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겨울] 『해가 죽던 날』 함께 읽기

D-29
화제로 지정된 대화
오늘부터 1월 2일까지는 '제3권 이경·하: 새들이 그곳에 둥지를 틀었다'와 '제4권 삼경: 새들이 그곳에 알을 낳았다'를 읽을 차례인데요, 밤이 깊어가며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몽유에 빠집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비밀들도 드러나지요. 서문에서 잠깐 언급되었던 위샤오지안(혹은 위쥐안즈)라는 소녀도 등장합니다. 어른들의 몽유 혹은 꿈과 대조되는 아이들(녠녠과 위쥐안즈)의 꿈 혹은 몽유가 나오기도 합니다. 저는 이쯤부터 책에서 눈을 떼지 못했는데요, 여러분들은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하네요. 여러 일로 바빠 일정에 따라 읽지 못하셔도, 혹은 일정보다 먼저 읽어버리셨다고 해도 좋습니다. 어느 부분이건 읽으면서 드신 생각, 인상 깊은 구절들을 마구마구 올려주세요!
저는 위즈안즈와 녠녠의 엄마와의 공통점을 생각했습니다. 둘 다 화장장에서 일하거나 일했다는 점 그리고 꽃과 관련된다는 점이죠. 위즈안즈는 생화를 엄마는 종이꽃으로 다르지만, 죽음을 가꾸는 혹은 돌보는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면 작가는 어쩌면 미래 세대에 대한 희망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종이꽃에서 생화로, 무생물에서 생명으로.
몽유하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것은 그의 마음속에 있는 사람과 사물뿐이거든요.
해가 죽던 날 p. 42,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몽유란 대체 무엇인지, 소설에서 몽유에 대해 서술할수록 몽유에 대해 더 알아가는 것 같으면서도 동시에 더욱 아리송해지는 것 같아요.
저는 적막하고 무더운 길을 걸었습니다. 아버지가 화장장에 갈 때마다 항상 길가로 걸어야 한다고 알려준 것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매일 밤 시신 기름을 운반해올 때마다 항상 길가로 걸었지요. 우리 아버지가 평생 무엇 때문인지 모르지만 길을 걸을 때마다 항상 길가로 걸었던 것과 같았습니다. 아버지가 평생 길 한가운데로 걷지 않은 것과 같았습니다. 아버지가 평생 길 한가운데로 걷지 않았다는 사실을 생각하면서 저는 길 한가운데로 걸어봤습니다. 아버지는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처음 비밀을 알릴 때면 사람은 몽유하는 것과 마찬가지 상태가 된단다." 아버지는 또 제게 이런 말도 했던 것 같습니다. "우리 어머니의 시신 기름이 든 기름통을 화장장에서 운번해 나올 때도 꼭 몽유하는 것 같았지."
해가 죽던 날 p.114,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해가 죽던 날>과 함께 2024년 마지막 잘 보내고 계신가요? 다사다난 했던 해가 저물어 가고 있네요.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어쩐지 <해가 죽던 날> 속 마을의 이야기가 그리 낯설지 않은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모쪼록 내년에는 좋은 일, 즐거운 일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내년에도 잘 읽어보자고요!
