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겨울]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함께 읽기

D-29
어떻게 생각하면 금연을 하신 분들보다 더 대단한 것 같기도 하네요. 정말 딱 한 대만 피우는 거라면...
ㅎㅎㅎ 최애작가님 등장에 놀라서요~~ 맞네, 줄리언 반스도 좋아하는데 마침 작가님 추천이어서 바로 샀었지 했어요.. 담배 이야기는 또 새롭네요^^;
앗 아이디부터 찐팬이시군요! 좋아하는 작가가 좋아하는 작가, 그리고 그 작가가 좋아하는 작가 식으로 넓어지는 독서 경험이 진짜 짜릿한 것 같아요.
오래 전에 저 역시 흠모하는 김연수 작가님 인터뷰 책을 본 적이 있는데, 금연하실 때 하루에 한 개비씩 줄여가다가 결국 0개비, 그리고 완전히 똑 끊었다 하셔서 '정말 대단한 분'이라며 새삼 놀랐던 기억이.. 늘 하루에 한 대만 피우시는 양반인데 제 기억이 왜곡된 건지. ㅋㅋ 요즘 노화가 급속도라 가물가물하긴 합니다. ㅎ
제가 기억하는 건 10년 전의 일화여서 그 이후에 담배를 완전히 끊으셨을 수도 있죠. 혹은 끊으셨다 다시 한 대만 피우기로 하셨을 수도 있고... 그냥 여담처럼 꺼낸 이야기인데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괜히 죄송하네요. 작가님 귀가 간지러우실듯...
아.. 저도 김연수 작가님 최애 작가… 신작 나오면 반드시 사서 읽는, 개인적 ’전작읽기 작가’의 한 분으로서, 김연수 작가님 책은 다 읽었네요. 이름만 봐도 반갑~🤍 (TMI로, 다른 전작읽기 작가로는 요시다 슈이치와 페터 회, 가즈오 이시구로가 있습니다ㅎㅎㅎ)
다만 요즘 같은 디지털 풍경 속에서는 친 구와 추종자follower가 전과는 다른 희석된 의미를 갖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이 서로 전혀 알지 못하면서도 안다. 그리고 그런 피상성에 만족한다.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22쪽,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집에 마침(?) 책이 있어서 조금 늦게 참여해 봅니다- 줄리언 반즈는 개인적으로 전작읽기 목표 작가라서 책부터 덜컥 산 보람(?)이 있네요.
저도 줄리언 반스 책은 거의 다 읽은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을 좋아하시는지 궁금하네요. 개인적으로는 <그녀가 나를 만나기 전> <플로베르의 앵무새> <내 말 좀 들어봐> <10과 1/2장으로 쓴 세계 역사> 같은 초중기 작품들을 좀 더 좋아합니다.
앗~ 저는 전작읽기 ‘목표‘ 작가여서 ㅎㅎ 아직 다 읽지는 못했어요. 그치만 언급하신 책들은 <10과 1/2~> 빼고는 다 읽었고 모두 좋아하는 작품들이에요. 저도 초기작을 좋아하는 편이고 최애 작품은 ’플로베르의 앵무새‘입니다. 비교적 최근작으로는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와 ‘시대의 소음’이 좋았어요. 우리나라에서 예상 외로 빵 뜬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는… 저는 잘 이해를 못했는지 아주 좋지는 않았다는…
저도 최애작은 <플로베르의 앵무새>에요! 새해에 한 번 더 읽고 싶네요.
그녀 자신에 관해 말하자면 자기 연민이 없는 것은 그녀가 삶을 대하는 스토아철학적 태도의 일부였다. EF에게는 그것이 삶에 다가가는 유일한 정신적-그리고 기질적-방식이었다. 그녀는 완강하게 고통을 견디었고 절대 도움을 청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정신적 도움을.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40쪽,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일단 셋까지 주행했습니다. EF의 파편들을 계속 모아가는 한편, 안나와 다시 대화하면서 티격태격하던 부분에선 잠시 움찔했네요. 흠모하던 이를 기억하는 방식에 정답은 없더라도, 고인이 원하지 않던 이야기들, 무작정 보내는 찬사와 뒷담화는 무엇이 다를 것인지...(그 뒤에 제프의 이메일 보니 그래 이게 뒷담화다 싶기는 했네요) 닐이 '멈출 때가 되었다'고 말할 때는 괜히 울컥 올라왔네요. EF가 인용한 글이 마지막에 새로운 의미로 재인용될 때는 매듭같은 무언가가 속에서 훅 풀려 떨어지는 느낌도 받고...모임 기간 동안 계속 곰씹어 보겠지만, EF는 분명 그대로인데 제 마음이 계속 달라질 것 같아요.
