이다. 혼자 하는, 가장 좋은 점 중 하나가 글을 쓰는 거라고 본다. 팔자인지 쓰다 보니까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나와 찰떡궁합이다. 나는 혼자가 좋고 그것과 콤비를 이루는 것은 글을 쓰는 것이고, 그래야 행복하고 그것은 운명인 내 기질과 가장 잘 맞는 것 같다. 그게 내겐 가장 잘 사는 비결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다시 정리하면, 내 생각을 글에 집어넣어 내 생각을 정리하고 나를 객관화하려고 쓰는 것 같고, 이 세상이 실은 너무나 별것도 아니라는, 그 허무 때문에 그걸 극복하고 달래려고 내게 있어 그 방법인 내 생각을 남기려고 글을 쓰는 것 같고, 타고나길 혼자 하는 걸 좋아해 그것에 가장 적합한 게 글쓰기라 그런 것 같고, 하다 보니 무척 행복하고 자아를 실현하는 것은 또 덤인 것 같아, 이 세 가지 이유로 나는 오늘도 이렇게 글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 같다. 내가 글을 쓰는 이유 ● 혼란스러운 내 생각을 정리하려고 ● 생각을 글로 남겨 허무를 달래려고 ● 타고난 기질이 글쓰기와 가장 맞고 행복해서
자신이 비뚤어져 있음을 인정하라 자신의 상태를 모르거나 알고도 인정 안 하는 게 더 나쁘고-자신에게도 남에게도-오히려 인생을 더 어렵고 꼬이게 만들 수도 있다. 어떤 성격이나 환경으로 자신의 마음이 충분히 비뚤어질 수 있고 이미 그런 것 같다고 아주 솔직하게 인정한 상태에서 생활하면 오히려 더 인생이 좀 더 쉽고, 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에 대한 기대도 너무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나는 그게 아니라고 우기면 자신도, 곁에 있는 남도 더 힘들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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