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겨울] 『해가 죽던 날』 함께 읽기

D-29
어디 가서 해를 가져다 사람들을 깨우지? 해가 나기만 하면 밤이 지나고 사람들이 잠에서 깰 수 있을 텐데.....
해가 죽던 날 p442,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10권에서는 세상이 정말로 죽고("진은 정말로 새벽 6시에 죽었습니다. 세상은 정말로 새벽 6시에 죽었습니다") 봉기한 두 세력 간에 전쟁이 벌어집니다. 하나는 이자성의 난을 연상케하는 세력이고 다른 하나는 공산혁명을 꿈꾸는 세력인데요. 녠녠의 말처럼 가히 혼란한 밤의 절정이라고 할 법합니다. 재미있는 것은, 두 세력이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 별로 다르지 않아 보인다는 점입니다. 사람들을 선동하며 상대편을 죽이는 자에게 상으로 관직을 주는지 땅을 주는지가 다를 뿐이지요. 녠녠은 이렇게 말합니다. "동서 양쪽에서는 그 누구도 지금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도 지금을 원하지 않았습니다. 현재를 원하지 않고 과거와 미래의 시간만을 원하는 대전이었지요. 이는 미래와 과거, 책에서 말하는 미래와 역사의 원한에 의한 살육이 벌어지는 전쟁이었습니다. 과거와 미래를 위해 현재 벌이는 싸움과 죽임의 대전이었지요. 이해 이달 이날 밤인 현재에는 사람들 모두 이 모든 것이 악몽이 가져온 것임을 잊고 있었습니다. 현재는 없었습니다. 현재는 사라져버렸습니다. 옌롄커의 책에서 말한 것처럼 미래와 과거의 시간과 역사가 도래한 것 같았습니다. 이제 현재는 악몽 속에서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437-438쪽) 옌롄커는 자신의 소설이 중국인의 정신적 자질과 국민성에 대한 비판이지, 중국의 현 사회체제를 비판하는 게 아니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이 부분을 보면 확실히 어떤 부분을 지적하고 있는지 알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중국인'만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과거와 미래의 전쟁 사이에서 사라지는 현재, 지금의 삶. 과연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지 묻게 됩니다.
읽는 내내 중국 근대사와 관련된 사건들을 떠올리며 그 역사의 단편을 빗대어 중국의 체제를 비판하는 것 처럼 보였습니다만 책을 다 읽고나서 드는 생각은 이 모습이 과연 중국만의 모습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대화가 가져온 문화의 소멸과 패러다임의 변화는 인간의 삶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과정에 무엇이 사라진건지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게 작가가 이야기 하는 이 책의 주제인 것 같습니다.
소설에서 그리는 한 개인에 대한 이야기가 보편성을 갖듯 한 국가나 사회에 대한 이야기도 보편성을 갖는 것 같아요. 시간이 갈수록 더욱 평평해지고 좁아지는 세계에서는 더욱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자본주의가 만들어낸 욕망의 획일화라고 할까요. 오늘 아침 뉴스를 보는데도 자꾸 소설 생각이 나더라고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3주간의 함께 읽기도 이제 막바지네요! 드디어 에필로그를 제외하면 소설의 마지막 장인 11권에 이르렀습니다. 10권의 마지막에서 아버지는 "어디 가서 해를 가져다 사람들을 깨우지? 해가 나기만 하면 밤이 지나고 사람들이 잠에서 깰 수 있을 텐데..." 라고 말하며 "몽유의 내부를 향해" 동시에 "몽유 외부의 깨어 있는 방향을 향해" 뛰쳐나가는데요. 과연 아버지는 해를 가져다 사람들을 깨울 수 있을까요? 옌롄커는 이 거대하고 혼란한 소설을 어떻게 끝맺으려고 하는 걸까요? 이제 그 대답을 읽으실 차례입니다!
이제 엔딩에 관해 이야기 해도 되는거죠?? ^^
네! 드디어!!!
"글을 쓰지 못하면 어때서 그래. 그냥 평소처럼 잘 살아가면 되지 않느냐." 그의 어머니는 옆에 서서 손으로 아들의 머리를 어루만질 뿐이었습니다. 어머니의 얼굴에도 눈물이 종횡으로 흘러내렸습니다. "글을 써내지 못하면 저는 살아 있어도 죽은 거나 마찬가지예요. 살아 있어도 죽은 거나 마찬가지라고요."
해가 죽던 날 _p.284_ 제 7권 오경, 상 : 큰 새와 작은 새들이 어지럽게 날고 있었다_,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제방 근처 마을에서 몽유하는 사람들을 본 것에 대해 얘기 했습니다. 몽유에서 돌아와 거리의 수많은 사람이 모두 길을 걸으면서도 몽유 속에 있는 것을 봤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머니에게 여든까지 사셨는데 민국 시기부터 지금까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오늘처럼 이 골목 안에서 천하가 대규모로 몽유하는 것을 봤는지 물었습니다. 사람들이 몽유를 시작했다 하면 전부 어린아이 상태의 적나라한 추함과 적나라한 훌륭함으로 돌아가는 것을 본 적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해가 죽던 날 _p.285_ 제 7권 오경, 상 : 큰 새와 작은 새들이 어지럽게 날고 있었다_,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사람들은 빨리 날이 밝기를 기도했습니다. 날이 밝으면 모든 것이 좋아질 테니까요. 모든 것이 일상으로 복귀하고 정상으로 복귀하고 원래 있던 세월의 질서와 궤도로 복귀하게 될 테니까요.