화제로 지정된 대화
저는 두 번째 읽기 부분이 무척 재미있었는데요. 읽는 중간중간 그믐에 들어와서 금정연 선생님과 여러분들께서 나누는 이야기를 읽고, 그 얘기들을 떠올리며 책을 읽으니 소설이 더욱 재미있게 읽힌 것 같아요. 우선 stella15님이 언급해주신 <눈 먼 자들의 도시>가 확실히 강렬하게 겹치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원인을 정확히 알 수 없는 ‘대규모’ 혼돈 속에서 인간의 욕망이 얼마나 추하게, 어디까지 악랄하게 실현될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니까요. 대규모 몽유가 시작되자마자 무시무시한 소문들이 진실인듯 아닌듯 마을 전반을 떠돌아요. 누군가는 몽유 상태에서 며느리를 강간했다는 소문을 전하고, 그 소문에 대해 또 다른 누군가들은 “상쾌하고 음탕한 웃음”을 지으며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며느리를 강간했다면 자기 딸은 왜 강간하지 않은 거지?” 사람들은 몽유 상태에서 사람을 때려 죽이고 가게를 텁니다. 혹은 털릴까봐 칼과 몽둥이를 준비하고요. 정말이지 지옥이 따로 없네요... 이 대규모 몽유는 무덤에서 파헤쳐지고, 죽음을 침묵 당하고, ‘경작지 확보’에 의해 화장 당한 넋들의 저주인가? 리녠녠 아버지의 거대한 죄의식이 이를 보증해주는 것도 같고요. 그런데 금정연 선생님께서 어떤 다른 사회경제적인 요인들에 의한 대혼란의 가능성, 그 맥락을 ‘몽유’라는 집단 광기 혹은 병증으로 은유해야 하는 ‘옌렌커’의 글쓰기 조건 등을 환기해주셔서 저도 그런 쪽으로 의심(?)하며 글을 읽어나가게 되었는데 172쪽에 재미있는 구절이 있더라고요. 대대적인 몽유가 일어나는 동안 녠녠과 그의 아버지는 옛 집을 살피러 갑니다. 그들 옛집의 옆집에는 작가 ‘옌렌커’가 살고 있는데요. 지식인으로서 “상당한 명성을 누리고 있는” 옌렌커의 집은 이제 “세 칸짜리 이층 건물”인 우리 집만 못합니다. 그런데 “우리 집이 그보다 돈이 훨씬 많”은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이 옛집에 올 때마다 우리 아버지는 옌씨네 집과 옌씨네 담장을 바라보면서 한참을 그 자리에 서서 생각에 잠기곤” 합니다. 그렇게 그의 집 담장을 “몇 번 두드려보고” “발로 걷어차기도” 하지요. 그러고는 이렇게 말합니다. “이 집은 아무도 농사를 짓지 않으니 몽유할 사람도 없겠군. 농사짓는 사람이 없으니 몽유할 사람도 없겠어!” 생각해보면 이 마을의 몽유는 ‘농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듯해요. 농사일은 사람을 지나치게 피곤하게 하고 이 절망적인 피로는 꿈과 현실의 경계를 흐리는 몽유의 직간접적 원인이 되니까요. 이때의 피로와 꿈-현실의 경계에도 어떤 계급적 차이라는 것이 있는 걸까, 이번엔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추며 소설을 읽게 되더라고요.
저는 옌렌커가 <눈 먼 자들의 도시>를 읽었다는 것에 한표 걸겠습니다. ㅎ 근데 왜 처오빠와 아버지가 사람 기름에 대해 얘기하잖아요. 저도 전에 막연하게 그런 의문을 갖긴했거든요. 화장을 하면 재도 재지만 기름이 나오지 않나 하는. 그런데 이 책에서는 아예 처오빠가 그 기름으로 땅콩도 볶아 먹고, 판다고 해서 놀랍기도하고, 작가의 상상력이 역시 대범하구나 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설마 그런 비리는 안 저지르겠지? 별생각이 다 들더군요. ㅎㅎ 나 원...
헉 저는 기름이 나올 거라는 생각도 못했는데 이 책을 읽고 해당 부분은 너무 충격이었어요...
설마 그러기야 하겠습니까? 설혹 나온다고 해도 그건 당연 못 쓰게 할겁니다. 근데 그 부분 읽는데 중국은 걸상만 빼놓고 뭐든지 다 먹는다는 옛말이 생각나긴 하더군요. ㅋ
저도 처음에 농사와 몽유를 연결 짓는 부분을 보고 그런가? 했는데 뒤로 갈수록 농사와 상관 없이도 몽유를 하는 사람들이 나오더라고요. 매장과 화장의 풍속 전환기에 있는 마을인만큼, 전체적으로 전근대와 근대의 전환기에 있지 않나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 모호하다는 생각인데요. "3년 대재앙"이 언급되기에 1960년대 후라고 짐작했다가, 제6권의 "황제, 폐하, 백성"과 같은 어휘를 보면 전근대인가 아리송해지는 것이죠. "전근대와 근대의 전환기"란 언제일까요? 명확히 시대를 지정하는 것도 이 이야기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긴 합니다만...
