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겨울]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함께 읽기

D-29
'하나'까지 읽고 조금 끄적여봅니다. EF는 이미 시작부터 의연하고 색다르지만, 첫 챕터를 읽고 앞쪽을 다시 보니 '그녀가 생명력을 유지해주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버린 진리에 따라 살았다' 문장이 머리에 더 박혔네요. 복장부터 에픽테토스 인용, 사색 노트까지 모든 게 이 문장이 펼쳐지고 변신한 것 같아서...이런 인간관계가 있다는 걸 닐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는 건, 작가도 읽는 사람도 EF라는 인물을 기쁘게 받아들였으면 하는 마음이겠지...? 하고 상상해봅니다. 저런 품위를 살짝 꿈꿔본 사람에게는 실제로 그렇네요.
저도 '그녀가 생명력을 유지해주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버린 진리에 따라 살았다'라는 문장이 눈에 확 들어왔던 것 같아요. 읽는 순간 문학 자체에 대한 이야기로 느껴지기도 했거든요. 진리에도 생명력이 있어서 그것을 진리라고 여겨주고 그에 따르는 사람들이 사라지면 진리도 죽고 사라지게 되는 것 같아요.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그믐의 캐치프레이즈랄까, 이곳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문장도 "우리가 사라지면 암흑이 찾아온다"잖아요. 그러니 책을 읽고 있는 우리도 어느 정도는 이미 EF의 길을 따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ㅎㅎ
진리의 생명력 말씀에 고개 끄덕이게 되네요. 이미 사라진 시대의 정신이라도 지식의 끈이 이어져있다면 얼마든지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스케일이 너무 커서 놀랍기도 합니다. EF 정도로 현 상황에 맞는 적용까지 하면서 옛 정신을 구현한다는 건 정말 가능할까 싶습니다만...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그녀는 이전 세대가 아니라 이전 시대의 진리, 그녀가 생명력을 유지해주고 있지만 다른 사람들은 버린 진리에 따라 살았다.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p.23,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저도 같은 부분에 밑줄을 그었어요!
좋은 문장들이 많지만, 선빵(?)이라 그런가 임팩트가 정말 크네요~
저도 같은 문장에서 한참 서성였습니다. 품격이라는 단어를 떠올렸구요. EF의 외형과 강의 장면을 통해 그녀의 취향이 드러나면 EF의 이미지를 떠올리느라 혼자 분주했습죠.^^ EF의 블라우스(p.13)와 흡연(p.15) 장면에서는 줄리안 오피의 작품이 떠올랐습니다.
역시 묵직한 문장은 모두에게 훅 다가오나봐요. 사실 전 흡연 이야기에서 살짝 당황했습니다. 깔끔하고 담백한 EF가 니코틴 착색된황니를 하고 있을 거라 생각하니...하지만 그런 것들이 인생의 우선 순위가 아닌 인물이니 또 묘하게 납득도 되네요.
핀치의 분위기와 잘 어울리는 작품인 것 같아요!
전 이 책을 두 번째 읽는데요, 오늘 내일 천천히 읽어보겠습니다.
하아, '엄격한 즐거움'(p.12)이 넘쳤을 EF의 강의를 직접 수강하고 싶어졌습니다. '고요와 수십 년 흡연으로 풍요로워진 차분하고 맑은 목소리'(p.16)로 주의를 집중시키는 강의라니!
아.. 금연 4년차건만.. 담배 얘기만 따라가면서 읽고 있네요. ㅠ.ㅠ 진도는 완전 초반 40pg 어간인데.. 그러나저러나 오랜 흡연 경력으로 절감한 바이지만... 흡연으로 목소리가 풍요로워지고 차분해지다니.. 아무리 그래도 이건 쫌.. ㅋㅋ 그걸 보면 닐은 분명 핀치에게 푹 빠진 거네요.
저도 그 부분을 읽으면서 ??? 했던 기억이 나네요 ㅎㅎㅎ 말씀하신 것처럼 그걸 닐이 완전 콩깍지가 씌인 상태라는 것을 증거하는 문장으로 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녀는 여러 면에서 그녀의 시대 바깥에 있었다. (…) 그녀는 고결하고 자족적이고 유럽적이었다.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p.23,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소설은 엘리자베스 핀치를 소개하며 시작합니다. 우리가 흔히 소설에 등장하는 선생님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열정적인 타입의 교육자는 아니에요. 그렇다고 냉소적이거나 학생을 한계까지 몰아붙이는 그런 교육자도 아니지요. 독설가도 달변가도 아니고요. 친절하지만 상냥하지는 않고 호들갑떨지 않으면서 학생들을 자신과 동등한 지성체로 대한다는 인상을 주네요. 13페이지부터 한쪽 조금 넘게 엘리자베스 핀치에 대한 묘사가 들어가는데요, 요즘 소설치고는 제법 긴 묘사네요. 재미있는 건 분명 핀치의 외양에 대한 묘사인데 우리가 흔히 ‘인물 묘사’에서 기대하는 외모에 대한 묘사보다는 전적으로 스타일에 대한 묘사에 치중해 있다는 거예요. 시대의 흐름에 발맞추고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핀치가 타고난 것보다는 스스로 만들어온 무언가가 더 그에 대해 중요한 많은 것들을 의미한다고 말하는 것 같네요. 여담이지만, 여러분은 핀치에 대한 묘사룰 보고 누구를 떠올리셨어요? 저는 약간 수전 손택 같은 느낌 혹은 (성격은 전혀 다르지만) 프랜 리보위츠가 떠오르더라고요. 영화로 만든다면 어쩐지 에밀리 블런트가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요... 줄리언 반스는 실제 모델을 두고 핀치라는 인물을 만들었다고 해요. 영국의 소설가이자 미술사학자였던 어니타 브루크너와 역시 영국의 소설가인 힐러리 맨틀이 그 주인공인데요. 두 분과 줄리언 반스는 모두 부커상을 수상했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영상화를 생각하니 저는 틸다 스윈튼에게 한 표 던지고 싶습니다! 실제 모델이 있다는 게 정말 놀랍네요. 암에 대한 EF의 발언에서, 이 정도 침착함은 소설이니까 할 수 있는 묘사라고 생각했었거든요. 이런 인물의 바탕이 되는 분들이면 얼마나 의연한 성격이셨을지...