해가 죽던 날 p. 298,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그러네요 여기 지금 우리나라가 집단 몽유와 다르지 않네요 누군가는 몽유를 핑계로 행동히고 누군가는 몽유인 현실을 회피하고 해가 뜨기를 바라는데 책에서는 10장이 되어도 해가 뜨지 않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깊은 새벽이 길어보이지만 그래도 뜨긴 하겠죠
맞습니다. 국회 앞에서 장갑차를 몸으로 막아선 사람의 행동이 주인공 아버지의 행동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몽유인 것 같아도 누구 하나 정신을 차리면 상황을 더 낫게 바꿀 방법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아무도 지금을 원하지 않습니다. 현재를 원하지 않고 과거와 미래의 시간만을 원하는 대전이었지요. 이는 미래와 과거, 책에서 말하는 미래와 역사의 원하에 의한 살육이 벌어지는 전쟁이었습니다.
해가 죽던 날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아버지가 어디에 구덩이가 있는지를 어떻게 알았는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과거에 가오톈에서 일출을 바라보면 정말 해 같았던 것은 해가 바로 그 구덩이 위로 솟아올랐기 때문입니다. 날이 밝는 과정은 항상 그 구덩이와 구덩이 옆에서 시작되었으니까요.
해가 죽던 날 470,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음... 읽을 땐 좀 멋있어서 줄을 그어둔 것 같은데 막상 옮겨놓으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정말 해 같았던 것은 해가 바로 그 구덩이 위로 솟아올랐기 때문"이라는 이 문장을 구덩이 속에서 불공이 된 아버지의 이미지와 겹쳐 보면 더 강렬하게 다가오는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날이 밝는 과정은 항상 그 구덩이와 구덩이 옆에서 시작되었"고, 아버지 역시 그 구덩이와 함께 해를 띄우는 것이니까요. 구덩이가 기름구덩이가 된 상황을 생각해보면 이 지옥을 끝내고 마을을 살리려는 인물이 비단 아버지 한 명 뿐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울 것 같고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마지막 부분 읽기도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가장 재미있었는데요. (그런데 아직 결말부 이야기해도 되는 거겠죠? 다들 뉴스 이야기 해주셨는데 정말 하루하루 시간이 어떻게 지나는지도 모르겠고...) 잠시 자리를 비우기만 해도 이렇게 많은 대화가 활성화되어 있어서 놀랍습니다! 독서의 열기가 어마어마하네요... 저는 사실 10권에 이르렀을 때는 조금 힘든 상태였어요. 앞에서 말씀드렸던 몽롱한 상태가 극에 달해 있었기 때문인데, 그래서인지 새벽 6시에 죽은 진이 정말로 정말이지 공포였습니다. 페이지를 넘겨도 넘겨도 6:00에 머물러 있는 것이 이토록 무시무시하다니...아무래도 후반 부분에서는 해가 뜨는, 더 정확히 말해 해를 띄우는 장면이 압도적이었다고 생각해요. 아버지가 사람들을 선동(?)해서 기름통을 옮기는 작업에서부터 서서히 그 실체가 밀려왔고... 바로 이것을 하려고 옌렌커가 이토록 오랫동안 밤을 이어왔던 거구나,라는 생각에 감탄했고요. 한편으론 이제부터 충분히 예상이 가능한 이 결말을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그려낼 것인가 많이 궁금하기도 했고요. 그러다 마주친 다음의 구절이 해의 의미를 더욱 감동적으로 만드는데 기여한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진은 알고 보니 새벽 해가 떠오르는 지표가 되는 그 시각에 죽음같은 어둠에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해가 죽던 날 p. 407,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저도 경후로 넘어가면서 계속 새벽 6시에 머무르며 진행되는게 거의 공포수준이었어요. ㅠㅠ 실은 전쟁 장면이 너무 끔찍하기도 했고 결말이 뻔할 것 같은데..라는 의심을 하면서 차라리 경후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장면을 마지막으로 책을 마무리 했으면 어땠을까 했거든요!! 근데.. 와.. 시신 기름이 여기서 이렇게 쓰일 줄이야.. 이걸 얘기하려고 했던 거구나 하면서 옌롄커 작가님께 경탄을...!!!
화제로 지정된 대화
앞에서 오토 픽션 이야기해도 해주셨고, 작가가 카메오(?)로 등장하는 여러 작품들에 대해서도 언급해주셔서 '작가 등장'에 대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볼 수 있어 좋았어요. 그런데 이 불구덩이 앞에서 작가 옌렌커는 확실히 '사건'을 목격하고 기록하기 위해 소환되는 인물인 것처럼 보입니다. ("롄커 형, 오늘 밤 일을 책으로 써주세요.", 479) 그러나 그것이 내용적으로는 실패하고("네 아버지가 써달라고 한 그 책을 쓸 수 없을 것 같구나.", 509쪽), 오히려 "바보" 녠녠의 발화로 기록된다는 결론을 생각해보면 작가라는 위치가 더 재미있어지는 것 같고요. 그런데 저는 해가 정말로 뜨고 난 후에 이 마을의 모습이 더 충격적이었던 것 같아요. 가오톈진에서만 사망한 사람의 명단이 장장 95쪽에 달했던 만큼 엄청난 지옥이었던 이 밤이 회고되고 처리되는 모습이요. "집에 사람이 죽는 재난을 당했는데 정부가 배상을 해주나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장담하기 어렵다면 신청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요?" "아무래도 숫자는 있어야 하잖아요." (504) 숫자로 처리되기에는 너무나 지독했던 밤인데... 다시 해가 뜨고 나서는 아무도 해의 의미를 알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에요. 그러고 보면 서문에서 유난히 간절했던 녠녠의 호소가 이해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어느덧 3주 간의 함께 읽기가 끝나고 마지막 '토론하기' 주간이 시작되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책을 읽으며 느끼셨던 감상들 의문점들 좋았던 점들과 아쉬웠던 점들을 자유롭게 나눠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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