아리송하고 작가 또한 일부러 아리송하게 쓴 것 같아요. 그래도 굳이 따져보면 전자 제품 판매점에 커다란 TV가 있고 핸드폰에 대한 묘사가 없다는 점에서... 80년대 후반-90년대 중반 정도가 아닐까요? 그런데 커피에 대해서 잘 모르는 걸 보면 또 헷갈리네요. 중국이라는 폐쇄적인 사회, 그리고 시골이라는 점이 시대 구분을 힘들 게 합니다. 실제로 그런 이유로 우리 기준으로 봤을 때에는 다양한 시간대가 중첩되어 있기도 할 것이고, 옌롄커 또한 그런 부분에 주목해서 배경을 설정했을 수도 있고요.
일단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람들은 유골을 좀더 하얗게 태우고, 좀더 가늘게 빻아주기를 원했습니다. ...때로는 죽은 사람들이 줄을 서기도 했고 그럴 때마다 먼저 화장하고 싶은 사람들은 외삼촌이 허락한다는 쪽지가 있어야 했지요. 그래서 먼저 화장하고 싶은 사람은 몰래 외삼촌에게 돈을 찔러줘야 했습니다. 『해가 죽던 날』 p.119. 이 구절이 낯설지 않은 이유가 뭘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 경험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엄마의 산소를 이장해야 해서 유골을 화장장으로 옮겨야 했는데 마침 코로나가 한창인 때라 화장장에 자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장 날짜를 잡았는데 화장장을 구할 수 없어 할 수 없이 삼십 년 된 유골을 곱게 정리한 후 산소 한 귀퉁이에서 임시방편으로 태우고 빻는 장면을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코로나로 화장장에서 차례를 오래 기다리던 시절이 지난 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걸까요. 어쩌면 지금 이 소설의 몽유 시절 같은 시기를 우리가 지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로나 시기에 화장장에 자리가 나지 않는다는 뉴스를 저도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요. '이 소설의 몽유 시절 같은 시기를 우리가 지나고 있'다는 말씀이 깊이 와닿네요. 2025년에는 부디 좋은 일이 더 많이 있기를 바라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새해가 밝았고, 함께 읽기 첫 주차가 끝났습니다. '앞'부터 '제4권 삼경'까지 전체의 1/3 정도를 함께 읽었는데요 감상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4장 마지막 부분에 "(아버지의) 얼굴에서는 몽유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막연함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라는 부분이 거기까지 읽었을 때 제가 느낀 감상과 일치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몽유라는 게 이런 거구나, 생각했다가도 읽을수록 점점 더 모호해지는 느낌? 과연 이 대규모 몽유 사태는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장 제목에 등장하는 '새들'의 존재는 무엇인지-내일부터 시작될 2주차 함께 읽기에서 함께 알아보아요!
4권까지 읽었습니다. 한여름 열대야에 잠 못 드는 그 어느날 이 책을 읽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마을이 집단 몽유상태로 접어드는 모습입니다. 이 와중에 녠녠과 그 아버지는 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아버지 리텐바오의 과거를 통해 어느정도 유추가 가능했습니다. 그가 해 온 일들, 겪은 일들을 통해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밀고를 통해 돈을 벌던 그가 기름통을 사서 별도 매장?을 하는 듯 한 그의 행동을 (여전히 이 행위의 목적, 시체기름의 용도?를 알 순 없지만 현재까지는) 저는 일종의 참회 의식 같은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전히 몽유는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책권별 제목인 새의 의미도 모르겠고요. 그 실마리를 새로 등장한 샤오위안즈가 제공 해 줄 것인지? 내지는 기대하지 않던 로맨스?가 펼쳐질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읽다 보니 빨리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라 생각했지만 위에 언급해 주셨던 문체, 특히나 은유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오기가 어렵네요.. 차근차근 곱씹어 읽다보면 소설속에 푹 빠져 속도는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요. 이제 부터 본격적인 사건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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