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겨울]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함께 읽기

D-29
율리아누스에 대해 뒤져보면서 EF를 다시 바라보니 또 다른 맛이 있네요. 적들이 욕하는 것만큼 나쁘지도, 추종자들이 찬양하는 만큼 이상적인 사람도 아니었다는 언급을 보니, 어떻게 이런 인물을 딱 고르고, EF같은 인물을 만들었을까 생각이 절로 듭니다. '역사적 자기 연민도 개인적 자기 연민과 마찬가지로 매력이 없다'는 말도 다시 보니 결말의 씨앗이 이미 여기 있었구나 싶고, 이 꿋꿋함에 실제 모델이 있다는 게 새삼 놀랍습니다. 실존인물이 아닐지언정, 살아서 욕 먹은 기간이 얼마 안 되었던 율리아누스보다 EF가 더 굳건할지도 모르겠네요.
"역사적 자기 연민도 개인적 자기 연민과 마찬가지로 매력이 없다"는 말이 저도 인상적이었어요. 살아서 욕 먹은 기간이 얼마 안 되었던 율리아누스보다 EF가 더 굳건할 수도 있다는 말씀에 동의합니다. 율리아누스의 시대에는 사실 황제가 아무리 욕을 많이 먹어도 직접 체감은 별로 안 됐을 것 같기도 하고요...
어휘력이 부족한 편이 아닌데도 계속 사전을 찾아보게 되네요 배경지식의 부족일까요 바그너적 이라는게 무슨 의미일지 검색하는 중입니다. 초반부지만 EF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어요!
문맥을 봐야겠지만, 책 어느 부분에서 '바그너적'이라는 표현이 나왔는지 기억이 나질 않아서 일반적인 느낌을 말씀드리면 장엄하다? 웅장하다? 화려하고 낭만적이다? 이런 바그너 음악의 특성들을 빗대 말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답변 감사합니다! 우르술라 얘기에서 나오는 표현이더라구요~ “감정적인 수준에서 우리는 이걸 로맨틱한 사랑의 극단적인, 아니 광적인 사례로 볼 수도 있겠죠. 다른 입장에서는 여기에서 바그너적인 면을 드러낼 수도 있을 거예요 —” 저도 어서 읽고 대화에 참여하고 싶네요🙏🏻 곧 새해네요, 다들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 계속 그믐에서 뵈어요! ㅎㅎ
어느덧 새해가 밝았네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세월이 흐른 뒤 나는 점심을 먹으면서 그녀에게 이른바 모차르트 딜레마에 관해 물었다. 삶은 아름답지만 슬픈가요, 아니면 슬프지만 아름다운가요? 오늘의 파스타 두 접시를 사이에 놓고 그녀 맞은편에 앉아 있자니 마치 신탁을 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삶은 필연적인 동시에 불가피하죠." 그녀가 대답했다. 그 유명한 질문은 현혹하는 망상에 불과하다는 뜻이었다고 생각한다. 아닐 수도 있다.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p.40-41,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어느덧 2024년도 몇 시간 남지 않았네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해였는데요, 모쪼록 내년에는 좋은 일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봅니다.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즐겁게 읽으시고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 대답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요? 필연적이고 불가피한 것에 대해서는 그저 받아들여야 할 뿐, 불평할 필요는 없다는 뜻일까요? 어쩌면 EF는 저 질문을 자기연민적인 질문이라고 여겼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드네요.
'삶은 필연적인 동시에 불가피하다'라는 문장이 우리나라 판본의 제목과 맥락이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연은 비켜갈 수 없죠. 비켜갈 수 있는 건 이미 우연이 아니니까요. 우리는 태어남으로써 (일단은) 살아갈 수 밖에 없고, 죽기 전까지는 살아가는 것을 멈출 수도 피해갈 수도 없잖아요. 저는 죽음은 선택할 수 있지만, 삶은 선택이 아니라고 읽혔습니다. 이는 엘리자베스뿐 아니라 인간이라면 누구나 안고 가야하는 숙명이 아닐까싶기도 하고요.
우연은 비켜갈 수 없다는 말이 일종의 역설처럼 느껴졌는데,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우연은 비켜갈 수 없는 것이네요. 그런 의미에서 우연과 필연은 생각만큼 다르지 않은 것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삶은 선택이 아니라는 말을 새해 화두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이 대답이 알쏭달쏭했어요. 다만 ‘현혹하는 망상‘이라는 데에서 힌트를 얻자면, 필연적이고 불가피한 삶에 대해서 슬픔이니 아름다움이니 의미를 부여하려는 게 소용없다는 것인가? 싶었어요. 여하튼 질문은 감상적이고 대답은 냉철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삶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는 고질적 병증(?)이 있는데 요즘 들어 그 고민이 얼마나 무의미하고 무익한가… 라는 생각을 해요. 의미를 고민할 시간에 그냥 더 열심히 살아야(살았어야) 한다는 생각이… ㅎㅎㅎ
언젠가 제가 아는 분이 나이를 먹다 보니 삶에서는 '왜'가 아니라 '어떻게'가 더 중요한 것 같다, 라는 요지의 말씀을 하신 적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 생각이 나더라고요.
EF의 부고 소식, 유언장 내용에 따라 EF의 아파트에 간 닐의 시선으로 EF적 생활이 그려지는 아래 대목이 좋았습니다. 죽음으로 텅빈 아파트나 주택은 종종 버려진 듯한 우울한 느낌을 줄 수 있다. 우리는 애도를 하는 중에는 보통 그런 장소를 의인화한다. 그런데 어떻게 된 일인지, 그게 여기에서는 적용되지 않았다. 아마도 EF가 이 장소를 한 번도 품거나 사랑하지 않고, 그저 점유하기만 했기 때문인 듯했다.(p.85-86) 집을 꾸미거나 반려동식물과 살거나 사진을 넣은 액자들을 집 안 군데군데 두거나 하지 않았을 것 같은 EF의 공간이 그려졌습니다.
저도 그 부분이 인상깊었어요. 그런데 한편으로 닐은 왜 그렇게 EF의 그런 면모를 좋아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도 했어요. 그러니까 닐은 EF가 세상과 특정한 방식으로 단절되어 있다는 점을 굉장히 높이 평가하고 아주 좋아했던 것 같거든요. 현실에 '제프' 같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를 떠올려보면 그게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면서도요...ㅎㅎ
(…)대부분은 삶에서 결핍을 느끼기 때문에 와요. 자기가 뭔가 놓쳤을지도 모른다는 느낌, 그런데 이제 상황을 바로잡을 기회가 왔다는 느낌. 나는 그게 대단히 감동적이라고 생각해요.
우연은 비켜 가지 않는다 p.72,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저도 그 부분을 읽으며 지금 내게 필요한 건 EF의 강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조금 번외이지만, 아주 오래 전에 저도 줄리언 반스의 <플로베르의 앵무새>를 읽은 적이 있는데요, 지금은 내용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지만... 혹시나 해서 메모를 뒤져보니 이런 대사가 적혀 있네요. “자신에 관하여 사람들에게 자세히 이야기하려는 것이 부르주아적 유혹인데 나는 항상 그것에 지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아마 이건 작중 플로베르의 대사 같아요. 이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플로베르가 자기연민을 극도로 경계했던 EF와 어딘가 닮아보이기도 하고, 줄리언 반스가 어떤 인물을 좋아하는지에 대해서도 좀 더 힌트가 되는 것 같네요.
2025년에는 플로베르를 다시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백 투 플로베르!
저도 실은 읽은지 너무 오래 되어 기억이 거의 안 나요. 올해가 다시 읽을 타이밍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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