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소설_겨울] 『해가 죽던 날』 함께 읽기

D-29
제가 진짜 일과 가정의 분리 없이 사는 사람중 하나 인 듯한데요.. 재택근무도 자주 하는 편이고 아이가 방학을 시작하기도 하고요 . 일하다 말다 이것저것 챙겨야 하기도 하고 퇴근 이후에도 계속 오는 이메일도 체크도 해야 하고요.. 물론 코로나 시기보다는 좀 나아지긴 했지만.. 좀 그..분리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저 상황은 좀..무섭네요.
처음에는 조금 느리고 잔잔한 느낌인데, 갈수록 점점 더 무서워지는 드라마였어요. '노동의 소외'라는 것을 이렇게 보여줄 수 있구나 감탄도 했고요. 그나저나 저 역시 일과 삶의 분리가 전혀 안 되는 프리랜서의 삶을 살고 있어서... 드라마와 별개로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자주합니다...
와.. 재미있을 것 같아 글 중간쯤 읽다 그냥 댓글만 씁니다. 일단 드라마 부터 감상해 보고 이어가야겠습니다. 할 게 너무 많네요..^^
그쵸. 신년이라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다시 생각하면 늘 그랬던 것 같기도 하지만... 혹시 이 방이 끝나기 전에 보시게 되면 감상도 부탁드릴게요!
오오 시간되면 볼께요. 정보 감사합니다
오, 자아가 분리되다니. 같은 건 아니지만, 저는 학창시절에 학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학교에 있으면 자주 집에 있는 저를 생각하곤 했죠. 집에 있으면 뭘했을까 하는 공상했죠. 저도 자아가 분리될 수만 있다면 학교 생활을 좀 낫게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네요. ㅋ 근데 말씀하시니까 같은 건 아니지만, 예전에 마이클 키튼이 나왔던 '멀티플리시티'란 영화였던가요? 한 사람의 세포를 무슨 배양하던가 해서 4개, 5개로 만드는데 성공하잖아요. 그리고 각자 포지션을 주는데 1은 직장 가고, 2는 집에서 일하고 이런 식으로. 근데 문제는 늦게 만들어진 자아일수록 지능이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는 뭐 그런 코미디 영화였죠. 근데 끝에 어떻게됐는지 생각이 안 나는 걸 보면 저는 보다가 말았나 봅니다. ㅠ
추억의 영화네요! 저도 분명 봤는데 기억이... 시간이 참 빠르다는 생각도 들고요... 만약 학교와 집을 분리할 수 있었다면, 학교에 있는 자아는 내내 학교에 있는 셈이라서 아마 더 큰 문제가 생겼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학교 밖에 있는 자아는 신나겠지만요.
그러겠네요. 근데 유머가 상당하신데요? ㅎㅎㅎ
앗 감사합니다ㅎㅎㅎ
이때, 바로 이때, 뜻밖에도 집 안 어디선가 진에서는 한 번도 맛 본 적 없는 커피를 내왔습니다. 검정과 갈색이 섞인 것 같기도 하고 새빨간 주단 같기도 햇습니다. 둥그런 통을 열자 붉은 향기가 퍼져 나왔습니다. 끓는 물을 가져다 커피를 한 숫가락 탓습니다. 뜨거운 물에 퍼지는 커피는 불에 타는 비단 같았습니다. 식견이 있는 사람들, 커피를 마셔본 적이 있는 사람들이 옆에 있다가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백설탕과 우유 가루를 타요." "백설탕과 우유가루를 타야 한다고요." 이에 누군가 집에서 백설탕과 흑설탕을 가져왔습니다. 아기들이 먹는 분유도 가지고 나왔지요. 과연 커피는 아주 맛있었습니다. 쓴 향기와 맛이 잘 달인 감초맛과 비슷했습니다.