틸다 스윈턴도 어울리네요! 틸다 스윈턴을 말씀하시니까 케이트 블란쳇도 떠올랐어요.
오! 저한텐 케이트 블란쳇이 EF랑 가장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
케이트 블란쳇이 EF 역을 맡은 영화를 꼭 보고 싶네요!
에밀리 블런트도 좋고 @꼬모 님께서 언급하신 틸다 스윈튼도 좋아요. 중년~노년 여성이라 생각한다면 메릴 스트립도 어울 것 같아요.
작성
글타래
화제 모음
지정된 화제가 없습니다
[책나눔 이벤트] 지금 모집중!
[다산북스/책 증정] 『공부라는 세계』를 편집자와 함께 읽어요![그믐북클럽X토프] 25. 지금, 한국 사회를 생각하며 ①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그믐북클럽X연뮤클럽] 28. 뮤지컬 안내서 읽고 공부해요 ①<뮤지컬 익스프레스 슈퍼스타>
💡독서모임에 관심있는 출판사들을 위한 안내
출판사 협업 문의 관련 안내
그믐 새내기를 위한 가이드
그믐에 처음 오셨나요?[메뉴]를 알려드릴게요. [그믐레터]로 그믐 소식 받으세요
경계를 허무는 [비욘드북클럽] 에서 읽은 픽션들
[책 증정]  Beyond Bookclub 12기 <시프트>와 함께 조예은 월드 탐험해요[책 증정] <오르톨랑의 유령>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9기 [책 증정] <그러니 귀를 기울여>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3기 [책 증정] <지구 생물체는 항복하라> 읽고 나누는 Beyond Bookclub 2기
연뮤클럽이 돌아왔어요!!
[그믐연뮤클럽] 6. 우리 소중한 기억 속에 간직할 아름다운 청년, "태일"[그믐연뮤클럽] 5. 의심, 균열, 파국 x 추리소설과 연극무대가 함께 하는 "붉은 낙엽"[그믐연뮤클럽] 4. 다시 찾아온 도박사의 세계 x 진실한 사랑과 구원의 "백치"[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
노란 책을 찾아라!
안노란책 리뷰 <초대받은 여자> 시몬 드 보부아르안노란책 리뷰 <time shelter> 게오르기 고스포디노프안노란책 리뷰 <개구리> 모옌안노란책 리뷰 <이방인> 알베르 카뮈
[그믐클래식] 1월1일부터 꾸준히 진행중입니다. 함께 해요!
[그믐클래식 2025] 한해 동안 12권 고전 읽기에 도전해요! [그믐클래식 2025] 1월, 일리아스 [그믐클래식 2025] 2월,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그믐클래식 2025] 3월, 군주론 [그믐클래식 2025] 4월, 프랑켄슈타인
4월의 그믐밤엔 서촌을 걷습니다.
[그믐밤X문학답사] 34. <광화문 삼인방>과 함께 걷는 서울 서촌길
스토리탐험단의 5번째 모험지!
스토리탐험단 다섯 번째 여정 <시나리오 워크북>스토리탐험단 네 번째 여정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스토리 탐험단 세번째 여정 '히트 메이커스' 함께 읽어요!스토리 탐험단의 두 번째 여정 [스토리텔링의 비밀]
셰익스피어와 그의 작품들
[책걸상 '벽돌 책' 함께 읽기] #21. <세계를 향한 의지>[북킹톡킹 독서모임] 🖋셰익스피어 - 햄릿, 2025년 3월 메인책[그믐연뮤클럽] 3. "리어왕" 읽고 "더 드레서" 같이 관람해요
봄은 시의 세상이어라 🌿
[아티초크/시집증정] 감동보장!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 아틸라 요제프 시집과 함께해요.나희덕과 함께 시집 <가능주의자> 읽기 송진 시집 『플로깅』 / 목엽정/ 비치리딩시리즈 3.여드레 동안 시집 한 권 읽기 13
🎁 여러분의 활발한 독서 생활을 응원하며 그믐이 선물을 드려요.
[인생책 5문 5답] , [싱글 챌린지] 완수자에게 선물을 드립니다
서리북 아시나요?
서울리뷰오브북스 북클럽 파일럿 1_편집자와 함께 읽는 서리북 봄호(17호) 헌법의 시간 <서울리뷰오브북스> 7호 함께 읽기
모집중밤하늘
내 블로그
내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