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겨울] 『해가 죽던 날』 함께 읽기

D-29
일단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람들은 유골을 좀더 하얗게 태우고, 좀더 가늘게 빻아주기를 원했습니다. ...때로는 죽은 사람들이 줄을 서기도 했고 그럴 때마다 먼저 화장하고 싶은 사람들은 외삼촌이 허락한다는 쪽지가 있어야 했지요. 그래서 먼저 화장하고 싶은 사람은 몰래 외삼촌에게 돈을 찔러줘야 했습니다. 『해가 죽던 날』 p.119. 이 구절이 낯설지 않은 이유가 뭘까 곰곰히 생각해보니 제 경험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엄마의 산소를 이장해야 해서 유골을 화장장으로 옮겨야 했는데 마침 코로나가 한창인 때라 화장장에 자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이장 날짜를 잡았는데 화장장을 구할 수 없어 할 수 없이 삼십 년 된 유골을 곱게 정리한 후 산소 한 귀퉁이에서 임시방편으로 태우고 빻는 장면을 지켜보아야 했습니다. 코로나로 화장장에서 차례를 오래 기다리던 시절이 지난 지 그렇게 오랜 시간이 흐른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까마득하게 느껴지는 걸까요. 어쩌면 지금 이 소설의 몽유 시절 같은 시기를 우리가 지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을 나누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코로나 시기에 화장장에 자리가 나지 않는다는 뉴스를 저도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요. '이 소설의 몽유 시절 같은 시기를 우리가 지나고 있'다는 말씀이 깊이 와닿네요. 2025년에는 부디 좋은 일이 더 많이 있기를 바라봅니다.
화제로 지정된 대화
새해가 밝았고, 함께 읽기 첫 주차가 끝났습니다. '앞'부터 '제4권 삼경'까지 전체의 1/3 정도를 함께 읽었는데요 감상이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개인적으로는 4장 마지막 부분에 "(아버지의) 얼굴에서는 몽유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막연함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라는 부분이 거기까지 읽었을 때 제가 느낀 감상과 일치하다고 느꼈던 것 같아요. 몽유라는 게 이런 거구나, 생각했다가도 읽을수록 점점 더 모호해지는 느낌? 과연 이 대규모 몽유 사태는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지, 장 제목에 등장하는 '새들'의 존재는 무엇인지-내일부터 시작될 2주차 함께 읽기에서 함께 알아보아요!
4권까지 읽었습니다. 한여름 열대야에 잠 못 드는 그 어느날 이 책을 읽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마을이 집단 몽유상태로 접어드는 모습입니다. 이 와중에 녠녠과 그 아버지는 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움직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는데 왜 그런 생각을 하는지 아버지 리텐바오의 과거를 통해 어느정도 유추가 가능했습니다. 그가 해 온 일들, 겪은 일들을 통해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밀고를 통해 돈을 벌던 그가 기름통을 사서 별도 매장?을 하는 듯 한 그의 행동을 (여전히 이 행위의 목적, 시체기름의 용도?를 알 순 없지만 현재까지는) 저는 일종의 참회 의식 같은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전히 몽유는 무엇인지 알 수 없습니다. 책권별 제목인 새의 의미도 모르겠고요. 그 실마리를 새로 등장한 샤오위안즈가 제공 해 줄 것인지? 내지는 기대하지 않던 로맨스?가 펼쳐질 것인지 궁금해집니다. 읽다 보니 빨리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라 생각했지만 위에 언급해 주셨던 문체, 특히나 은유의 소용돌이에서 헤어나오기가 어렵네요.. 차근차근 곱씹어 읽다보면 소설속에 푹 빠져 속도는 잊어버리게 되더라고요. 이제 부터 본격적인 사건이 벌어질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네요.
녠녠의 시선으로 그려지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동기에 대해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는 없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고, 그렇기에 더욱 몰입하게 되는 것 같아요. 만약 한여름 열대야에 잠 못 드는 어느 밤에 이 책을 읽었다면 또 다른 감상이 들었을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어요.
저도 이 소설을 여름에 읽었으면 어땠을까, 정말 많이 생각했어요. 실제 한여름 열대야에는 숙면이라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고 사람이 좀 멍한 상태로 있게 된달까... 그런 상황에서 책 속에 진동하는 땀냄새와 탄냄새, 그리고 피냄새를 맡았다면 또 다른 경험이 되지 않았을까 싶네요.
문 앞은 공기가 부족한 것처럼 긴장되었습니다. 거리도 공기가 부족한 것처럼 긴장되었습니다. 제 손에 난 땀은 두 가닥 물줄기 같았습니다.
