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세계 석학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결정적 순간'이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준비된 우연>이라는 책을 조금 읽었는데요, 말 그대로 한 순간에 나를 바꾼 사람, 말, 사건 등에 대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쓴 짧은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었어요. 뭐랄까, 다른 평행우주에서 닐이 지금과는 다른 사람이었다면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이 되어 이런 책에 "내 인생은 아무 생각 없이 수강했던 '문화와 문명'이라는 수업에서 엘리자베스 핀치를 만난 순간 돌이킬 수 없이 달라져버렸다"라는 이야기를 썼을 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해봤습니다.
이야기라는 건, 우리가 자기 자신과 세상을 이해하는 일종의 '틀'이겠죠. 그리고 그것이 틀인 이상 무언가를 그 틀 속에 넣기 위해서는 변형이 불가피할 테고요. 그렇게 생각하면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는 EF를 '추앙'이라는 틀 속에 넣었던 닐이 EF가 남긴 메모 속 율리아누스의 삶을 경유해 EF의 발자취를 쫓아가다가 과연 누군가를 그런 틀 속에 넣는 게 옳은 것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에 맞닥뜨리고 혼란스러워 하는 이야기라고 정리할 수도 있겠네요. 한가지 분명한 건, 그런 혼란을 느끼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절대로 '세계 석학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결정적 순간'에 들어가는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습니다. 일단 '세계적인 석학'이 될 수 없을 테니까요... (농담입니다ㅠㅠ)
반스의 소설과는 전혀 상관없는 책이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이야기'로 정리하고 거기서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어내는지' 생각하면서 읽는다면 재미있는 병렬 독서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준비된 우연 - 세계 석학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꾼 결정적 순간78명의 석학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인생 이야기. 각각의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 인정받는 사람들은 어떻게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발견했을까? 그들의 운명을 지금 여기로 이끈 결정적 순간은 도대체 언제였을까? 이 책은 세계적 석학 78명의 웃음과 눈물, 고민과 통찰이 담겨있다.
책장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