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겨울]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함께 읽기

D-29
오, 이렇게 생각해보진 못했는데 흥미롭네요! 저도 재독 시에는 둘의 접점을 찾으며 읽어봐야겠어요.
두 번째 읽는 중인데요, 저도 그냥 무심코 지나치며 읽었다가 다시 읽으니 눈에 들어온 부분이었습니다. :)
율리아누스의 외형 묘사는 깊게 생각하지 않고 넘어갔는데, 초반 EF 외모 묘사와 겹쳐볼 수도 있겠네요!
'둘'까지 읽었습니다. 율리아누스의 행적을 여러 철학자 작가들의 기록을 통해 따라가는 걸 읽다 보니 '플로베르의 앵무새'가 생각나네요. EF는 왜 율리아누스에게 꽂혔을까를 고민하며 '하나'로 다시 돌아가서 율리아누스가 언급된 부분을 읽어봤어요. 스윈번이 율리아누스의 패배를 '유럽사와 문명이 잘못된 길로 들어선 매우 불행한 순간'으로 파악한 점과 '나라가 존재하려면 자기 역사를 잘못 알아야 한다'는 르낭의 말, 'mono'로 시작해서 좋은 말이 없다는 EF의 의견, 영국의 노예 소유와 민족적 위선을 꼬집는 것, '우리는 일어날 수도 있었지만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일어난 일과 마찬가지로 늘 염두에 두어야 한다', '실패가 성공보다 우리에게 많은 것을 말해준다' 이런 말들을 곱씹다 보니, 역사에 대해서 생각하게 됩니다. 역사는 우연의 연속으로 볼 수 있지만, 때로 그 우연은 '주사위에 납이 박힌 것'이기도 하고, 역사에 대한 해석은 승자의 입장에서만 이루어진다는 생각. 율리아누스에 대해 다양한 해석이 있고, 게오르기우스의 용을 야생의 어떤 극단적인 예로 바라볼 수 있는 것처럼, 어떤 관점으로 볼 것인가가 매우 중요하고 이미 '정설'로 굳어진 관점에만 안주하는 것은 어쩌면 비도덕적인 태도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일어난 일만큼 일어나지 않은 일들이 그 이면에 있다는 것을 항상 인식해야 한다는 EF의 지적이 매우 묵직하게 와닿습니다. 여담이지만, 저는 율리아누스의 영어식 표기가 'Julian'인 게 너무너무 신경 쓰이네요. 줄리언 반스는 이름에 꽂혀서 율리아누스를 파기 시작했나? 이런 망상이 막 들고 말이죠... 저만 그런가요? ㅎㅎㅎ
멋진 감상 감사합니다! 읽으며 우리가 속해 있는 세계와 우리가 딛고 있는 시간과 우리가 살고 있는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인 것 같아요. 율리아누스의 영어 표기가 Julian이라서 줄리언 반스가 꽂혔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못했는데 정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2부를 읽으면서 소설가는 세상 제일 가는 수집가!라며 감탄했어요. 율리아누스의 일생을 다른 목소리의 성우들에게 듣는데, 이질적이긴 커녕 "그래서, 그다음엔"하면서 성우를 향해 무릎을 닿으며 다음 이야기를 조르는 그런 감정이 일어나서 즐겁게 읽었습니다. EF는 억압적인 유대-기독교(p.138)에 유감을 내비치는 인물로서 율리아누스를 등판시켜 EF와 율리아누스라는 두 인물의 관계성을 생각해 보도록 하는, 반스의 솜씨가 좋았습니다.
소설가는 세상 제일 가는 수집가들이고, 그중에서도 줄리언 반스는 최고의 수집가들 중 한 사람이라고 덧붙이고 싶네요. 소설에 대한 호불호는 당연히 갈릴 수 있지만 반스의 솜씨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 같아요!