해가 죽던 날 p192,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저는 어느 젊은이가 이발소 창문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봤습니다. 품 안에 안고 있거나 손에 들고 있는 것은 모조리 다양한 형태의 샴푸였습니다. 전기 이발기와 향비누, 세탁용 가루비누 등도 있었지요. 도 다른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는 거리에 서서 머리를 위로 쳐들고 목이 찢어져라 소리를 지르고 있었습니다. "도둑이야-- 도둑 잡아라--" 그가 소리 지르는 사이에 또 다른 사람이 양고기 가게 문을 부쉈습니다. 별다른 건 훔치지 못하고 양고기를 삶는 커다란 솥 하나를 머리에 이고 나왔지요. 도둑은 소리 지르고 있는 사람 앞으로 가서 솥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러고는 그 사람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소리 지르고 있는 사람의 뺨을 한 대 후려갈겼습니다. 그 사람은 더 이상 소리를 지르지 않았습니다. 세상이 조용해졌습니다. 뜻밖에도 두 사람은 형제인 양 함께 큰 솥을 들고 가버렸습니다. 몹시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이렇게 기이하고 이상한 세상이 되어버렸습니다.
해가 죽던 날 p.181-182,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화제로 지정된 대화
이제 밤은 더욱 깊어졌습니다. 그리고 몽유하는 사람들은 더욱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고, 세상 또한 기이하고 이상한 세상이 되어가고 있네요. "원래 나이 든 사람들의 몽유는 죽음을 찾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장년들의 몽유는 밀을 베러 가거나 타작하러 가는 것 아니면 도둑질하러 가는 것이었지요"(p.182)라는 말에서 느껴지듯, 이 밤의 몽유는 규모 면에서도 그렇지만 행태 면에서도 과거와 다른 것 같아요. 전자 제품을 파는 가게의 사장도 몽유를 하고, '신세계' 장례용품점을 운영하는 녠녠의 아버지와 어머니도 짧은 몽유를 하지요. 그리고 녠녠은 자신도 몽유 속에 빠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는데요. 밤의 한가운데에서, 혼돈은 점점 더 커져만 가고 몽유는 해결될 기미가 조금도 보이지 않습니다. 과연 녠녠 가족과 소설을 쓰지 못하는 옌롄커와 몽유하는 마을 사람들을 기다리는 것은 무엇일까요?
밀고를 하고 돌아와 황혼에 젖은 마을 길을 걸으면서 아버지는 길에 나와 저녁을 먹고 있던 마을 사람들을 보고는 애써 아무 일도 없는 척했습니다.
해가 죽던 날 p. 73,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이른바 몽유는 대낮에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고 이게 뼈에 새겨지며 골수에 사무치도록 생각하다가 잠들어서도 깨어 있을 때의 생각들을 이어가고 꿈속에서도 그런 상념에 빠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해가 죽던 날 p.32,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처음엔 몽유가 단순히 이런 거라고만 생각했는데,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알쏭달쏭해지는 것이 이 작품의 묘미 중 하나인 것 같아요.
무척 고요했습니다. 죽은 것 같았습니다. 죽음처럼 너무나 고요했습니다. 막 황혼을 지나온 밤의 숨결에는 살진 돼지가 잠잘 때 내는 코고는 소리가 섞여 있었습니다. 후덥지근하고 더러운 소리였지요. 후덥지근하고 더러운 소리는 끈적끈적하기도 했습니다. 땀 냄새가 났습니다. 땀 냄새는 여러 문과 틈새로부터 새어나왔습니다. 거리에 여름밤의 냄새들이 모여 있었습니다.
해가 죽던 날 p.53-54,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뒤로들 물러나세요. 뒤로 물러나라고요!" 소리를 지르면서 사람들 모두 도화선에서 멀리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기다렸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렸습니다. 거대한 소리가 날 때까지 기다렸지요. 산비탈이 흔들렸습니다. 땅이 흔들렸습니다. 사람들 마음도 흔들렸지요. 이내 다시 고요해졌습니다.
해가 죽던 날 p.76,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어디에 가져다 파느냐고? 어디든지 다 가서 판다네. 뤄양에도 가져다 팔고 정저우에도 가져다 팔지. 어느 도시든 공장마다 이 기름을 필요로 한다네. 그걸로 비누도 만들고 고무도 만들고 윤활유를 추출하기도 하지. 세상에 이보다 더 좋은 공업용 기름은 없다네. 식용으로 쓰면 어 좋을지도 모르지. 3년 대재양 때는 사람이 사람을 먹는 것도 그리 희귀한 일은 아니지 않았나?"
해가 죽던 날 p.107,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제가 막 이 문장 올리려고 했는데~통했네요~~
우리 어머니의 시신 기름이 든 기름통을 화장장에서 운반해 나올 때도 꼭 몽유하는 것 같았지.
해가 죽던 날 p. 114,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대체 몽유란 뭘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또 하나의 문장이네요. 여기서의 몽유는 실제의 몽유보다는 비현실적인 느낌이었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것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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