해가 죽던 날 p276,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인스턴트 커피가루에 대한 묘사와 향기 맛에 대한 표현이 오래전 처음 가루커피를 맛봤던 그때를 떠올리게 합니다. 왜 커피가 안나올까 싶었는데 드디어 커피가 나왔습니다. ☕
소설을 읽으면서는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남겨주신 댓글 보고 저도 오래전 처음 가루커피를 맛봤던 때가 생각났어요. 어른들이 맨날 마시는 저게 뭐지? 하는 생각으로 몇 조각 집어서 혀에 댔다가 깜짝 놀랐던 기억...
멀리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이 꿈속에서 흔들리는 그림자 같았습니다. 아버지는 줄곧 낡은 탁자상판같은 그 사내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엇습니다. 가늘게 실눈을 뜨고 있는 썩은 호박씨 같은 그의 두 눈을 쳐다보고 있었지요. 아버지는 그가 몽유 상태에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습니다. 몽유하면서 이웃집을 위해 후사를 돌보는 것이었지요.
해가 죽던 날 p.155,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오늘 밤은 하느님이 우리 리씨 집안에 복을 내리신 게 틀림없어. 진 전체가 몽유하고 있는데 우리 집 사람들만 하지 않고 있으니 말이야. 몽유하는 사람들은 세상을 떠돌아다니는 귀신이고 몽유하지 않는 사람들은 깨어 잇는 신이라고 할 수 있지. 깨어 있는 신들만이 떠돌아다니는 귀신을 도울 수 있어. 우리가 도와준다고 해서 그들이 뭔가 빚지는 건 아닐 거야. 그들이 몽유에서 깨어나면 나와 네 아빠 그리고 우리 가족 모두에게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되겠지만 말이야."
해가 죽던 날 p.188,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머릿속이 하얗고 어지러웠습니다. 겨울철 벌거숭이가 된 산비탈 같았습니다. 옌롄커의 소설에 나오는 연고자 없는 무덤이 마구 널려 있는 공동묘지 같았지요. 상황이 전부 꿈속에 있고 모두가 몽유하고 있는 것 같았습ㄴ디ㅏ. 저도 몽유하고 있는 건 아닌지 알 수 업었습니다. 너무나 이상하고 재미있는 일이었습니다. 너무나 미묘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자신도 몽유 속에 있기를 바랐습니다.
해가 죽던 날 p.205,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치례산 전투에서 소신은 몸 세군데에 화살을 맞았으나 화살이 박힌 채 계속 앞으로 나아가 적을 맞아 싸웠습니다. 사흘 밤낮을 전투를 벌이면서 말에서 내린 적이 없었고 손에서 검을 내려놓은 적도 없었지요. 식사도 말 등에서 했고 잠도 말안장 위에서 잤습니다. 결국 적군을 물리치고 흉노를 120리 밖으로 몰아냈지요. 이 치롄산 전투 이후로 서북 지방의 전선에서 파죽지세로 적을 물리치면서 연전연승할 수 있었습니다.
해가 죽던 날 251p, 옌롄커 지음, 김태성 옮김
별것 아닌데,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문장이라 옮겨 보았습니다. 이를테면 이성계가 요동 정벌에 나섰을 때 썼을 법한 말 아닌가 싶기도하고. ㅎㅎ 아무튼 천하에 다시 없는 옌롄커도 이런 친근한(?) 표현을 쓰는구나 했습니다. 실제로 말 등에서 저렇게 하는 장수는 없겠죠? 과장법이지만 그럴 듯 한 것 같습니다.
어디선가 많이 본듯한 문장이라는 말씀이 정확한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마치 일종의 연극처럼 집단 몽유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그중 한 명이 구구절절 음률에 맞는 말을 유창하게(다시 말해서, 다들 어떤 드라마나 사극 같은 데서 들어본 것 같은 말을 청산유수로) 내뱉으니 다들 깜짝 놀라고 자신을 황제라고 생각하는 진장은 기쁨을 감추지 못하죠.
중국도 이런 표현을 쓴다는 게 새삼 놀랍기도 합니다.
아,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런 표현은 일종의 나라와 국적을 떠나 일종의 관용적 표현이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괜히 호들갑 떨었다는 생각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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