벌써 다 읽으셨군요! 무작정 보내는 찬사와 뒷담화가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결국 상대에 대한 이해보다는 자기 내면의 투사,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것에 더 가까울 테니까요. 개인적으로는 뒷부분으로 갈수록 더 재밌었던 소설이었어요. 말씀해주신 닐의 말도 그렇지만, 소설이란 결국 인물에 대한 탐구라면 그것은 어디까지 갈 수 있고 어디에서 멈춰야 하는지에 대한 반스의 고민이 묻어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에 속지 말고 역사 ㅡ특히 지성사ㅡ가 선형적이라고 상상하지 마세요.(...) 그리고 잊지 마세요. 전기나 역사책은 말할 것도 없고 소설에서도 어떤 인물이 형용사 세 개로 줄어들어 깔끔하게 정리되는 게 보이면 그런 묘사는 늘 불신하세요.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p23,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그래, 그녀는 인위(人爲, artifice)를 신봉했으니까, 우리한테 여러 번 말했듯이.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p.14,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이 책 제목의 "우연"만큼이나 '인위(artifice)'라는 단어도 눈에 띕니다. 닐이 핀치에게 '배우'였다고 하자, 핀치는 감탄하면서 "진정성을 생산하는 인위성(artificiality)의 완벽한 예"(p.30)라고 합니다. 사전을 뒤져보니 'artifice'는 '책략, 계략, 농간, 솜씨좋음, 기만' 등의 뜻이라 살짝 부정적 뉘앙스던데.. 흠.. 뒤에서 등장한 명사 '인위성'은 또 다른 의미인 것도 같고.. 이것도 주목해서 차분히 읽어갑니다.
지적해주신 인위와 우연의 관계가 흥미롭네요. 다른 이야기지만, 소설 또한 진정성을 생산하는 인위성의 완벽한 예가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반스의 이 소설이 일정 부분 그것에 대한 탐구 혹은 고찰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EF는, 이제 우리는 사적으로 그녀를 그렇게 불렀는데, 평소처럼 핸드백을 교탁에 올려놓은 채 우리 앞에 서서 말했다. “적당한 행복에 적당히 만족하라. 인생에서 유일하게 분명하고 의심의 여지가 없는 건 불행이다.” 그러고 나서 기다렸다. 우리는 알아서 해야 했다. 누가 감히 먼저 말을 할까? 그런 말을 한 사람이 누구인지 EF가 밝히지 않았다는 데 눈길이 갈 것이다. 그것은 의도적인 것으로, 우리 스스로 생각하는 걸 돕는 데 유용한 기교였다. 출처를 밝히면 우리는 먼저 그런 말을 한 사람의 삶과 작업에 관해 우리가 아는 것, 또 일반적인 통념에서부터 생각을 시작하기 마련이다. 그에 따라 경의를 표하며 고개를 숙이기도 하고 맞서기도 할 것이다. 그러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는 활발하게 토론했고, 이 성숙한 회의주의--어쨌든 우리는 그렇게 보았다--에 아직 젊은 희망으로 맞섰고 마침내 그녀는 출처를 밝혔다. “괴테. 우리 가운데 그보다 더 충분하고 더 흥미로운 삶을 살 사람은 거의 없겠죠. 그런데 그는 임종 때--당시 여든둘이었는데--평생 겨우 15분만 행복을 느껴보았다고 말했어요.”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p.30-31,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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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영국 정치학자 브라이언 클라스의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라는 책을 읽었는데요. '우연의 필연성'에 대한 고찰이라고 할까요. "우리는 아무것도 통제하지 못하지만,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라는 문장이 이 책을 가장 잘 요약해주는 것 같아요. 굉장히 인상적으로 읽은 책인데,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와 함께 읽으면 더욱 좋습니다. 추천!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 - 이 세계를 움직이는 힘UCL 국제정치학과 교수이자 주목받는 사회과학자인 브라이언 클라스는 오늘날 우리를 지배하는 근본적인 가정에 도전하고, 세상을 이해하는 전혀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이 책은 역사와 현실 세계를 종횡하며 무작위적 우연 현상과 그것이 가져오는 거대한 변화에 대해 깊이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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