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겨울]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함께 읽기

D-29
@금정연 잘 지내시죠? 강양구입니다! 저도 『어떤 일은 그냥 벌어진다』 재미있게 읽고서 기회 닿을 때마다 추천하고 있는데, 정연 씨가 언급하시길래 반가운 마음에 오랜만에 안부 인사 드려요. 본 지 한~참 되었지만, 늘 글도 책도 읽고, 응원하고 있습니다.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는 책만 꽂아두고 아직 못 읽었는데 나중에 읽으면서 여기 대화도 살펴볼게요. 새해에는 기회 만들어서 한 번 봐요. 그럼, 연말 평온하게 보내세요!
앗 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잘 지내시죠?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뵙게 되니 더욱 반갑네요. 이제 2024년도 몇 시간 남지 않았네요. 마무리 잘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추천 감사합니다. 뜬금없지만, 2024년에 금정연님의 나쁜책 추천 덕분에 독서 생활이 더더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읽으면서 '와 정말 재밌다!' 감탄한 책이었어요!
이 책은 제목자체로 강렬하네요. 호기심을 자극해서 같이 읽어봐야겠어요. 추천 감사합니다.
손으로 필사해주신 구절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냥 읽어도 좋은 책들이지만, 두 권을 함께 읽으면 더 큰 시너지가 만들어진다고 장담합니다!
추천하신 책을 알라딘에서 찾아보니, 역시나 사둬야 하며 읽어야 하는 책이네요. 작금의 어지러운 시기라면 더욱!!! 바로 장바구니에 쟁였고요, 우리가 읽은 소설과도 맥락이 잘 이어질 거 같네요. "확실성의 추구라는 ‘안락한 거짓말’에 갇힌 우리의 매트릭스를 깨부숨으로써 인간의 자유의지와 삶을 더 가치 있게 누리는 방법에 대한 심오한 질문을 던진다." [알라딘 책소개]
우리는 모든 것은 아니더라도 많은 것을 예측할 수 있고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편견 혹은 자만이 어떻게 사회와 삶을 망가뜨리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어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인용을 사랑하는 작가의 한 사람으로서, 이 부분을 읽으며 정말 많은 공감을 했습니다. 인용의 좋은 예라고 할까요? 사람들은 흔히 인용을 배척하는 경향이 있지요. '네 언어로 써라' 혹은 '권위에 의존하지 마라' 하는 식으로요. 많은 글쓰기 책들이 이런 말을 하고, 많은 평자들이 이런 기준으로 어떤 글을 판단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는 이게 굉장히 비효율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마치 '나는 나만의 집을 지을 거야'라고 하면서 벽돌 한 장 한 장을 굽고, 나무를 길러서 직접 기둥을 만드는 식으로요. 하지만 나만의 집은 그렇게 해야만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죠. 집을 짓는다는 건 기성 벽돌과 기성 기둥과 기타 등등 이미 세상에 존재하는 건축 자재들을 가지고 그것을 설계에 따라 적절히 배치하는 일이잖아요. 글을 쓰는 것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세상에 이미 훌륭한 좋은 글들이 많이 있고 사유가 많이 있는데, 그것들을 당연히 가져다 써야 하지 않을까요? 다만 그것이 어떤 포인트 악세서리처럼 자신의 글을 치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그쳐도 되지만), 전체적인 글 속에서 기능을 하도록 하느냐가 중요한 것 아닐까요? 그것이 인류의 지적 재산을 풍요롭게 향유하며 뒤에 태어난 사람들로서 우리가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핀치의 수업 방식이 개인적으로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인용이 영리한 선택의 문제나 심지어 선호의 대상이라 생각해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재능의 영역으로 보였어요. 절묘한 인용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재주꾼이다 싶더라구요. 인용을 하면 말에 공공성을 더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자기 생각에 거리를 두고 바라볼 수 있고 확장성이 있는데 대화의 내밀함을 즐기는 사람들에겐 방해물처럼 느껴질 것 같기도 해요.
아무래도 사적인 대화에서의 인용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그러나 EF는 스스로의 생각에는 엄격하면서도 우리 생각이나 제안은 하찮거나 감상적이거나 대책 없을 만큼 자전적이라는 이유로 물리친 적이 없었다. 대신 우리의 시시껄렁한 작은 생각을 훨씬 흥미로운 것으로 바꾸어주곤 했다.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32쪽,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올려주신 부분 못지 않게 이 부분도 흥미로웠습니다. 좋은 선생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말하고, 그 의견에 의미를 덧붙여주는 역할을 가진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역시나 대학 시절의 은사님들이 떠올라서 옛 강의실로 되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
학생들이 자유롭게 말하고 그 의견에 의미를 덧붙여주는 선생님. 정말 좋은 선생님이네요. 그런 선생님은 우리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필요한 것 같아요. 만나긴 힘들지만... 아무래도 이제는 그런 선생님을 만나길 기다리기보다는 제가 직접 (물론 선생님은 아니지만) 누군가에게 그런 역할을 부분적이나마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나이가 된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우리의 유전적 유산이 우리 오금줄을 쥐고 놓아주지 않을 수도 있어요.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33p,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이 한 문장이 제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우리의 유전적 유산이 우리 오금줄을'에서 ㅇㅇㅇㅇㅇ으로 이어지는 게 인상적이네요.
그리스와 로마의 옛 신들은 빛과 기쁨의 신들이었죠. 사람들은 다른 삶은 없다고 알았고, 따라서 이곳에서, 무가 우리를 가두기 전에 빛과 기쁨을 발견해야 했습니다. 반면 새로운 기독교인은 어둠, 또 고통과 예속을 좋아하는 하느님에게 순종했어요. 이 하느님은 빛과 기쁨이 오직 사후에 자신의 사탕 과자 같은 천국에만 존재하며, 거기에 이르는 길은 슬픔, 죄책감, 공포로 가득하다고 선포했죠. ‘우리는 죽음을 배불리 먹었다' 바로 그겁니다.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60쪽,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우리 대부분은 우리의 감정 생활에 끈질기게 매달려 좋든 나쁘든, 영광이든 모욕이든 낱낱이 탐닉할 것이다. EF는 이런 삶에도 잡동사니가 포함되어 있으며, 그것을 지워야만 다시 더 분명하게 보고, 또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107쪽,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내가 외로운 여자라고 생각하는 건 잘못이다. 나는 혼자이고, 그건 완전히 다른 문제다. 혼자인 것은 강점이고 외로운 것은 약점이다. 그리고 외로움에 대한 치료책은 혼자가 되는 것이다.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119쪽,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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