저는 닐의 율리아누스 에세이가 너무 재미 없어서 얼른 끝나기를 바라며 책장을 넘겼는데 재밌었다고 하시니 겸허한 마음이 들어요. 역시 사람들은 같은 걸 봐도 저마다 다른 경험을 하네요 말씀처럼 이 책은 화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대상보다도 EF나 줄리언 반스의 의도와 관점에 대해 계속 생각해보게 하네요.
개인적으로는 저도 술술 읽히던 1부와 달리 2부에서 조금 텐션이 떨어지는 것을 느꼈어요... 대신 3부가 정말 좋았거든요. 1,2,3부의 성격이 다 조금씩 다르다보니 읽으면서 다양한 읽기 경험을 하게 되는 느낌도 있네요 ㅎㅎ
헬레니즘에 속한 사람들 대부분이 믿은 것, 즉 인생에 기쁨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죽은 뒤의 어떤 터무니없는 디즈니회된 천국에서가 아니라 우리의 인생이라는 지상의 짧은 이 시간 동안 누리는 것이라는 믿음이 지적으로 승리했다고 상상해 보라.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p.161,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닐은 EF를 '로맨틱한 스토아주의자'라고 하지만, 저 대목에서만큼은 에피쿠로스주의가 뚜렷해서 스토아건 에피쿠로스건 삶은 다양한 것들의 변주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 점에서 같은 책을 함께 읽는 우리야말로 디오니소스의 춤을 추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모두 고맙습니다.
함께 디오니소스의 춤을 추다니, 갑자기 제가 엄청 멋진 사람이 된 기분이네요…! 감사합니다 ☺️
더디게 읽고 있느라 그믐 모임 속도를 못 따라가고 있지만.. 좋은 소설이라는건 읽으며 계속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은 오래 기억하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 손으로 적어보았어요. 지금 저에게 너무 필요한 이야기라 여러번 읽고 싶어서요.
저도 그 부분을 읽으며 지금 제게 딱 필요한 말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느 순간 내 것이 아닌 것에 집챡하면서 삶이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생각이 읽으며 들었습니다.
아 이 부분, 저도요… 평정심을 잃어갈 때 되새기고 싶은 말이에요.
와 다시 봐도 좋네요.
셋까지 다 읽긴 했는데 다 읽으니 오히려 혼란스러운 소설이에요. 반스 님이 숨겨둔 의미들을 제가 잘 찾아내지 못한 기분. (아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은 분이야!) 아무래도 처음부터 다시 정독해야겠습니다-
벌써 셋까지 다 읽으시다니👏🏻👏🏻👏🏻 저도 분발해야겠어요!
이후 수백 년 동안 지지자들에게 율리아누스는 유혹적인 인물이었다. '패배한 지도자.' 만일 그가 30년 더 통치하여 기독교를 매년 주변으로 부드럽게 몰아내다가 강력하게 그리스와 로마의 다신교를 다시 강화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 뒤 수백 년 동안 그의 후계자들이 같은 정책을 추구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그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p.160,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몇 번 언급한 브라이언 클라스의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에 반스의 이러한 질문이 왜 중요한가 말해주는 부분이 있어 여기 옮깁니다. "과거가 변할 수 없더라도 대안적인 경로를 검토하는 것은 왜 특정 사건이 일어났는지 이유를 이해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되기 때문이다. 벌어졌을 수도 있는 일을 짐작하는 일은 정말로 일어난 일을 해석하는 데 통찰력을 부여할 수 있다. 이 문제는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서 살펴보았듯 우리가 믿는 서사가 우리의 행동을 형성하며, 역사에서는 서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역사는 벌어진 사건이 아닌, 우리가 벌어졌다고 동의한 사건이다." 데이비드 번은 이렇게 말했다." (전자책) 어때요, 흥미로운 병렬 읽기가 될 것 같지 않나요?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 - 이 세계를 움직이는 힘UCL 국제정치학과 교수이자 주목받는 사회과학자인 브라이언 클라스는 오늘날 우리를 지배하는 근본적인 가정에 도전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전혀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이 책은 역사와 현실 세계를 종횡하며 무작위적 우연 현상과 그것이 가져오는 거대한 변화에 대해 깊이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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